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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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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최근연재일 :
2024.02.05 21:53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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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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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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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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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1화 과거시험

DUMMY

#31





"도련님, 뗬슈?"

"그래,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구나."


드디어, 과거시험 중 소과가 열린다는 방이 붙여졌다.


사실 초반까지만 해도

크게 과거시험을 치를 이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지.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의 잔소리가 들려온다.

'이놈아, 입신양명, 아이고 조상님!'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군.



과거시험.

고려부터 실시되어온 관리를 선발하는 시험이 조선까지 이졌다.

선조 이후부터 점점 망가지기 시작하더니,

조선말에는 말 그대로 부정부패의 본산이 된다.


그래도 어쩌라.

어머니 소원을 들어 드리려면,

하는 수밖에.


"형님, 복시에 응시하신다고 하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도와준다.?

아, 접을 해준다는 말이군.


소과는 생원시와 진사시로 구성이 된다.

생원시는 유교 경전에 대한 지식을 시험 보고, 진사시는 시(詩)같은 창작 능력을 시험 본다. 각자 소질 있는 것으로 선택.


소과 합격 후 치루는 과거제도의 본시험인 대과에서 1차 시험 초시의 합격자를 지역분배를 했다.


소과에 대한 오해는 소과에 합격하면 관리 등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생원·진사시는 시험 합격에 따른 호칭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로 치면 직원 채용에 고졸 이상이라고 하면, 검정고시나 수능이 소과 같은 느낌이다. 즉, 검정고시에 통과하면 채용이 가능해지는 것이지, 꼭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소과에 합격 시 본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관리에 등용할 수 있으니 절대 만만한 시험은 아니었다.


소과만으로 나라에서 인정하는 인물로 대우받고 학자로서 사회적 명망을 누릴 수 있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로 대과 보다는 소과가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을 정도로 변화된다.


때문에, 합격자 평균 연령도 소과가 높았으며, 향교·서원의 청금록(유생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향촌 유림을 이끌었을 만큼 조선에서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었다.


그래서일까? 소과는 인생의 큰 이정표이자 관문이었다.

오늘날 인생에 이정표 같은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린다.

우리는 왜 이런 유치한 행동을 할까?


이유는, 조상님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피는 못 속인다더니.


우리 조상님들도 이런 귀한 날에는 사진을 찍어야 하지만,

사진이 없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렸다.

이를 평생도라고 하여 평생 간직하는 그림이다.


첫 사랑, 첫 시험, 첫 직장.

첫 결혼···. 아, 이건 아니다.


조선의 평생도를 보면 조선 과거시험의 폐단을 볼 수 있다.

시험이 온종일 지속되기 때문에 커다란 우산(일산) 안에서 해를 피해서 시험을 본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우산에 가려져 안쪽이 잘 안 보이겠지?

안보인다? 부정행위가 시작된 것이다.


그 안에서 몰래 유생 대신 답안지를 작성해주는 사람들이 나오게 된 것.

오늘날 수능으로 치면 대리응시 정도?


이 부정행위는 매우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는데,

먼저 공부를 많이 한 거벽이 문제의 답안지를 작성한다.

그러면, 그 답안지를 이쁘게 써주는 사수가 있고,


이 둘을 합쳐서 접이라고 한다.

즉, 돈만 있으면 대리시험으로 소과에 합격이 가능했다.


가만, 내가 소과 복시라니?

벙어리처럼 서 있자, 돌쇠가 말을 이었다.


"어휴, 최근에는 조금 좋아지시더니 또, 그래유?

"어허. 이놈아, 알면서 그러느냐."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게 최고,

그렇게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작년 9월 초순쯤 초시 보셨잖아유."

전에 내가 인간 말종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제법 공부는 했었군.


"아. 맞아 그랬었지···."

"작년에, 문제가 좀 있어서 공부를 포기하신 줄 알았쥬."

"문제?"


그때 안방에서 어머니가 나오셨다.

"그래, 우리 집 장손, 이번에 복시를 치르겠다고."

"네, 어머니."

"그렇담. 이 어미랑 읍내에 좀 가자꾸나."

"네? 읍내요?"

"그래, 돌쇠야 읍내에 갈 것이니 준비를 하거라."


어머니와 오래간만에 행차를 하려니 기분이 묘했다.

살아생전에도 어머니 모시고 돌아다니지 못했었지?

그렇게 어머니와 오래간만에 읍내로 나가게 되었다.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쭈욱 나가자,

냇물이 나왔다.


이전에 돌쇠와는 그냥 지나갔었지만,

어머니가 혹여나 물에 빠질까 걱정이 되었다.


"도련님. 혹시 물을 건너실 건가요?"

"자네는?"

"소인, 월천꾼입니다요."


월천꾼

사람을 업어서 내를 건네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사람.

언제 생겼는지,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는,

서민들의 직업이었다.


"내가 아니라 어머니를 건네드렸으면 하는데."

"마님들은 제가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싫어하시는데 괜찮으신지요?"

내가 어머니를 바라보자

어머니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잘 부탁하네."

"네, 마님 요 앞에 자갈에 이끼가 끼어 미끄러우니 저를 꼭 잡으십시오."

그렇게 말을 하고는 앉아 등을 내밀었다.


월천꾼의 도움으로 무사히 냇가를 건너고 읍내에 도착할 무렵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아기 같던 네가 이렇게 커서 복시에 응시한다고 하니 이 어미가 참으로 감개무량하구나."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 꼭 복시에서 1등을 하겠습니다."

"괜찮겠느냐?"

"당연히 괜찮지요. 어머니"

"그래, 지난 아픔을 잘 극복한 것 같으니, 이 어미의 마음도 편타."


지난날의 아픔?

돌쇠가 이야기하는 문제?

무언가 있다는 촉이 왔다.


무엇일까?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어머니와 이렇게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읍내에는

장이 서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일단 저리로 가자꾸나."

어머니는 나를 이끌고 간 곳, 그곳에 필공이 와 있었다.


과거 답안 종이는 명지(明紙) 및 붓 벼루와 함께 응시자가 준비하여 시험장으로 가져갔다. 내가 과거에 응시한다고 하자, 어머니는 필공이 어디 있는지 수소문하신 모양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정말로 ...

'어머니 감사합니다.'


"붓을 잘 만든다고 하여 찾아왔네."

"마님, 혹여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신지요?"

"다람쥐 털로 만든 것을 청서필(靑鼠筆), 염소 털로 만든 것을 양호필(羊毫筆), 토끼털로 만든 것을 토모필(兎毛筆), 족제비 털로 만든 것을 황모필(黃毛筆)이 있사옵니다."


"오호, 마침 황모필이 있었구나."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황모필을 최고로 친다.

명나라 조정의 백서 『명회전』에 따르면 황모필은 조선의 조공품으로 등재된 명품이었다.


"마님, 붓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자고로 문방사우 중 붓이 가장 중요하고 종이가 다음, 먹은 그다음입죠."

"그래 가격은 어찌 되는가?"

"5전이옵니다."


1냥은 10전이다.

1냥은 대략 40만원 정도로 계산하면

최고급 명품 붓이 20만원 정도인 것.


"어머니, 너무 비싸옵니다."

"아니다, 명색이 우리 집 장손 시험을 보는데 이 정도는 사줘야겠지."


어머니가 손에 끼고 있던 가락지를 뺐다.

단순히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가락지.

그런 가락지를 보자 필공이 눈이 커졌다.


"이 정도면 붓 2개는 값은 될 것이네."

"어머니, 그 가락지를 파시다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어허, 이 어미가 너를 위해 고작 그것 하나 못 해주겠느냐."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있다.

망해가는 집.

자식을 위해서 해주고 싶은 게 많아도 해줄 수 없을 것.

그 마음 때문에 차마 더 이상 거부하기가 어려웠다.


"네, 어머니 감사한 마음으로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냐, 이 어미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생원·진사시에 떡 하니 합격만 해 오거라."


아니 어머니

그게 진짜로 어려운 건데...

물론 저는 장원이겠지만요. 흐흐흐


그렇게, 붓을 사고 장내 구경을 하였다.

마침, 비녀 장수도 와있었다.


"어머니, 오신 김에 비녀 하나 사드리겠습니다."

"내가 늙어서 그런 건 뭐 하는 데 쓰겠느냐. 나는 괜찮다."


알겠다고 대답하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비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셨다.


'내가 눈치가 아무리 없어도, 이건 모를수가 없네.'


"어머니, 소자에게 붓도 사주셨는데, 제가 비녀 하나 사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매분구에게 받은 돈이 있습니다."

"크흠. 괜찮다고 해도 그러는구나."

아니 어머니, 그러시면서 왜 자꾸 쳐다보고 있으세욧!!!

몇 번의 끈질긴 권유 끝에 마음에 드는 비녀를 사셨다.


그리고, 돌아서려는데?!!


다른 것도 자꾸 만지시고 있으셨다.

또 사드리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시면서 이야기를 하셨다.


"자꾸 괜찮다는데 두"

"어미니가 좋아하시니 저도 좋습니다."


그리고, 돌아서려는데?!!

어허, 이러면 또···


그렇게 비녀 4개를 추가로 고르신 후에야 나올 수 있었다.

크흠..처음부터 사신다고 하시지.

하지만 반대로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으면 저런 것 하나 사는 것도 어려워 하실까?


"어머니 출출한데, 국밥이라도 드시고 들어가시죠."

"돌쇠야 잠시 어머니 좀 보고 있거라."

나는 국밥집을 나와, 먼저 비녀 장수에게 갔다.


비녀를 보고 있자니 자꾸 최미가 생각이 났다.

아까 봐두었던, 이쁜 비녀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다음으로 필공을 찾아갔다.

"혹여 물건에 이상이라도 있습니까? 손님"


"아, 그런 거 아니네, 단지 아까 어머니께서 주신 가락지가 소중한 것이라, 다른 것으로 값을 치르려 하네."

"하면, 어떤 걸로 값을 치르려 하십니까?"


이번에도 쌀로 주고 싶었지만,

가격이 커지니, 쌀을 가마니째로 주어야 했다.

얼마 전 매분구가 주고 간 작은 은자를 하나 꺼내 주었다.


"이 정도면 되겠나?"

반짝이는 은자를 보고,

"이 정도면 문제없사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다시금 주막으로 돌아왔다.


"어디를 다녀오는 것이냐?"

"마침, 사고 싶은 것이 생겨서 잠시 다녀왔습니다."

"그럼 같이 가지 않고?"


"시장하시고 힘드실 텐데, 저 혼자 얼른 다녀오면 되지요."

"국밥 식습니다. 어서 드세요. 어머니."


"도련님, 혹시 춘···."

"어허, 이놈이 내가 그걸 한 번만 더 사면 장을 지지겠다."

"아니면 말지, 왜 화를 내유. 화내니까 더 수상하네유?"

"이놈이 정말로!!"


"아들?"

"네?"

"정말로 아니지?"

아니, 어머니까지...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한국집에 컴퓨터에 있는 직박구리 폴더도 그날 이후 지웠는데...


"네, 정말로 아닙니다. 소자를 믿어 주십시요 어머니."

"그래, 그런 것이 땅길 나이긴 하다. 자꾸 생각나면 나에게 이야기하거라 좋은 혼사처를 알아보게···."

"어머니 젭알~"

그렇게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진 나였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과거시험을 준비했다.


***

과거시험 당일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 잡기.

위치가 좋아야, 시험문제가 게시된 곳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빠르게, 자리로 이동하여 시험을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강아 잘 부탁한다."

"형님, 저만 믿으십시오."


무강이 좀 전에 손과 다리에 찬 모래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쾅!

아니 무슨 소리가...


'내가 준 것 이외에도 추가로 차고 있었어?'


뿌득 꽈드득

몸을 푸는 무강이의 온몸에서 소리가 났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하는 피지컬이란니.


내가 준 책으로 체계적으로 체력을 올렸다.

거기다, 쌀부터 해서 먹거리도 내가 챙겨주었고,

마지막으로 얼마 전 허준에게서 그것을 받았다.

마사지와 침.

환골탈퇴까지는 아니지만, 정말로 몸이 바뀐다.


과거 무강이 탄탄한 몸이라면,

지금은 약간 근육 돼지 직전의 우람한 몸이었다.


문이 열리자, 너나 할 것 없이 달려 나갔다.

훗, 제깟 것들이 달려봤자 별수있나. 무강아 달려!


슈우우웅~!


다른 사람이 3G라면, 무강이는 4G?

아니다. 5G!!!


앞으로 달려 나간다.

"비켜"

무강이가 팔을 휘두르자, 볼링공 앞에 핀들이 하늘로 날아가듯,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훗, 좋네~, 좋아!


"켈켈켈..."

나도 모르게 이상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놀란 돌쇠가 옆에서 움찔하더니 나를 봤다.


"도련님, 다시 미치셨어유?"

"조용히 하고, 일산(커다란 우산)이나 잘 챙겨오거라."


내 뒤를 조용히 따르는 돌쇠,

일산, 도시락, 그리고 종이와 붓.

얼핏 보면 피크닉을 나온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 이유.

'내가 이 순간만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다 죽었으~!'

나는 그렇게 생원시험장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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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신과함께(4) +6 23.12.03 3,322 71 15쪽
35 35화 신과 함께(3) +3 23.12.02 3,306 74 13쪽
34 34화 신과함께(2) +8 23.12.01 3,415 73 13쪽
33 33화 신과 함께 +7 23.11.30 3,660 75 14쪽
32 32화 과거시험(2) +2 23.11.29 3,614 85 13쪽
» 31화 과거시험 +6 23.11.28 3,559 81 13쪽
30 30화 감자수확 +3 23.11.27 3,555 76 12쪽
29 29화 시비법 +3 23.11.26 3,609 78 14쪽
28 28화 사이코패스(3) +4 23.11.25 3,606 72 12쪽
27 27화 사이코패스(2) +3 23.11.24 3,645 78 12쪽
26 26화 사이코패스 +4 23.11.23 3,816 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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