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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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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13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6.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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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대결 (2)

DUMMY

“멍청이는 너야! 난 똑똑해!”

“박사님이 그래?”

“내가 제일 똑똑하댔어!”

“그건 거짓말이야.”

“아니야!”

“니가 자꾸 도망치니까 그랬어.”

“아냐!”

“넌 그것도 몰라. 그래서 멍텅구리지.”

“아아아아악!”

“이 바보 멍청이 말썽쟁이!”


둘은 그렇게 투닥대면서 지낸다.

온종일 대한은 주사를 맞는다.

소녀는 동화책만 읽는다.

가끔은 소리 내서 읽을 때가 있다.

대한한테 들릴 만큼.

그럴 때, 대한은 소녀가 고마워진다.

소녀가 악몽을 꿀 때.

대한은 귀를 막지 않는다.

실컷 소리 지르게 내버려둔다.

그러다보면 몸이 낫기 때문이다.

대한은 소녀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친구라는 느낌도 든다.

소리 지르는 친구.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다.

의사들은 일정하게 이곳을 찾는다.

열을 잰다.

뭔가 기록한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관자놀이에 전극을 꽂는다.

대한은 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데이터라는 걸.

끔찍한 실험을 위해서란 걸.

대한이 소녀를 도발한다.


“난 박사님이 싫어.”

“방해하지 마. 책 읽고 있어.”

“넌 박사님이 좋지?”

“대한아, 나 책 읽고 있어.”

“너는 여자니까 박사님이 좋은 거야.”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아이들은 모두 똑같다.

다 같은 운명이다.

밥만 처먹는 바보천치들.

데이터를 실처럼 뽑아대는 누에들.

내가 박사님이라도 한심하겠지.

나만한 용기도 없다.

언젠가는 도망칠 거다.

가고 나면 다들 울겠지?

소녀도 엉엉 울어버릴 거다.

가끔씩 꿈을 꾼다.

부모님이 데리러 온다.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때, 박사님은 아빠로 나온다.

대한을 껴안는다.

대한의 꿈의 꿈속에서 그는 행복하다.

소녀가 묻는다.


“박사님이 널 꼭 안아주니까 좋아?”

“미치겠어. 냄새나.”

“넌 진짜 구제불능이야.”

“구제불능?”

“그래. 바보라고.”

“너도 구제불능이야.”

“난 착한 소녀야. 넌 나쁜 소년이야.”

“넌 나쁜 소녀야. 난 착한 소년이야.”

“그만하자.”

“나에 대해 아는 건 없지?”

“위대한!”

“왜?”

“내 이름을 잊지 마.”

“무슨 말이야. 왜 그러는데!”

“내 이름은 조선이야. 꼭 기억해줘.”

“알았어, 선아.”

“우리가 만나면 기뻐해줘.”

“그럴게. 그럴 거야.”

“대한아!”


갑자기 소녀가 사라진다.

거짓말처럼.

소녀가 사라지고.

텅 빈 침대만 남는다.

모두가 한꺼번에 사라져버린다.

와락 겁이 난다.

열까지 센다.

열을 다 세고 나면 소녀가?

열을 다 세고 나서도 소녀는 없다.

대한이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아무도 못 듣는다.

홀로 남겨질 뿐이다.




* * *




꿈에서 깨어났다.

뭔가 기억날 법했다.

식은땀은 흘리지 않았다.

기억 대신에 소름이 돋았다.


“휴. 젠장.”


캡슐에서 나와서 냉장고로 갔다.

벌컥벌컥 생수를 들이켰다.

좀 살 것 같았다.

꿈이 한 번도 기억나지 않다니.

왜 자신은 그런 꿈만 꿀까?

도저히 모를 일이었다.

배가 고팠다.

2층 뷔페식당.

이것저것 접시에 담아 자리에 앉았다.

식당은 예전 그대로였다.

식사하는 사람들.

그들과 동석한 배고픈 영혼들.

강 회장의 영혼이 대한한테 다가왔다.


“잘 지냈는가.”

“예.”

“악령주식회사를 가상체험 했다면서.”

“역시 소문이 돌았군요.”

“우린 안 퍼뜨렸네.”

“압니다.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아니.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야.”

“섭섭하네요.”

“혹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나?”


어떻게 안 것일까?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다.


“안 받았습니다.”

“자네 눈에 다 씌어 있어.”

“뭐 좋습니다. 받았다고 치죠.”

“거절했나?”

“당연하죠.”

“당연하다니.”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회삽니다.”

“내 생각은 좀 다르네.”

“그래요?”

“악령주식회사는 성장가능성이 무한해.”

“제정신이십니까?”

“요즘 세태를 보게.”

“제가 뉴스는 안 봐서요.”

“인간들이 하는 짓들을 보란 말이야.”


대한이 그를 빤히 응시했다.


“악령들이 하는 짓과 뭐, 다를 게 뭐야. 난 곧 악령주식회사가 이곳을 뛰어넘을 거라고 믿어. 세상엔 악마한테 영혼을 팔 인간들로 넘쳐나니까. 보수도 더 많을걸?”

“농담이셨길 빕니다.”

“허허. 그거야 자네 마음이지.”

“영혼과 악령은 존재 이유부터 다르죠.”

“달라?”

“영혼은 인간을 성장시켜 내보냅니다.”

“좋은 선생이네.”

“악령은 인간을 타락시켜 잡아둡니다.”

“나쁜 선생이군.”

“비유가 적절하네요.”


강 회장의 영혼이 상체를 내밀었다.


“그러니까 영혼이 우월하단 소린가?”

“네. 지금까진.”

“지금까지?”

“영혼의 재활용이요.”

“아, 저승으로 안 떠날 테니까?”

“가야할 길을 막는 짓입니다.”

“그래봤자 아주 일부야.”

“물 한 방울 때문에 잔이 넘칩니다.”

“영혼들한테 기회를 더 주자는 걸세.”

“인간을 이용하잖습니까.”

“인간은 영혼의 집일뿐이야.”

“그렇죠.”

“이 집 저 집 이사하는 게 뭔 문젠가.”

“문제죠. 집 입장에선.”

“뭐가?”

“진짜 집 주인이 사라지니까요.”

“자넨 진짜 단순하군.”

“그게 나쁩니까?”

“하긴··· 때로는 단순함이 무기지.”

“전 영혼을 존중합니다.”

“난 인간을 존중하지 않나?”

“그럼요.”

“갑과 을의 차이 아닐까?”

“영혼이 갑인가요?”

“인간이 갑인가?”

“글쎄요. 결론은 다음으로 미루시죠.”

“그러세.”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역시 예의 하난 바른 친구라니까.”


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스르르 투명해지며 사라졌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띵!

8층 오락시설.

탁구장으로 갔다.

직원들이 끼리끼리 즐기고 있었다.

똑딱 똑딱.

똑 딱 똑 딱.

핑퐁소리에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사람들 속에 섞여있으니 좋았다.

영혼들도 팀을 나눠 응원했다.

대한이 천천히 주변을 봤다.

날 탐하는 영혼도 있나?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에게 필요한 건, 독한 술이었다.

혼자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주저하다가 13층으로 올라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선을 만나는 기적을 꿈꾸며.


“무슨 일이십니까.”


13층에 내리자, 보디가드가 물었다.


“꼭 일이 있어야 하나요?”


대한이 꼬나봤다.


“13층 감시원입니까?”

“기대치전무님의 수행원입니다.”

“아하, 벌써 수행원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블랙리스트입니까?”

“전 바쁜 사람입니다.”

“난 한가한 사람 같소?”

“볼일이 없으면 가십시오.”

“여기서 뼈를 묻을 거요.”

“선생님.”


갑자기 핑계거리가 떠올랐다.


“그럼 기 전무님이나 만나볼까?”

“전무님이요?”

“개처럼 끌어다 데려가시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보디가드가 전무실로 걸어갔다.

지르고 나니 불안해졌다.

하필 기대치라니.

이 저녁시간에!

그럼에도 한번은 만나야 할 놈.

보디가드가 돌아왔다.


“전무님께서 들어오시랍니다.”

“그래요? 난 끌려가는 쪽이 편한데.”


성큼성큼 전무실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비서가 말했다.


“곧 나오실 겁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저요?”

“네. 비서님이요.”

“네. 감사합니다, 위대한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내가 테러리스트 목록에 떴나?

기대치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서류가방이 명품 같았다.


“안녕하셨습니까.”

“됐네. 날 만나러 왔다고?”

“네.”

“딱히 보고할 일이라도?”

“저희가 그런 사인가요?”

“흥. 재수 없는 놈.”

“제가 일급정보를 하나 캤습니다만.”

“난 술 한 잔 하려던 참인데.”

“한 병이라면 좋습니다.”

“따라오게.”


기대치를 따라 전무이사실을 나왔다.

그가 11층을 눌렀다.

또 일을 벌였다.

생각 같아선 멱살부터 잡고 싶었다.

어서 정체를 밝히라고 외치고 싶었다.

띵!

칵테일 바에 입성하는 기대치와 대한.

90도로 절하는 바텐더.

익숙하게 최상급 양주병을 내놨다.

푸짐한 안주도 급이 달랐다.

잘 처먹고 사는군.

빌어먹을 놈.


“자, 마시자고. 빼기 없기.”


언더락 잔이다.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질였다.

기대치가 철철 넘치게 양주를 따랐다.

대한도 질세라 맞받아쳤다.

건배도 없이 혼자 들이켜는 기대치.

대한도 꿀꺽꿀꺽 마셔댔다.


“어차피 비밀이겠지?”

“가상현실 얘긴가요?”

“그래. 최초라서 궁금은 해.”

“이곳과 같았습니다.”

“이곳과 같다?”

“전무님도 잘 아실 텐데요.”

“난 전혀 모르겠는데?”

“인간을 이용하는 적들로 가득했죠.”

“이곳도 그렇다는 뜻인가?”

“전무님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기대치의 눈가가 움찔거렸다.


“자넨 진짜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어. 상무자리? 꿈도 꾸지 마. 13층이 자네 엉덩이부터 걷어찰 테니까.”

“누가 제 소원까지 일러바쳤죠?”

“사방이 다 알아. 너만 모르지.”

“하긴 영혼도 이용하시죠.”

“다했나?”

“아뇨.”

“그냥 사직서를 던지지 그래.”

“전무님이 쓰시면 그러죠.”

“입씨름하고 싶지 않군.”

“비싼 술 앞에서 죄송합니다.”

“날 좋아해주긴 안 바래.”

“언젠가는 가능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좋아. 다시 질문으로 돌아갈까?”

“좋습니다.”

“자네라면 악령과도 대화를 했겠군.”

“했습니다. 꽤 많은 정보를 얻었죠.”


작가의말

항상 좋은 일들이 가득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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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장과의 만남 (1) 20.05.28 11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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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첫 임무 (6) 20.05.27 113 2 10쪽
32 첫 임무 (5) 20.05.26 118 4 10쪽
31 첫 임무 (4) 20.05.26 126 4 10쪽
30 첫 임무 (3) 20.05.25 126 2 10쪽
29 첫 임무 (2) 20.05.25 120 1 10쪽
28 첫 임무 (1) +2 20.05.24 137 3 10쪽
27 특수처리반 (7) 20.05.24 133 1 10쪽
26 특수처리반 (6) +2 20.05.23 141 4 10쪽
25 특수처리반 (5) 20.05.23 136 2 10쪽
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9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49 2 10쪽
22 특수처리반 (2) 20.05.21 140 2 10쪽
21 특수처리반 (1) 20.05.21 146 3 10쪽
20 떠도는 영혼 (6) 20.05.20 149 3 10쪽
19 떠도는 영혼 (5) 20.05.20 151 3 10쪽
18 떠도는 영혼 (4) 20.05.19 170 5 10쪽
17 떠도는 영혼 (3) 20.05.19 175 5 10쪽
16 떠도는 영혼 (2) 20.05.18 16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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