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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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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48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17 07:19
조회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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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영혼의 재활용 (5)

DUMMY

“알수록 이 회사가 구제불능 같아서요.”

“대한 씨한테는 딱 맞는 회사에요.”

“훗. 그런가?”

“앞으로는 저랑 상의해주세요. 뭐든지 어떤 상황이든 간에.”

“그래야죠. 그건 아는데···.”

“날 도와줘요.”

“사람과 영혼사이의 화합? 공존이요?”

“네.”

“회장부터 만납시다.”

“만나야 할 때 연락하실 거예요.”

“난 꼭 만나야겠습니다.”

“따지려고요?”

“난 벌써 친구도 만들고 적도 만들었습니다. 내 능력은 언제 써야할지도 모르겠고. 그것 때문에 고민이 돼요.”

“회장님도 고민 중이세요.”

“많겠죠, 훗.”

“언제 대한 씨와 대립하실지···.”

“대립?! 방금 대립이라고 했습니까?”

“네. 그게 운명이라고 하셨어요.”


조선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둘 사이로 문이 닫혔다.

겨우 29살의 사장.

초췌한 모습이었다.

보면 만지고 싶어지는 여자.

그녀도 자신만큼 외로워할까?

그는 이미 조선을 알고 있었다.

어떤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회장과··· 대립한다고?”


일주일이 흘러갔다.

다른 징계조치는 없었다.

야간탐험 이후로도 소울펀드에 가봤다.

왜?

그냥.

펀드매니저들을 보러.

욕심 많은 인간들을 보러.

욕심 많은 영혼들을 보러.

그게 뭐든 할 일을 찾고 싶어서.

주식거래소의 외부인한테는 영혼들이 달라붙지 않았다.

이 회사의 영혼들은 직원들만 노렸다.

가끔씩은 직원들의 행복한 기억이나 슬픈 추억들을 증강현실처럼 보기도 했다.

영혼들도 자신처럼 호기심이 많았다.

때로는 그들이 이해가 갔다.

오죽 외로웠으면 그럴까?


“뭐가 궁금해서 그래?”


11층 칵테일 바.

민구와는 점점 더 자주 만났다.


“의사들도 여기서 사나하고.”

“당연히 출퇴근이지.”

“예외인가?”

“으리으리한 집에 가서 떡치고 자겠지.”

“간호사들은?”

“원하면 숙소에서 자.”

“그래?”

“관심 있냐?”

“없어.”

“진짜 궁금한 걸 말해.”

“조 대표나 기 전무 숙소는 알아?”

“그건 왜 묻는데?”

“내가 궁금한 건 못 참잖아.”

“워낙 똑똑하셔서 다 아는 줄 알았지.”

“어디서 자냐고.”

“궁금한 게 기 전무야, 조 대표야?”


대한이 묵묵히 술만 마셨다.

민구가 곁에서 놀려댔다.


“너 설마.”

“설마 뭐.”

“조 대표 숙소가 궁금한 거냐?”

“그렇다면?”

“정신 차려, 인마.”

“금년 안에 결혼식 올릴 거다.”

“조 대표는···.”

“조선 씨는?”

“안 돼.”

“이유를 백 가지만 말해봐.”

“천 가지도 댈 수 있어.”

“됐다. 그만하자.”


대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한아, 이곳은 큰 벌집이걸랑?”

“조선 씨가 여왕벌이라도 되니?”

“공주기도 하지.”

“공주?!”

“조 대표가 회장님 외동딸이야.”

“아, 그랬나? 어쩐지.”

“어쩐지 뭐?”

“외로워보여서.”

“관심 접어. 까딱하면 목 달아난다.”

“그것도 충고냐?”

“하나 더 있어.”

“뭔데?”

“그것도 말 안할래. 충고니까.”

“알았다. 잘 자라.”


대한이 비틀대며 칵테일 바를 나왔다.

많이 마셨다.

그럼에도 정신은 멀쩡했다.

조선 대표가 회장님 딸이었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관심을 가졌다.

그녀와의 거리가 하늘과 땅 만큼인데, 다시 그만한 거리가 늘어났다.

실망과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여어, 대한 군.”


대강당 앞에서 멈춰 섰다.

강 회장의 영혼이 다가왔다.


“숙소로 가는 길인가?”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요.”

“한잔 했구먼. 오랜만이야.”

“네. 들어가십시오.”

“잠깐만.”


그가 대강당을 가리켰다.


“같이 갈 텐가? 영혼들이 회의 중인데.”

“회의요?”

“재밌을 게야. 좀 시끄럽기도 하고.”

“별로 끼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어!”

“바뀐다. 뭐가 바뀌죠?”

“그들 입장을 들어보게.”

“썩 내키질 않네요.”

“자자, 앞으로 책임질 중생들 아닌가.”


억지로 떠밀려 안으로 들어갔다.

인체공학적인 좌석.

앞을 가득 메운 영혼들.

대한과 그가 가까운 곳에 앉았다.

의장 영혼이 강단에 서서 선포했다.


“자,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영혼방위군에 대한 안건입니다.”


영혼들이 속닥거리느라 난리였다.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자, 게임시작일세.”

“팝콘이라도 사올까요?”

“영혼들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하네.”


사방에서 영혼들이 손을 치켜들었다.


“영혼방위군을 몰아내라!”

“신의 돌을 어서 철거시킵시다!”

“우리의 자유가 침범당하고 있다!”

“우린 자유로운 영혼들이요!”


그들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의장 영혼이 소리쳤다.


“자아, 모두 진정합시다.”

“빨리 대표를 앞에 세우시요!”


뒤에 있던 박 중위가 앞으로 나왔다.

객석이 시끌벅적해졌다.

휴지까지 던졌다.

난장판이었다.


“충성!”

“아가리 닥쳐!”

“전 영혼방위군의 박유찬 중위입니다.”

“안다, 인마!”

“신의 돌이나 업고 사라져!”

“회사에 침입하는 악령을 감시하고.”

“퉤!”

“퇴치해왔습니다. 교활한 악령들은.”

“그런 위협이 통할 줄 아냐!”

“항상 영혼 주식회사를 노립니다.”

“당장 이 회사를 떠나라고!”

“당장 육체를 대령하란 말이다!”

“저희 군인들은 지하에서.”

“감시자! 너희는 감시자들이야!”

“조 대표 나오라고 해!”

“여러분!”


대한이 번쩍 손을 치켜들었다.

실내가 조용해졌다.

음성이 커서가 아니라 대한이라서.

벌떡 일어서서 좌중을 훑었다.


“여러분께 질문이 있습니다.”

“어라? 그 친굴세.”

“맞아. 운명거역자야.”

“중위님, 제가 넘겨받아도 될까요?”


주위가 고요해져갔다.

박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말을 가려서 해.”

“강 회장님께 제 실력을 보여드리죠.”

“박 중위를 무사히 내보낼 자신 있나?”

“뭘 거실 거죠?”

“내 불알을 걸지.”

“잘 지켜보세요. 불알은 됐습니다.”


대한이 천천히 강단으로 가며 말했다.


“영혼방위군에서 여러분을 지킨다더군요. 잘은 모르지만, 제 목숨은 구했습니다!”

“우린 캡슐병동에 갇혀 지내.”

“우리의 자유를 빼앗겼어.”

“쳇바퀴 돌듯이 갇혀 지낸다네.”

“신의 돌도 없애야 해!”

“그런 모든 게 불만이신가요?”

“영혼의 재활용이 제일 큰 문제지.”

“왜죠?”

“계속 미루면서 헛된 희망만 키우니까.”


대한이 좌중을 둘러봤다.


“그렇다면! 저한테 이 모든 문제를 한방에 날릴 해결책이 있습니다.”


찬물을 끼얹은 객석.

대한의 정신도 차가워졌다.

드디어 일을 벌이고 말았구나.


“해결책을 말씀드리기 전에!”


대한이 강단으로 뛰어올라갔다.

고분고분한 박 중위를 의자에 앉혔다.

의장과 대화를 유도했다.


“여러분의 불만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러시오.”

“의장님께서 하나를 외쳐주십시오.”

“하나!”

“신의 돌 때문에 회사 안에 묶였다.”

“하나!”

“영혼의 재활용이 너무 늦어진다.”

“하나!”

“자유를 뺏겼다. 지친다. 맞습니까?”

“하나!”

“아뇨. 이젠 대답을 해주십시오.”

“의장으로서 말이오?”

“영혼을 대표해서 말입니다.”

“알겠소.”

“이 모든 책임은 누구한테 있을까요?”

“회장을 따르는 저들이지.”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뭐?”

“신의 돌을 세운 것도 인간이죠.”

“음.”

“영혼의 재활용도 인간이 합니다.”

“으음.”

“중위님은 자유를 포기한 영혼이고요.”

“그렇긴 하군.”


객석이 조용해졌다.


“그럼 누구 책임이란 말이오?”

“회장님입니다.”

“뭐, 뭐, 뭐라고?”

“회장입니다. 이 회사를 세운 당사자!”


주위가 술렁대기 시작했다.


“모두가 회장님 뜻이었습니다. 그렇죠?”

“그건 너무.”

“여러분을 모으고, 가두고, 이용하고.”

“어떻게 그런 말을!”

“이 회사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맞소!”

“여러분이 최대주주입니다.”

“그건 맞지만.”

“선거를 하십시오.”

“선거?!”

“네! 더는 조 대표님이나 박 중위를 괴롭히지 마시고 여러분의 손으로 반드시! 직접 회장님을 해고하십시오!”


걱정스런 침묵만 돌았다.

아무도 이런 생각을 안했나?

이래서 회장이 숨어 사나 싶었다.


“주저되십니까?”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회장을 해임하는 선거를 치르십시오.”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깨끗이 해결됩니다.”

“그 후임은 누가 맡는 거요?”

“조선 대표나 기대치 전무겠죠.”

“그럴 순 없소.”

“왜죠?”

“선이는 아직 어리니까. 기대치는 제 욕심만 차리는 놈이고.”

“다들 기권인가요?”

“우린 더 궁지에 몰릴 거요.”

“현실을 바꾸는 건 여러분 몫입니다.”

“허어, 어렵군.”

“회장님을 찾아내서 담판을 지으세요.”


대한이 좌중을 휘어잡았다.

모두가 쥐죽은 듯했다.


“이제 제가 궁금한 질문을 드리죠.”

“뭐요.”

“영혼의 재활용을, 감히 제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그래주겠소?”

“네. 그 전에.”


잠시 시간을 두고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당연히 원하오! 지금 당장.”

“아뇨. 전체의 의견 말입니다.”

“우리들 전체?”

“네. 찬성이십니까, 반대십니까?”

“거수라도 하란 말이오?”

“당연하죠. 하나로 모아야죠.”

“끄응.”

“만장일치여야 합니다!”


여기저기서 한숨만 나왔다.


작가의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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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악령주식회사 (2) 20.05.29 113 3 10쪽
37 악령주식회사 (1) 20.05.29 125 2 10쪽
36 회장과의 만남 (2) 20.05.28 118 2 10쪽
35 회장과의 만남 (1) 20.05.28 11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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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첫 임무 (6) 20.05.27 115 2 10쪽
32 첫 임무 (5) 20.05.26 119 4 10쪽
31 첫 임무 (4) 20.05.26 127 4 10쪽
30 첫 임무 (3) 20.05.25 127 2 10쪽
29 첫 임무 (2) 20.05.25 12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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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특수처리반 (7) 20.05.24 13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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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특수처리반 (5) 20.05.23 137 2 10쪽
24 특수처리반 (4) 20.05.22 140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50 2 10쪽
22 특수처리반 (2) 20.05.21 140 2 10쪽
21 특수처리반 (1) 20.05.21 14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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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떠도는 영혼 (5) 20.05.20 152 3 10쪽
18 떠도는 영혼 (4) 20.05.19 171 5 10쪽
17 떠도는 영혼 (3) 20.05.19 175 5 10쪽
16 떠도는 영혼 (2) 20.05.18 16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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