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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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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02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1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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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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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떠도는 영혼 (2)

DUMMY

미친놈처럼 보여선 안 된다.

갑질하는 의사가 아니기만 빌었다.

정보든 부탁이든 들어주기만을 바랐다.


“우울증 약을 끊으셨네요.”

“옛날 일이었습니다.”

“왜 끊으셨나요?”

“증상이 좋아져서요.”

“1에서 10중 현재 기분이.”

“그냥, 부탁 좀 하러 온 겁니다.”

“잠은 충분히 주무세요?”

“왜 물으시죠?”

“대답하기 곤란하신가요?”

“렘수면을 주로 합니다.”

“일단 앉으시죠.”


여의사가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렘수면이면 꿈을 꾸신단 건데.”

“내용은 기억이 안 납니다.”

“캡슐에서 잠은 잘 주무시나요?”

“선생님, 전 우울증이 아닙니다.”

“그걸 직접 판단하십니까?”

“잘 먹고 잘 싸니까요. 일단 제 부탁부터 좀 들어주십시오.”

“부탁이 뭔가요?”

“제 친구가 사라졌습니다.”

“이 건물 안에서요?”

“네.”


희망이 보였다.


“친구라면?”

“김민구. 어쩜 환자였을지도 모릅니다.”

“친구라면서 그걸 모르세요?”

“물론 개인정보니까 그러시겠지만.”

“친구인 게 확실할까요?”

“네?!”

“아시는 게 뭐죠?”

“스물아홉이고. 이곳 직원이고.”

“그분이 연락을 끊었을 가능성은요?”

“저한테요?! 왜?”

“그야 친구 분한테 직접 물으셔야죠.”

“그게 답니까?”

“신경안정제를 처방해드릴까요?”


절망이 보였다.

이 의사한테 자신은 왕년에 우울증을 처방받은 환자일 뿐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처럼은 안 보이나?”

“그러니까 신경안정제를···.”

“그렇지! 이게 다지. 역시.”

“무슨 뜻이죠?”

“깨어나서 지금껏 미친놈처럼 뒤졌어. 신경안정제? 우울증이면 다 먹어야 해?”

“1에서 10중 지금 기분이···.”

“됐어! 됐고.”

“일상생활은 괜찮나요?”

“아니! 아무나 다 죽이고 싶어.”

“사람인가요?”

“뭐가?!”

“그 친구 분이 사람이 맞습니까?”

“와, 진짜 돌겠네.”

“여기선 그런 오해가 자주 발생하죠.”

“불미스런 일도 많겠네.”

“설마, 저를 위협하신 겁니까?”

“맞아. 내 부탁을 안 들어주면 그러려고. 어차피 미친놈 짓인데. 안 그래?”


여의사가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사정해야 하나?

지랄해야 하나?


“사람을 찾는 거면 1층으로 가시죠.”

“거기서 쫓겨나온 거요.”

“정확히 뭘 원하죠?”

“어젯밤, 복도에 있는 CCTV만 확인해주면 됩니다. 그것만 좀 도와주십쇼.”

“그때 이후로 사라지셨다.”

“휴··· 이제야.”

“친구 분이 왜 사라지셨을까요?”

“그게 아무래도.”


밝혀야 했다.

영혼의 재활용 때문이란 걸.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그것뿐이니까.


“뭔가 억울한 느낌 같으신 거죠?”

“그야 뭐, 네.”

“흔히들 조현병이라고 부르는 정신분열증은 가상의 친구를 만들죠.”

“1층에서 CCTV만 확인해주··· 네?!”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왜요?”

“도난당한 물품이 없으니까요.”

“확실합니까? 뭘 뒤진 흔적도 없고?”

“처방전을 써드릴 테니까.”


여의사가 노트북에 기록했다.


“일단 드시고 사흘 후에 오시죠.”

“지금 내가 헛소리! 하는 놈 같아?”

“환자분의 상태가···.”

“환자? 에잇.”

“꾸준한 치료를 받아보시죠.”

“그냥 여길 확 휘저어줘?”

“뭘 휘젓는다는 건지?”

“진짜 미치는 느낌이 어떤지 느껴보고 싶어? 영혼 몇 명 풀까? 끈적끈적 계속 쓰다듬게 해줘? 해줄까, 내가?”


그대로 폭발하고 말았다.

대한이 노려보며 일어섰다.

멀뚱멀뚱 여의사가 쳐다봤다.


“비상벨을 눌렀습니다.”

“저기요. 제발 사정 좀 합시다.”

“그만 나가주세요, 환자분.”

“좀 부탁합시다! 네?”

“안녕히 가세요.”

“어유!”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왜요? 친구 찾으러 나가셔야죠.”

“왜, 자기 뜻대로 안 되니까 불안해?”

“난동피울 생각 말고 나가세요.”

“사람은 말이야. 일이 뜻대로 안되면 불안해지는 거야. 환자고 의사고간에.”


대한이 상의를 다 벗어던졌다.


“무슨 짓이에요!”

“이게 진짜 난동이야. 알아? 어흥!”


사자흉내만 냈다.

경비 둘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상의와 함께 제압당했다.


“제정신이 들 때까진 오지 마세요!”

“제정신이면 여기 오겠냐?”

“선생님, 어떻게 할까요?”

“그냥 내쫓아주세요.”

“내 얼굴 똑바로 익혀놔.”

“벌써 블랙리스트에 올렸어요.”

“언젠가는 당신도 내쫓아주지. 놔!”

“처방한 약을 드시죠!”

“어흥!”


그렇게 5과에서 질질 끌려갔다.

경비들한테 양팔을 붙들렸다.

엘리베이터 문에 던져졌다.

반복하니 어렵지 않았다.

1층.

문이 열려서 나왔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렇게나 친구를 구하려 애쓰다니.

자기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

운명이 바뀌어가거나.

원래 운명을 찾아가거나?


‘민구야. 대체 어디 있어.’

‘두려워하는 게 뭐지?’

‘영혼의 재활용?’


필요했다.

비빌 언덕이.

도와줄 사람이.

간절히 필요해졌다.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조선의 수신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접니다, 위대한.”

-아, 대한 씨.

“지금 바쁘십니까?”

-네, 조금. 무슨 일인데요?

“오늘 해고된 직원이 있었나요?”

-해고요? 아뇨.

“김민구란 직원입니다.”

-없어요. 무슨 일이죠?

“복도에 저랑 함께 있던.”

-아, 기억나요. 그분이 왜?


조선 대표를 믿지 마!


“잠깐만 나와 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당장요?

“대표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급한 일이겠죠, 물론?

“네. 1층 경비실로 와주십시오.”


정적이 흘렀다.

대한의 마음이 타들어갔다.

제발 거절하지 말아요, 제발.


-알았어요. 최대한 빨리 서둘 게요.


통화가 끊겼다.

민구가 뭘 잘못 알았겠지.

지금 믿을 사람은 조선 씨뿐이야.

10분이 흘렀다.


“여깁니다!”


조선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급한 얼굴로 달려왔다.

사정 얘기를 했다.

조선이 대한을 이끌었다.

1층 경비실.

경비 둘이 고갤 숙였다.

대한을 쫒아낸 경비는 안 보였다.


“수고가 많으세요. 최 대장님은요?”

“순찰 중이십니다, 대표님.”

“CCTV 확인 부탁합니다. 언제죠?”

“어제 자정 15분전이요.”

“위치는요?”

“심리치료실 5과입니다.”

“들으셨죠?”


경비 둘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되돌린 CCTV영상이 모니터에 떴다.

아직 민구는 없었다.


“잠깐만. 저기 누가!”


대한이 다른 모니터를 가리켰다.

자정 14분전.

기대치와 빼빼와 뚱뚱이가 보였다.

복도를 걷고 있었다.

자정 13분전.

민구가 상담실 앞에 나타났다.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서성거렸다.

자정 12분 전.

엘리베이터 안의 기대치.

빼빼와 뚱뚱이가 가죽장갑을 꼈다.

자정 11분 전.

민구가 주머니를 뒤졌다.

문을 따는 도구를 꺼냈다.

자정 10분 전.

기대치 무리가 복도코너를 돌았다.

민구는 상담실문을 따고 있었다.

기대치 무리가 꾸준히 걸었다.

자정 9분 전.

모든 사람이 사라졌다!


“뭐죠, 이건?”

“맙소사.”


둘 다 의아했다.

모두가 증발한 화면이 계속됐다.

상담실 앞과 모든 복도가 다 그랬다.


“시간을 보십시오.”


대한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1시.

자그마치 한 시간이 사라져버렸다.

누군가 녹화화면을 지웠다.

경비대장이 들어왔다.


“사장님이 어쩐 일로?”

“최 대장님.”

“아, 그건 왜 보고 계시는지?”

“어젯밤 당직이 누구였죠?”

“접니다.”

“누가 지웠어요. 한 시간을.”

“지웠다고요? 설마.”

“정말 이 일에 대해 모르세요?”

“맹세코 아무도 다녀가지 않았습니다.”

“사실인가요?”

“네.”


경비대장의 눈을 봤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최 대장님, 마지막 기회를 드릴게요.”

“화장실에 딱 한번 갔었습니다.”

“그때 삭제됐다는 건가요?”

“드릴 말씀은 그게 답니다.”


경비대장이 단언했다.

누가 그를 구워삶았을까?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모두 수고해주세요.”


대한과 조선이 경비실을 나갔다.

1층 로비를 걸으며 말했다.


“누굴까? 누가 이런 대담한 짓을.”

“제 친구를 납치한 놈이겠죠.”

“납치요?!”

“전혀 연락이 안 됩니다.”

“저도 친구 분이 걱정되지만.”

“설치고 다니진 말라고요?”

“이젠 알았으니까. 제가 알아볼게요.”

“지금이 처음 안 겁니까?”

“네?”

“아뇨. 아닙니다.”

“왜 절 못 믿는단 기분이 들죠?”


영혼의 재활용 얘긴 꺼낼 수 없었다.

그녀를 믿지 말라고 했다는 말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세요.”


그녀가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이제부턴 대한의 몫이었다.

뷔페식당으로 갔다.

영혼한테 부탁해야 했다.

강 회장의 영혼이라면 가능하겠지.

직원 몇 명만 눈에 띄었다.


‘사람 하나가 사라졌는데.’


혼자 중얼대는데, 민구 목소리가 들렸다.


“대한아.”

“그러게. 이곳은 변하지 않는구나.”

“여기 좀 봐.”

“훗. 이젠 헛것이 다 들리네.”


갑자기 몸이 홱 꺾였다.

민구를 닮은 무언가가 마주 서 있었다.

보자마자, 반가움에 몸이 떨렸다.

세상에!

그가 손을 뻗었다.

대한도 엉겁결에 악수를 했다.


“너··· 네가 어떻게?!”

“눈을 떠보니까 병실이더라.”

“뭐? 그럼 여태?”

“내 생각엔 어젯밤에 수술을 받았던 거 같아. 그 다음은 모르겠어.”


작가의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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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장과의 만남 (1) 20.05.28 11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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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첫 임무 (6) 20.05.27 11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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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첫 임무 (4) 20.05.26 125 4 10쪽
30 첫 임무 (3) 20.05.25 126 2 10쪽
29 첫 임무 (2) 20.05.25 120 1 10쪽
28 첫 임무 (1) +2 20.05.24 136 3 10쪽
27 특수처리반 (7) 20.05.24 133 1 10쪽
26 특수처리반 (6) +2 20.05.23 141 4 10쪽
25 특수처리반 (5) 20.05.23 136 2 10쪽
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8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48 2 10쪽
22 특수처리반 (2) 20.05.21 140 2 10쪽
21 특수처리반 (1) 20.05.21 145 3 10쪽
20 떠도는 영혼 (6) 20.05.20 149 3 10쪽
19 떠도는 영혼 (5) 20.05.20 151 3 10쪽
18 떠도는 영혼 (4) 20.05.19 169 5 10쪽
17 떠도는 영혼 (3) 20.05.19 175 5 10쪽
» 떠도는 영혼 (2) 20.05.18 16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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