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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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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최근연재일 :
2024.02.05 21:53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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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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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899

작성
23.11.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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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2화 남한산성

DUMMY

#22



***


"야. 이라마!!."


"네!"

차도녀라는 별명답게, 밝고 명쾌한 말투로 대답하는 조연출.

그녀를 박 피디가 사납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 이번 촬영에 사활을 걸었어. 실수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해."

"넵"


오늘따라 박 피디 기분이 별로인 듯, 아침부터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을 쑤시고 다녔다.

진짜, 조금만 더 경력 쌓으면 메인 방송국으로 꼭 이직한다.


"똑바로 좀 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국장의 심기를 대변하듯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볼록한 배가 숨 쉴 때마다 연신 꿈틀댔다.


"사극이니까, 사료나 역사적 검증 잘하고, 요즘 그런 거 잘못하면 한순간에 드라마 망한다. 내가 보는 웹소설도 고증 틀렸다고 망한 소설이 한두 개가 아니야. 요즘 시청자들은 그런 거에 민감해. 알아들었어?"

벌써 저 소리만 몇 번째 인지.


"네네, 알겠습니다. 피디님."


역사적 검증이라···


아직은 드라마 기획 단계.

얼마 전 읽은 조선에 관한 책 내용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진짜로 살아서 조선을 보는 것 같았단 말이야.'


베스트 셀러 작가 이전에 한때 문화재 사건으로 뉴스를 뜨겁게 달궜던 이박사. 그런 이박사가 검수를 했다고 홍보를 하면 시청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DMK미디어 이라마AD(조연출)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


출판사에서 흔쾌히 전해 준 전화번호.


출판사에서도 드라마와 연관 지어 홍보하고 싶어 하는 눈치.

하긴 베스트셀러 하위권에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겠지.


"휴, 토요일 주말에 갑자기 막 전화래도 되려나?"


핸드폰을 들고,

잠깐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냥, 전화하자."

자신감 있게 번호를 눌렀다.

그리곤, 대기음이 울렸다.

***


010-****-****

[알 수 없는 번호]


"누구지?"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화면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저기. 이건우 교수님···?"

상큼하면서 도시적인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네, 그런데요?"


"안녕하세요? 저는 DMK미디어 소속에 이라마AD라고 합니다."


"네?"


"네, 갑자기 연락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누군데 주말에 아침 일찍부터 전화하고 난리야

나는 방에 걸려있는 시계를 봤다.

10시

음. 일찍은 아니군.

화를 내려다가, 다시 정중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라, 저희 쪽에서 퓨전사극을 준비하고 있어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작품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선생님의 신간 책을 보고 이것저것 여쭈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사극이라···. 재미있겠네요."

사극이란 말에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갔다.


"네, 그래서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조언받고 싶은데요. 자세한 건 만나 뵙고 이야기해 드리고 싶어요. 혹시 시간 되시나요?"


할 것도 없는 주말, 혼자 있는 한국에서

마침 심심했던 상황.


"재미있겠네요. 언제 보는 게 좋을까요?"


"작가님 시간 되실 때면 제가 언제든지 갈게요."

오호 언제든지라.

하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그럼, 내일 아침 이 시간은 어떻습니까? 안될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부터 괜찮으시겠어요?"


"네, 요즘 뭐 하는 게 없어서···."

사실 백수나 다름없어서 문제없어요.

주말에 혼자 집에서 지내는 게 꿀인 건 직장인 이야기일 뿐

주말에조차 혼자 있기 싫어 무리하게 약속을 잡았다.


"아! 그러면 정말로 감사하죠. 내일 바로 찾아뵐게요."

흔쾌히 수락하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나도 자신감이 생겼다.


"네, 그럼 마포 **커피숍에서 10시까지 뵙죠."

집에서 가까운 경치 좋은 커피숍으로 장소를 잡았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꿈에 주지스님이 나타나서 고맙다고 할 줄 알았지만

너무 큰 기대였을까? 개꿈만 잔뜩 꾸고는 아침에 눈을 떴다.


하루를 꼬박 잠을 자고 나니 다시금 기운이 조금 돌아왔다.

나갈 준비를 하고 검정 추리링을 대충 걸쳐 입고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우리 스파이더 오래간만이네

멕라렌에 시동을 걸었다.


우아아아아앙~

오래간만에 묵직한 배기음이 내 심장을 조여왔다.


"오래간만에 들어도, 역시나···. 좋나 좋쿤!"

실실 웃으면서, 나는 약속된 커피숍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테이크 아웃 하시겠어요?"

"아니요, 먹고 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카운터 가까운 자리에 대충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자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커피를 받아들고, 경치가 좋은 자리로 향했다.

입지가 좋고 높은 층수의 커피숍인 만큼,

통짜 유리로 된 창문 밖으로 파란 물결이 넘실거리는 한강이 보였다.


쪼옥, 쪽

커피를 마시면서 경치를 즐기고 있을 찰나.

커피숍으로 차도녀 이미지의 미인이 들어왔다.

누가 봐도 미인 이였기에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두리번거리는 여성이 전화기를 꺼내 들곤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부우우우웅

곧 전화기가 울렸고, 내가 손을 들어 보였다.


또각 또각


"안녕하세요. 전화드렸던 조연출 이라마입니다."

나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건네주었다.


"반갑습니다. 이건우라고 합니다."

명함을 받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가볍게 맞잡은 손 너머로 긴장하고 있는지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점점 멋있어지시네요."


"네?"


"아. 아녜요. 교수님 팬이라서요."


팬. 팬이라.

내가 언제부터 이리 유명해졌는지.

약간 당혹스럽지만, 동시에 기분이 좋았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 나누시죠."

자리를 권했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이것저것 질문할 게 좀 있어서 뵙자고 했어요. 허균의 출생지인 강릉의 교산에 대해···"

피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말했다.


"강릉의 교산, 허균이 태어난 애일당의 뒷산으로 이무기가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기운이 사천 앞바다 모래사장으로 이어져 교산이라고 불리고 있죠. 허균 선생이 자신의 호로 삼았죠."


"와··· 정말 대단하세요."

내 말에 놀란 듯 눈동자가 커졌다.


훗, 뭐 이런 정도로···.

이 정도로 놀라면 섭섭합니다.


"혹시, 대본이나 시놉시스 잠시 볼 수 있을까요?"


퓨전사극이라? 뭘 찍는지 궁금했다.

흔쾌히 건네준 시놉시스.

얼마나 봤느니 종이책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시놉시스를 천천히 쭉 읽어나려 했는데,

긴장한 듯한 태도로 조연출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크흠···. 커피 좀 드시죠."


"네?"


"그렇게 저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지 마시고, 커피도 좀 드세요. 제가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니까."

"어머 죄송해요."

그리곤 다시금 천천히 집중해서 시놉시스를 읽었다.


탁!

탁자 위에 다 읽은 시놉시스를 내려놓자,

잔뜩 기대감 섞인 얼굴로 내 평가를 기다리는 얼굴


큰 눈이 초롱초롱 빛나면서 나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눈빛,

이거, 마치 라언이 같네.


"재미있네요. 퓨전사극이라 젊은 감각으로 찍으면 재미있을 거 같네요."


내가 칭찬을 하자, 기분 좋다는 듯 대답을 이어나갔다.

"네. 시놉시스가 좋아서 회사에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래서 교수님도 찾아뵙고요. 그리고 시놉시스에는 없지만, 남한산성 에피소드도 넣을까 하거든요."

"오호, 남한산성이요?"


"네. 남주와 여주가 전쟁을 통해서 가까워지는 신이 예정되어 있어요."


"남한산성이라···"


오래간만에 남한산성을 가고 싶어졌다.

석사를 준비하면서 가끔 답사를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가고 싶은 진짜 이유는

주말에 시간이 남았고, 혼자 집에 있기는 싫다는 이유 외엔 사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남한산성에 문제라도 있나요?."

말을 하다 말자, 걱정이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흐음. 그런 건 아닌데. 지금 같이 확인해 보러 가도 될까요?"


이렇게 헤어지면 또 집에서 혼자서 맥주나 먹고 있겠지.

그게 싫었다.


"음··· 그러고 보니 저도 몇몇 동선이랑 확인해 볼게 있긴 해요. 게다가 궁금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같이 가주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오케이, 승낙은 떨어졌고

마음이 바뀌기 전에 추진할 차례.

그렇게 바로 벌떡 일어섰다.


"??"


"바로 가시죠."

말을 마치고, 유유히 커피숍을 나갔다.

이라마도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


커피숍 주차장.


삐빅!

멕라렌의 문이 위로 열렸다.


"제 차로 가시죠? 자세한 건 가면서 이야기해봅시다."

내가 조수석으로 타라는 제스쳐를 주자,

주춤거리던 늘씬한 다리가 조수석 안으로 들어갔다.


탁!

문이 닫히고 우리는 그대로 남한산성을 향해 출발했다.


부아앙 쿠아아아앙


날뛰고 싶어 하는 야생마

나도 날뛰고 싶다 라렌아~

하지만 제한속도를 준수하면서

그렇게 안전하게 서울을 벗어났다.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남한산성.

그곳을 어색한 두 남녀가 서로 거리를 벌려 걷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저 멀리 숭렬전이 보였다.


으, 어색해

처음엔 단순히 그냥 시간 때우기가 목표였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엄청 어색한 분위기였다.


서로 적당히 거리를 벌려,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곳을 걷고 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색했다.


상대도 그걸 느꼈는지 바로 이야기를 건넸다.


"혹시, 남한산성에 관해 설명해 주실 것 있으신가요?"


"네?"


"사극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긴 머리를 살짝 넘기면서 말했다.


남한산성이라···.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백제의 시조인 온조왕이 축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통일신라시대의 주장성이 남한산성의 모태가 되고요."


길게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품고 있는 남한산성이었지만,

선조와 함께 조선의 빌런 중 한 명인 인조가 47일 만에 치욕적인 패배와 함께 머리를 조아린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


"인조와 온조왕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 하나 있습니다. 들려드릴까요?"

"네, 좋아요."

살짝 웃으면서 긴 머리를 옆으로 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636년 병자호란으로 인조가 남한산성에 피난 갔을 때 일이죠. 인조의 꿈에 웬 사람이 나타나 '적이 높은 사다리를 타고 북쪽 성벽의 봉암(蜂巖)을 오르는데 어째서 막지 않는가?'라고 호통을 것이었습니다. 놀란 인조가 누구시냐고 물었었죠. 누구일 것 같습니까?"


"혹시···. 온조대왕이요?"


"딩동댕, 네 정답입니다. 그 사람이 나는 성주 온조대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놀란 인조는 잠에서 깨어 들은 대로 즉시 성의 북쪽을 살펴보게 했죠. 그랬더니 진짜로 청군이 봉암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신기하네요."


"인조는 이후 청병의 기습을 알려준 온조왕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다시금 온조왕이 꿈에 나타났습니다. 왜 또 꿈에 나왔을까요?"

"음. 글쎄요? 아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적국인 온 거군요. 맞죠?"


"땡, 아쉽지만 틀렸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드리죠."


"음, 도망갈 길을 알려주려고?"

커다란 눈망울에 잔뜩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아쉽지만, 또 틀렸네요. 정답은, 사당을 지어 주어서 고맙기는 한데, 혼자는 있는 것이 외로우니 충직한 신하 한 명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다음날 이서 장군 부고를 듣게 되었죠. 그래서 온조왕과 이서 장군을 한 개의 사당에 같이 모시게 되었답니다."


"정말로, 재미있는 일화네요."


어색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리고,

따스한 햇볕을 받으면서 남한산성길을 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한산성이 연결된 야산의 한쪽 편에선

초록색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응?

초록색 기운이 왜 저기서

나는 빠르게 초록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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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인연과 악연 +4 23.11.21 4,184 84 15쪽
23 23화 남한산성 (2) +6 23.11.20 4,182 8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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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꿈 +3 23.11.18 4,390 9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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