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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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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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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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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DUMMY

“핫!”



귀에 이명을 남기는 시끄러운 총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린 철수 어깨 위의 그녀는 카나라는 이름의 인터넷 방송인.


멍한 눈과 머리, 퉁퉁 부어서 잘 깜빡여지지도 않는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것들은, 다소 이상한 것들이었다.


주변의 인물들은, 대체로 아는 사람들이었다. 매니저나 스텝으로 방송을 도와주던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팬미팅 때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팬들.


그런 사람들이 지금, 다들 한 손에 하나씩 무기를 들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일어났어?”

“······?”

“만나서 반가워. 나는 김철수라고 해. 카나, 라고 하는 것 같던데. 방송하는 사람 맞지? 냐루냥 알아?”

“???”



가려진 시야 너머에서 들려오는 침착하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 카나의 머리에는 순간, 지하감옥에 찾아와 대뜸 자신을 기절시켰던 남자, 철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촬영을 도와주던 사람도 아니고, 방송의 매니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는 얼굴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아니라 다른 탑험가를 도우러 왔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철수는 다른 탑험가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들리지도 않는 듯 깔끔하게 무시하며 정확하게 자신에게 다가와 대뜸 기절시켰다.


납치라도 당하는 건가 싶었더니 이젠 또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이건 뭘까?



“······.”



다시 한번 주변을 살펴본다. 아는 얼굴들은 무기를 들고 있고, 철수는 납치하려는 것인지 구출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드디어 일어났구나?]



그런 그녀의 혼란 속에 그녀와 계약했던 정령이 말을 걸어온다. 그녀의 방송이 커지게 된 계기가 바로 그녀가 보기 드문 정령술사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수련 따위로 얻을 수 있는 재능과는 다르게 정말로 태생적으로 타고난 체질이어야 얻을 수 있는 재능이니까.



“잠깐, 내가 먼저 말을 걸었잖아. 새치기 하지 마.”

[카나는 나랑 더 친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먼저야!]

“······그런 건가?”



그런 재능이 있어야 가능한 정령과의 대화를 철수는 너무 자연스럽게 해냈다.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는 것처럼.


세상에! 그렇다면 철수도 정령술사?! 주변에 동류의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던 탓에 언제나 조금의 쓸쓸함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마침 정령도 철수를 나쁘게 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철수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뜸 냐루냥을 묻는 걸 보면 눈치 없는 인간인 것 같기는 하지만.



“여, 여러분······이분은, 나쁜 분이 아니에요······!”

“그래. 설명 좀 해줘.”

“······.”



그런데,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붙잡혀 있던 그녀가 철수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구출된 탓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녀가 아직 살아있어서 당황하는 듯한 분위기다.



“쯧.”



고요한 정적 속에 찾아온 혀를 차는 소리는, 너무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말없이 겨눠지는 무기들.


설마설마. 구출이 늦어졌던 것이 아니라 애초에 구해줄 생각이 없었던 건가? 그랬던 건가? 하지만 왜? 그럴 이유가 있나? 어떤 이유로 그녀를 감옥에 가둬둔 것일까? 죽이려고 했나? 어째서?


아니 그렇다면, 지금까지 방송을 도와준 이유가 이때를 위한 것인가? 이것 하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수고를 들인다고?



“방송 방해가 그렇게 죄질이 무거운 죄였던 건가.”

“?!”

“흠. 그래도 냐루냥 친구들일 것 같아서 죽이고 싶진 않은데.”



방송하는 사람 = 냐루냥이랑 아는 사람. 이라는, 다소 어르신들 사고방식 같은 무언가를 가진 철수가 품속에서 지휘봉처럼 보이는 은색의 막대기를 꺼냈다.


적당히 두껍고 적당히 길쭉한 막대기를 손에 든 철수는 그러고도 한참을 고민하는 듯 막대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걸로 치면 죽으려나.”

“죽어!!”

“대답 고마워. 역시 그렇구나. 그렇지만 이것보다 말랑말랑한 건 없는데. 쯧. 살살하기 어려운데.”



퍽!


철수의 어깨 위에 얹혀 있던 카나의 시야가 휙 바뀌더니 뼈가 박살이 나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왔다.


직후에 풀 위로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와 끔찍한 비명까지. 차라리 지금은 눈이 부어 앞이 잘 안 보이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아아아! 흐악! 파, 팔이! 팔이!!!”

“미안해. 지금은 이것보다 말랑한 건 가지고 있지 않거든.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니잖아. 알아서 잘 회복해.”



마치 힘 조절이 어렵다는 듯이 말하는 철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녀를 기절할 때의 그 기적 같은 절묘한 힘 조절을 생각한다면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 같았다.


때마침, 그녀와 계약했던 정령도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인지 입을 때기 어려워진 그녀를 대신해 질문을 했고.



“무기 든 놈 상대로는 아무래도 힘이 들어가서. 나 죽이려는 것들 상대로 살살 하는 건 미친 짓이잖아. 알아들었으면 적당히 설쳐.”

“······세상에······.”



덤비면 죽일 겁니다. 항복하세요. 를 설렁설렁 말하면 지금의 철수처럼 말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곳은 1층. 기껏해야 1층이다. 상대는 철수의 강함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에 싸움, 아니 일방적인 폭력이 시작되었다.


딱! 퍽! 짧은소리들이 들릴 때마다 사람들의 뼈며 근육이며, 가죽까지 박살이 나고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온다.


게다가 도망가려는 사람들은 뒤에서 다가가 다리를 밟아 으스러뜨려 도망치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리니, 철수가 느끼는 큰 상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건데. 얘네들, 그냥 나쁜 놈들인 거야?”

[그걸 왜 이제야 아는 거야?]

“방송하는 사람들 아니었어?”



맞긴 맞는데, 아니 하지만 당장의 상황을 생각하면 저렇게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몸의 일부분이 박살이 나서 울먹이며 신음소리를 흘리는 사람들 사이에 그녀를 내려두고 그녀의 정수리에 생명수를 부어 그녀를 회복하는 철수.


그 귀하다는 생명수를 이렇게 아낌없이 쏟으며 자신을 도와주는 철수에게 이젠 공포마저 느끼며 카나는 겁을 먹어 잔뜩 움츠러든 채로 철수를 바라본다.



“그렇구나. 그럼, 너는 이 사람들에게 납치되어서 그곳에 있었던 건가?”

“아, 그······.”



방송을 위해 오크들의 무리에 섞여 들어갔다. 수요가 있는 것인가 싶지만, 종종 오크의 재능이라는 기이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했고, 탑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영상은 언제나 인기가 많았다.


어쨌거나 한참을 잠입 취재를 하던 도중, 그녀는 오크 무리를 별다른 이유 없이 습격한 탑험가 무리를 마주하게 된다.


함께 감옥에 갇히게 되어 들은 것으론, 원래 그녀의 영상을 자주 챙겨보던 애청자였고, 그녀를 보고 싶어 달려온 것이라고, 는 하지만. 아마도 오크로 변해 있는 그녀를 죽이기 위해 찾아왔다가 예상외의 오크들의 힘에 당한 것이겠지.


어쨌거나 탑험가들이 사로잡혀 감옥에 갇혀 있어도 딱히 구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하필이면 이때, 방송에 탑험가들을 구해주자는 미션이 걸렸고, 꽤 큰 돈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감옥으로 달려갔다.


나름 들키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하필이면 감옥의 문에 손을 대는 순간 변신이 풀렸고, 하필이면 그때 오크들이 감옥에 순찰을 온 탓에 붙잡혀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이후, 구출이 올 것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녀를 구해주러 오는 사람들은 없었다.



“아마도, 그때 저를 감옥에 가두기 위해서 감옥 철창에 수를 써둔 것이겠죠. 변신이 풀리게끔.”

“그렇구나. 방송하고 있었다며? 그럼 방송으로 네 위기를 알아챈 사람도 있었을 텐데?”

“방송용 카메라도 망가지는 바람에······.”

“흠. 그래. 그래서, 저것들은 왜 널 죽이려고 한 거야? 아, 잠깐. 혹시 스너프 필름과 관련이 있는 건가?”

“?! 그,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아마, 제 육체가 목적이었을 거예요.”

“스너프도 그게 목적일 텐데.”

“아니요. 저기, 장기매매요.”

“아아.”

“······정령술사의 육체를 이용하면,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미신이 있어서.”

“그거 미신 아니야. 가능해.”

“?!”

“그렇구나. 그럼 저것들 순 나쁜 놈들이었네. 그래.”



철수가 갑자기 아래를 내려보더니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선택을 내려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평소라면 영희가 ‘뭐야! 뭐 그런 애들이 다 있어?! 혼내주자!’ 라고 말했을 것이고, 인수가 ‘장기매매까지 있어? 그리고 그게 가능해? 알면 알수록 정떨어진다 탑의 사회.’ 라고 했을 것이고 설이가 속으로 그마저도 조심스럽게 ‘그럼, 마법사의 육체를 이식한 나는······’ 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이곳에는 없다. 셋 다 없다. 다른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넣어 도움을 구해볼까? 싶었지만.



[지금 번호는 연락이 되지 않아······]



다들 바쁜 인생을 사는 것인지 누구 하나 제대로 연결이 되는 경우가 없었다. 조금은, 시무룩해지는 철수였다.


그러다 문득, 카나가 눈에 들어왔다.



“방송 켜.”

“네?”

“방송 켜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이것들을 죽일지 살릴지.”

“?! 왜, 왜 그런 짓을 해요?!”

“아, 그냥 죽여도 돼? 그렇게 할까?”

“죽이지 마세요!”

“왜?”

“살인이잖아요! 무슨! 무슨 죽이자는 말을 그렇게 상큼하게 해요?!”

“? 너 몬스터 죽인 적 없어?”

“?!!! 사람은 몬스터가 아니에요! 그, 그리고! 카메라 부서졌다니까요?!”

“아 참. 흠. 이게 원래 정상인가. 형이 너무 적응이 빨랐던 건가? 알았어.”



손가락을 까닥이는 것으로 맨땅에 깊은 구멍을 여러 개 만들어낸 철수가 쓰러져 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그 구멍에 넣은 뒤에 구멍을 메꿔 묻어버린다.


얼굴만 간신히 땅 밖으로 드러난 그들은,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몬스터들이 찾아와 죽지 않을까.


이것도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카나는 차마 그런 말은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그녀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인데, 곱게 봐줄 이유가 없었다.


어디 경찰이라던가, 불러 잡아넣을 수 있다면 좋을 테지만, 당장은 그런 것도 힘들고, 그녀의 몸 하나 간수하는 것도 간절한 지금이다.



“고, 고맙, 습니다. 생명수, 굉장히 귀하다고 들었는데.”

“괜찮아. 많아.”

“아······.”

“너 방송하는 사람 맞지?”

“아, 네.”

“너도 버추얼이야?”

“아니요? 아, 그, 저, 인터넷에~카나라고 치시면, 저 나와요······. 막, 그렇게, 유명한 건 아니긴 한데.”

“냐루냥 알아?”

“알기는, 알죠······지금 인방하면서 냐루냥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렇구나.”



나름 오랜 시간 알아 왔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충격에 혼란스러워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데 그런 카나는 신경도 안 쓰고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철수.


방금 땅에 묻힌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라고 분명히 설명을 했고 표정으로도 전력을 다해 ‘나 상처받았어······.’ 라고 외치고 있는데도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죄송한데, 제가 지금 그런 대화를 할 기분이 아니라서요.”

“알았어······정령술사는 어떻게 훈련해?”

“아니요! 대화 주제 문제가 아니라요!”

“그래?”



정말, 어지간히도 이상한 사람에게 걸렸구나. 그녀는 철수보다는 빠르게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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