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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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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04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21 06:39
조회
145
추천
3
글자
10쪽

특수처리반 (1)

DUMMY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약속한 걸로 알겠네.”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대치도 일어서서 악수를 청했다.

지금이다.

기대치의 손을 잡아끌었다.

남은 손을 그러쥐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기대치.

대한의 주먹이 기대치 얼굴을 갈겼다.

빠각.

기대치가 쿵 주저앉았다.


“이건 내 친구 몫이야!”


빼빼와 뚱뚱이가 뛰어들었다.

대한의 팔을 꺾어 제압했다.

뚱뚱이가 주먹을 휘둘렀다.

얼굴이 휘청했다.

배를 가격했다.

허리가 구부러졌다.


“으윽.”

“아직 멀었어. 일어나!”

“얼굴은 때리지 마!”


기대치가 일어나 다가왔다.

꽁꽁 묶인 대한이 고개를 쳐들었다.


“진짜, 넌.”

“할 건 해야지.”

“입은 다물 거냐?”

“그래! 너도 한대 쳐.”

“난 양아치가 아니야.”

“그랬나? 그럼 좀 풀어주지.”


기대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빼빼와 뚱뚱이한테서 풀려났다.


“휴대폰 챙겨줘라.”


뚱뚱이가 씩씩대며 휴대폰을 건넸다.

주먹을 맞고도 기대치는 멀쩡했다.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전보다도 침착해졌다.


“앞으로 지켜보마.”

“뒤도 지켜봐야 할 걸?”

“못 견디고 기어나갈 때까지야.”

“누가 못 견디는지 두고 보자.”

“네 녀석이 진짜 남자면 약속을 지켜.”

“내 목숨 값이나 내놔.”

“썩 나가.”


기대치가 뒤돌아섰다.

빼빼와 뚱뚱이를 뿌리쳤다.

천천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13층 복도.

배에서 통증이 일었다.

뻔뻔한 놈.

죽이려 해놓고 사과 한마디 없다니.


“어휴, 씨.”


길고도 긴 하루가 끝나갔다.

숙소로 돌아왔다.

눈만 붙일 생각이었다.

캡슐 안에서 깊이 잠들었다.

현실에서 대한은 위기감을 느꼈다.

꿈은 그의 유일한 도피처였다.




* * *




이른 새벽.

보랏빛이 바다와 하늘에 가득하다.

상쾌하면서 비릿한 바람이 분다.

아, 고기를 낚는 어부는 없다.

섬사람이 살지 않으니까.

이곳은 섬이다.

박사님.

의사들.

다섯 살 또래의 아이들 30명.

군인 10명.

그들이 전부다.

군인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바뀐다.

바람에 머릿결이 휘날린다.

대한은 다섯 살이다.

그가 서있는 곳은 작은 언덕배기다.

배낭을 메고 서서 기다린다.

탈출하려는 것이다.


“왜 안 오지?”


1년 전.

비만 오면 새던 보육원.

대한이 천덕꾸러기였던 시절.

박사님과의 첫 만남.

그는 고아들을 실험 중이다.

머리에 이상한 걸 뒤집어씌운다.


“네가 대한이냐?”

“네.”

“너도 실험을 하자꾸나.”

“난 싫어요.”

“왜 싫지?”

“유치하니까요.”

“후훗. 하나도 아프지 않단다.”

“사탕 하나로는 안 돼요.”

“그럼 초콜릿을 주마.”

“뭐, 그럼 좋아요.”


대한도 실험을 한다.

박사님이 원장님한테 봉투를 준다.

대한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안다.

인생이 팔린 거다.

보육원을 나온다.

처음에는 큰 병원으로 간다.

주사를 맞고, 자고, 밥을 먹는다.

모르는 아이들 30명과 섞인다.

거기서 소녀를 처음 만난다.

소녀는 항상 웃어서 좋다.

박사님과 의사들이 배에 태운다.

대한과 아이들을.

한참을 걸려 이 섬에 도착한다.

군인 10명이 지키고 있다.

그 후로 이곳에 갇힌다.


“대한아.”


소녀가 다가와 멈춰 선다.


“왔어?”

“응. 추워.”

“배낭은?”

“대한아.”


소녀가 한숨을 내쉰다.


“대한아, 나는 안 갈래.”

“뭐? 같이 가기로 했잖아.”

“그건 니 생각이고.”

“도망치기로 했잖아. 약속했잖아.”

“아니야. 난 싫어.”

“좋다고 했어.”

“그런 적 없어.”

“거짓말쟁이.”

“나 거짓말쟁이 아니야!”

“조용히 해. 사람들 다 깨겠어.”

“도망치는 건 나쁜 짓이야.”

“너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어.”

“박사님이 우릴 낫게 해준다고 하셨어.”

“쳇.”

“대한이 넌 도망가면 안 돼.”

“난 갈 거야. 넌 여기 남아.”

“가지 마.”

“남아서 돼지처럼 먹고 잠이나 자.”

“가지 마. 싫어!”

“소리 지르지 마!”

“소리 지를 거야. 너 혼자선 못 가.”

“갈 수 있어.”

“군인아저씨가 그랬어.”

“뭐라고.”

“아무도 섬을 빠져나갈 순 없댔어.”

“바보. 어젯밤에 나룻배를 봤어.”

“바보는 너야!”

“조용히 해!”

“바보, 바보, 바보!”


애애앵.

섬이 새벽을 박차고 아침으로 달린다.

대한도 곧장 달리기 시작한다.

소녀는 멀리서 울부짖는다.


“가지 마!”


쫓아오는 맹견이 짖어댄다.

늘 침을 흘리고 사납게 짖는 녀석들.

무섭다.

물릴까 무섭고 붙잡힐까 무섭다.

대한의 여린 숨이 턱에 찬다.

파도소리가 가까워진다.

뛰고 또 뛴다.

바닷가다.

나룻배가 없다!

대한이 멈춰서 주위를 돌아본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는 혼자다.

눈물이 줄줄 흐른다.

파도가 그를 향해 덮친다.

서러움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바닷물에 잠기며.

이것이 꿈이라는 걸 깨닫는다.




* * *




잠에서 깼다.

어수선한 꿈이었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 꿈.

무려 열세 시간이나 잤다.

조선한테서 온 전화가 많았다.


“여보세요?”

-대한 씨.

“민구는 좀 어땠습니까?”

-별 차도는 없었어요.

“저도 별 차도가 없습니다.”

-아무튼 살아있으니 다행이네요.

“왜 걱정하는 말로 들리죠?”

-매일 사고만 치고 다니니까 그러죠.

“조 대표님.”

-조선 씨요.

“조선 씨, 혹시 상무자리가 비었나요?”

-네. 벌써부터 도전하게요?

“아닙니다. 전 할 일이 있어서 이만.”

-잠깐만요!


처음 일방적으로 끊었다.

예절을 차릴 때가 아니었다.

반드시 기대치를 추월해야 했다.

사무실로 출근해 안 팀장을 만났다.


“좋은 아침. 오늘 컨디션은 어때?”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커피를 따라주며 마주앉았다.


“뭐 좀 여쭤볼 게 있는데요.”

“뭔데?”

“상무자리가 왜 비어 있죠?”

“회장님 지시지 뭐.”

“상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머, 대한 씨. 그건 아니다.”

“도전은 해보고 싶은데요.”

“초고속 승진을 해야지.”

“초고속이요?”

“가장 빠른 루트를 알고 싶어?”

“네.”


안 팀장이 생각에 잠겼다.


“가만있자. 있긴 있어. 있는데.”

“그래요? 그게 뭡니까?”

“지금 대한 씨한테는 무리일 거야.”

“알려주십시오. 부탁입니다.”

“흠. 좋아. 내가 추천할 순 없지만.”

“추천요?!”

“회장님 직속기관이 있어.”

“전에 들은 기억이 납니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

“회장님을 볼 수 있다고 하셨죠.”

“핵심부서라고만 알려져서.”

“네에.”

“물론 회장님이 선택하시고.”

“그곳에도 빈자리가 있을까요?”

“미안해. 난 거기까지야.”

“혹시?”


대한의 음성이 떨려왔다.


“누군가 회장님께 추천한다면.”

“되겠지. 되겠지만.”

“그 부서 이름이 뭐죠?”

“특수처리반.”


특수처리반이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대한의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온통 특수처리반으로 가득했다.

거기 가서 초고속 승진만 한다면.

기대치한테 제대로 복수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

중환자실로 갔다.

면회객용 차림이었다.

비닐장갑을 벗고 민구 손을 잡았다.

변영훈을 깨운 것처럼 해봤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무것도.

착잡해져서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조선과 마주쳤다.


“대한 씨, 걱정돼서 오셨어요?”

“바쁘실 텐데 여긴 어떻게.”

“혹시나 하고 와봤죠.”

“저랑 마주칠까 봐서요?”

“이젠 농담도 하시네?”

“훗.”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셨어요?”

“하는 중입니다.”


미안합니다.

당신한테는 말할 수가 없어요.


“점심은 드셨습니까?”

“아뇨. 왜요?”

“제가 대접해드려도 될까요?”

“우와.”

“혼밥이 체질이었는데 요즘 바뀌어서.”

“실컷 뜯어먹어야지.”

“갈까요?”

“가요.”


11층의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런 묘사가 가능할 것 같았다.


<바흐가 귓가를 간질이고, 촛불조명이 은은한, 연인들을 위한 공간>


웨이터가 둘을 테이블로 안내했다.

곧장 메뉴판을 펼쳤다.

조선이 신중한 얼굴로 훑어봤다.

대한은 한글을 찾다 포기했다.


“대한 씨 먼저 시키세요.”

“그냥 제 것도 시키십시오.”

“하얀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자인가요?”


조선이 방긋 웃으며 놀렸다.

대한도 웃으며 메뉴판을 덮었다.


“나 참. 먹을 만한 거겠죠?”

“대한 씨 놀려먹기 성공.”

“왜 놀려먹고 싶었어요?”

“처음에 저 엄청 고생시켰거든요?”

“아, 하긴.”


조선이 능숙하게 주문을 마쳤다.

웨이터가 고개를 숙이고 떠나갔다.

둘 사이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그녀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이렇게 같이 식사하는 것도 좋네요.”

“다른 날은 누구랑 드십니까?”

“혼자. 혼자 먹어요.”

“네.”


여자와 이런 곳에 와본 건 처음이었다.

분식집에서 레스토랑.

발전이기는 했다.

조선은 뭔가 하고 있었다.

뭔가 봤더니, 냅킨을 계속 찢어댔다.


“저기.”

“네? 아, 미안해요. 버릇이라서.”

“우리.”

“네.”

“좀 친해져볼까요?”

“지금도 뭐. 난 친한데?”

“얼마나 친한지 알아보는 게 어때요?”

“어떻게요?”

“서로 칭찬해주기.”


작가의말

오늘도 힘내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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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첫 임무 (6) 20.05.27 11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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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첫 임무 (4) 20.05.26 125 4 10쪽
30 첫 임무 (3) 20.05.25 126 2 10쪽
29 첫 임무 (2) 20.05.25 120 1 10쪽
28 첫 임무 (1) +2 20.05.24 136 3 10쪽
27 특수처리반 (7) 20.05.24 133 1 10쪽
26 특수처리반 (6) +2 20.05.23 141 4 10쪽
25 특수처리반 (5) 20.05.23 136 2 10쪽
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8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48 2 10쪽
22 특수처리반 (2) 20.05.21 140 2 10쪽
» 특수처리반 (1) 20.05.21 14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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