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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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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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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DUMMY

“느와르의 스왐프와 센 놈들만 모인 새시대. 생각보다 그늘 아래에는 다른 조직 같은 것들도 많을 것 같고.”



늦은 밤. 집에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철수의 집에 다 같이 모이게 된 일행들. 어찌 된 일인지 카나도 있었지만 딱히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세상 무섭다.”

“그러게? 어떻게 지금까지 현상 유지가 됐담?”

“힘이지. 이번 기회에 그 힘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니까 다들 난동을 부리는 거고.”

“흠. 확실히. 거대 길드가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 것 같기는 해.”



그래도 결국 뒤처리나 문제의 해결은 거대 길드들이 앞장서서 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들에게는 거대 길드가 해결했다! 라는 결과가 아니라 거대 길드가 사전에 막지 못했다! 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에이~설마 내가 걸리겠어? 안 들키면 된다는 거 아니야! 라는, 어수룩하고 짧은 생각으로 일을 저지르는 이들이 우후죽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가지 문제라면 거대 길드의 영향력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정말로 나라 하나를 통째로 뒤덮을 정도는 아니란 것이다.


결국 각 지역은 여러 다른 길드나 조직의 영향 아래에 놓일 수도 있을 테고 한 나라의 안에 여러 세력이 알력 다툼을 하는 모습이 되겠지.


하다못해 탑의 출입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미 스왐프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



“나가기 싫어진다.”

“형은 이제 안 나가는 게 맞아.”

“왜. 아직도 나 노리는 놈들이 있냐?”

“늘었지. 영상 많이 올라왔더라. 형이 무슨 탑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거대 길드를 뒤에서 아우르면서 세상의 모든 돈과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던데?”

“그걸 믿는 놈들이 있어?”

“형 숨겨둔 힘 같은 거 없어? 진짜로?”

“여기에 있네 미친놈. 볼 때마다 새롭다 철수야.”

“언젠 안 그랬던 것처럼 그런다.”

“맞아. 아유~그런데 우리 인수 어떡해? 이제 가족들이랑 만나기도 어렵겠다~”

“쓰읍······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별수 없는 거지?”

“그렇지. 아, 그런데. 거기서 말이야.”



철수와 인수가 식탁에 앉아 떠드는 동안 철수의 뒤에서 쭈뼛쭈뼛 서서 눈치만 보던 카나의 팔을 확 잡아 끌어 온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 무슨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일이 일어나는 거지! 잔뜩 긴장한 카나.


인수도 그제야 카나의 존재를 완전히 인식한다. 저 사람은 왜 우리를 따라온 걸까? 의아하기도 했지만, 철수의 지인으로 보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거니 생각해 자잘한 의문은 대충 넘긴다.


카나가 알게 된다면 상당히 억울한 오해지만, 아마 카나도 인수에게 비슷한 오해를 품고 있을 테니 대충 넘어가 줄 것이다.



“탑과 바깥을 연결하는 기기를 만들어볼까 해.”

“어? 할 수 있어?”

“오늘 비슷한 거 하나 고쳐봤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

“······어?! 그게 무슨 말이니?!”

“응. 항상 생각했었어. 왜 고층에서는 실시간 방송이 안 되는 것일까. 만약 가능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탑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더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 편집 영상도 좋지만 풀 영상도 좋단 말이지.”

“아 그쪽.”

“뭐 어쨌거나. 이 문제를 해결하면 형이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가족들이랑 연락 정도는 할 수 있게 될 거 아니야. 그렇지?”

“그렇, 지?”

“형이 뭐 애인이라도 있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봤을 테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고.”

“야.”

“왜. 있어? 있으면 이렇게 살면 안 될 텐데.”

“······미친놈이 맞는 말을······.”



고층에서도 실시간으로 방송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기를 만든다고? 혁명 아닌가? 그야 물론! 카나는 고층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별 의미는 없겠지만 그런 기술력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여러 다른 기기의 파생을 의미한다.


바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1층이 아닌 곳에서도 실시간으로 방송이 가능하고 바깥과 통화도 가능하다니.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대뜸 실종되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고, 거대 길드의 탑 안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단기간에 뚝딱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당연히. 당연히! 철수라도 그런 건 무리다. 애초에 철수는 위대하고 대단한 천재 발명가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공부하고 연구한 탓에 어지간한 범위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을 뿐.



“그러기 위해서 우린, 스왐프의 기술력이 필요해.”

“······아하! 맞네! 스왐프 그것들은 이미 탑의 입구 말고도 다른 방향으로 탑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

“그렇지. 그 방법을 알게 되면 영상이나 소리 따위를 탑의 어디에서라도 내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확신은 아니지만.”

“어, 저기, 그런데. 그 정도라면 이미 거대 길드가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럴 수도 있긴 한데. 기술을 그냥 넘겨주진 않을 거 아니야. 소문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명백하게 관련 기술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스왐프 놈들에게서 강제로 뺏어오는 거지.”



기술을 훔친다. 이 문장만 들어본다면 철수 일행이 쓰레기처럼 느껴진다. 누군가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낸 기술을 그냥 홀랑 가져갈 생각을 한다니.


인류의 사회를 위협하는 반인도적 사이코패스 테러리스트 집단에게서 기술을 가져와 사회에 전파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 좋은데. 이젠 방법이 문제가 된다. 어떻게? 그거 어떻게 할 건데?



“······.”

“뭐, 왜 쳐다봐.”

“너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구나?”

“아하하! 젊어서부터 그러긴 했지~!”

“하지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발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자부해. 그러니까 형. 부탁 좀.”

“뭐?”

“뭐 그럴듯한 계획 없어?”

“너 나한테 뭐 맡겨뒀냐?”

“맡겨줄까?”

“꺼져.”



이 자식이 기어이 나를 이렇게 이용하는구나. 라는, 불만과 짜증도 잠시. 인수는 곧바로 계획이랄 것이 있을까 고민해 본다.


철수와 영희도 이번 일에서만큼은 적극적인 도움을 줄 테니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인수 본인이나 설이나······.



“아, 그런데, 그, 혹시 이름이······?”

“아, 네. 안녕하세요, 저~카나, 입니다.”

“아······박인수입니다. 그, 어쩐 일로?”



뒤늦은 인사와 자기소개. 참 틈을 찾기 어려웠던 그 시간이 이제야 찾아왔다.


이후 카나가 자신이 겪었던 일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강의 사태를 이해하게 된 인수. 그는 그 순간에 바로 카나가 철수나 영희를 통해 무언가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본인도 철수나 영희에게서 바라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된 인수는, 어지간해서는 도와주겠구나! 를, 깨닫고.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려 본다.


하지만 바로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계획의 처음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철수는 그 계획을 곧장 실행하려 할 것이다.


계획을 다듬는다거나,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지 알아볼 생각 따위는 전혀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다. 0층에서 나태와 지루에 사로잡히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그의 방식이었다.



‘방송을 켜서 느와르를 도발하는 게, 일단 좋을 것 같긴 한데.’



느와르는 본인의 빌런이라는 역할에 심취해 있는 중년이다.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아직도 제대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어영부영 살아남은 50대 중년.


그는 본인이 빌런으로 인식되길 원하고 있다. 그것도 멋진 빌런으로. 여유가 있고, 박력도 있고! 매력도 있고! 힘도 있고! 영향력도 있고!


빌런이라는 점만 뺀다면 그가 탑에서 쫓아낸 전 대통령과 정확히 같은 것을 꿈꾸고 있었지만, 그걸 위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는 몰랐다.


애초에 사람이 깊지 않은 사람이었다. 남이 하는 것이 좋아 보이니 그저 겉핡기 느낌으로 따라가는, 그저 허세만이 가득한 인물.


그런 허세 가득한 인물에게 탑은 그에 어울리는 힘을 주어버렸지만, 오히려 그는 자신의 그 힘을 무서워하는 것인지 제대로 활용은 못 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의 스왐프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사회의 모습은 진즉에 달라졌어야 맞았다. 이쯤 되면 의외로 스왐프, 그러니까 느와르는 거대 길드와 손을 잡고 필요악을 연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물론,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아직도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뭘 해야겠다 생각이 들어도 그 과정을 생각하면 겁을 먹게 되어서 움츠러드는 중년일 뿐이다.


라오를 내치던 그 모습조차도, 본인이 극복할 수 있다! 라는 생각보다 본인이 받게 될 피해를 먼저 생각해 나오게 된 상황이니까.



‘쯧, 그런데 이게 또, 철수한테 된통 당한 탓에 어지간한 도발로는 꿈쩍도 안 할 것 같은데.’



어쩌면 느와르는 이제 완전히 철수나 인수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리려고 할지도 모른다. 본인이 보내야 할 관심과 폭력은 새시대가 알아서 할 테니까.


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왐프의 기술인데, 무슨 짓을 해도 새시대의 이목만 끌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럼, 차라리. 새시대를 도발해?’



새시대는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오만과 탐욕의 집합체 같은 녀석들이다. 가벼운 도발에도 걸려들 것이 분명했다. 느와르와 달리 아직 인수를 무시하고 있을 테니까.


중요한 것은 새시대를 언급함과 동시에 스왐프를 언급해 느와르의 자존심을 긁는 것이다. 참지 못한 느와르가 무엇이라도 움직임을 취하게끔.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스왐프를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일이다.



“······.”

“왜 그렇게 봐?”

“철수야. 내 생각에 넌 진짜 눈치는 있는데 눈치를 안 보는 애 거든?”

“그래서?”

“이번에 그 성향 한 번 제대로 보여주자.”

“그래.”



인수가 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발언들. 스왐프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많은 사람과 조직이 속해 있는 거대한 단체다. 함부로 떠들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릴지도 모를 일.


하지만 철수는 전혀 달랐다. 저 인간을 누가 통제할 수 있을까? 해를 끼칠 수는 있을까? 되는대로 떠들어도 그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인간인데.



“스왐프를 도발해서 사람이 오면 붙잡아서 기술에 대해 불게 하려고?”

“그렇지. 단순하긴 하지만 이걸 하는 사람이 철수 너라서 가능한 일이야.”

“그런가?”

“에이, 그런데 그것도 뭐 사람들이 좀 봐주는 방송에서 해야 의미가 있지. 바로 방송 켜서 그런 말 하면 누가 봐줘요?”

“카나 씨 방송에서 할 건데요?”

“······예? 왜요!”

“괜찮겠다~! 카나 너 철수 덕분에 시청자 잔뜩 끌어모았다면서? 다음 방송에서 그 시청자들한테 말하자! 이슈가 커지면 커질수록 새시대든 스왐프든 반응이 쉽게 오겠지!”

“아니, 야! 내 방송 인생 쫑낼 일 있어?!”

“왜?”

“왜냐니! 그런, 뭔가, 그! 폭력성을 조장하는 그런 방송은 지양해야 한단 말이야! 가뜩이나 몬스터랑 싸우는 것도 검열 들어가는 마당에! 사람들이랑 싸우려고 시비 거는 영상이 버젓이 나와 봐!”

“······흠. 그럼, 이렇게 해볼까요?”



과연, 철수가 아닌 인수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은 어떤 모습일까. 조금은 더 평화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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