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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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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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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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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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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 감자수확

DUMMY

#30


내가 말을 마치자, 누군가 손을 들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주변으로 비켜서자 한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누구지?


"도련님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농작물들이 크기가 크지, 정말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맞는지요?"

"저것들은 제가 직접 구해온 농작물들입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내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듯한 얼굴.


"거짓입니다. 여러분, 제가 초록색의 작은 열매를 먹어보았으나 쓰고 맛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작물은 크기만 클 뿐 이파리도, 열매도 없었습니다."

오호라 이런 식으로 선동을 한단 말이지.

"도대체 누구시길래 이러는 건지요?"


"나는 아랫마을 천 씨라고 합니다."


-뭐 천 씨?

-양반네들이 제발 자기 땅에서 소작해달라고 사정하는 그 천 씨?

-그래, 저기 저 강단 있어 보이는 눈썹이랑 코 밑에 왕점을 보니 맞네그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최근에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

농사를 그렇게 잘 짓는다고 소문이 난 농사꾼이었다.


"무엇이 의심스러운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제가 답변을 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시비법에 대해서는 정말로 경탄하였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소똥이나 돼지똥 등을 활용하여 시비하지만, 이렇게 체계적인 방법은 처음입니다. 다만."

그러면서 천 씨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몇몇 농작물은 농작물이 아닌 듯합니다. 아마 농사를 처음 지어보아서 농작물인 줄 알고 들풀이나 잡초를 키우신 듯하여 염려되는 상황입니다."

"오, 어떤 농작물이 잡초라는 것인지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천씨가 성큼성큼 다가가 농작물을 가리켰다.

천씨가 가리킨 농작물은 전부 신대륙 작물,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제법 눈치가 좋은 아저씨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논에 있는 쌀은 혹시 이앙법을 사용하셨습니까?"

"그건 어찌 아십니까?"

"농작물이 크고 다른 작물보다 일정한 간격으로 심겨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앙법의 치명적인 단점은 알고 있으시겠지요?"

"알지요, 가뭄에 취약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가뭄에 벼가 다 말라 죽으면 그해 농사를 못 지어 사람들이 다 굶어 죽게 됩니다. 단순히 한해 농사에 크게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은 노름꾼이 마음이지 농부의 마음이 아닙니다."

별로 공부를 하지 않은 듯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 세상사는 핵심을 보고 있는 것에 놀랐다.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군.


"하지만, 장점도 많지요. 그리고, 가뭄에 강한 작물이나, 구황작물이 있다면 어쩌다 한번 오는 가뭄보다는 몇 해 잘 지어 쌀을 모아두었다가 가뭄에 대비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음···. 그건···."


"좋습니다. 만약 제 논에 한 평당 수확량이 천가네 수확량보다 작다면, 여기에서 나온 쌀 모두를 드리겠습니다."


"네? 모두를 말입니까?"


크크크. 왜 쫄려요?

쫄리면 뒤지시던가?


고민하던, 천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가 지면 역시 도련님댁 논에서 생산된 쌀 만큼을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웅성웅성.

갑자기 시작된 내기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 요거 재미있게 돌아가네.


"하지만, 여전히 저기 있는 알 수 없는 잡초들은 어떻게 설명하실는지요?"

와, 이 아저씨 칼을 가셨나?

왜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걸어오는 대결은 받아줘야지.


"제 텃밭에는 잡초는 없습니다만?"

"허허허, 지금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제가 걸어 다니면서부터 지금까지 농사만 해온 사람입니다. 조선팔도 농산물이라면 제가 모를 리 없지요?"


아. 그래서 그러셨군요.

그런데 조선팔도 농산물이 아닌데, 이걸 어쩌나.

자신이 이 동네 최고의 농부라고 생각했는데, 웬 나이 어린, 그것도 양반댁 자제가 최고의 농부 자리를 위협하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한 상황이긴 하다.

그런데 그건 아저씨 사정이고요.


"잡초가 아니라면 이번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잡초가 아니라면 제가 도련님댁 농작물을 모두 관리해드리겠습니다."

오호, 이것 봐라.

이 동네 최고의 농부가 우리 집 텃밭 작물을 관리해준다고?

좋네, 좋아.


"좋습니다. 나중에 두말하기 없습니다."

"반대로, 잡초면 어떻게 하실 건지요?"

"흠···. 아 소를 한 마리 사드리겠습니다."

"소!!!"

이 당시 소는 곧 경운기고 트랙터였다.

그것을 사준다고 하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단, 이겨야 한지만, 그게 가능하려나. 흐흐흐.


그렇게 달덩이처럼 환한 미소를 보이자, 오히려 내 웃음이 도발로 느껴졌는지 천씨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좋습니다."

"자, 여러분 모두 들으셨지요. 모두 밭으로 따라오시지요."


내 텃밭에는 아직 덜 자란 감자가 있었다.

‘쯧, 아직은 좀 더 커야 하는데.’


구경군뜰이 제법 많았다.

이거, 천상 한 고랑은 파내야 할 거 같네. 아깝네.


하지만 여기서 좋은 인상을 준다면 조선팔도에 감자가 퍼져나가겠지. 왜란이 끝나고 소빙하기의 영향으로 대기근이 발생한다.


경긴 대기근과 을병 대기근···.

당시 조선의 사망자 수는 약 100만 명에 이른다. 대기근의 영향으로 조선팔도에 각종 문제가 발생했고, 얼마나 사람이 굶주렸는지 인육을 먹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실제로 일본은 이미 감자와 고구마와 같은 구황작물이 보편화되어 조선보다 피해가 적었다.

그 전에 다양한 구황작물을 조선에 퍼트려야겠지.


감자를 잡아당겼다.

쑤욱!


뿌리가 뽑히자 귀여운 감자 몇 개가 매달려 있었다.

나는 호미를 꺼내 들고 흙을 조심스럽게 파내기 시작했다.

아직은 조금 작지만 나름 먹을만하게 자란 작은 주먹만 한 감자가 몇 개 나왔다. 그렇게 몇 개의 감자를 마저 더 캐어냈다.


"오매, 저것이 무엇이여?"

"마(麻)아니여?"

"마는 길쭉하지, 저렇게 동그랗고 귀여운 게 어디 있어 이 사람아."

"그러게 살아생전 처음 보는 것인데."

"맛은 어떠려나?"

"둥근 것이 감 같기도 하네그려."


"돌쇠야, 가서 솥단지를 꺼내오거라. 기름도 조금 가져오고."


그렇게 요리가 시작되었다.


감자찜. 단순히 감자를 찐 것이지만,

분이 솔솔 올라오는 감자와 소금의 짠맛 조합은 가히 사기급.


감자를 옆 도랑물에 깨끗하게 씻은 후 감자 껍질을 까고,

소금이랑, 설탕을 알맞게 뿌리곤 물을 부어 솥단지에 넣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자, 물이 끓어오르고,

조만간 구수하면서 달콤한 냄새가 퍼져나갔다.


"꿀꺽"

누군지 모르겠지만,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태극감저라는 작물입니다. 신령님이 알려주신 것이지요."

"뭐요? 신령님이!!"

"허어, 어쩐지 신묘하기도 하더라니."

"아니, 저런 작물을 잡초라고 하다니 천씨도 이젠 한물갔구먼."

"천씨가 최고인 줄 알았지만, 신선도령님 앞에서는 영~!"


사람들 소리에 천씨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래 얼마나 맛있나 보자.'

아직은 끝난 게 아니었다. 저 감저라는 것이 맛이 없다면 그때를 이용해 반전의 기회로 삼으면 될 일.


사람들이 감자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뜨끈뜨끈 김이 올라오는 감자를 바라봤다.

뜨거운 것을 입으로 호오 불면서 식혔다.

먹기 적당한 온도가 되자, 소금을 조금 더 찍어서 입에 넣었다.


"!!!"

"하압 하압."

"워매, 뭐여 이것은!!!"

"후우. 후우...하어헙...하.."

"아니, 이런 맛은 처음이야."

"어서 와, 이런 맛은 처음이지."

"와아아아, 장인디유!"


감자 한 개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는 두 번째 감자를 탐닉하려는 사람들.


"어허, 줄을 서세요. 뒤에 줄 서 있는 거 안 보여요."

"사람이 염치가 없지, 한 개씩만 먹어요."

"어찌 사람들이 그깟 먹는 음식 앞에서 예를 저버린단 말이오."

"그러면서 아저씨는 왜 새치기하세요."

"허어. 장유유서 몰라? 내가 먼저야."

"늙었으면 곱게 늙어. 뒤로 가서 줄 서"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에 사람들이 이성을 잃었다.


이어서, 열기가 있는 솥뚜껑을 뒤집고,

솥뚜껑 안에 기름을 둘렀다.


지글지글~


소리에 감자를 채를 썰고, 물에 넣어 전분을 빼냈다.

물을 빼내고, 간을 해서 기름에 넣었다.


좀 더 이쁘게 만든 감자튀김

감자를 네모나게 자르고, 한쪽 부분에만 칼집을 넣었다.

그 위에 소금을 듬뿍 뿌려주고 잠시 대기.

'이건 엄마를 위해서 특별한 감자튀김~!'


감자를 넣자,


쮜이이익~

부글부글.

지글지글.

특유의 기름 튀기는 소리가 난다.


소리만으로 벌써 사람들이 눈이 집중되었다.

감자가 노릿하게 익어가자, 돌려가면서 골고루 익혀주었다.

그리곤 꺼내서 식히면,

"완~송!"


어머니 것도 넣자. 감자꽃이 피어나듯 사각형이 옆으로 벌어지면서 동그란 모양의 감자꽃 튀김이 되었다.


꿀꺽


이미 한차례 감자의 맛을 본 상태.


"자, 이게 잡초라고 생각하시는 사람은 뒤로 물러나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보시는 것처럼 준비된 것이 적어서 많이 나눠드리기가 힘드네요."


사람들이 웅성거릴 뿐 뒤로 물러나는 사람은 없었다.


"자, 모두 줄을 서시오~!

후다다닥 사람들이 재빠르게 줄을 섰다.


그중 제일 앞에선 사람이 인상적이었다.

"아니, 천씨 잡초를 생각하는 사람은 빠지라고 도련님이 그러지 않았소."

"맞소, 신선 도령님을 못 믿다니 당장 뒤로 가욧"

"내···. 내가 졌소이다. 제발 한 입만 더 먹게 해주시오."

얼굴을 붉게 달아올랐지만, 탐욕스럽게 빛나는 눈빛에서 결코 그가 뒤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뭐, 잘된 것 아니야.

소문이 퍼지고 퍼질수록, 배고픈 사람들이 줄어들 터이니.


"자, 오늘 맛있게 드십시오. 오늘 제가 태극감저를 조금씩 나눠드릴 테니 여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다른 농작물도 나중에 나눠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 말을 마치자

"우와~~"

"와아아아아"

"어쩜. 저리 멋있을 수가."

"저게 군자의 모습이지."

"이토록 대단하시다니, 과연 신선도령님 이십니다."

"신성도령, 믿고 있었다구."


아니, 얼마 전부터 자꾸 인터넷 드립치는 사람 누구야?

하지만,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참 잘했구나 싶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감자를 나눠주고, 심는 방법이나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내가 감자를 하나씩 나눠줄 때마다, 손을 잡고 얼마나 좋아하시는 지 사람에 비해서 훨씬 오랫동안 감자를 나눠주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천씨.

천씨가 머리를 부끄러운 듯한 얼굴을 하면서 왔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졌습니다."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약속은 약속. 오늘부터 제 텃밭을 가끔 도와주시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이 열려 있는 사람인가?

처음에는 비호감이었지만, 사람은 좋아 보였다.


"혹시, 글은 읽을 줄 아십니까?"

"어려서 서당을 조금 다녔지만, 양인이 글공부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래서 그만두었습니다."

천씨의 눈에 아쉬움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머리는 있지만, 신분으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지 못한 케이스.

"그럼, 혹시 한글은 익히셨습니까?"

"부끄럽지만, 어려서 공부 머리는 있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습니다. 한글은 익히고 있습니다."

"잘 되었군요."

나는 그렇게 새로운 인연에게 책을 건네주었다.




[유기농 농법], [비료와 농작물], [농기구의 원리]


"이것은 무엇인지요?"

"오다가, 문 앞에서 주웠습니다."

"네? 여기는 텃밭인데, 문이 어디 있다고···."

"어허."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도련님."

그렇게 내게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전했다.

아싸, 오늘 호구 농부 1호 겟!!


어머니 드시라고 만든 감자튀김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최무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떴습니다."

"뜨긴 뭐가 떠?"

"소과시험 공지 떴다고요!"

"뭐?!!"

드디어 과거시험인가?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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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과거시험(2) +2 23.11.29 3,613 85 13쪽
31 31화 과거시험 +6 23.11.28 3,558 81 13쪽
» 30화 감자수확 +3 23.11.27 3,555 76 12쪽
29 29화 시비법 +3 23.11.26 3,607 7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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