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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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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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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7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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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대결 (3)

DUMMY

“정보라.”


기대치가 잠시 뜸을 들였다.


“거기서 얻은 정보도 정보랄 수 있나?”

“숨길 게 많으십니까?”

“악령은 거짓말에 능수능란해.”

“전 진실만 들었습니다.”

“그래? 그럼 하나 듣지.”

“악령 하나가 전무님을 기억하더군요.”

“뭐라고 기억하던가?”

“좋은 친구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라.”

“아직도 좋은 친구 사이십니까?”


기대치는 조용히 술만 마셨다.

듣기나 한 것일까?


“계속하게.”

“회장님 지시로 다녀가셨다고.”

“그건 사실이야. 그걸로 끝이었네.”


묵살하곤 안주를 집어먹었다.

기대치의 속마음을 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스파이라는 자백을 받지?

술을 쭉 들이켰다.

독한 향이 목젖을 적셨다.


“회사생활은 어떠십니까.”

“나?! 지금 나한테 묻는 건가?”

“네. 전무님의 회사생활이요.”

“자네가 이해하는 범위를 넘어설 텐데.”

“알려주십시오.”

“감당할 수 있겠어?”

“부탁드립니다, 전무님.”


갑질을 좋아하는 놈.

대한 쪽에서 납작 엎드려야 했다.


“전무란 직업은 말이야.”


기대치가 술잔을 가득 채웠다.

꽤 마시는 놈이었다.


“치킨집의 거름망과 같아.”

“거름망이요?”

“기름에 튀겨진 치킨을 체에 거른 것.”

“비유가 정말 예술이십니다.”

“회장님이 원하시는 건 그거야.”

“음.”

“기름을 다 털어낸 순 살코기.”

“참 대단하십니다.”

“나도 평사원이던 시절이 있었어.”

“그러셨겠죠.”

“함께 술도 마시고. 상사 욕도 했고.”

“그리우십니까?”

“전혀. 지금의 나는 노력의 대명사야. 날 따라오려면 넌 아직 멀었고.”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조 대표가 회장님 딸인 건 알지?”

“잘 압니다.”

“선이는 말이야.”


기대치의 한숨이 깊어졌다.

둘의 술병이 바닥을 드러냈다.


“내가 아는 가장 불쌍한 여잘세.”

“불쌍하다고요?”

“애정결핍이야. 심한 상태지.”

“전무님은 어떠십니까?”

“어떠십니까?!”

“애정결핍은 저한테 문제가 안 됩니다.”

“아, 자네도 고아랬지?”

“저도라니요?”

“아냐, 아무것도.”

“드릴 말씀부터 하겠습니다.”

“내 얘기 먼저 들어.”

“네. 하십시오.”

“선이는 회장님의 종으로 살고 있어.”

“그게 안 좋은 겁니까?”

“성인이야! 거부할 줄도 알아야지.”

“유일한 혈육이기도 하죠.”

“아버지가 발목을 꽉! 붙들고 있다고.”

“조 대표님이 불행하단 말씀인가요?”

“그래. 행복했던 적이 없지.”


조금은 술기운이 도는 모양이었다.


“자네도 관심 있나?”

“네?!”

“선이한테 딴 마음이 있느냐고.”

“여자로서 말이겠죠?”

“그래. 남자 대 남자로서 말해보게.”


답을 기다리는 기대치.

대한이 남은 술을 원샷했다.


“좋아합니다.”

“그럴 줄 알았지.”

“꿈도 꾸지 말라는 겁니까?”

“너 따위한텐 넘어가지도 않아.”

“넘어오면요. 그때는?”

“잘해주니까 뭐라도 된 것 같애?”

“제가 사랑에 굶주리긴 했죠.”

“넌 길어야 한 달이야.”

“평생 갈 건데.”

“건방진 놈.”

“진짜 사랑할 건데, 우리는.”


대한은 기대치가 참 우스워보였다.

놈에겐 사랑의 감정이 없었다.

단지 이용하는 수준이었다.

자신은 그녀를 사랑했다.

뛰는 심장과 머리로.

행복해지길 원했다.


“정신에도 문제가 많아. 불치병이지.”

“그게 문제되는 건 당신뿐이죠.”

“사랑으로 극복하겠다고?”

“감싸 안을 겁니다.”

“상무가 돼서 말이냐?”

“믿지 못하겠지만 난 사랑을 선택할 겁니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서요.”

“내가 가만 놔둘 것 같아?”

“기 전무, 당신이나 나나 똑같아.”

“너와 난 천지차이야.”

“누가 선택받는지 볼까?”

“어떡해야 떨어져나갈래?”

“왜 날 그렇게 두려워하지? 예언 때문에? 내가 후계자가 될까 봐서?”

“뭘 하든 넌 내 밑이야.”


기대치가 점점 살벌해졌다.


“철저하게 방해해주겠다.”

“어련하실까.”

“잘근잘근 찢어서 하수도에 뿌려주마.”

“큰 공사겠네. 내 근육을 찢으려면.”

“넌 뻥카야. 난 포카드고.”

“이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너 하나 매장시키는 건 좃도 아냐.”

“전무님이 스파이신가요?”

“좃도··· 뭐?”

“악령주식회사가 보낸 스파이냐고.”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어차피 흥분했다.

흥분하면 실수가 나온다.

대한은 계속 그 순간만을 노렸다.


“거기 전무님의 복제인간이 있더군요.”

“복제인간?!”

“아니면 전무님이 복제인간이겠죠.”

“미친놈.”

“궁금해지는데요. 당신의!”


팔을 꽉 붙들었다,

기대치가 바로 뿌리쳤다.

대한이 추궁했다.


“목적이 뭔지.”

“감히 회사에 충성해온 나를 모함해?”

“스파입니까, 아닙니까?”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다.”

“얼마나 연관돼 있죠?”

“선이한테 접근하지 마.”

“명령입니까?”

“분수를 지키란 말이야!”


듣지 않고 얼른 일어섰다.


“새겨들어! 이 자식아.”

“상무 자격으로 만나겠습니다.”

“꼬깃꼬깃 짓뭉개주마.”

“상당히 질길 겁니다.”


기대치가 부글부글 끓었다.

대한이 인사도 없이 걸어갔다.


“한번만 말하마!”


대한이 멈춰 섰다.


“넌 특별한 인간이 아니야! 네 영혼도 가로챌 수 있어! 난 뭐든지 가능해! 잘난 영혼을 잘 지켜라! 다시는!”


대한이 가운데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말이지 짜릿한 순간이었다.

엿··· 먹어라.

네놈 정체를 폭로할 테니까.

그때도 지랄하는지 보자.


“어머, 대한 씨?”


입구에서 조선과 딱 마주쳤다.


“아, 안녕하십니까.”

“가는 길이세요?”

“네. 대표님이 여긴?”

“전무님하고 약속이 있어서요.”

“네?! 아, 그러셨군요.”

“괜찮으면 합석하실래요?”

“이미 전무님과 마셨습니다.”

“두 분 케미가 기대되네요.”

“선아! 이리 와.”

“갈게요! 그럼 전 이만.”


기대치에게 다가가는 그녀를 불렀다.


“조선 씨.”

“네?!”

“옷이 잘 어울리십니다.”

“고마워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대한 씨도요.”


그녀가 기대치에게로 다가갔다.

서류가방 때문이겠지.

대한이 스스로 되뇌었다.

회사 일로 만나러가는 거야.

결코 기대치를 사랑해서가 아니야.

그래.

혼자서 밖으로 나왔다.

기대치는 자신과 결투를 신청했다.

오냐, 받아주마.

반드시 이겨주겠어.

대한이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술기운 탓인지 비틀거렸다.

버튼을 눌렀다.

어디든 상관없었다.

지금 이 자리만 피할 수 있다면.


“저런.”


옆에서 변영훈의 영혼이 말했다.

작달만하고 소심한 친구다.


“벌써 술에 취하셨네요?”

“그만 가시오.”

“영혼의 재활용은 막으셨습니까? 아니지. 기대치 전무님이 두려우시죠?”

“뭐요?”

“자칫하면 당하십니다.”

“그 자식은 내가 끝장낼 테니까.”

“띄엄띄엄 보시는 것 같아서.”

“귀찮게. 어디 딴 데 가서 퍼마셔!”


변영훈의 영혼이 사라졌다.

6층 직원숙소.

대한의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회장의 의도.

조선의 애정결핍.

그녀와 기대치와의 관계.

자신과 기대치의 대결이 얽혔다.

캡슐에 누웠다.

술기운에 녹다운 됐다.

어느새 그가 코를 골고 있었다.




* * *




대한의 생일파티.

아이들이 간이식당에 모여 있다.

박사님이 접시를 내놓는다.

초코파이 2개를 담고 촛불을 붙인다.

대한을 앞으로 부른다.

아이들은 입을 벌리고 입맛만 다신다.


“자, 얘들아.”

“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아니요!”

“몰라요.”

“오늘은.”


박사님이 대한한테 접시를 건넨다.


“여기 위대한 군의 생일이란다.”

“와아아.”

“생일이다! 생일!”


대한은 쪽팔린다고 느낀다.

자신에게 생일은 필요 없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따로 있다.

엄마 아빠의 품으로 돌아가는 거다.

이곳을 탈출하는 거다.

구두쇠 박사님을 떠나는 거다.

초코파이 2개짜리 생일이 아니다.


“어서 촛불을 끄렴.”

“후우.”

“그래, 잘했다.”

“먹기 싫어요.”

“자, 얘들아? 생일축하 노래하자.”


아이들이 떼창으로 노래한다.

대한은 시선을 돌린다.

소녀의 눈과 마주친다.

소녀가 눈을 휘둥그레 뜬다.

대한의 행동을 미리 예측한 것이다.


“사랑하는 대한이의!”

“아니! 나한텐 생일이 없어!”


떼창이 멈춘다.


“무슨 소리냐. 누구나 생일은 있어.”

“난 생일이 없어! 너희도 없어! 우리들은 생일이 없어! 고아들이니까!”


아이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얘들아, 조용해야지.”

“난 생일이 싫어! 생일이 싫다고!”

“얼른 진정해!”

“난 여기가 싫어! 나갈 거야!”

“이 녀석아.”

“생일은 없어도 되니까 날 내보내 줘!”

“닥치지 못하겠니?”


박사님이 대한의 어깨를 잡아 흔든다.

대한이 마음을 추스른다.

독방에 갇히긴 싫다.


“혼나야겠구나. 예절이라곤 모르니.”

“죄송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뭐? 크게 말해라.”

“죄송해요.”

“다시.”

“죄송해요, 박사님.”


거짓말을 했더니 속이 쓰리다.

그래도 초코파이를 뺏기긴 싫다.


“저 이거 나눠줘도 돼요?”

“나눠줘? 겨우 2개를 말이냐?”

“네. 그러고 싶어요.”

“오냐.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대한이 소녀한테 걸어간다.

아이들 시선은 초코파이를 뒤쫓는다.

소녀한테 초코파이 2개를 내민다.


작가의말

여러분의 건강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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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첫 임무 (4) 20.05.26 125 4 10쪽
30 첫 임무 (3) 20.05.25 126 2 10쪽
29 첫 임무 (2) 20.05.25 12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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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특수처리반 (7) 20.05.24 133 1 10쪽
26 특수처리반 (6) +2 20.05.23 141 4 10쪽
25 특수처리반 (5) 20.05.23 136 2 10쪽
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9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49 2 10쪽
22 특수처리반 (2) 20.05.21 14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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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떠도는 영혼 (4) 20.05.19 169 5 10쪽
17 떠도는 영혼 (3) 20.05.19 175 5 10쪽
16 떠도는 영혼 (2) 20.05.18 16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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