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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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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24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1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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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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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떠도는 영혼 (1)

DUMMY

영혼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단순한 군중심리였다.


“결정되면 저한테 맡기십시오.”


모두를 한마디 말로 제압했다.

침묵이 대강당을 에워쌌다.

대한이 밖으로 걸어갔다.

대강당 밖.

강 회장이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영혼을 잘 다루더군.”

“조 대표님께는 도움이 됐겠죠.”

“만장일치의 노림수가 뭔가?”

“시간벌기죠.”

“하핫. 역시.”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러게. 다음에 보세.”


강 회장한테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불쌍했다.

미로에 갇힌 새하얀 생쥐들.

출구가 있기는 있을까?


“오, 대한 군.”


기대치 전무였다.

하필이면 마주칠 게 뭐람.

그는 권위만 잔뜩 내세우는 상사였다.


“여긴 어쩐 일이지?”

“회사 지리를 익히는 중입니다.”

“연구실엔 가봤나?”

“12층의 연구실 말입니까?”

“이 회사의 핵심시설이지.”

“저는 보안등급이 낮아서요.”

“나랑 함께 가지.”

“전무님하고요?”

“난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압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어.”

“왜 절 데려가시려는 거죠?”

“회장님의 지시 때문에.”

“알겠습니다. 뭐 가시죠.”


12층.

연구실은 외부출입이 철저히 통제됐다.

문은 홍채인식 시스템으로만 열렸다.

기대치가 모니터에 눈동자를 댔다.

일치됨.

나란히 연구실로 들어갔다.


“난 자네와 친해지고 싶어.”


기대치가 앞서가며 말했다.


“친구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 적당히.”

“저번엔 죄송했습니다.”

“아니야. 누구나 실수는 해.”


일단은 허리를 굽히자.

어떻게 사람을 골라 사귈까?

이런 폐쇄된 회사에서는 불가능했다.


“내가 안내할 테니 잘 따라오게.”


내부는 거대한 클린룸이었다.

에어샤워부스를 지나쳤다.

청정실 직원처럼 옷을 뒤집어썼다.

흡사 두 마리의 펭귄 같았다.


“뭐가 보이나?”


당연히 연구원들이었다.

거기에 영혼들도 돌아다녔다.


“영혼들이 연구원 귓가에 속삭입니다.”

“또.”

“연구원 하나가 고갤 끄덕이고요.”

“잘 봤군.”

“뭘 하는 거죠?”

“연구하는 인간과 앞선 영혼의 콜라보.”

“아아.”

“모든 실험이 이렇게 진행된다네.”

“지금 하는 실험은 뭡니까?”

“제5세대 나노기술.”

“대단하게 들리네요.”

“엄청난 혁신이 이뤄지겠지.”

“특허출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엄청나지. 이거 아나?”


기대치답게 시건방졌다.


“연구실 영혼들은 거의 다 외국에서 모셔왔어. 우리 기술이 앞섰기 때문이지.”

“네.”

“캡슐병동은 재벌들이나 쉬라고 만든 게 아니야. 첨단 분야에서 최고였던 과학자들을 모시는 곳이야.”

“이 안에선 못할 일이 없겠군요.”

“영혼들이 계속 영감을 불어넣으니까.”

“직원들은 모두 몇 명이죠?”

“30명.”

“집이 그립지는 않을까요?”

“최상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잖나.”

“그렇지만.”

“인간한텐 말이야.”

“예.”

“명예만큼 강한 동기부여는 없어.”

“그런가요? 전 양심을 선택했었는데. 아직 인간이 덜 됐군요.”

“하하. 아직도 멀었지. 암.”


대단했다.

회장은 천재사이코.

동시에 수완이 대단한 사업가였다.

내부를 한 바퀴 둘러봤다.

이 회사는 앞길이 탄탄대로였다.

기대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옷을 벗고 에어샤워부스를 통과했다.


“소감이 어떤가?”

“전무님도 운명거역자시죠?”

“그래.”

“영혼과 인간이 함께 일한다는 게.”

“그게 왜?”

“충격적이었습니다.”

“회장님께 말씀드리겠네.”

“저도 회장님을 뵐 수 있을까요?”

“아니. 그분은 원해야 나타나셔.”

“덕분에 잘 둘러봤습니다.”

“더 할 말 있나?”

“전무님이 묵으시는 숙소가 어디신지?”

“왜, 피해 다니게?”

“언젠가는 저도 갈 테니까요.”

“신참이 참 길게도 껄떡대는군.”

“한 달 열흘째인데요.”

“상무부터 되게.”

“제가 뭘 훔쳐갈까 봐 그러십니까?”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만.”

“제 숙소보다 큽니까?”

“펜트하우스 급이야.”

“언제 한번 초대해주십시오.”

“됐고. 자네 장례식장엔 가주지.”

“말을 참 예쁘게 하시네요.”

“핫, 미친놈.”


기대치가 엘리베이터로 갔다.

오늘의 기대치는?

아나 똥이다.

개싫다.

왜 이렇게 기대치가 싫은 걸까?

발기불능으로 만들고 싶었다.

한 대만 쳤으면 싶었다.

주리를 틀고 싶었다.

회사에서 승진하려면 저런 인간한테 가서 줄을 서야 한다.

무조건 허릴 굽히고 읍소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한테는 갑질이나 일삼는 상사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촉이 그를 멀리하라고 시켰다.

숙소로 돌아왔다.

양치질을 하고 책상에 앉았다.

자정30분 전.

홈페이지를 살필 시간은 있었다.


“어디 뭐가 올라왔는지 볼까?”


<소울컴퍼니> 홈페이지.

회사를 알리는 카테고리와 토론장.

물론 회장님 인사말은 어디에도 없다.


-2013년 창립.

-2013년 캡슐병동 영업시작.

-2014년 소울펀드 개국.

-2017년 의료인협회상 수상.

-2019년 특허출원 300건 기록.

-2020년 아름다운 회사 상 수상.


기타 등등. 자랑거리는 많았다.

현재 토론장을 뜨겁게 달군 화제.


<문어발식 기업, 이대로 좋은가?>


찬성이 64%. 반대가 36%.

온갖 댓글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대한은 댓글을 달지 않았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댓글보기였다.

댓글들의 결론은 이러했다.

소울컴퍼니는 문어발식 기업이다.

코마환자를 입원시켜 수익을 낸다.

펀드와 특허출원으로 유명하다.

사원을 위한 복지정책도 훌륭하다.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 영순위다.


“와보면 피가 마를 거다. 바보천치들.”


옷을 갈아입고 전등을 껐다.

편안한 마음으로 캡슐에 누웠다.

휴대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전화라니 제정신이야?

간신히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민구였다.


“야, 미쳤어?”

-아직 안 잤네?

“어휴. 막 자려던 참이다. 왜?”

-심리치료실로 나와.

“뭐?”

-9층 서버실이 있는 데야. 혼자만 와.

“너 지금이 몇 시인 줄 알아?”

-밤11시47분.

“내가 갈까, 안 갈까?”

-심리치료실 5과. 가능하지?

“인마! 거긴 왜 가 있는 거야?”

-자세한 건 오면 말해줄게.

“못 가.”

-왜?

“취했고, 피곤하고, 벌점 받기 싫어.”

-젠장. 정말 그럴 거냐?

“정말 그럴 거야.”

-아주 중대한 문제야.

“그렇겠지.”

-영혼의 재활용 건이야.

“넌 지겹지도 않냐?”

-왜. 관심 없어?

“내일 보자, 친구.”

-잠깐! 그럼 이것만 기억해.


휴대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믿지 마.

“뭐?”

-아무도 믿지 마, 대한아. 믿어선 안 돼. 특히 조선 대표를 믿지 마. 알겠어?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러지?

민구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

조선 대표를 믿지 말라니.


“무슨 소리야?”

-난 확인할 게 있어서 들어갈 거야.

“너 혼자서?”

-어쩌면 시작됐을 수도 있어.

“뭐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

“여보세요? 민구야! 인마!”


전화가 끊겼다.

대한은 너무 피곤했다.

모험을 계속할 기운 따위는 없었다.

‘그래. 내일 물어보자.’


다시 캡슐에 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어느 때보다도 일찍 깼다.

민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제 마신 술이 아직도 안 깼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


대한한테 두려운 건 자신밖에 없었다.

충동적으로 망치기 일쑤였으니까.

그래서 민구가 더 걱정됐다.

캡슐에서 벌떡 일어섰다.

띵!

피트니스센터로 갔다.

민구는 안 보였다.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숙소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민구한테 전화했지만 받지 받았다.

직원숙소 앞으로 가봤다.

불이 꺼져 있었다.

문이 잠겼다.


“젠장.”


3층 관리팀사무실.

민구는 출근하지 않았다.

전화연락도 없었다고 했다.

아침업무를 끝냈다.

팀원들과 뷔페를 먹었다.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만나기만 해봐. 요절을 내줄테니.”


1층 경비실로 찾아갔다.

CCTV를 보려다 내쫓겼다.

반차를 내고 박 중위한테 갔다.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뭔가.”

“친구 녀석이 사라져서요.”

“모니터를 보고 싶은 겐가?”

“어제 자정쯤 9층에 있었는데.”

“안타깝군.”

“예?”

“우린 영혼의 움직임만 감지한다네.”

“악령은 얼마나 퇴치하셨죠?”

“총 146마리.”

“신의 돌이 방전된 횟수인가요?”

“그래. 불규칙하지.”

“어젯밤엔, 조용했습니까?”

“친구가 끌려갔을까 봐 불안한가?”

“저한텐 하나뿐이라서요.”

“아무 일 없었네.”

“알겠습니다.”

“어디에든 있겠지. 뛰어야 벼룩인데.”

“그렇겠죠. 감사합니다.”


사우나 룸에도 가봤지만 없었다.

이제는 어디로 간다?

막막한 심정이었다.

심리치료실.

그에겐 익숙한 장소였다.

접수실에서 5과로 가겠다고 떼썼다.

의자에 앉아서 묵묵히 기다렸다.

사실 그는 우울증환자였었다.

당시가 다 회색빛이었다.

의사라면 질색이었다.

그렇지만.


“위대한 님? 들어오세요.”


심리치료실 5과로 들어갔다.

큰 침대와 알록달록한 추상화.

여의사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각오했지만 불안함은 더 커져갔다.


“앉으시겠어요? 누우시겠어요?”

“그냥 서 있으면 안 될까요?”


여의사가 그를 올려다봤다.

신경질적인 얼굴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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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첫 임무 (6) 20.05.27 114 2 10쪽
32 첫 임무 (5) 20.05.26 119 4 10쪽
31 첫 임무 (4) 20.05.26 12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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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첫 임무 (2) 20.05.25 12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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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9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5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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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떠도는 영혼 (3) 20.05.19 175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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