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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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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03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3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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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악령주식회사 (4)

DUMMY

-그래. 우리는 모두 폰이다.

“그럼 신이 이기겠군요.”


대한이 힘주어 말했다.

악령과의 대화에서 이기고 싶었다.

인간의 위대함을 증명해내고 싶었다.

그게 불가능하다 해도.


-어째서?

“인간은 악령보다 강하니까요.”

-강하다? 왜.

“결국은 선한 마음이 이기니까요.”

-그건 너의 착각이다.

“저는 선한 인간이 되길 선택했습니다.”

-네가 악함에 대해 아느냐?

“선함의 반대죠.”

-선함과 악함은 동전의 양면이다.

“설득이 길어지겠네요.”

-인간은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어.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선택했다고 믿을 뿐이다.

“아주 철학적이시군요.”

-비꼬는 거냐?

“아뇨. 비웃은 겁니다.”


악령의 심기를 너무 건드렸나?

기대치와는 달리 목숨이 달랑거렸다.


-지금 너의 목표가 고작해야 상무냐?

“네.”

-여기서 일하는 게 어때?

“악마대리 자리를 주실 겁니까?”

-원한다면 무한한 능력을 나눠주마.

“제 능력도 꽤 되는데요.”

-잘 생각해봐라.

“전 유혹에 강합니다.”

-원하는 건 뭐든 다 이룰 수 있다.

“영혼 주식회사에만 있는 게 있죠.”

-뭐지?

“사람입니다. 영혼을 가진 사람.”

-고작?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잡니다.”


대한이 조선을 떠올리며 말했다.

악령은 잔뜩 비꼬는 태도였다.


-재밌는 질문을 하지.

“하십시오.”

-사랑이란 게 정말 있을까?

“지금이라도 해보지 그러십니까.”

-육체의 화학반응이잖아. 안 그래?

“옥시토신 호르몬이라고도 하고요.”

-인간의 감정조차 뇌가 주관한다.

“영혼의 사랑은 다릅니다.”

-사랑은 환상에 불과해.

“운명 아닐까요?”

-운명?

“운명 안에 만나야 할 사랑이 있죠.”

-훗.

“그걸 찾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많고.”

-사랑 놀음 따위엔 관심 없다.

“유감이군요.”

-넌 사랑하는 여자가 있구나.

“그녀가 원한다면 뭐든지 할 겁니다.”

-악령들도 사랑을 한다.

“기절초풍할 일이네요.”

-인간의 것보다 더 강한 쾌락이지.

“절 유혹하시는 겁니까?”

-그 여자랑 와서 같이 살아라.

“끔찍한 초대라 거절하겠습니다.”

-결국 너와 나는 적으로 만나겠구나.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대한도 악령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대한이 혼자 일어섰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좋다. 내 제안은 계속해서 유효하다.

“제 결심은 확고합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가능하면 부딪치지 맙시다.”

-잘 가거라, 인간아.


문가로 걸어갔다.

끼이익!

마침내 문이 열렸다.

대한이 보석 방에서 밖으로 나왔다.

악령과의 대화를 곱씹으면서.


“대화는 잘했어?”

“무사해, 대한 씨?”

“괜찮으신 거예요, 형?”


그리운 얼굴들이 그를 기다렸다.

문은 다시 스르르 닫혔다.


“무사히 나와서 천만다행이야.”

“다영 씨.”

“자기 때문에 죽는 줄 알았잖아.”

“유나 씨가 제 걱정을요?”

“다리가 아파서 그랬지. 다리 아파서.”

“무슨 대화를 나누셨어요?”

“그냥.”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형.”

“요점은 이거야.”


모두 대한의 말에 집중했다.


“악령주식회사가 우리보다 먼저였어.”


다영과 유나와 심영이 모두 놀랐다.


“그 말을 믿어, 신참은?”

“물론 아직은 말뿐입니다.”

“또.”

“기대치 전무가 이곳을 다녀갔답니다.”

“설마.”

“회장님 지시로 시스템을 모방해갔죠.”

“뭐야? 그게 정말이래?”

“그만!”


다영이 스톱시켰다.


“유나 씨, 대한 씨도 그만.”

“왜 막아? 더 듣자.”

“악령은 거짓말에 능수능란해. 몰라?”

“악령도 영혼도 거짓말하지 않아!”

“괜한 분란 일으킬 거 없어.”


다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스파이 얘기는 묻어둬야겠다.

스카우트 제의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젠 어떡하죠, 누나?”

“어쩌긴 뭘 어쩌니? 계속 탐험해야지.”

“대한 씨, 돌아가라는 말은 없었어?”


역시 예리한 다영이다.


“네. 돌아가란 말은 없었습니다.”

“정체는 들킨 것 같은데.”

“회사를 자랑하려는 게 아닐까요?”

“영아, 꼬치구이는 실컷 봤거든?”

“다들 어때? 고?”

“글쎄. 어쨌거나 맞장구는 쳐줘야지.”

“계속 탐험해요? 배도 고픈데.”

“일단 가자, 영아.”

“먹을 것도 있겠죠?”

“배고프면 손 씨를 잡아먹으면 돼.”


일행은 1층으로 올라갔다.

아직까진 인간을 보지 못했다.

어디서 생체해부라도 당하는 중일까?

이번에도 대한이 일행을 이끌었다.

1층이었다.

텅 빈 로비에 다시 돌아왔다.


“앗, 인간이야!”


유나가 놀라며 가리켰다.

비틀거리며 걷는 남자가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남루한 차림이었다.

남자 목에 매달린 악령도 보였다.

코브라처럼 큰 아가리를 벌렸다.

통째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남자가 멈췄다.

비명이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고통에 찬 비명.

허수아비처럼 무릎을 꿇었다.

일행이 주저했다.

구해야 하느냐.

계속 지켜봐야 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다가섰다.

머릴 집어삼킨 악령이 노려봤다.

대한의 눈과 딱 마주쳤다.

핏발 선 뱀의 눈.

공포를 부르는 악의 기운이었다.


“팀장님.”


대한이 다급한 눈길로 다영을 봤다.

다영도 안타까운 듯 보고 있었다.

유나는 심영의 손을 꼭 잡았다.

심영의 얼굴이 새빨갛다.


“일단 돕죠.”

“안 돼.”


다영이 단호하게 말렸다.


“대한 씨는 여기가 어딘지 몰라?”

“죄송합니다.”

“인간을 업고 놀아도 상관하면 안 돼.”

“나도 인정.”


유나가 슬픈 얼굴로 대꾸했다.


“너무 지독하잖아요!”


심영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악령 하나를 없애서 세상이 바뀌니?”

“게다가 무기도 없어, 우린.”

“우선 임무부터 완수해야 돼.”

“다영 씨가 맞아. 가상현실이잖아.”

“후. 저런 것들은 싹 쓸어버려야죠.”


심영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나가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보스 전까지 기다리자.”

“그래, 영아. 참는 거야. 알았지?”

“그만 가시죠. 도와줄 수도 없으니.”

“오케이. 신참이 앞장서.”


일행이 되돌아갔다.

끔찍한 광경을 피해서.

더 끔찍한 현실과 마주하기 위해서.


“위로 갑니다.”


대한이 2층 버튼을 누르고 생각했다.

너무 무모하다.

위험한 탐험이다.

이곳은 적의 터전이다.

언제든 공격당할 수 있다.

이쯤에서 멈춰야하지 않나?

띵!

일행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뷔페식당.


“세상에, 좀비다.”


유나가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알던 곳이 아니었다.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인간들.

비틀대며 음식 탑을 쌓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선 손으로 마구 퍼먹었다.

악령들이 돌아다니며 다그쳤다.

좀비와 악령의 컬래버레이션.

탐욕만이 이곳을 지배했다.

좀비가 사람 대신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끔찍하네.”

“돼지우리도 여기보단 깨끗하겠어.”

“왜 악령들이 좀비랑 함께 있죠?”

“좀비가 지배를 받고 있어.”


대한이 자기 생각을 밝혔다.


“악령한테 괴롭힘 당한 최후가 좀비야.”


깨달음을 얻었다.

좀비한테도 영혼이 있는가?

변하기 전에는 좀비도 인간이었다.


“둘러볼 것도 없겠어.”

“음식에서 고린내가 나요.”

“아닌데. 난 맛있게 보이는데.”

“나가자. 여기서 식사할 사람 있어?”


다영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떠나려던 순간.

대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저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저히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누군가를 꼭 닮은 좀비를 본 거였다.

기대치.

기대치 전무.

이목구비나 체격이 바로 그였다.


“잠깐만. 여기 계세요.”


대한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게걸스럽게 퍼먹는 좀비들과 달랐다.

숟가락과 포크로 음식을 음미했다.

바로 코앞에서 확인했다.

180센티미터에 잘생긴 얼굴.

어쨌든 훈남 좀비였다.


“기대치 전무?! 넌 뭐지?”


대한의 어안이 벙벙했다.

기대치좀비는 못 듣는 척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정장은 색이 바랬다.

어깨엔 비듬이 가득하고.

구두엔 먼지가 쌓였다.

얼굴에 흰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 대신 동작만은 절도가 있었다.


“대한 씨, 무슨 일이지?”

“좀비가 음식을 양보하겠대?”

“좀비치곤 깨끗한 편이네요.”


다들 대한을 쫓아와서 질문했다.


“여기 이 좀비 좀 보세요. 봐.”


대한이 비켜섰다.

난리가 났다.


“어머머머. 이게 누구야?”

“전무님? 말도 안 돼.”

“아냐. 그냥 닮은 거겠지.”

“팀장님, 기 전무가 노숙자 차림이면.”

“딱 이런 모습이겠다.”

“기 전무라니! 기 전무님이야.”


다영도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쳇, 기 전무나 전무님이나.


“영아, 우리가 하는 말이 들릴까?”

“좀비잖아요. 영화를 보면.”


심영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 가지 버전이 있어요.”

“좀비가 두 종류나 있어?”

“대화할 줄 아는 좀비, 맛이 간 좀비.”

“그럼 욕하면 안 되겠구나.”

“유나 누나, 뭐 감정 있어요?”

“있지.”

“기 전무가 뭐랬게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렇게 말했어. 피부가 뽀송뽀송하군. 비결이라도? 하! 성희롱이 따로 없지 않니?”

“이거야 닮은 죄밖에 더 있나요?”

“봐, 피부가 썩어 문드러졌어. 혹시 말이지. 아랫도리도 그럴까? 궁금하네.”


작가의말

내일부터 오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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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장과의 만남 (1) 20.05.28 116 1 10쪽
34 첫 임무 (7) 20.05.27 116 3 10쪽
33 첫 임무 (6) 20.05.27 113 2 10쪽
32 첫 임무 (5) 20.05.26 118 4 10쪽
31 첫 임무 (4) 20.05.26 125 4 10쪽
30 첫 임무 (3) 20.05.25 126 2 10쪽
29 첫 임무 (2) 20.05.25 120 1 10쪽
28 첫 임무 (1) +2 20.05.24 136 3 10쪽
27 특수처리반 (7) 20.05.24 133 1 10쪽
26 특수처리반 (6) +2 20.05.23 141 4 10쪽
25 특수처리반 (5) 20.05.23 136 2 10쪽
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8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48 2 10쪽
22 특수처리반 (2) 20.05.21 14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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