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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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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11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1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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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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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떠도는 영혼 (4)

DUMMY

만나려면 작전을 바꿔야 했다.

놈이 좋아하는 음담패설로.


“남자와 여자의 공통점을 아십니까?”

“공통점?”

“자위를 할 줄 안다는 겁니다.”

“하하! 써먹어야겠는데?”

“실은 저한테 애인이 있습니다.”

“이건 또 뭐지? 연애상담?”

“흥미진진하실 겁니다.”

“그럼 짧게 하쇼.”

“저보다 애인 직급이 높습니다.”

“여자 아랫도리는 다 똑같아.”

“굉장히 예쁩니다.”

“아랫도리가? 얼굴이.”

“대단히 사랑스럽고요.”

“미치면 똥도 예뻐 보이는 법이오.”

“단 한 가지 문제는.”


잠깐 뜸을 들였다.


“그 여자가 영혼이란 겁니다.”

“어이쿠, 이런.”

“아무리 봐도 제 짝이라서 안타깝죠.”

“빠구리도 못하겠네, 젠장.”

“딱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그래?”

“그게 바로 영혼의 재활용입니다.”


바로 약발이 받았다.

변영훈의 동공이 팽창했다.


“영혼의··· 뭐, 재활용?”

“아실 텐데요.”

“그걸 왜 나한테 묻나? 몰라, 난.”

“놀라움 그 자체 아닙니까?”

“뭐가.”

“다른 인간의 몸에서 다시 산다는 게.”

“허락받은 영혼에 한해서야.”

“아!”


대한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허락받은 영혼에 한해서.”


보라는 듯 천천히 손가락을 폈다.

둘 사이가 점점 팽팽해졌다.

이제부터가 진검승부였다.


“넌 정체가 뭐냐?”

“기 전무님이 보내셨습니다.”

“전무님께서?”

“이렇게 입을 단도리 못합니까?”

“날 시험하려고?”

“아무래도 당장 전화 드려야겠네요.”

“이봐, 잠시만!”

“또 누가 연관됐죠?”

“아무한테도 얘기 안했어, 난.”

“전화하겠습니다.”

“나 하나잖아. 기다릴 거라면서!”

“아주 술술 부시네.”

“이봐, 진짜 이러기야?”

“나가십시오.”

“뭐?!”

“빨리 방 빼시라고요.”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 뭔 소리야.”

“그렇게나 많이요?”

“그렇게나 적게지.”

“그럼 테스트만 하고 가죠.”

“테스트?!”

“당신을 육체에서 꺼내려고요.”

“그게 가능해?”

“내 능력이면 가능합니다.”

“왜 그래야 하지?”

“테스트니까 협조하는 게 좋아요.”

“아프지 않게 해줘. 부탁이야.”


대한이 변영훈의 손을 만졌다.

조선처럼 깊게 호흡했다.

숨을 내쉬며 눈감았다.

시간에 잠겼다.

눈꺼풀 너머에서.

환한 빛이 펄럭거렸다.

대한이 눈을 뜨고 기겁했다.


“이런.”


변영혼의 몸, 탯줄, 늙은 영혼.

셋이 매듭지어졌다.

민구의 예측이 맞았다.

변영훈은 소파에 널브러졌다.

늙은 영혼은 대한을 상대했다.


“당신이 이 남자의 육체로 온 겁니까?”

“그렇다.”

“진짜 영혼은?”

“탯줄을 끊고 가버렸다.”

“어디로요.”

“할 말만 해. 네 능력은 5분 뒤 끝나.”

“아깐 속여서 죄송했습니다.”

“날 불러낸 이유가 뭐냐.”

“영혼은 거짓말을 안 하니까요.”

“강 회장도 구라는 많다.”

“제 사정쯤은 아시죠?”


늙은 영혼을 살펴봤다.

깡마른 몸에 회색정장이 잘 어울렸다.

영혼은 원하는 형태로 변한다.

그래도 성깔은 있어보였다.


“궁금한 걸 말해라.”

“육체를 바꾸셨습니다.”

“보시다시피.”

“영혼의 성격까지 옮겨진 겁니까?”

“물론이다.”

“그냥 이사한 기분인가요?”

“헌집 아니면 새집이다.”

“죄책감도 없습니까?”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하나?”

“영혼의 입장에선 생각 안하나요?”

“영혼보다 인간의 이득이 많다.”

“몸을 빌려주는데요?”

“새로운 집주인을 맞이하니까!”

“좋습니다.”


또 뭘 물어야 하지?


“지금 육체가 더 낫습니까?”

“회춘한 기분이다.”

“변영훈 씨의 영혼도 그럴까요?”

“그야 내 알바 아니다.”


영혼이 미세하게 떨렸다.

대한의 능력엔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았죠?”

“3분.”

“영혼의 재활용은 얼마나 진행됐죠?”

“아직 초기단계다.”

“실험의 책임자는 기대칩니까?”

“모른다.”

“모르다뇨?”

“기대치가 허수아비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설마.”

“네가 사랑에 빠진 게 조선이냐?”


영혼이 팔짱을 끼고 노려봤다.


“사장님은 아닙니다. 그렇죠?”

“네가 사랑에 빠진 게 조선이냐?”

“사장님은 아무것도 몰라요. 그렇죠?”

“네가 사랑에, 젠장.”

“대답해주십시오.”

“조선은··· 책임자가 아니다.”


다행이었다.

여태 이 순간만을.

오로지 이 말만을 기다렸다.


“역시 기대치 전무가.”

“왜 캐려는 거냐.”

“중요한 문제니까요.”

“너희들 인간한테?”

“당신들 영혼한테요.”

“이해가 안 간다.”

“영혼의 재활용은 빈 약속이었습니다.”

“그렇다. 약속이었다.”

“이젠 사정이 달라졌죠.”

“한 달간의 계약일 뿐이다.”

“후폭풍이 두렵지 않습니까?”

“전혀.”

“소문이 돌면.”

“그렇지가 않아.”


영혼이 무섭게 노려봤다.


“이 실험은 철저히 비공개였다.”

“영혼은 모든 걸 압니다.”

“그걸 할 땐, 영혼금지다.”

“세상에 비밀은 없습니다.”

“영혼들 세상은 다르다.”

“한 달 계약이 끝나면요?”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이번 일로 제 친구가 희생됐습니다.”

“비밀에 묻어라.”

“기대치 짓이에요!”

“기대치를 용서해라.”

“증언해주실 순 없습니까?”

“기대치를 용서하면 고려하겠다.”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못합니다.”

“그게 인간의 한계지.”


대한이 비꼬는 말을 내뱉었다.


“참 역사적인 순간이군요.”

“무슨 뜻이냐.”

“이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테니까.”

“아니다.”

“그럼 뭡니까?”

“네 능력으로 맞춰봐라.”

“계속 다른 몸을 갈아타면 되니까?”

“영혼한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니까.”


대한의 맥이 풀렸다.

옳고 그름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개입이 금지였다.

기대치 놈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민구 대신 복수하고 싶었다.

세상에 폭로하고 싶었다.

깔아뭉개고 싶었다.

그것뿐이었다.

영혼이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둘 사이에 침묵이 스며들었다.

둘만의 시간이 끝났다.


“네 친구 일은 유감이다.”

“제가 할 일은 더 없는 건가요?”

“더 현명해져라. 그럼 사랑을 얻는다.”


영혼이 점차 희미해졌다.

촛불이 꺼지듯이 사라졌다.


“흐음. 건진 게 없잖아.”


조선을 잠시라도 의심한 게 미안했다.

기대치가 어떤 인간인지도 알았다.

여기서 물러날 수도 있었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니까.

하지만 그러기엔.


“으음.”


변영훈의 몸이 움직였다.

대한이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변영훈의 진짜 영혼도 만나야 했다.

모두가 만족한다면?

소설에서처럼 현실이 될까?

영혼과 인간이 서로의 몸을 교환할까?

신의 돌 앞에 멈췄다.

그가 우러러봤다.

민구와 말하는 자신을 상상했다.


“민구야, 우리 그냥 떠날래?”

“너나 가라, 하와이.”


주위로 사람이 오갔다.

하지만, 대한은 혼자였다.

철저하게 외톨이가 돼버렸다.

그의 상상은 끝없이 계속돼갔다.


“여긴 너무 힘들어, 민구야.”

“짜샤. 영웅은 외로운 법이야.”

“영웅?”

“너 조 대표한테 반했지?”

“그거랑은 달라.”

“오늘은 진탕 마시고 자.”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르니까?”

“오, 위대한. 적절한 비유다.”

“너도 잘 자.”

“난 계속 자고 있어, 등신아.”

“빨리 깨어나고.”


조선한테는 연락하지 않았다.

이렇다 할 물증이 없었다.

상대는 기대치전무.

조선이 끼어들어선 안 됐다.

이건 자신과 기대치의 문제니까.

그와 단둘이 맞붙어야 했다.

칵테일 바로 갔다.

위스키와 안주를 시켜서 먹고 마셨다.

7시가 넘을 때까지 혼술을 했다.

중환자실에 들렸다.

민구는 여전히 의식불명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선 누웠다.

곯아떨어졌다.

다음날.

지각이었다.

11시가 넘었다.

안 팀장한테 전화를 했다.

푹 쉬고 오후에 나오라고 했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정장을 입고 뷔페식당에 갔다.

변영훈의 영혼은 없었다.

오후1시.

관리팀 사무실로 출근했다.


“아, 대한 씨. 어서 와.”


안 팀장이 대한을 반갑게 맞았다.


“몸은 괜찮아?”

“덕분에 푹 쉬었습니다.”

“다행이네. 실내수영장에 가줄래?”

“그러죠.”

“조 대리랑 진성 씨가 출장을 가서.”

“출장이요?”

“가끔씩 콧바람도 쐬어줘야지.”

“외부로는 못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시간제한은 있어.”

“실내수영장에선 뭘?”

“수영장 바닥에 위험물질이 있대.”

“네?”

“살펴만 봐. 장난전화일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수영장 바닥에 폭탄이라니 말이 돼?”

“뭐든지 제거하겠습니다.”

“물안경이랑 수영복은 있지?”

“네. 그럼.”


물안경과 수영복을 챙겼다.

실내수영장으로 갔다.

<수리 중>안내판.

문은 꽉 잠겨 있었다.

CCTV는 출구만 있었다.

비상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가장자리에서 아래를 봤다.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한눈에 알록달록한 볼링공이 보였다.


‘누가 저곳에 놔둔 거지?’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수면으로 뛰어가면서 외쳤다.


“고과점수야, 올라라!”


대한이 날렵하게 뛰어들었다.

풍덩!

일사천리였다.

바닥으로 잠수해갔다.

틀림없는 볼링공이었다.

3개의 구멍이 뚫린 볼링공.

텅 빈 수영장 안엔 자기뿐이었다.

마치 현실감이 떨어지는 꿈속 같았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작가의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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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장과의 만남 (1) 20.05.28 11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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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첫 임무 (6) 20.05.27 113 2 10쪽
32 첫 임무 (5) 20.05.26 118 4 10쪽
31 첫 임무 (4) 20.05.26 126 4 10쪽
30 첫 임무 (3) 20.05.25 126 2 10쪽
29 첫 임무 (2) 20.05.25 12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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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특수처리반 (7) 20.05.24 133 1 10쪽
26 특수처리반 (6) +2 20.05.23 141 4 10쪽
25 특수처리반 (5) 20.05.23 136 2 10쪽
24 특수처리반 (4) 20.05.22 139 3 10쪽
23 특수처리반 (3) 20.05.22 149 2 10쪽
22 특수처리반 (2) 20.05.21 140 2 10쪽
21 특수처리반 (1) 20.05.21 146 3 10쪽
20 떠도는 영혼 (6) 20.05.20 14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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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도는 영혼 (4) 20.05.19 170 5 10쪽
17 떠도는 영혼 (3) 20.05.19 175 5 10쪽
16 떠도는 영혼 (2) 20.05.18 16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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