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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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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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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4화

DUMMY

“히잉······.”



설이는 지금 너무 억울했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영희와 단둘이서 하는 즐겁고 평화로운 하루였다. 영희는 확실히 철수와 다르게 친절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하여튼 여러모로 설이에게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따스함과 모든 위험으로 철저하게 지켜주는 영희 덕분에 ‘아! 오늘은 편안히 넘길 수 있겠구나!’ 라고, 즐거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래서 때마침 입이 심심하다며 과자라도 먹고 싶다는 영희를 대신해 기꺼이 홀로 마을로 출발했다.


약간 ‘엄마 나 이제 혼자서 마트 가서 장도 볼 수 있어요!’ 같은 느낌이었고, 실제로 영희는 설이를 굉장히 대견스러워했다.


여기까지. 여기까지는 참 좋았는데. 마을에 들어오자마자 새시대의 인간들이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고, 이윽고 현재. 그녀는 옴짝달싹 못 하게 되었다.


이제야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설 준비를 하는 어리고 소심한 아이에게 지금의 일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누님! 얼굴 펴십시오!”

“맞습니다 누님!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면 우습게 보입니다 누님!”

“맞어 언니! 화장도 좀 세 보이게 하고 그래야지 맨~날 그렇세 순해 보이게 다니면 안 돼~!”

“누님은 그 순한 점이 또 맛도리인데 꼴알못이 또.”

“이 새끼는 누님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라오를 포함한 라오 키즈들을 모두 꺼내둔 설이. 조금 자유 의지를 깨워둔 탓인지 그들 하나하나가 말을 한마디씩 하려고 해서 어지간히 시끄러웠다.


그녀 본인에게 기생 중인 이들을 깨우는 것은 당연히 그리 좋지 않았다. 라오 키즈들처럼 멍청해서 완전히 지배된 아이들이야 상관이 없지만.



“······.”



라오처럼 설이에 비해 월등하게 강하고 자의식도 지나치게 강한 경우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설이를 조금 등진 채 날카롭게 그녀를 흘겨보고 있었다. 위급 상황에 그녀를 지켜줄지도 애매하다.


하지만,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이 상황, 그녀가 직접 조종하는 라오나 라오 키즈로는 그녀 본인을 지키기 어려웠다.



“헉! 헉!”

“아이고, 이쪽으로 오면 곤란한데.”

“누님! 숨 딱 멈추시고! 조용히!”



마을을 누군가가 뛰어간다. 그는 거부한 사람, 혹은 자격 미달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여기서 생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새시대. 원래 어느 길드의 중역이었던 이들이다. 전부 맞는 말은 아니지만, 따지자면 대장들만 잔뜩 모인 상황이었다.


배에 선장만 열 명이고 노 저을 사람이 하나가 없다. 그들도 그것의 심각함을 알고 있었기에, 오늘은 인재 영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평범하게 영입하려고 한다면 잘 될 리가 없다. 어지간하면 이미 소속이 있고, 소속이 없다 하더라도 이미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 그들 아래에 들어와 줄 사람이 많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들이 가진 힘을 사용하기로 한다. 죽기 싫으면 따라라. 너희들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다. 그게 맞다.


설마하니 1층의 탑험가들이 요정들에게 부탁해 입구며 출구를 막아버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기껏해야 세 명이 마을에 있을 뿐이었지만, 평균 30레벨의 탑험가가 셋이라면 1층 마을 정도는 점령할 수 있었다.


요정 경비대가 도움을 준다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들은 세계수의 안쪽에서만 활동하고, 요정들은 원래가 탑험가들 사이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었다.


펑!


그러니 이렇게. 마을을 달리며 도주하던 누군가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죽더라도, 요정은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쯧. 하나하나 면접하려니 더럽게 오래 걸리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라면, 셋 중 하나는 탑험가들이 세계수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수의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합격점을 준 이들에게 벗어나지 못할 저주를 거느라 발이 묶여 ‘면접관’ 이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저거 레벨 몇 정도 될 것 같아?”

“30 중반 정도 되겠다.”

“헤엑~이건 라오 형님도 힘들겠는데?!”

“에이, 그래도 누님 첫 번째 사람인데?”

“표현 그따위로 하지 말아줄래.”

“헉! 죄송합니다 누님!”

“시정하겠습니다 누님! 앞으론 기생 인간이라고 제대로 표현하겠습니다!”



라오 키즈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그녀의 눈은 심장이 뚫린 채 죽어버린 한 탑험가를 향했다.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은 그는 깔끔하게 죽은 덕에 부활을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신체가 결손난 상황이라 상당히 많은 비용이 청구 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그 부위가 심장이니, 부활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부작용을 달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을 테지.


그가 안쓰러웠다. 그가 악인이거나 선인이거나. 이런 곳에서 저렇게도 처참하게 죽어버리는 것은 너무한 일이었다.


설이도 저렇게 될 수도 있었다. 무자비한 인간에게 무가치하게 살해당할 수도 있었고, 그것을 지금의 친구들이 구해주었다.


저 사람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런 친구가 없었다. 그렇기에 죽었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너무 잔인했다.


왜? 조금 더 모두가 모두에게 친절할 수는 없는 걸까? 왜 이렇게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일까? 누군가의 죽음은 슬픈 것 아닌가?


설이의 정신 나간 부모도 죽기 싫어서 설이를 팔아넘기지 않았던가. 그만큼 생명은 소중한 것이고 죽음은 두려운 것이다.



‘······철수 아저씨처럼 강한 것도 아니면서. 다들 착각하고 있는 건가?’



설이가 바라본 철수는, 절대로 죽지 않을 사람, 절대로 꺾이지 않을 사람이었다. 너무 강하고 단단해서 기대면 차갑고 아프지만, 잠깐 등을 대고 쉬어가기에는 좋은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걱정이 안 되고, 어지간한 일이라면 다 해결해줄 것 같은 사람. 다만 애착이 생기지는 않는 사람. 정 붙일 틈을 쉽게 내주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이럴 때 떠올라서 구해주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죽게 내버려 두는 사람은 아니니까.


기왕이면 인수가 구해주는 상상을 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현실적인 설이는 안타깝게도 그런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이.”

“뭐야 이건?”



그리고 여기. 비현실적인 상상을 현실이라고 착각하며 평생을 살아온 인간이 하나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라오.


설이 본인의 몸을 지키기 위해 그의 자의식을 강하게 만들어주었더니 바로 이 꼴이다. 아마 라오 키즈들이 키득거리며 하던 이야기가 심기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저것들이 뭐라고! 감히 나와 비교질을 해?! 내가 누군 줄 알아?!


안타깝게도. 헛된 자존심을 품은 채 죽었던 라오는 아직도 그 속에 헛된 자존심이 남아 있었다. 자신이라면 느와르도 이길 수 있다는 그런 헛된 자존심과 자신감.


반성하고 죽었다면 뭔가 좀 달라졌을까? 아니, 지금은 그런 의문을 품을 때가 아니다. 다음을 걱정해야 한다.



“쟤 왜 저래?”

“라오 형님이 또 한 성깔 하시지 않습니까~괜히 저러는 겁니다 괜히.”

“어우, 이렇게 되고 다시 보니까 좀 추한데?”

“어차피 한 집 한 방에 같이 사는 입장인데, 앞으로는 그냥 라오라고 부를까? 애가 ㅈㄴ 멍청해서 저렇게 죽은 거잖아, 그렇지?”

“아 리얼ㅋㅋㅋ ㅈㄴ 똑똑했으면 우리랑 팁 맺고 다녔어야짘ㅋㅋㅋㅈㄴ 멍청한 새끼ㅋㅋㅋ!”

“근데 이제 저거 어쩐대? 내버려 두나?”

“내버려 두지? 누님 말 안 듣는 새끼 왜 데리고 다님?”

“······.”



설이의 오늘의 목표. 라오 및 라오 키즈를 완전하게 복종시켜라. 그것을 위해 마법에 능숙한 영희와 따로 떨어져서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설이를 마법사로 쓰자니 그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니, 차라리 숙주니, 여왕벌이니 이쪽을 주력으로 삼자는 것이었다.


설이도 본인이 직접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좋았는데, 라오가 저런다. 짜증이 난다. 말을 들어야 할 것 아니야.



“뭐야? 음? 야, 너, 라오냐?”

“보면 모르겠냐? 최연소 탑험가, 최강의 마법사! 내가 바로!”

“야 지랄! 와아 미친놈! 영상으로 볼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야, 너 진짜 죽었구나? 와아~ 느와르가 지랄해도 멀쩡하게 돌아다니니까 살아있는 줄 알았더니!”

“······.”

“와아, 그런데 죽어서도 그 지랄이냐? 최연소는 애새끼야, 학교도 제대로 안 다녀서 사회성 조진 새끼가 뭐 자랑이라고 죽어서도 지랄이네. 녹음기 성대에 박아뒀냐?”

“이, 개새끼가······!”

“최강도 ㅈㄴ 웃기네 미친 새끼! 너 레벨 20대지? 주제에 최강? 지랄을 해라 지랄을.”

“이!!”



머리에 피가 확 몰려 무작정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하는 라오. 안타깝게도 상대에게는 도통 통하질 않고, 그러자 더더욱 마법을 난사한다.


그리고 그런 마법의 난사는 설이를 곤란하게 했다. 지금 저들이 사용하는 마력은 모두 설이에게서 시작된다. 다행히도 설이에게는 인수에게 전해 받은 마력 덩어리인 혈요석이 있어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쓰읍, 그래도. 저거 하나 있으면 앞으로 인재 영입에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한데. 흠. 야, 너 지금 누구한테 조종받고 있는 거냐?”

“닥쳐! 닥치라고!! 내가 그딴 애새끼한테!!”



끓는 점이 극단적으로 낮은 라오가 발광을 하며 싸우기 시작하면, 지금 설이를 숨겨주고 있는 라오 키즈들의 마법은 해제되고 말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저 면접관이 설이를 찾아버릴 것이다.


당장에 라오를 탐내는 저 면접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이를 붙잡아가려 할 테고, 그렇게 되면 일이 여러모로 곤란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방법을 갈구해야 했다. 현재 일어난 이 사태를 해결을 방법을!



“도, 도우미! 세 명?”

“불렀는가, 주인.”

“어떻게 해? 어떻게 해야 해?”

“주인은 라오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으, 으으······다섯 명!”

“라오는 극단적으로 시야가 좁고 그 좁은 시야에 자신의 이상만을 담는 사람이다. 이미 주인에게 낙제점을 준 상황이니 주인의 명령은 절대로 들으려 하지 않을 테지. 자의식을 없애고 조종해라.”

“음, 으으으!! 여덞 명!”

“자의식을 없애는 것은 현 상황에 그리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주인은 라오를 컨트롤하며 저 인간과 싸울 정도의 능력이 없다.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상대의 자비를 바라는 것이 전부일테지.”

“?!”



앞서 했던 말과 지금의 말이 상반된다. 그렇다면 더 많은 뇌를 깨우면 또 다른 선택지가 만들어진다는 건가?



“여, 열 명?”

“라오를 복종시켜야 한다. 우리에겐 라오 키즈를 포함한 총 12개의 총구가 있지만, 라오가 저렇게 난동을 부려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걸!”

“나를 깨워라.”

“?!”

“나를 모두 깨워라. 24개의 뇌를 모두 깨워라. 그렇다면 장담하건대, 라오를 복종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지. 나쁜 일은 아니다. 너에게 여차할 때 쓸 수 있는 수가 하나 생기는 것이니까.”

“우, 웃기지 마! 내 몸을 빼앗으려고! 철수 아저씨가 그랬어! 열 개 이상의 뇌를 깨우면, 내, 내가 죽을 거라고.”

“그건 거의 거짓에 가까운 말이다. 너는 죽지 않는다. 너의 인격이 죽을 수는 있을 테지만, 나는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없다.”

“거짓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곳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이미 너의 위치는 들통났으니까.”

“!”



정말이었다. 면접관이 라오는 뒷전으로 하고 똑바로 설이를 바라본 채 걸어오고 있었다. 라오의 그 모든 화려한 마법들이 가렵지도 않다는 듯이 태연하게 무시하며 다가오고 있다.


결정해야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결단을 내릴 것인가.



“그럼, 그럼 나랑 약속해!”

“말하라.”

“내 몸을 빼앗지 마! 저 사람을 죽이면 다시 돌려줘! 멀쩡하게! 알았어?”

“그러지.”

“······저, 정말로?”

“그래. 내 영혼에 걸고 맹세하지.”

“너 죽었잖아!”

“시간이 없다.”

“으, 으으! 2, 24명!”



깨어난다. 18층의 보스 몬스터의 뇌가 무려 24개나. 정말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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