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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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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5.09 20: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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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7
추천수 :
63
글자수 :
548,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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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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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5화

DUMMY

“잡았다.”



새시대의 한 사람. 현재 면접관을 자처하고 있는 한 남자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설이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누가 봐도 설이가 라오를 조종하는 주체였다. 설이를 데려가면 라오를 간판으로 내걸 수도 있겠구나. 최근 평판이 갑자기 좋아진 참이니 딱이다.


설령 진실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그냥 버리면 그뿐이고, 어차피 이미 죽은 놈이니 계속 도구로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여러모로 형편 좋은 상황이었다. 그냥 적당히 굴릴 애들이나 구하려고 했더니 의외의 당첨을 뽑았다.


이제, 설이를 데려가면 되는데.



“그것 알고 있나. 뛰어난 마법사의 몸에는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걸.”

“?”



알고 있었다. 뛰어난 마법사라면 상대가 마법을 쓰기 어렵게 자신에게 근접했을 때의 상황마저도 대비를 해두었을 테니까.


그런데? 그래봤자 아닌가? 1층에 있는 놈들이 뭐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날 것이라고. 라오 수준쯤은 될까?



“착각하고 있군. 미리 대비하기 때문이 아니다.”

“!”

“생각을 읽힌 것 같아 당황스러운가? 어수룩하긴.”



꽈악.


여전히 축 처진 채인 설이가 도저히 위협이 안 될 것 같은 느릿한 속도로 남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어지간하면 붙잡지 못하게 피했을 텐데,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남자는 무언가 정신 차려 보니 붙잡혀 있었다. 라고 느꼈다.


그리고 직후 느껴지는 것은 속이 뒤집어지는 듯한 불쾌감과 어지러움. 몸의 안쪽에서부터 무언가가 터져 나오려는 듯한 감각까지 느껴진다.



“마음 같아선 내가 무얼 했는지 설명해주고 싶군.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야. 넌 명백한 강자니까. 알고 있다. 순수한 내 힘으로는 절대로 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무슨, 짓을!”



상대가 가진 마력에 간섭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척 무기로 싸우는 듯한 상대방이니 분명히 상당한 수준의 마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고, 거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 간섭은 더 불쾌하고 이질적일 것이다.


다만, 이것이 치명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상대는 곧 적응해서 설이의, 아니 해골의 마력 간섭에서 벗어날 것이다. 해골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필요한 것은 시간. 설이의 몸을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라오 키즈와 라오를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라오와 라오 키즈를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본인의 것을 제외한 총 11개의 두뇌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의 설이의 사용법이 여러 개의 컴퓨터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라면, 지금 해골이 하려는 것은 그 여러 개의 컴퓨터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었다.


무려 11개의 두뇌. 그 대부분이 마법과 관련된 재능을 가진 두뇌였다.



“후우, 그래. 뭔지 이해했어. 대단하네!”

“흠.”



생각보다 더 빨리 마력 간섭에 적응하고 손을 쳐낸다. 그 단순한 동작에 설이의 손목이 박살이 나 고깃덩어리가 되어 땅바닥에 뿌려진다.


고통은 없다. 그저 빌린 몸이니까. 하지만 상처가 많아진다면 해골에게도 좋을 것은 없다. 빠르게 대응하자.



“곱게 데려가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일단 잠깐 기절해 있어.”

“거절하지.”

“참 나. 지가 거절하면 뭐가 달라질 줄 아나?”



손을 가볍게 드는 남자. 이상한 저항감이 느껴진다.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기이함이 있었다.


이번엔 또 뭐지? 의아해하는 순간 명치에 둔탁한 충격이 덮쳐온다.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를 충격에 일단은 뒤로 물러나는 그이지만, 그 이동에도 묘한 저항감은 여전했다.


해골이 품에서 혈요석을 꺼내 깨트리자 허공인데도 마치 물에 녹아들듯이 퍼지더니 사라진 손에 모여 새로운 손의 모습이 되는 것도, 이상하게도 시야가 우글우글하는 듯한 이 감각도.



“뭐야 이게? 이런 게 가능한 거였어?”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발상은 그리 현명하지 못하군.”

“지랄! 그럼 뭐, 겨우 너 따위가 이렇게 넓은 범위의 마력에 간섭해서 밀도를 높이는 이게, 뭐, 가능하단 거야?”

“바로 알아차리다니 대단하군. 대견함에 대답하자면. 가능하다. 실제로 해냈지. 알아봐 주어 고맙군.”



마법이란 체내의 마력으로 세상의 마력을 집중시켜 현상으로 이루어내는 것. 그런 과정을 도중에 멈추면 체내의 마력에 반응해 모였던 마력만이 허공에 남아 근처 마력의 밀도가 높아지게 된다.


물을 마시기 위해 컵에 물을 따랐지만 마시지 않고 땅에 뿌리는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비유대로, 원래라면 그런 짓을 한다고 해서 행동에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머리가 많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이리도 많은데. 너는 왜 그러지 못했는지. 똑같이 마법사로 분류되는 것이 치욕스럽다.”

“쯧, 짜증 나는 짓을!”



손을 몇 번 까딱이는 것으로 허공에 보이지 않는 투척 무기를 수십 개를 만들어내는 남자. 평소라면 절대 눈에 보이지 않았을 그것들이 지금은 높아진 마력의 밀도 탓인지 그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이고 있었다.


상관없다. 이대로 투척 무기를 던져 팔이든 다리든 맞추면 된다. 육체의 고통은 머리를 굳게 만든다. 굳은 뇌로는 뭘 하고 싶어도 못 할 것이다.


이윽고 이어지는 공격들. 높은 마력 밀도 탓에 원하는 대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래. 계속해서 문제 될 것은 전혀 없다.



“언제나 오만이 방심을, 방심이 빈틈을, 빈틈이 죽음을 부르지.”

“!”



마주하는 해골의 뒤로 그가 만들어낸 것보다 더 많은 무기가 만들어진다. 어째서? 어떻게? 이해하려 하지만 이해보다 더 빠른 공격이 날아온다.


한 박자 늦게 대처하는 남자. 아무리 그래도 숙련도 자체는 그가 더 앞서 있는 것인지 곧장 당하지는 않았지만.


퍽!!


상처가 생겼다. 오른쪽 팔뚝에 둥글게 뜯겨나간 자국.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레벨의 차이가 꽤 날 텐데? 아무리 상대가 본인의 기술을 따라 한다고 하더라도 수준의 차이라는 것이 있는데!



“좋군. 숙주의 재능을 가진 너의 몸은 정말 뛰어나. 박인수 그자의 무한의 마력을 빌려올 수도 있다니. 넌 이런 이용 방법은 떠올리지도 못하겠지.”



시종일관 딱딱하게 굳어 있던 설이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체내에 미처 다 받아들이지 못한 마력은 푸른 불꽃이 되어 몸을 감싸고, 아니, 그것으로도 모자란 듯 마치 아우라처럼 그의 주위를 가득 메워가며 세상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죽은 푸른 마법사. 해골이 보스 몬스터로 그렇게 불렸던 이유. 그의 주변엔 언제나 마력이 맴돌아 푸르고 또 푸르다. 그 무엇보다 마력을 다루는 것에 뛰어났던 그였기에 붙여졌던 이름.


다시 시작이다. 이 몸으로. 무한의 마력에 손을 뻗을 수 있는 이 몸으로 푸른 마법사의 이름은 새롭게 쓰일 것이다.



“난 알고 있다. 레벨이라는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는 강함을. 그런 것이 이미 존재한다면 나도 또한 가능할 것이다. 레벨은, 절대가 아니니까.”

“······좀, 나대네?”



상처 부위에 손을 대고 있다가 때면, 이미 상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상관없다. 이미 승기를 잡았다. 적의 기술은 파악했다. 더 이상 해골에게 통하지 않는다!


잠깐, 상관없다? 바로 방금 그런 생각을 가지다 당한 사람이 한 명 있는데? 뭐라고 했더라? 오만이 방심을 만들고 방심이 빈틈을 만들고, 빈틈이 죽음을 부른다?


서걱!


보이지 않는 검을 손에 든 남자에 의해 설이의 두 다리가 무릎 아래로 잘려 나간다. 아직 괜찮다. 다리가 없다면 부유한 채로 있으면 된다. 마력은 차고 넘친다. 문제 될 것은 없다.


퍼펑!


그러나, 다음은 해골이 예상하지 못했다. 그 잠깐의 틈을 이용해 남자가 라오와 라오 키즈의 머리를 터트려 버린 것이다.


어라?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수많은 두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 다시 불가능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불가능이란 불가능한 것이 있다는 사실, 이라는 신념이 깨어지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인정하지. 꽤 강하네. 레벨이 어쩌고 하던데. 그 말도 맞는 말이야. 저레벨이라고 하더라도 여럿이 뭉치면 고레벨을 쓰러뜨릴 수도 있지. 그래서. 넌 이제 몇이나 남았지?”

“!”

“뭐라고 말해줄까. 오만했다고 말해줄까? 내가 라오를 필요로 하니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 아니면 갑자기 멍청하게 침 질질 흘리는 저것들과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너의 관계가 무엇일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생각이 그렇게 짧으니 어째? 네 말대로. 세상에 불가능한 것이 어디에 있다고. 그렇잖아?”

“······.”

“이질감이 사라졌군. 역시. 뒤의 저것들을 이용해서 마력의 밀도를 올리고 있었구나? 훤히 다 보인다, 다 보여.”

“확, 실히. 강하군······.”

“그러는 너는 확실히 약하네. 마력을 이용한 회복이나 재생을 잘 못 하는 건가? 30층 이상에선 필수적인 스킬인데. 힐러가 회복하는 게 효율이 훨씬 좋긴 하다만. 세상일이 꼭 마음처럼 흘러가진 않으니까 말이야.”

“······.”

“잘 기억해둬라 애송아. 너보다 레벨이 높다는 말은, 너보다 훨씬 더 많은 지옥을 건너왔음을 의미하는 거야.”

“······.”

“되도 않는 수준으로 잘난 척은.”



별수 없지 뭐. 하지만 좋은 기회였다. 오늘의 해골은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비록 설이의 몸은 죽게 되겠지만, 그가 죽는 것은 아니다.


아니지, 정 뭣하면 이대로 자폭을 선택해서 눈앞의 남자와 동귀어진하고 남은 시체를 그가 가로챈다는 방법도 있다.


그래, 그게 좋겠다. 상대의 육체는 무려 30레벨의 뛰어난 육체. 얻을 수 있다면 당연히 설이의 육체보다 월등하게 좋을 것이다.


다만 하나 아쉬움이 있다면 인수의 무한의 마력에 닿을 수 없게 되는 것일 테지만, 지금 당장 설이가 죽게 생긴 와중에 그런 것에 목매달 이유도 없을 것이다.


애초에 어지간해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이만큼 버틴 것만 하더라도 충분한 성과였다. 앞으로 어떤 경지를 추구하면 좋을까, 에 대한 대답으로도 훌륭했다.


설이의 죽음은, 뭐 별로 안타깝지도 않다. 죽을 인간이 죽었을 뿐이다. 나약한 인간이 탑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머나~”

“!”



아, 오고야 말았다. 이 육체를 가지게 되었을 때 얻게 될 가장 큰 불이익. 철수와 영희라는 이해 불가능한 영역에 놓인 두 인물.


이렇게 되면 차라리 이 자리에서 설이의 육체를 파괴하게 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멀쩡한 정신으로 마주한 두 사람은 확실히, 적으로 돌려선 안 되는 괴물이 분명했다.



“저 쓰레기가.”

“야.”



다만, 해골이 하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면, 철수의 반응이었다.


당연히 영희가 화를 내고 뭔가 하려들 줄 알았다. 마법은 영희의 영역이고 철수는 비교적 덤덤한 인간이니까. 설이가 죽어도 부활시키면 된다는 입장일 것일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마주하니, 영희가 철수의 반응에 더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고, 철수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결해.”

“뭐?”

“지금 이 상황. 네가 해결하라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난 이제 자폭할 거다. 아니, 너희들이 뭔가 하려 한다면 바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 이 아이를 살리고 싶다면 지금 나를.”

“곱게 죽고 싶지 않아?”

“?”

“살아서. 내 곁에서. 내 분노를. 아주 오랜 시간 마주하고 싶다면. 더 떠들어 봐.”

“······.”



철수의 분노. 감정이 거세된 것 같은 인간이 말하는 분노란 것은, 사실 별 볼 일 없는 것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주르륵.


흐르는 식은땀은 그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두렵다. 너무나도 두렵다. 조용하던, 그저 커다란 산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그저 터지지 않은 화산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지금 그 화산이 터지려 하고 있었다.



“뭐 해? 뛰어.”



좋아! 다시 시작하자! 힘내서 적을 쓰러뜨리자! 최선을!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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