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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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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최근연재일 :
2024.02.05 21:53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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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899

작성
23.11.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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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꿈

DUMMY

#21



집에서 개운한 목욕을 하곤 기절하듯 침대에 누웠다.

오랜 조선 생활.

피곤했는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고,

조선에서 본 허름한 절이 눈앞에 펼쳐졌다.


절앞으로 다가가자,

이유를 알 수 없게 절이 눈앞에서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꽈르르릉!


"안돼!"

두 손을 뻗어 다가가려 했지만,

무언가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절이 무너지면서 만들어낸 먼지 사이로,

주지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면서 서 있었다.


"시주. 이것도 다 인연이겠지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시주가 다녀간 뒤 심란한 마음으로 삼천 배를 올리던 중 부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곤 감사하다는 듯 합장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미타불. 부처님을 뵈었다니 감축드립니다."

나도 합장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 고민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네?"

갑자기 무슨 말이지? 고민하지 말라니···.


"그리고, 내키는 대로 행하라고 하시더군요."

"네?"


주지스님의 수수께끼 같은 말이 이어졌다.

"우주란, 수야타(Suyata), 즉 공(空)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만물은 실체가 없이 공허한 것입니다. 다만, 원인(因)과 그로 인한 연결(緣)선인 게지요."

"공허하다? 연결선?"

"시주는 잘 아실 것 아닙니까? 매번 그 틈으로 드나들면서 인과 연을 맺고 있지 않습니까?"


!!!


일렁일렁이 그런 것이란 말인가?

인과 연을 맺고 있는 시간의 틈이라니.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혼란스러웠다.


"허허허,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습니다. 순리대로 얽힌 매듭 선(緣)을 풀어나가시면 됩니다. 그리하면 엉켜있던 선을 풀리고 모든 것인 다시금 공(空)으로 가는 것이지요."


공수래공수거...!


"인연의 실타래를 따라가십시오."

"제 마음대로 살면, 그것은 방종이 아닙니까?"


"만물의 법(法)이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은 내 마음대로 사는 것 같지만, 그 마음조차도 결합한 인연의 법에 일부일 뿐입니다.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시주."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주지스님이 웃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그럼 시주만 믿겠습니다."

"스님!!"

스님의 모습이 안개 속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스님.!"

나는 그렇게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현실감이 너무나 있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정말로 꿈인가?"

단순 꿈이라고 하기에는 또렷이 기억에 남았다.

주지님의 마지막 말이 자꾸 맴돌았다.


'시주만 믿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일까?

퍼뜩, 조선에 스님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봐야겠어.'

곧바로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기억을 되짚어 엄마와 같이 간 산길을 올랐다.

인적이 끊겨 풀이 무성했지만,

먼 곳에 스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보았던 큼지막한 돌이 보였다.


'여기까지는 쉽게 찾아왔는데?'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온통 풀로 무성한 곳,

어디를 파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자.


찌이이잉~

짧은 두통과 함께 넓은 공터가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팍.

곧바로 삽을 들고 땅을 파나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돌이 없는 고른 땅, 삽으로 파도 문제가 없었다.


팍. 팍. 팍!

쉴 새 없이 땅을 파자 어느새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렇게 하기를 수십 분, 드디어 큰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로 후대를 위해서 이런 걸 마련해 주실 줄이야.'


'감사합니다. 주지스님.'

나는 손을 합장하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짧게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데


크흑.!

엄청 무거운 무게!

도대체 무엇을 넣어 놓으셨길래.


궁금증과 긴장감을 가지고 상자를 열었다.

후대를 위해서 무엇을 남겨주셨을까?

그렇게 열린 상자 안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상자 안에는

부처님 불상과 낡은 불교 책자들,

그리고 편지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환란의 시대에 부처님의 뜻대로 이 불상을 땅에 묻어두고자 합니다. 이 편지를 읽는 것 역시 인연이 겠지요. 부디, 불상이 필요한 대웅전을 찾아 잘 모셔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복잡했다.

문화재청에 알려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스님의 편지를 읽는 순간 마음이 심란해졌다.


특히 마지막 말.

대웅전에 잘 모셔달라는 말.

아마도 문화재청에 알리면 박물관에 갈 것이다.


기도를 올리기 위한 대웅전의 불상.

신기한 유적일 뿐인 박물관의 불상.


'휴우~ 같은 불상이지만 전혀 다르지.'

스님이 나에게 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시주만 믿겠습니다.'

이거 엄청 책임감 느껴지는 말이었네···


나는 그렇게 산속에서 깊은 생각을 했다.

그리곤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주지스님의 말대로, 내 뜻대로 하기로 했다.

이제는 끌려다니지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

[일본]


"으으으. 이번에도 실패인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신녀가 태양 모양의 신상을 바라보았다.

신녀 앞으로 수많은 신도가 말없이 부복하고 있을 뿐.


낯빛이 하얗게 변해버린 신녀가 입을 열었다.

"지난 시절 험난한 백두대간에 쇠말뚝을 박으며 조선의 정기를 흐트러뜨리기 위해서 했던 부단한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어요."


"송구하옵니다."

"한국의 정기가 다시금 살아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의 정기를 떠받들던 서해 부처상을 치워 정기가 바다로 빠져나가게 해놓았는데···."

안타까워하는 신녀.


"쓰시마 절에 잘 보관 중이던 불상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텐데···."

"죄송합니다.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심했는데 그걸 가져갈 줄을 몰랐습니다."

"로비를 통해서 불상을 다시 가져오고 끝날 줄 알았는데. 조치가 미흡했습니다."

부복해 있던 신도들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칙쇼, 이로써 한국은 다시금 서서히 국운이 차오를 겁니다. 웅덩이에 물이 고이듯 말입니다. 대륙에서 오는 정기가 일본열도로 흐르게 하려고 그토록 노력했건만···"

신녀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어찌할까요. 신녀님."

부복했던 무리가 물었다.


"이미 지난 일이에요. 그래도 아직 예전에 해놓은 것과 한국에서 우리를 도와주는 이완용의 잔류 세력이 있어 버틸 만합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항상 돈을 쫓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다음 계획으로 진행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신녀님."


"그리고 자꾸 우리 일을 방해하는 자가 있습니다. 기존과는 다르게 누구인지 알 방법이 없네요."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모르겠어요. 자꾸 알아보려고 할 때마다 그 흔적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라져요. 그러다 다시 나타나고···. 저도 혼란스럽네요."


"신녀님도 알기 어려운 존재라니···."


"아직까지는 대계에 지장이 없습니다. 그자가 누구인지 비밀스럽게 알아봐 주세요."


"하잇"


"과거, 대명을 정복하여 대륙에 진출하고자 했을 때와 비슷하구나. 도대체 누가 이리도 우리를 방해한단 말인가. 태양님. 우리 민족을 굽어살펴주소서. 태양을 위하여."

다시금 신녀가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





옷은 이미 땀에 절어 있었다.

무거운 불상을 들고 시골집 앞까지 가는데···. 어휴.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주지수님 두 번은 못하겠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어느덧 다음날 새벽

모든 일을 마치고 온 서울 집.


급하게 샤워를 마친 후 냉장고에 있는 안주를 대충 꺼냈다.

그렇게 안주와 맥주 한 캔을 땄다.

치이이익~


꿀꺽, 꿀꺽!


캬아아~

힘든일 후에 먹는 맥주는 정말로 천상의 맛.

거기에 마른 안주의 바삭함이란.

피로를 다 날려주는 느낌!


그렇게 작은 행복을 만끽하면서 쇼파에 누워서 뉴스를 켰다.



[다음 뉴스입니다.]

"....일명 묻지 마 범죄,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쯧. 저게 사람이냐, 개새끼지."

최근 이유 없는 묻지 마 범죄,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범죄가 늘고 있다는 뉴스. 조선시대에는 사이코패스가 없을까? 있었다. 다만 오늘날처럼 미디어가 발달하지 못했고, 과학 수사가 없어 잡지 못했을 뿐.


"네, 다음 뉴스입니다. 최 기자!"


"네, 저는 얼마 전 일본과 불상 소유권 법정 분쟁이 있었던 절 앞에 와 있습니다. 어젯밤 이곳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김 기자, 신기한 일이라요?"


"네, CCTV 화면 먼저 보시죠. 검은색 복장에 마스크를 쓴 청년이 무언가를 들고 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물건을 놓고는 홀연히 사려져 갑니다."


"물건을 놓고 갔다고요? 무슨 물건입니까. 김 기자."


"네. 청년이 사라지고 조금 후 인기척에 스님들이 나옵니다. 스님들이 문 앞의 물건을 확인해보고 깜짝 놀랍니다."


"무엇이 들어있었습니까?"


"작은 불상이 들어있었습니다."


"네? 불상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또 편지도 한 통 들어있었다고 하는데요. 자신을 재일 교포라고 알린 기증자. 기증자의 편지엔 어느 날 꿈에서 부처님이 불상을 이곳으로 가져가 놓으라고 했다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허허. 김 기자 매우 신비로운 이야기네요."


"네. 또한 재일 교포라는 사람은 30년 넘게 집안 대대로 있던 물품이니 점유권 관련으로 소송하지 말아 달라고 한국 정부에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으로 주지스님의 인터뷰 들어 보시겠습니다."




티비를 껐다.


그리고 창문 너머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스님. 제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습니다. 혹여 나중에 다시 돌려달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씩 웃으며, 곧바로 침대로 갔다.

온종일 힘든 일을 했기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기분만은 너무 상쾌했다.

날아갈 것처럼.


한편, 온라인 게시판은 당연하게도 달아올랐다.


ㄴ소오름. 부처님이 꿈에 나타나셨다고?


ㄴ 부처님이 점지해주셨다고 소문나서 지금 그 절에 사람들 겁나 몰린다고 함.


ㄴ야. 그런데 그냥 당당하게 가져다주면 되지 마스크 쓰고 가져다준 거 영 께름칙하지 않냐?


ㄴ 얼굴 나오면 일본에서 퍽이나 가만히 두겠다.


ㄴ 지금도 혐한 있는데, 일본에 있는 불상을 한국 가져다주면 어떨까? 대가리 있으면 생각 좀 하고 살아라.


ㄴ 저거 그런데 어떻게 한국으로 가져왔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ㄴ 여기 일본인들 엄청 많네. 그냥 기증하면 좋은 것 아냐? 뭘 이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ㄴ 아리가또 재일 교포 센세.


ㄴ 재일 교포 아닙니다. 백제 교포입니다.


ㄴ 마지막에 점유권 소송하지 말라는 게 킬포네.


ㄴ 그러게 이미 훔쳐 와도 30년 이상 가지고 있으면 내 것 된다고 대법원이 알려줬잖아. 30년 전부터 집안에 내려오던에서 빵 터짐.


ㄴ 야, 너두?


ㄴ 어, 너두?


ㄴ 기증자는 고도의 대법원 까?


ㄴ 나도 물건 하나 훔치고 30년 동안 야산에 묻어둘까?


ㄴ 야이, 잡히면 바로 철컹철컹이야.


ㄴ 잡았다! 요놈.


ㄴ 지금 바로 112 신고합니다.


ㄴ 문제는 기증자가 누군지도 몰라 소송하기 쉽지 않을 듯.


ㄴ 누군지 몰라도 재일 교포가 찐 애국자다.

ㄴ 2222

ㄴ 3333


ㄴ 설마 저것도, 문화재라고 강제로 뺏어가는 거 아냐?


ㄴ 헬조선은 충분히 가능하지.


ㄴ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에 있는 거 가져다주고, 기증이라고 했는데도 뺏어가면 진짜 역대급 레전드 사건이다.


ㄴ 재일 교포 형, 존나 멋있어!!


ㄴ 재일 교포는 사랑입니다.


ㄴ 재일 교포 아니라, 백제 교포입니다.



그렇게 인터넷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면서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던중 전화가 왔다.


[010-****-****]

알수 없는 번호


"누구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화가 넘도록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좋은 글로 보답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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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신과함께(2) +8 23.12.01 3,415 73 13쪽
33 33화 신과 함께 +7 23.11.30 3,660 75 14쪽
32 32화 과거시험(2) +2 23.11.29 3,614 85 13쪽
31 31화 과거시험 +6 23.11.28 3,558 81 13쪽
30 30화 감자수확 +3 23.11.27 3,555 76 12쪽
29 29화 시비법 +3 23.11.26 3,609 78 14쪽
28 28화 사이코패스(3) +4 23.11.25 3,606 72 12쪽
27 27화 사이코패스(2) +3 23.11.24 3,645 78 12쪽
26 26화 사이코패스 +4 23.11.23 3,816 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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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남한산성 (2) +6 23.11.20 4,182 84 18쪽
22 22화 남한산성 +4 23.11.19 4,411 102 12쪽
» 21화 꿈 +3 23.11.18 4,390 92 12쪽
20 20화 인연 +6 23.11.17 4,562 10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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