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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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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697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27 07:14
조회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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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첫 임무 (7)

DUMMY

모두 비꼬고 싶어 안달로 보였다.


“누가 시체로 귀환한 거야?”

“대상자는 찾았어?”

“악령주식회사에서 화환도 보냈나?”

“다들 꼴이 말이 아니네.”


유나가 손가락을 쳐들고 멈춰 섰다.


“찾았고. 데려왔어. 시체?”

“악령과 사투를 벌일 때 놓고 왔죠.”

“잘했어, 영아.”

“쓸 만한 놈인 것 같던가?”

“댁들보다는.”

“다영 씨는 어디 갔어?”

“대상자 데리고 데이트하러.”


모두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심영이 흥분해서 말했다.


“어쨌든 레이스가 예술이었죠.”

“우쭈쭈. 영이가 한몫했어. 그지?”

“악령 떼와의 싸움을 찍었으면 대박.”

“한바탕했나 보군.”

“대판 싸운 정도가 아니라.”


유나가 머릿결을 휘날리며 말했다.


“죄다 지옥으로 보내버렸다니까?”


둘은 승리의 여운을 계속 만끽했다.

대한만 보고서 양식에 몰두했다.

조선이 보게 될 테니까.

그때였다.

다영한테서 전화가 왔다.


“네, 다영 씨.”

-난데. 잠깐 이리로 와줘야겠어.

“5층에요?”

-응. 대한 씨만 와. 끊을게.


무슨 일일까?

영문을 모르겠다.

유나가 불쑥 말했다.


“왜, 다영 씨랑 썸도 타?”

“저 애인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여자군.”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여자죠.”

“자기 여자면 제일 불쌍한 여자야.”

“보고서나 쓰십시오.”


어깨를 으쓱하곤 밖으로 나갔다.

띵.

5층 복도.

대한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진료실 앞에서 다영이 손을 들었다.


“왜 부르셨죠? 한시원 씨는.”

“대한 씨를 보호자로 세우고 싶대.”

“절 보호자로요?”

“들어줄 수 있겠어?”

“왜죠?”

“그야 대한 씨한테 믿음이 가나 보지.”

“가족이 있잖습니까.”

“인연을 끊으려나 봐.”

“아직 제가 보호자까지 되긴.”

“대한 씨는 조 대표님이 보호자였나?”

“네.”

“보호자가 된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

“그럼요.”

“그래도 부탁할게.”

“생각을 좀··· 지금 어디 계시죠?”

“따라 들어와.”


다영을 따라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와 마주 앉은 한시원이 보였다.

아까보다 한결 편안해보였다.


“아, 대한 군. 말을 낮춰도 될까?”

“글쎄요.”

“내 보호자가 돼주게.”

“괜찮겠습니까? 전 일개직원인데.”

“자네가 그래주면 마음이 놓일 게야.”

“대신 수술에 집중해주십시오.”

“고맙군. 정말 고마워.”

“계속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얘기 들었네.”

“불안하십니까?”

“나야 아직 얼떨떨하지.”

“선생님은 익숙하실 텐데요.”

“이곳이 회사라서?”

“네.”

“적응만 하면 더는 귀찮게 안하겠네.”

“언제든지 불러만 주십시오.”

“자넨 포스가 남달라.”

“훗. 감사합니다.”


서류에 사인을 했다.

의사로부터 수술일자를 들었다.

수술일은 내일 오전.

내일이면 그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수술이 끝나고 잠시 들려주겠나?”

“그야 물론이죠.”

“내가 회복할 수 있을까?”

“아주 편안한 여행이 되실 겁니다.”


퇴근 후.

우리 팀은 11층 레스토랑으로 갔다.

오늘의 스페셜메뉴를 먹었다.

유나는 밖에서 회식하자고 고집했다.

다들 흥겹고 들뜬 분위기였다.

와인에 맥주까지 마시며 잔뜩 취했다.


“신참의 승승장구를 위하여 건배!”


유나가 대한을 추켜세웠다.


“하루 만에 끝을 봤어, 대한 씨.”

“대단한 하루였죠.”

“진심이야. 칭찬해.”

“형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여러분이 오늘의 주인공이죠.”

“나도 칭찬해, 나도.”


대한은 영혼들의 찬사도 원했다.

하지만, 오늘은 팀원들이 먼저였다.

8층.

작은 볼링장.

넷이서 볼링시합을 했다.

결과는 다영과 대한의 우승.

다영 덕분이었다.

프레임마다 더블과 터키를 쳐냈다.

유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했다.

심영이 게임비를 냈다.

마지막은 11층 칵테일 바.

오랜만에 진 토닉을 마셨다.

대한은 향긋한 성취감에 들떴다.

유나와 심영이 먼저 바닥을 드러냈다.


“이건 말도 안 돼.”

“아, 누나.”

“적어도 한 달은 포상휴가를 줘야지!”

“내가 오늘 몇 킬로를 뛰었는데.”

“난 오늘을 결코 잊지 못할 거야.”

“레이싱 스턴트맨이 돼야 했어.”

“아! 이대로 죽어도 좋아.”

“저도 잊지 못해요.”

“같이 죽을래?”

“그건 싫고요.”

“겁쟁이!”

“죄송해요, 누나.”


심영이 고개를 테이블에 박았다.


“자, 오늘은 그만!”


다영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대한과 함께 일어섰다.


“뭐해? 어서들 발딱 일어나.”

“자기, 신참. 나 버리고 갈 거야?”

“다 해고당하고 싶어?”

“죽어버린다? 한잔만 더 해.”

“제가 많이 취해서요.”

“유나 씨, 대한 씨 놔줘.”

“아잉. 내 남자야, 내 남자. 내 남자!”

“대한 씨만 데려간다?”

“다영 씬 빠져! 어디다 눈독을 들여?”

“영이는 제가 들죠.”


다영과 대한이 하나씩 부축했다.

칵테일 바에서 겨우 나왔다.

유나와 심영이 주정했다.


“아, 이거 놔. 하나도 안 취했어.”

“2차 가는 겁니까? 콜?”

“오케이! 영이랑 나는 노래방 간다.”

“우린 먼저 사라질게.”

“사랑합니다! 다 내 밑이다!”

“영아, 영아. 옛 썰 해봐.”

“옛 썰!”

“아유, 기특한 놈. 야, 손다영. 신참!”

“숙소에 가시죠.”

“니들 밥맛이야. 알았어? 가. 꺼져!”


일행이 반으로 나뉘었다.

다영과 대한이 6층까지 동행했다.

헤어지기 직전.


“대한 씨.”

“네?”

“내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진심을 털어놓기 힘든 눈치였다.


“수고했어. 자긴 훌륭한 사원이야.”

“뭘요.”

“이 회사에 없어선 안될 만큼.”

“감사합니다.”

“나도 고마워. 우리 팀으로 와줘서.”

“편히 쉬십시오.”

“그래. 대한 씨도.”


다영이 자기 숙소로 갔다.

대한도 방으로 돌아왔다.

구두와 상의를 벗어던졌다.

캡슐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리고는 바로 곯아떨어졌다.

보람차지만 힘든 하루였으니까.




* * *




또 다섯 살의 대한이다.

간이천막 안에 혼자 서있다.

손에는 돌멩이를 쥐고 있다.

휘이익.

천막이 걷힌다.

박사님이 소녀를 데리고 나타난다.

소녀는 인형을 껴안고 주춤댄다.


“대한아.”


박사님이 대한을 부른다.

대한은 귀를 막고 도리질한다.


“대한아, 나를 봐라.”

“싫어.”

“어허. 존댓말을 써야지.”

“걔는 왜 데려왔어요?”

“이 아이 말이냐? 네가 보고 싶대서.”

“진짜요?”

“둘이 친구 사이니?”

“박사님.”


소녀가 간절히 말한다.


“대한이를 용서해주세요.”

“하지 마.”

“밥 굶을 애가 아니에요. 괜히 그래요.”

“규칙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야지.”

“부탁하지 말라니까?”

“더 할 말이 있니?”

“아뇨. 없어요.”

“저 녀석은 사고뭉치다.”

“흥!”

“아이들 앞에서 날 갖고 놀았어.”


대한이 앞으로 나선다.


“난 박사님이 싫어요.”

“내가 왜 싫지?”

“거짓말만 하니까요.”

“그러지 마, 대한아.”

“사실을 말해주랴? 난 너를 좋아해.”

“웃겨.”

“너로 인해서 얼마나 기쁜 줄 아니?”

“엄마는 어디 있어요?”

“네 모친은.”


박사님이 뜸을 들였다 말한다.


“네 엄마는 죽었다.”

“거짓말.”

“넌 나한테 맡겨졌어.”

“거짓부렁이야.”

“내가 네 유일한 후원자다.”

“후원자 좋아하시네.”

“널 먹이고 재우고 가르쳤어.”

“나 혼자 했어요.”

“어쨌거나 존경심을 가져.”


박사님이 무섭게 다그친다.

그래도 대한은 웃기만 한다.


“존경심이 뭐예요?”

“내 말에 무조건 따르는 거다.”

“난 존경하지 않을래요.”

“모르겠니? 넌 내 밑에서 키워질 거다.”

“난 알아서 잘 커요.”

“참되고 바른 훌륭한 어른이 돼야지.”

“난 나예요!”

“넌 내 꿈을 위해 태어났어.”

“싫어!”

“곧 위대한 꿈이 실현되겠지.”

“그깟 거 상관없어요!”

“네가 내 꿈이야!”


대한이 움찔한다.


“내 위대한 꿈이다.”

“위대한 꿈이요?”

“그래.”

“대한이한테 인형 줘도 돼요?”


소녀가 박사님을 쳐다본다.


“그러렴. 다정하구나.”


소녀가 소녀인형을 대한한테 건넨다.

대한이 툭 낚아챈다.

박사님이 그의 눈높이에 맞춰 앉는다.


“그 돌멩이를 이리 다오.”

“뭐하게요?”

“그냥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나한테는 뭘 줄 건데요?”

“원하는 게 있니?”

“있어요.”

“뭐냐.”

“날 대빵으로 만들어줘요.”

“대빵? 아이들 대장?”

“네. 원하는 걸 대신 말해주는 대빵.”

“이렇게 단식투쟁해서 말이냐?”

“뭔 투쟁이요?”

“오냐. 이제부턴 네가 대빵이다.”

“진짜죠?”

“이제 그 돌멩이를 나한테 주겠니?”


대한이 박사님을 뚫어져라 본다.


“먼저 아이들한테 얘기하세요.”

“넌 정말로 믿음이 없구나.”

“난 아무도 믿지 않아요.”

“언젠가는 나한테 고마워할 게다.”

“왜요?”

“인류를 위한 대장정의 시작.”


대한이 하품을 한다.


“그 첫발을 내딛게 해줄 테니까.”

“혼자 실컷 하세요.”

“넌 박사님인 날 믿어야 해.”


대한이 도리질을 친다.

박사님 말은 하나도 믿기지 않는다.

박사님은 대한을 이용하려고 한다.

대한이 믿는 것은 그것뿐이다.

아무래도 밥을 먹어야겠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대한의 눈이 감긴다.

암흑이다.




* * *


작가의말

어려움 중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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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첫 임무 (2) 20.05.25 11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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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특수처리반 (5) 20.05.23 136 2 10쪽
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8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48 2 10쪽
22 특수처리반 (2) 20.05.21 14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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