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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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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최근연재일 :
2024.02.05 21:53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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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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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3,899

작성
23.12.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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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12쪽

41화 대동계(2)

DUMMY

#41



***

오늘은 오래간만에 대동계 모임이 있는 날.

그동안 정여립 선생님께 수학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던 중 처음 보는 사람들이 왔다.

선생님은 늘 그렇듯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셨다.

거기다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굽신대는 모습.


'쯧? 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러 온 사람인가?'


자주 있는 일이었다.

정여립 선생님의 호탕하고 나눠줄 줄 아는 성품 때문에 가끔 있는 일. 그런데도, 매번 저렇게 반가워하신다니. 쯧.


나도 모르게 살짝 짜증이 났다.

나름 전라도에서 명궁이라고 소문이 나있고 자신이 있었던 차.

샌님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아~따. 오늘 넘 듭지 않어요."

나를 보면서 사글사글 웃는 샌님.

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아따, 허벌나게 잘생겼써라. 어찌, 활 좀 쏠 줄 아시는가요잉?"

...

"네, 어떻게 저랑 내기라도 한번 하시겠습니까?"


낚싯대를 던졌고, 녀석을 물었다.

명궁인 나를 상대로 덤비겠다니 말이야.

요놈 잘 걸렸다.


"아따 누가 먼저 쏠까요잉?"

"먼저 쏘십시오, 제가 준비할 게 많아서요."


샌님 도령이 철로 만들어진 긴 무엇인가를 꺼냈다.

쇠몽둥이도 아니고 도대체 저건 뭐지?

"와. 허벌나게 멋시네요잉."

"감사합니다. 어서 먼저 활을 쏘시죠."


활을 쏘면서도 녀석이 신경 쓰였다.


샌님이 침착하게 쇠몽둥이를 꺼내서 가운데 구멍에 동그란 무언가를 넣었다. 그 뒤로 검은색 알갱이를 넣고 덮개를 닫았다. 마지막으로 쇠몽둥이 위에 방짜유기처럼 빛나는 금색 작은 뚜껑을 닫았다. 그리곤 준비가 끝났는지 내가 활 쏘는 것을 지켜보았다.


'샌님, 잘 봐라잉. 이것이 전라도 명궁의 실력이다.'


'찌이이이익'


활시위를 뒤로 당기자 팽팽해진 소리가 났다.

호흡을 멈추고, 과녁판을 응시했다.

지금이다!


'퉁!'


시위를 놓자 화살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손끝에 전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탁~!'


과녁판 한가운데에서 살짝 옆으로 화살이 박혔다.


"왐마. 오늘 몸이 안 좋나, 겁나게 빗나갔스라."

샌님을 놀려주려 주둥이를 털면서 다음 화살을 당기기 시작했다.


'퉁!'

화살이 방향을 틀면서 과녁판의 끝을 맞추었다.

너무 신이 났나, 차분하게 쏘지 못하고 급하게 손을 놔버렸다.


"아~따. 오늘 영 안맞아브러."

말을 하면서도 도령의 눈치를 봤다.

내가 어찌 쏘던 나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배포는 있는가? 어찌해야쓰까?'

마지막 화살, 다시금 정신을 집중해 심호흡하고 쏘았다.


'퉁~!'


나는 한쪽 손을 번쩍 들었다.

명중이 확실하면 해왔던 나만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역시, 과녁판 한가운데에 명중했다.


"생각보다 잘 쏘시네요."

녀석의 칭찬.


"흐흐흐. 뭐 거시기 하지라잉."

나는 그렇게 자리를 샌님에게 양보했다.


이상하게 생긴 쇠몽둥이.

저걸로 어찌 과녁을 맞힌단 말인가?


다른 사람들도 궁금증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


"소리가 크니 다들 놀라지 마십시오."


크크크 소리가 커봐야 얼마나 크단 말이냐?

샌님의 허풍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샌님이 쇠몽둥이를 들고 과녁을 향해 들어 올렸다.

얼마간 눈싸움을 하듯 과녁을 쳐다보고 있는데,


"탕~!"


하늘이 찢겨나가는 크고 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니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우왁"

"왐마, 뭐시라"

"커허허헉"

"허어어어억"

놀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아따, 깜짝 놀라부렸소. 그런데 소리만 크면 뭐한다요, 과녁을 맞춰야지."

놀란 눈을 뜨고 멀리 과녁을 보았지만, 화살도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안도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경악스러워하고 있었다.

왜일까?

과녁에는 별일이 없었는데.


두 번째 작업이 끝났는지, 다시금 기다란 쇠몽둥이를 들고 과녁을 조준하고 있었다. 아까는 소리에 놀랐지만, 이번에 아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샌님을 바라보았다.


"탕"

큰 소리가 울렸지만,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아까처럼 놀라지는 않았다.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과녁을 맞추었다.

아니, 맞추는 것에 끝나지 않았다.

과녁을 관통한 뒤 한참 뒤에 있는 바위까지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뜨억!!!


저게 가능한 일일까?

그동안 화살로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게 가장 강하다고 했다. 화살을 잘 쏘는 것이 장수의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화살로 과녁을 뚫을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저게 가능하다면 방패도, 갑주도 모두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저 샌님은 뭐지?


마지막으로 자세를 잡았다.


탕!


소리와 함께, 앞에 두발로 관통당해 힘겹게 서 있던 과녁이 그대로 날아가서 부서져 버렸다.


그것도 놀라운 상황.

샌님 같던 도령이 이야기했다.


"쯧, 이건 실패작이라고 해야 할 판이네."

저런 무용을 보여줬는데 실패작이라고?


'웜마. 내가 무서운 분에게 솔찬하게 까부러부렀구마잉.'

등 뒤로 땀이 축축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


총을 3발 발사하자 총신이 녹아 내리듯 뜨거워졌다.

'이래서 백색 화약을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형님, 이건 또 무엇입니까?"

"천둥을 치는 괴물인가?"

"지금 내가 무엇을 본거지!"

"과녁판을 뚫는 것도 모자라 뒤에 있는 바위까지 날아갔다고?"

"저자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역시, 믿고 있었습니다. 믿습니다. 외쳐!! 신도!!"



사람들의 놀라워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과녁판으로 갔다.


이쁘지 않은 삼각형.

탄착군을 만드는 것에 실패한 상황이었다.


이 당시의 기술로는 탄환의 경로가 일정하기가 더 어렵다고는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이었다. 특히 가늠쇠가 무언가 불편했다. 일단 가늠쇠를 조금 손볼 생각이었다.

개머리판도 생각보다 지지를 잘 못 해주는 느낌이고 말이야.


"쯧, 이건 실패작이라고 해야 할 판이네."


"!!!"

"????"


과녁판 정중앙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모두 표적 안으로는 들어간 상황, 거기다 과녁을 관통하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준 무기였다.

그런데, 그런 무기를 실패작이라고 칭하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경악스러워하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아니 사람이긴 한 건가?'


정여립은 생각했다.

그와의 처음 만남을 생각했다.

맨 처음에는 숨이 끊어져 죽어있던 대감을 살려냈다.


두 번째는, 충청도에 역병이 창궐하였다고 하더니 신선의 제자가 내려와 마마신과 싸워 이겼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청둥을 치는 쇠몽둥이를 가지고 와서 과녁판을 뚫다 못 해서 날려버렸다.


개벽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서로 삼삼오오 모여서 연신 내 이야기만 나누었다.


'이거 이목을 너무 끌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은 바로 현실이 되었다.

정여립이 나를 따로 객당으로 불러들였다.

그곳에는 정여립과 서산대사 휴정, 사명당 유정도 같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서산이라고 하옵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누자 마자, 바로 날카로운 질문을 해왔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저에게는 왜 오셨습니까?"

"당연히 나리께서 불러서 왔습니다."


"이토록 신묘한 분이 아무 이유없이 그냥 왔을 리 없으니까요. 저에게 무언가 말을 하거나 아니면 필요한 것이 있어서 왔음을 압니다. 그렇지요. 대사님."

"허허허, 이것도 인연 아니겠습니까? 다 맺음을 풀라고 하는 부처님의 뜻이 아니 올는지요."


뭐, 사실 고민이긴 했지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미래의 기축옥사에 대해서.

하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이야기 하는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이럴때는 돌려까기를 할 수 밖에.


"혹시, 토사구팽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토사구팽!"

"네, 유방이 항우를 무찌르고 전쟁에 승리하자 천하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종리매와 한신을 죽였죠."

"어찌하여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십니까?"


"본디, 일인자는 2, 3인자를 싫어합니다. 언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니까요. 그러면 일인자는 무엇을 하겠습니까? 조정의 이인자 자리를 놓고 싸우는 토끼와 개를 잡아야겠지요."


부릅.

정여립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일인자는 당연히 선조고, 이인자 자리를 놓고 싸우는 토끼와 개는 동인과 서인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주인에게 충성하는 개를 어찌 쉽게 잡을 수 있겠습니까?"

서산대사가 물었다.


"하하하하. 주인에게 충성하는 개라고 하셨습니까? 주인이 시키는 것은 하지 않고 밥그릇에 밥을 안 준다고 으르르렁 거리는 개를 누가 키웁니까!"


날카롭게 일갈에, 정여립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무리 신선도령이지만, 말이 무엄하구나.!"

"무엄하다라? 자신의 목숨줄을 구명하러 온 사람에게 무엄하다? 그러니 으르렁거리는 개와 무엇이 다릅니까!"

반대로 더 큰 목소리로 일갈하면서 정여립을 쳐다보았다.


"토끼가 항상 자기 목숨줄을 노리는 개를 어찌 잡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고, 주인은 자기를 무는 개가 무서워 쳐내고 싶은데, 이놈의 개새끼들은 주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활이나 쏘면서 이빨을 갈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내 말이 자신이 하는 대동계를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이···. 이것은···."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내가 말을 이었다.


"대동, 좋습니다. 모든 사람이 통하는 곳을 만들겠다? 모든 사람과 동일하게 나누겠다? 혹, 역적이 되고 싶으신 겁니까?"


쾅!

더 이상 내 말을 참지 못한 정여립이 책상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네 이놈,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막 하다니,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사람을 초청하여, 자기 뜻과 같지 않다고 사람을 죽인다고 하니 대동계가 아니라 대살계라 하시지요. 하하하하."


"이놈이 정녕!"

그때 옆에 있던, 서산대사가 나섰다.


"정여립 자네는 좀 참게나. 젊은 도령이 제법 혀가 맵구려. 나름 흥미로운 말도 있지만, 너무 선을 넘은 것 같소."


흠. 하긴 나야 미래를 알고 있기에 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정여립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할 때였다.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죄송합니다. 젊은 치기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 같습니다. 노여움을 푸시지요."


일어나 사과를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여립이 말을 할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계속 기다리기를 수분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우···. 자네의···. 사과를 받겠네."


정여립.

그는 처음에는 화가 났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행적들을 되돌아봤다.

말이 안되는 억지지만, 그렇기에 말이 되었다.

서인 놈들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

머리가 아파졌다.


"허먼, 어찌하면 좋겠소?"

"일단, 대동계를 없애야겠지요. 조만간 나라에 큰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다시 조직하십시오."


"!!!"

"허어, 큰 혼란이라니!"


"또, 그동안 여러 사람과 나누었던 서신들을 모두 불사르고, 대외적으로는 다툼이 있어 안 만나는 것처럼 연기가 필요합니다."


"어찌 만나지도 말란 말이오?"


정여립의 사건과 관련된 국문(鞠問)은 3년 가까이 계속되었는데, 이 기간에 동인 1,000여 명이 화를 입었다.

그 결과,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동인은 몰락하고 서인이 정국을 주도하게 되었고, 호남 출신의 관직 등용에 제한이 가해지기도 하는 등 정치적으로 많은 혼란이 야기되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 리 없지.


"만약 누군가 역모로 물고 늘어진다면, 그 책임이 어디까지 갈 거 같습니까?"

"그···. 그건."

"역모의 집안이 어찌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어머니와 자식들은 무슨 죄가 있어 아버지의 활놀이에 화를 당해야 합니까?"


절로 정여립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붉어졌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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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대동계 +2 23.12.07 2,967 59 13쪽
39 39화 조총(2) +2 23.12.06 3,054 62 12쪽
38 38화 조총 +5 23.12.05 3,249 65 14쪽
37 37화 사괴 +2 23.12.04 3,312 63 13쪽
36 36화 신과함께(4) +6 23.12.03 3,325 71 15쪽
35 35화 신과 함께(3) +3 23.12.02 3,308 74 13쪽
34 34화 신과함께(2) +8 23.12.01 3,418 73 13쪽
33 33화 신과 함께 +7 23.11.30 3,662 75 14쪽
32 32화 과거시험(2) +2 23.11.29 3,616 85 13쪽
31 31화 과거시험 +6 23.11.28 3,562 81 13쪽
30 30화 감자수확 +3 23.11.27 3,559 76 12쪽
29 29화 시비법 +3 23.11.26 3,613 78 14쪽
28 28화 사이코패스(3) +4 23.11.25 3,610 72 12쪽
27 27화 사이코패스(2) +3 23.11.24 3,648 78 12쪽
26 26화 사이코패스 +4 23.11.23 3,821 75 13쪽
25 25화 역병 +7 23.11.22 3,974 91 12쪽
24 24화 인연과 악연 +4 23.11.21 4,190 84 15쪽
23 23화 남한산성 (2) +6 23.11.20 4,187 84 18쪽
22 22화 남한산성 +4 23.11.19 4,416 102 12쪽
21 21화 꿈 +3 23.11.18 4,394 92 12쪽
20 20화 인연 +6 23.11.17 4,565 103 12쪽
19 19화 새가족 +4 23.11.16 4,819 99 14쪽
18 18화 썸 +7 23.11.15 4,755 98 13쪽
17 17화 - 선조 +4 23.11.14 4,949 96 13쪽
16 16화 태극비누(3) (일부수정) +9 23.11.13 4,882 96 14쪽
15 15화 태극비누(2) +6 23.11.12 4,990 104 15쪽
14 14화 태극비누 +4 23.11.11 5,156 106 13쪽
13 13화 여기부터 저기까지 +10 23.11.11 5,263 91 14쪽
12 12화 플렉스 +16 23.11.10 5,451 106 13쪽
11 11화 선빵필승 (내용 추가) +7 23.11.09 5,593 10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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