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01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25 07:24
조회
125
추천
2
글자
10쪽

첫 임무 (3)

DUMMY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이곳도 게이트천지다.

일단은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게이트를 통과했다.

도착했다.

유리벽으로 감싼 부장실.

직원은 하나였다.

책상을 정리하는 여자직원.

인턴이란 느낌이 들었다.

부딪쳐보자.


“무슨 일이세요?”

“이곳 직원이십니까?”

“네? 아뇨. 인턴인데요.”

“아, 어쩐지.”

“무슨 볼일인지 저한테 말씀하시면.”

“다른 분들은 출근 전입니까?”

“조금 있으면 오실 거예요.”

“부장님은?”

“아마 잠시 후면.”


시간이 없다.


“일단 부장실로 가겠습니다.”

“네?!”

“여기서 지켜보세요.”

“저기요.”

“몇 분 걸리지도 않을 겁니다.”


대한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인턴이 졸졸 뒤따라왔다.

부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 계시면 안돼요.”

“잠깐이면 됩니다.”


일단 악령의 흔적부터 찾았다.

가족사진 액자가 있는 고급책상.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의자.

<부장 한시원> 명패.

잘빠진 노트북과 마우스.

어디에도 악령의 흔적은 없었다.

다녀갔다면 고유한 냄새가 날 것이다.

영혼한테도 그들만의 냄새가 있다.

누가 알려준 건 아니었다.

대한은 매일 맡았다.

곰팡이 냄새일 때도 있고.

가을바람 냄새일 때도 있었다.


“부장님하고 약속하셨어요?”

“그럼요.”

“밖에서 기다리세요.”

“인턴생활이 힘들진 않습니까?”

“왜 물으시는데요?”

“잡상인 아니니까 힘 빼지 마시라고.”


임시사원증을 인턴한테 내밀었다.


-대한 씨, 대한 씨 들려?


하필이면.

이런 순간에.

손목시계의 버튼을 눌렀다.

입으로 가져가서 일부러 크게 말했다.


“아, 팀장님? 부장님은 안 계십니다.”

-대상자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못 찾으셨다고요?”

-뭐 좀 찾았어?

“아직요.”

“누구랑 통화하세요?”


인턴이 말을 잘랐다.


“상사한테서 온 전화입니다.”

“스마트워치에요?”

“얼리 어댑터시군요.”

-누구랑 같이 있어?

“아무래도 일이 꼬이네요.”

“저한테 줘보세요. 어서요.”

“아, 팀장님이 벌써 통화하셨다고요?”

-시간 없어. 빨리 나와.

“알겠습니다.”


아슬아슬했다.

인턴이 밖을 보더니 뛰어나갔다.

이대로 나가야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때, 바닥에서 썩은 악취가 풍겼다.

이거다.

바로 이거다!


“누구십니까. 도와드릴까요?”


남자직원이 인턴과 함께 들어왔다.

잔뜩 경계하는 눈초리였다.

어떡하지?

어떡하든 이 위기를 헤쳐 나가자.

위기는 곧 기회다.


“아뇨. 막 나가려던 참입니다.”

“그래요?”

“부장님을 뵐 필요가 없어져서요.”

“그럼 나가시죠.”

“근데, 청결상태가 불량하군요.”

“옛?”

“환경미화원이 바뀌기라도 한 건지.”

“왜 그런 말을?”

“악취가 너무 심하게 나네요.”

“그럴 리가.”

“부장님께선 아무 말씀 없으시던가요?”

“킁킁. 인턴, 무슨 냄새 나?”

“킁킁. 아뇨, 대리님.”

“저는 납니다. 아, 여기네요.”


대한이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악취의 근원은 이곳이었다.

고급책상의 아래쪽.

의자 주변이 온통 오염물질이다.

달팽이가 점액질을 흘려 활보한 듯이 끈적거리는 물질로 가득했다.

악취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한시원의 발치에 있었구나.


“냄새가 정말 지독한가요?”


인턴이 걱정스런 듯이 물었다.

대한이 책상 밑에서 빠져나왔다.

도망쳐야 할 타이밍이었다.


“아뇨. 제 코가 잘못됐었나 보네요.”

“그렇겠죠. 당연히 그렇겠죠.”

“가시는 거예요?”

“네.”


대한이 부장실 밖으로 도망쳤다.

오전8시47분.

다행히 들키지 않았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썼다.

본부로 무사귀환 해야 했다.

한시원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얼른 고개를 숙이고 지나쳤다.

서로 갈 길이 갈라졌다.

그는 총무과로.

대한은 엘리베이터로.

악령 둘이 그를 쫓아다녔다.


‘끔찍하군.’


온몸이 불에 검게 탄 악령1.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악령2.

악령1이 한시원을 쫓아갔다.

악령2는 대한을 돌아봤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악령이 인간을 발견하고도 안 덤빈다?

악령2는 대한의 시선을 맞받아쳤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3분이 지났다.

대한이 무전을 시도했다.


“본부. 본부 나와라.”

-대한 씨, 왜 여태 안 나와?

“문제가 생겨서요.”

-무슨 문제?

“악령 하나가 절 지켜보고 있습니다.”

-뭐야?

“아무래도 들킨 것 같아요.”

-하느님 맙소사!

“기왕 들킨 김에 대화나 하겠습니다.”

-뭐래? 야, 신참.

-대한 씨, 당장 나와. 당장!

“10분만 주십시오.”

-대한 씨!

-미친 거야? 너 또라이야?


귀에서 이어폰을 벗었다.

모 아니면 도다.

자신의 촉을 믿어보자.

악령이라고 대화가 불가능할 리 없다.

본성을 억제하도록 훈련했을 거다.

대한이 악령2한테 걸어갔다.


“이봐, 친구?”

“그르르르.”

“내가 누군지 알아?”


악령은 노려보기만 했다.

설마 벙어리 악령인가?


“난 위대한이라고 해.”

“카악.”

“운명거역자라 당신이 보여.”

“카악.”

“나한테 얘기하고 싶어죽겠지?”

“그르르르.”

“겁내지 마. 시간이나 죽이잔 거니까.”

“그룩?”

“당신이나 나나 같은 처지 아냐?”

“카악. 카악.”

“역시 수다쟁인 줄 알았어.”


대한이 벤치에 앉아 손을 까딱했다.

악령이 혼란스러운 듯 머릴 긁적였다.

왠지 잘 통하겠는 걸?


“앉아. 원래 피곤하면 앉는 거야.”

“그륵?”

“난 무지 피곤하다고.”


악령이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뚫린 가슴에 손을 집어넣었다 빼는.


“왜, 가슴이 아파? 바람이 잘 통해?”


믿을 수가 없었다.

악령이 고개를 좌우로 흔든 것이다.


“이런! 제스처게임을 좋아하는군.”


악령이 박수를 치려고 했다.

아무도 믿지 못하리라.


“어디. 당신은 가슴이 없어. 그러니까. 가슴이 없다는 건? 미치겠네. 이런 수수께끼가 있나. 그렇다면? 심장도 없겠네?”


악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심장이 없어서 안 피곤해. 맞지?”

“크악.”


악령이 대한 곁에 앉았다.

똑똑한 녀석이다.

먼저 상대를 가늠하려 했다.

단지 내장이 썩는 악취가 진동했다.


“앉아줘서 고마워. 잡아먹지 않아준 것도 고맙고. 농담인 거 알지?”

“크악. 크악.”

“아니란 거야? 날 잡아먹고 싶어?”

“크악.”

“이야, 솔직한 친구네.”

“크악.”

“어쩌다 가슴이 파였어? 자존심 상해하진 말고. 혹시 공사장에서 추락했나?”

“크악.”

“저런. 나도 거기 출신이야. 단번에 숨이 끊겼겠다. 고통은 없었겠어.”

“크으으.”

“기운 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크악. 크악.”

“당신도 주식회사가 있다면서. 악령주식회사라고 했나? 여기서 가까워?”

“크악.”

“그럼 말이야. 지도 검색할 때 고갯짓만 해줘. 당신 생일케이크라도 사가게.”


정말 기특한 생각이었다.

이제 상무자리는 내 차지다.

꺼낸 휴대폰을 통째로 내밀었다.


“크아악! 크아아악!”


악령이 질겁하며 솟구쳐 일어섰다.

휴대폰케이스를 본 것뿐인데.


“이봐, 왜 그래?”

“그르르르.”


악령이 이빨을 내밀고 위협했다.

슬슬 뒷걸음치며 사라져갔다.

어떻게 된 일이지?

휴대폰케이스가 흰색.

혹시 흰색 공포증이라도 있나?

한숨이 쏟아졌다.

실패다.

로비로 내려가 게이트를 통과했다.

경비한테 임시사원증을 반납했다.


“일은 잘 봤소?”

“네. 감사합니다.”


회사 밖으로 나온 대한.

리무진버스로 다가가 차문을 열었다.

유나가 대한의 손을 잡아끌었다.

드르륵.

탁.


“뭐야, 너. 왜 이제야 와?”

“저도 반갑습니다.”

“대한 씨!”


다영이 화난 얼굴로 다정하게 물었다.


“어디 다친 덴 없는 거야?”

“네, 죄송해요.”

“이번 일은 너무 경솔했어.”

“악령은 무조건 피하랬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형.”

“미안하다. 걱정시켜서 죄송합니다.”

“누가 걱정했대?”

“유나 누나.”

“자기 때문에 일을 망칠까봐 화났지.”

“유나 씨.”

“뭐!”

“저 또라이 맞습니다.”

“웬일이래?”

“악령이랑 대화도 하고 온 걸요.”

“뭐야? 진짜?”

“옷부터 갈아입을 게요.”


뒤쪽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엔 캐주얼한 복장으로 돌아왔다.

유나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왜, 또 나가게?”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자세히 좀 말해봐. 뻥치는 거지?”

“수화는 할 줄 알더라고요.”

“대한 씨, 악령은 얼마나 돼?”

“둘이요. 새카맣게 탄 놈과 가슴이 뚫린 놈이 한시원 씨를 쫓아다녔습니다.”

“대한 씨를 보고도 안 덤벼들었어?”

“네. 훈련받은 것 같았어요.”

“악령주식회사에서 선수를 쳤군.”

“어쩌죠, 다영 누나?”

“기다리자.”


유나가 대한의 등을 쳤다.


“진짜 대화를 했어? 어떻게?”

“저만의 방법이 있죠.”

“무슨 얘기를 했는데.”

“그냥 어흥!”

“또 두리둥실 넘어가네.”

“냄새가 지독한 놈이었어요.”

“자기는 냄새도 맡아?”

“네. 향수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다영 씨, 악령주식회사와 전쟁이야?”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요?”

“무조건 뺏어오자.”

“모든 일엔 순서가 있어.”

“내 생각엔 이게 좋을 거 같은데 말야.”

“일단.”


다영이 입을 열자, 모두 주목했다.


작가의말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혼 주식회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대결 (3) +2 20.06.02 99 3 10쪽
44 대결 (2) +2 20.06.01 97 2 10쪽
43 대결 (1) +2 20.06.01 100 2 10쪽
42 악령주식회사 (6) +2 20.05.31 106 4 10쪽
41 악령주식회사 (5) +2 20.05.31 105 2 10쪽
40 악령주식회사 (4) +2 20.05.30 113 5 10쪽
39 악령주식회사 (3) 20.05.30 106 1 10쪽
38 악령주식회사 (2) 20.05.29 113 3 10쪽
37 악령주식회사 (1) 20.05.29 125 2 10쪽
36 회장과의 만남 (2) 20.05.28 118 2 10쪽
35 회장과의 만남 (1) 20.05.28 116 1 10쪽
34 첫 임무 (7) 20.05.27 116 3 10쪽
33 첫 임무 (6) 20.05.27 113 2 10쪽
32 첫 임무 (5) 20.05.26 118 4 10쪽
31 첫 임무 (4) 20.05.26 125 4 10쪽
» 첫 임무 (3) 20.05.25 126 2 10쪽
29 첫 임무 (2) 20.05.25 120 1 10쪽
28 첫 임무 (1) +2 20.05.24 136 3 10쪽
27 특수처리반 (7) 20.05.24 133 1 10쪽
26 특수처리반 (6) +2 20.05.23 141 4 10쪽
25 특수처리반 (5) 20.05.23 136 2 10쪽
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8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48 2 10쪽
22 특수처리반 (2) 20.05.21 140 2 10쪽
21 특수처리반 (1) 20.05.21 145 3 10쪽
20 떠도는 영혼 (6) 20.05.20 149 3 10쪽
19 떠도는 영혼 (5) 20.05.20 151 3 10쪽
18 떠도는 영혼 (4) 20.05.19 169 5 10쪽
17 떠도는 영혼 (3) 20.05.19 175 5 10쪽
16 떠도는 영혼 (2) 20.05.18 166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