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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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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698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20 07:13
조회
150
추천
3
글자
10쪽

떠도는 영혼 (5)

DUMMY

젠장.

힘이 딸렸다.

7킬로그램이 고작일 텐데.

볼링공을 껴안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포기하고 수면으로 올라왔다.


“푸우! 흐읍.”


밖은 여전히 잠잠했다.

자꾸만 무의식이 그에게 경고했다.


‘함정이야. 가지 마.’

‘절대 그 안에 들어가지 마.’


다시 자맥질해 들어갔다.

그 뒤부터는 악몽의 연속이었다.

물속으로 어뢰처럼 뭔가 달려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5명의 영혼이.

그를 에워싸며 다가왔다.

발목을 붙들렸다.

목을 억세게 휘감겼다.

팔과 다리 등을 붙들렸다.

온몸이 엮여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놀라움이 공포를 이겼다.

왜 영혼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걸까?


‘대체 뭐지?’


악령들이 아니었다.

매일 봐온 영혼들이었다.

그들이 대한을 죽이려고 덤벼들었다.

몸부림치면서 겨우 틈을 뚫고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솟구쳐 올랐다.

수영장엔 아무도 없었다.

소리쳐도 소용없었다.

그냥 완전범죄였다.


“사람 살!”


공허한 메아리.

쑤욱.

우악스런 힘이었다.

쑤욱.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물귀신처럼 그를 가라앉혔다.


‘제발 놔줘. 살려줘.’


숨이 가빴다.

마지막 호흡이 세포 하나하나에 구조신호를 보냈다.

더 이상은 힘들었다.

악귀 같은 손아귀들에 몸이 묶여갔다.

계속 발길질하며 몸부림쳤다.

영혼이 인간을 공격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깊숙이 끌려들어갔다.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다.

의식이 점점 더 희미해졌다.

영혼과의 접촉 능력을 원망했다.

이렇게 참담한 결과를 낳을 줄이야.


‘대체 왜 날 죽이려 하지?’


참았던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폐가 산소를 달라고 힘껏 부풀었다.

순식간에 매순간이 스쳐지나갔다.

영혼 주식회사에 입사해서.

지금까지의 일들이.

조선의 얼굴이.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손아귀의 힘이 약해졌다.

그를 붙잡는 존재가 느껴졌다.

누군가 그를 껴안고 솟구쳐 올랐다.

수면이다!


“어푸! 하아악. 하아아악.”


민구의 영혼이었다.

그가 대한을 멀리 헤엄쳐 데려갔다.

가까스로 수영장 가에 올라갔다.

대한이 대자로 뻗어서 헉헉거렸다.

다시 숨을 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녀석이 곁에 와서 주저앉았다.


“헉헉.”

“괜찮아?”

“아니.”

“하마터면 골로 갈 뻔했어.”

“네가 날 구했어.”

“맞아. 나도 믿기지가 않는다.”

“헉, 민구 너한테 잘할게.”

“암. 앞으로도 쭉. 알지?”

“오늘만.”

“뭐 인마?”

“어떻게 날 찾아낸 거냐?”

“이따 알려줄게.”

“뭘 봐?”

“지원군들. 혼자서는 무리라,”

“지원군?”

“설마 영혼 다섯을 혼자서 해치웠겠냐?”


대한이 간신히 앉아서 수영장을 봤다.

방금 헤쳐 나온 지옥이 보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잠시 후, 뽀글뽀글 거품이 올라왔다.


“보고 올게. 기다려.”


숨을 모으고 꼿꼿한 자세로 입수했다.

서로를 껴안고 뒤엉키는 영혼들.

공격자와 지원군 총 열 명. 영혼끼리 싸우고 있었다.

마치 왈츠를 추는 것 같기도 했다.

움직임에서 거품이 이는 게 보였다.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영혼들의 세계다.

이리저리 순간이동!

몇 번의 발길질.

껴안고 휘감아 돌기.

드디어.

싸움이 끝났다.

공격자와 지원군이 사라졌다.

대한도 다시 수영장 가로 올라왔다.


“헉. 네가 지원군이랑 온 거야?”


물장구치는 민구 영혼이 대답했다.


“그래. 영혼 되니까 친구 먹기 쉽더라.”

“고마워서 어쩌지?”

“나중에 떡이나 돌려.”


대한이 곁으로 다가왔다.


“진짜 너 아니었으면 난.”

“쟤들은 지들끼리 해결하게 둬.”

“민구야.”

“네 수명이 질긴 거지 뭐.”

“알지?”

“끔찍했겠다.”

“영혼들이 날 공격했어.”

“네가 최초일 거다. 특이해, 좌우간.”

“왜 날 공격한 거지?”

“우선 진정해. 너 숨이 가빠.”

“내가 곤경에 빠진 걸 어떻게 알았어?”

“기대치 전무한테서.”

“뭐?!”

“우연히 13층을 서성거리는데.”


민구 영혼이 머릴 긁적였다.


“비상계단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라고.”

“기대치?”

“영혼 다섯을 모아놓고 명령을 내렸어.”

“기대치가 명령을 내렸다고?”

“실내수영장에 숨어있어라. 위대한이 곧 나타날 거다. 물속으로 들어가도록 조치했으니, 놈을 확실히 제거해라. 더 들을래?”

“해.”

“수장시켜 버려!”

“하핫.”


헛웃음이 나왔다.

기대치가 급하긴 급했군.

경비대장한테 연락받았겠지.

변영훈도 보고를 올렸을 거고.

위기에 몰린 놈의 선택이란 게···

겨우 암살?


“대가로 뭘 해준다든?”

“영혼들한테?”

“응.”

“약속대로 해주겠다고 했어.”

“민구야, 내 말 잘 들어.”

“뭔데?”

“영혼의 재활용을 실험한 놈이 있었어.”

“내 추측이 맞았다고?”


민구 영혼이 입을 떡 벌렸다.


“널 습격한 것도 그놈 짓이야.”

“뭐야?”

“생각해봐.”

“퀴즈야?”

“네가 자정에 5과에 갈지 안 사람은?”

“너.”

“그전에. 넌 분명히 말했어.”

“내가 뭘?”

“자정에 간다니까 정보통이 걱정했다.”

“그래, 그랬지.”

“도서관에 엿듣는 영혼이 있었어?”

“아니! 그건 확실해.”

“이름을 대. 그 미혼모가 희망이야.”

“그 여자가 왜?”

“스파이니까. 놈의 정체를 말해줄 사람.”

“아, 이름이.”

“기억해야 돼.”

“몰라. 왜 이러지? 얼굴도 기억이 안나.”

“노력해봐.”

“안개 속 같아. 미안해, 대한아.”


안타까운 한숨이 나왔다.

민구의 해마가 손상됐기 때문일까?


“중환자실에서 들었는데.”

“응.”

“깨어나도 기억이 뒤죽박죽일 거랬어.”

“그래, 알았다. 할 수 없지 뭐.”

“영혼도 기억상실이 있네.”

“잊어버려. 증거는 또 찾으면 되니까.”


대한이 일어났다.


“어딜 가?”

“볼링공부터 꺼내야지.”

“놈이 누군지 말해줘야지.”

“아직도 감이 안 와?”

“잘난 척은.”

“기대치.”


민구 영혼이 벌떡 일어섰다.


“뭐, 기대치? 기대치 전무?”

“실험하고, 습격하고, 죽이려한 놈.”

“이런 망할 자식이!”

“흥분하지 마. 당분간은 비밀로 하자.”

“왜?”

“아직은 놈을 칠 때가 아니야.”

“왜?”

“네 복수는 따로 해줄게.”

“진짜?”

“내 목숨 값부터 우선 챙기고.”

“내가 깨어나면 같이 하자.”

“너한테는 한번 빚졌잖아.”

“그래도 혼자서는 무리 아닐까?”

“이제 가. 중환자실에 자주 들를게.”

“대한아.”

“널 원상복구 할 방법도 생각해볼게.”

“지금이 편하기도 해.”

“뭐야?”

“아주 자유로워. 너도 돼봐.”


민구 영혼이 사라지며 말했다.


“먼저 간다. 조심해라.”

“어, 고마워. 잘 가.”


모두가 사라진 지금.

살아남은 게 기적 같았다.

빨랫줄과 비닐봉지를 가져왔다.

풍덩!

입수해 볼링공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비닐봉지 입구를 빨랫줄로 묶었다.

빨랫줄을 수영장가로 가져왔다.


“영차!”


볼링공을 바닥에서 끌어올렸다.

이젠 주인을 찾아줘야 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계획을 세우면서 생각했다.

이건 기대치와의 체스게임이다.

먼저 일격을 당했다.

이젠 내 차례였다.

체크메이트를 외칠 시간이었다.


“기대해라, 기대치.”


1층 경비실.

볼링공을 껴안은 대한이 다가왔다.

쾅쾅쾅!

문이 열렸다.

무조건 밀고 들어갔다.


“아니, 당신은?”


볼링공을 책상에 쿵 내려놨다.

경비 하나만 지키고 있었다.


“경비대장은 어디 갔습니까?”

“대장님은 순찰 도시오.”

“그럼 CCTV 좀 봅시다.”

“그건 안 됩니다.”

“전처럼 사장님을 호출해야 되나?”


경비가 주춤했다.

대한의 눈빛이 그만큼 살벌했다.


“우리 쉽게 갑시다. 예?”

“저 볼링공은 왜?”

“됐고! 화면이나 띄워놔요.”

“어디를?”

“실내수영장 앞. 오늘아침.”


경비가 망설이더니 자리에 앉았다.

기계를 조작하자 정지화면이 보였다.


“좋아요. 천천히. 아니 빠르게.”


대한의 동공이 커졌다.

실내수영장을 오가는 사람들.

그들이 벌집의 벌처럼 움직였다.

11시 무렵.

대한이 소릴 질렀다.


“잠깐! 천천히.”


시야에 한 남자가 포착됐다.


“뒤로. 천천히. 뒤로. 스톱!”


남자가 볼링공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확대시켜요.”


남자는 어느 모로 보나 뚱뚱이였다.


“수영장 내부도 봅시다.”

“내부엔 CCTV가 없습니다.”

“아, 그랬지. 젠장.”


10분 후, 뚱뚱이가 다시 나왔다.

볼링공 주머니는 홀쭉해져 있었다.

미스터리 하나는 풀렸다.


“이제 저승까지 입 다뭅시다.”

“네?”

“난 여기 없었던 거요.”

“알겠습니다.”


볼링공을 안고 경비실을 나왔다.

영혼들 사이에 소문은 빨리 퍼져간다.

그럼 만나볼 영혼이 있었다.

지하2층.

영혼방위군 요새.

박 중위가 대한을 맞이했다.


“왔군.”


대한이 볼링공을 치켜들고 물었다.


“아시죠?”

“소문은 들었네.”

“절 공격한 게 악령들입니까?”

“아니야. 영혼들이었어.”

“그래서 나 몰라라 하셨군요.”

“인간의 일에는 관여할 수 없네.”

“이런, 제가 죽어야 할 걸 그랬네요.”

“할 말이 없구먼.”

“영혼들이 절 공격했습니다.”


김 하사가 곁으로 다가왔다.


“영혼들이 널 살리기도 했다.”

“감사기도라도 할까요, 그럼?”

“닥쳐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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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첫 임무 (2) 20.05.25 11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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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8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4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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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떠도는 영혼 (3) 20.05.19 175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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