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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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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5.11 20: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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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수 :
553,991

작성
24.04.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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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0화

DUMMY

“헉!”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좁은 골목길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 엎드려 있었다.


이미 어둡고 연기로 가득한 하늘마저도 가릴 듯이 솟은 건물에 난 창가에는 수많은 눈이 나를 지켜보는 것 같더니, 내가 이리저리 둘러보자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상당히, 많은, 속이 메스꺼워질 정도로 많은 인기척이 느껴진다.


게다가 귀에는 시끄러운 차 소리와 사람들의 발소리 말소리. 예민해진 감각에는 이거도 저거도 너무 괴롭다.



“후우······!”



잘 보니 몸이 여기저기가 박살이 났다. 무언가에 강하게 밀쳐진 듯이, 갈비뼈가 싹 다 망가지고, 팔이고 다리고 뼈가 성한 곳이 없다.


뚜둑!


억지로 움직인 손으로 장갑의 핀을 뜯어 생명수를 뒤집어썼다. 겨우겨우 몸은 회복이 되었지만, 도통 쉽지 않다. 왜 이렇게 많이 다치는 거야 난.


자, 어디. 이제 다 나았으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한 번 생각이나 해보자.


B의 갑작스러운 행동. 그걸 철수나 영희가 몰라서 당했을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다. 높은 확률로 B가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알고 당해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여긴 보아하니 5층. B의 목적은 우리를 5층으로 빠르게 보내주는 것, 이었을 듯한데!


왜 나는 이 꼴이 되었을까? 그리고 나와 딱 붙어서 한 번에 이동되었을 설이는 어디에?



“이봐!”

“!”


골목길에 앉아서 멍하니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더니 대뜸 건물 안에서 덩치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대뜸 내게 말을 걸었다.


탑에는 인간형 NPC도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참, 봐도 봐도 적응이 잘 안된다. 이 사람은 어째서 탑의 안에서 태어나 자라며 살아가는 걸까?



“밖에서 뭘 하는 거야? 죽고 싶은 거야?”

“예? 왜요?”

“보아하니 아래층에서 올라온 외지인인 것 같은데. 이 층의 상황은 전혀 모르는 건가?”

“상황?”

“그래. 테마 전쟁 말이다.”

“엇.”



테마 전쟁. 이미 한 번 들어 익숙한 이름이다. 3층에서 내가 필드 전체를 내 피로 채워버린 탓에 토끼들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었던, 그리고 내가 토끼 대장이 되었던 시발점.


그런 테마 전쟁이 이곳 5층에서? 말을 들어보면 아마 시작된 건 오래되지 않은 모양인데, 어떤 테마가 서로 싸우고 있는 걸까? 5층은 SF 테마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데.



“죽기 싫으면 들어와.”

“······감사, 합니다?”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가 선의를 베풀어주니 뭔가 기묘하다. 뭐가 목적일까? 단순한 호의인가?


문이 없는 탓에 창을 넘어 들어간 아저씨의 집은, 음, 굉장히 더러웠다. 정말 사람이 살던 곳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은 공간이다. 썩은 내도 심하고 바닥을 밟을 때마다 찐득한 무언가가 신발 바닥에 붙어 쩍쩍 소리를 낸다.



“미리 말하는데, 여긴 내 집 아니다? 내가 생긴 건 더럽게 생겼어도 깔끔한 남자라고?”

“그럼, 누구 집인데요?”

“몰라. 죽은 놈 집이겠지 뭐. 갈 곳 없어서 들어왔을 뿐이야. 운이 좋았지.”

“흠.”



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냉큼 창문을 닫고 잡지를 들고 와 창문을 가리는 아저씨. 아무래도 지금 5층은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상황인 모양이다.



“온수는 안 나오지만, 물은 잘 나오고, 전기도 아직 연결되어 있어. 편히 있으라고.”

“왜요?”



NPC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치고는 상당히 차가운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이해해줬으면 한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대뜸 위험한 분위기 조성하면서 죽은 사람 집으로 끌어들이는 사람을 무슨 수로 좋게 보겠어?



“내 이럴 줄 알았지. 거 봐 아저씨. 아무나 그렇게 함부로 도와주는 거 아니라니까? 고마운 줄을 몰라요.”

“감사 인사는 이미 했는데요. 묻는 것 가지고 지랄하는 것 보니 그쪽 성질머리 알 것 같네요.”



벽 너머 숨어 있던 십 대 후반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여자애가 대뜸 날카로운 말을 던지기에 나도 그냥 날카롭게 말을 던졌다. 질문도 못 하게 할 것 같으면 뭐 오해받아도 싸잖아?


어디 보자.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와, 잔뜩 겁먹은 여자애가 하나에, 그 뒤로 보이는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중년의 여성, 여, 여성? 아니야, 여자가 아니야. 어, 흠. 아닌가?


뭐, 어쨌거나. 화장이 진한 사람이 하나가 있고, 겁먹은 여자애 보다 더 어려 보이는, 뭔가 싸가지 없어 보이는 남자애가 또 하나.


가족인가? 아니지, 아저씨라고 불렀지······어어, 혹시, 사춘기 때문에 아빠랑 사이가 안 좋다거나?



“저게!”

“관둬라. 외지인이야.”

“그래~넌 진짜 싸울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틱틱거리니? 일찍 죽는다?”

“······.”



잔뜩 겁을 먹었지만, 성질이 사나워서 대뜸 덤벼드는 애랑, 보아하니 그냥 사람 좋은 아저씨인 것 같은 아저씨랑, 그런 아저씨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은 화장이랑 그러거나 말거나 노트북 두들기고 있는 꼬마랑.


다양하네. 여기가 어디 던전이라고 해도 믿겠다.



“사람의 호의를 무서워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만. 지금은 여럿이 뭉쳐 있는 편이 안전해서 호의를 베푸는 것이라고 알아둬. 너의 의심대로, 나도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람을 도울 정도로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 어차피 외지인이라 오래 있진 않을 테니 있는 동안 집안일이나 돕다 가.”

“익숙해 보이네요.”

“자주 있는 일이야.”

“?”



테마 전쟁이, 그런 게 자주 일어나? 진짜로? 뭐 하는 곳이지?



“외지인이라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정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덕분에, 그 기술력으로 폭주하는 놈들도 종종 있지.”

“아~”

“이번엔 그거야. 사람들을 잡아서 강제로 안드로이드로 만들어버리는 놈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끔찍한 놈들이다만, 수가 많으면 쉽게 덤벼들지 않아.”



과연. 그렇구나.


그런데, 그런 것 같으면 그냥 이 건물에 있는 사람들끼리 뭉치······그게 될 리가 없지. 나 같은 놈 한둘만 있어도, 그리고 저기 여자애 같은 게 둘, 아니 하나만 있어도 불가능하다.



“아 물론~그런 이유도 있긴 한데! 수가 많으면 보급 물자도 추가로 받을 수 있거든~”

“보급도 옵니까?”

“응~생각보다 잘 되어 있지? 오호호! 이런 시스템이 없었다면 5층은 진즉에 멸망했을 걸~?”

“아, 네. 그러면 그 보급은 누가 해주는 건데요?”

“아무도 모른단다~!”



······으음, 여긴 보아하니 5층의 마을이 아닌 것 같은데. 마을이라면 층주, 그러니까 요정들이 보급 물자를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마을의 밖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도 보급 물자를 지원하는 누군가, 라.


잘 됐다. 한 번 구경이나 하고 떠나자. 설이나 카나 씨는, 솔직히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 철수라면 몰라도 영희가 걔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이미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나는 우선은 이곳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자. 어느 정도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 바로 방금 전까지 거의 죽어가고 있었어.



“테마 전쟁, 오래 합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누가 알겠어?”

“테마 전쟁의 중심이 어딘지는 알아요?”

“커다이 사의 비기스트 빌딩.”



5층에는 기업도 있다고 하더니, 정말 있구나. 그래봐야 탑에서 만들어낸 모습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신기하다.



“여기가, 바로 커다이 시. 커다이 사가 지배하는 도시 구역이야.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비기스트 빌딩도 보일 거야.”

“으음~”

“물론, 옥상에 올라갈 수 있다면 말이지.”

“왜요. 옥상이 막혔습니까?”

“그래. 아무래도 옥상이 가장 전망도 좋고, 탁 트인 공간이라 그런지 갱단 놈이 차지했어.”

“탁 트인 곳이면 그 안드로이드? 그런 거에도 잡히는 거 아닙니까?”

“갱이 괜히 갱이겠어. 힘깨나 쓰는 놈이야.”

“흠. 알겠습니다.”

“이게 참~하필이면 그런 놈이 옥상을 차지한 바람에 보급 물자도 그놈이 받게 되어서 보급인데도 돈을 주고 사야 한다니까~?”

“흠. 그렇군요.”



정리되지 않은 집의 원래 주인은 그렇다면 보급 물자를 살 돈이 없었던 탓에 죽게 된 것일까? 그런데 여기 보인 사람들도 딱히 돈이 많아 보이지는 않고.


나도, 돈은 없다. 배는 고픈데. 그 보급 물자라는 거 옥상을 점령한 놈이 다 독차지 하고 있는 거지? 흐음~


그렇구나. 그렇다면 일단, 옥상에 올라가 보자.



“잠깐, 어딜 가려는 거야!”

“옥상이요.”

“하! 왜? 그 깡패 새끼한테 붙어먹으려고?!”

“말이 잘 통하면 그것도 생각해보고.”



왜 사사건건 시비야 저건?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뭐 그런 성적 취향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요즘 들어 워낙 정신 나간 놈들을 많이 만난 탓인지 저런 인간을 용서하고 이해해줄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다.


그냥 좋게 좋게 웃어넘긴다는 경우는, 탑 밖에서의 행동 방식이지 탑의 행동 방식이 아닌 것도 있고.


솔직히 말해서 NPC와 몬스터의 차이점을, 나는 잘 모르겠단 말이야. 어차피 다 탑에서 만들어진 존재 아닌가? 죽이면 경험치 들어오는 것도 동일하고. 그냥 마을에 있는가 필드에 있는가 정도의 차이일 뿐이잖아.


뭣보다, 내 선배님들은 싹 다 몬스터 취급받는 사람들인데도 말도 잘 통하고, NPC랑 큰 차이도 없잖아?



“이봐, 올라갈 생각이면 우리는 언급하지 마. 괜히 찍히고 싶진 않거든.”

“예. 그럴게요.”

“그래. 그리고 기왕 저쪽에 붙을 거면 오늘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좀 싸게싸게 해달라고.”

“그렇게 된다면요.”



쓰읍, 혹시 나, 몬스터인 선배님들과 어울리다 보니 괜히 NPC에게 적대심을 품게 됐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쯧, 뭔들 어때.



“뭐야, 잠겨 있네?”



기껏 옥상까지 올라왔더니 문이 잠겨 있다. 흠, 일부러 잠가둔 건가? 본인이 원할 때만 문을 열어주겠다! 라는 식으로 우위를 점하려고? 과연.


쿵! 덜컹덜컹! 쾅!


문손잡이를 잡고 몇 번인가 밀고 당기다가 그냥 힘으로 문을 뜯었다. 레벨이 오르니 이렇게 되어버린다. 밖에서는 최대한 조심하면서 살아야겠지.


일반인이 손가락을 튕기는 힘과 내가 손가락을 튕기는 힘의 차이는 이제 와선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나도 어느덧 8레벨이니까.



“아이~씨발! 뭐 하는 새끼!”



후웅!


딱히 더 묻거나 따지지 않았다. 헐렁한 차림새에 주변엔 나체의 여성들이 약에 취한 듯 몽롱한 표정으로 쓰러져 있고, 남자의 뒤로는 높게 쌓인 보급 상자가 보였다. 별로, 말 섞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음. 검을 휘둘러서 녀석의 정수리부터 세로로 길게 쪼갰다. 약에 취한 여자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해롱해롱한 상태다.


옥상의 난간으로 걸어가 보니, 확실히. 도시의 중앙에 커다란 빌딩이 보이고, 그런 빌딩을 감싸고 있는 살짝 투명한 느낌의 막 같은 것이 보인다.


시끄러운 차 소리나 말소리들은, 대체로 안드로이드들에게서 도망을 치거나 갱단들끼리 싸우는 소리였다.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매연들이 참, 금방 망할 것처럼 생겼다.



“쓰읍······흐음······먹을 거 뭐 있나 볼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아서 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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