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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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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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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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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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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271. 회담會談

DUMMY

*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환대라고 할만한 것도 아니오.”


무뚝뚝하게 답을 하는 자는 벨베르 공화국의 군인다운 말투였다.


암록색, 청록색 계열의 정복을 입고 있는 작자이다. 군부의 인물들은 모두 그러한 제복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세세한 약장, 휘장 따위가 조금 다를 뿐이다.


약장의 기호를 볼 줄 모른다면 벨베르의 군인이나 공무관과 만날 때 낭패를 면하기 힘들다. 한참 아랫사람인가, 생각했던 이가 사실은 왕국식으로 바꾸어서 고관 대작일 경우가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 또한 있었으니까.


그래서 벨베르 공화국에 파견되는 인물들은 그런 최소한의, 기본 정보들은 미리 공부를 해두는 편이다.


대강 중급 지휘관 정도에 속하는 인물이 그들을 맞았다.


‘그들’은 산슈카에서 온 이들이었고. 곧 왕실의 명을 받아 파견을 받은 일행이었다. 로말린, 제시. 그리고 그네들이 보좌하는 행정관과 기사, 초상술사의 일행이었다.


벨케임 왕의 명을 받아 산슈카에서 출발한 일행은 무사히 벨베르 공화국에 닿을 수 있었다. 웰리든이라고 이름한 도시에서였다. 일행, 사절단이 벨베르의 인사들을 만난 건.


미리 국경선 근처의 연락망을 통해 벨베르 공화국 쪽에 기별을 한 상태였기에. 준비된 환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건 벨베르 측에서 보낸 사신단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벨베르 측은 경황이 없고,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응해 곧바로 파견한 바라 기별을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닿았었지만.

산슈카 측에서 보낸 사절단은 미리 연락이 닿고 시간이 깨나 지난 뒤에 실제로 도착했으니. 벨베르 쪽에서 환영에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구태여 각국이 사람을 보내어 서로의 뜻을 듣고자 한 데는 여러가지 연유가 있었다. 사신단은 본국의 의사를 타국에 전달하는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해당국 내부에 들어가 자세한 사정을 파악하는 일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벨베르의 사신단은 벨케임 왕의 의중을 알아내고, 또 산슈카에 있을 지 모르는 미치광이 흉수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벨케임 왕은 또한 그것을 허락했고.


산슈카로서도 벨베르가 어떤 다른 수를 갖고 있지는 않은가. 산슈카와는 다른 방향성으로 국정을 생각하지 않는가, 알아보기 위해서 직접 사람들을 보낸 참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북부 국경선 근처에서 일어난 참상에 대해 유감과 위로의 뜻을 전달하고. 이웃국의 사정을 헤아리기 위해서였으나.

연맹의 가입국이자 동맹으로서 벨베르와 산슈카의 외교적 관계가 확립된 상황이지만. 그만한 일이 벌어진 이후에 벨베르 공화국의 무투파 인사들이 눈이 돌아버릴 염려 또한 있었으므로.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위험률을 다스리기 위해 온 것이기도 하다.


“본관은 필립이라고 하오.”


필립이라고 이름한 사내는 그럴싸한 회관 건물에서 사절단을 반겨주었다.


제롬왈드 하버츠, 고관까지는 아니었으나 사무장 정도의 위치인 외교관이 맞상대를 했다. 그들은 길다란 테이블의 끝자리에 서로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에는 산슈카 측의 인물들이. 나머지 반에는 벨베르 측의 인물들이 앉아서 사이를 채운다.


은빛의 머리를 늘어뜨린 제롬왈드는 미남이었다. 왕궁에서도 중간 관리자 급은 되는 인물이다. 3급 행정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반대편에 있는 인물은 북부 수비대의 천인장이었고, 대대장이라고도 부르는 위치였다. 세세한 벨베르의 직책 위계를 따지면 ‘중등관中等官’의 자리에 있다. 현재 벨베르의 북부 수비대를 총괄하고 있는 수비대장 대리인 마굴라가 소장관小將官의 위치였고. 본래 북부 수비대를 맡고 있던 장군의 직책이 중장관中將官의 위位였다.


시간은 밝은 낮이었다.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플레이어, 로말린과 제시의 리얼 타임으로는 새벽녘이었고 말이다. 몇 시간 뒤면 출근을 해야 할 시간이었는데. 이웃, 친구끼리 사이좋게 일찍 일어나서 게임질을 하고 있는 판이었다.


두 사람에게는 게임이었으나. NPC들에게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좌중의 분위기가 제법 무거웠다. 산슈카와 벨베르의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근래 일어났던 참사 때문에 자칫하면 험악한 기류가 흐를 지도 몰랐다.

외교관이라는 자들은 모두 언어에 민감해야 했다. 직접 내뱉는 단어도 물론이고. 상대의 제스쳐나, 여러가지 작태로부터 오는 신호나, 자신이 보내는 신호까지도.


비언어적 제스쳐와 상황 판단에도 눈치가 빨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할 수도 있어야 했고.


상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원하고 목적하는 바대로 대화를 교묘하게 이끌어 가야만 한다.

언어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긴 세월이 지나면서 지역간의 방언이 달라진 점이 있기야 했지만. 대체적으로 중부, 특히 중남부 지방 근처의 언어들은 무리 없이 소통이 가능했다. 구舊 산슈카 국의 유물이기도 했다. 고대에는 산슈카 제국의 영토였던 땅들이었고. 그 흔적이 남아있는 셈이다.


중북부를 넘어, 아릿시안 제국으로 가면 조금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순이나 어원이 크게 다르지 않아, 짧은 공부로 금방 습득이 가능한 정도였다.


문자를 배우기 위해서는 시간을 조금 더 써야했지만 말이다.


언어보다 문자가 조금 더 다른 건 벨베르와 산슈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교관으로 온 제롬왈드 하버츠는 그리고 언어, 문학 등의 전문가였다. 기본적으로 행정관들, 특히 외교관들은 인접한 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능통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벨베르, 안단, 이슈칼의 것 모두를 말이다.


화신 사막의 경우는 문자 체계가 많이 달라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었다.


“필립 경. 우선은··· 벨베르에서 일어났던 사태에 깊이 유감을 표합니다.”


제롬왈드는 능숙하게 말문을 열었다.


회관은 목조 저택과 같은 곳이었다. 그들이 있는 공간은 단출한 인테리어로 이루어져 있어서, 아직 정식으로 입주자가 들어오지 않은 건물과 같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처럼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공관으로 사용하려고 비워둔 건물일 뿐이었다.


웰리든의 분위기는 산슈카의 여느 도시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수도권이라거나, 대도시권에 가면 벨베르만의 특색이 조금 더 느껴지기야 하겠다만.


바깥의 소음이 창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대로변에 있는 건물임에도 말이다. 꼼꼼하게 잘 지어진 목조 회관이다.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넓직한 방 안에는 여러 명의 인사들이 있었다. 사절단으로 온 산슈카측 인물들의 수는 제한되어 있었는데. 그들을 둘러싼 벨베르 쪽의 군부 인물들이 여럿이었다. 시립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말단들인 모양인데도.


절도가 있는 모습으로 말 없이 있는 사내와, 드물게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 벨베르 군의 군기를 알 수 있는 듯했다.


로말린은 길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의 넓은 변 쪽, 가운데 부근에 앉아 한가로운 눈빛을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그의 옆에는 제시가 앉아 있었다. 사실 왕실에 의해 고용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시종이나 크게 다름이 없는 두 사람의 처지였는데. 이처럼 회담의 중간에 떡하니 앉아있게 될 줄은 몰랐다.


산슈카나 벨베르 간에 나누게 될 세부적이며 현실적인 내용에 대해서 로말린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 물론 산슈카 쪽에서 퀘스트를 받고 플레이 거점으로 삼고 있으니만큼. 특별한 변화가 있다면 알아두는 게 좋기는 하겠다만.


여차하면 그는 다른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도 크게 무리가 없다. 다른 지역의 말을 배우는 건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난관도 아니었고.


철저하게 이방인異邦人, 방랑자로서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봐도 좋았다.


생이란 그런 법이다. 어떤 면에서는 현실 세계도.


“산슈카 측의 후의厚意는 이미 받은 바가 많소. 먼저 산슈카에 다다른 사신단에 대해서도 귀국의 왕실에서 극진히 대접을 해주셨다고 들었고···.

말리 제퍼 소장보小將補 일행이 편히 지내는 것에 감사드리오. 귀국의 경우처럼 수도에서는 아니지만. 웰리든에서 얼마든지 쉬고, 머물다 가도록 하시오.”


필립 중등관이 다소 딱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말씨에 담긴 후의는 온전히 느껴진다. 그냥 사람의 성격이 그런 편인 모양이었다. 벨베르 공화국 군인들의 특징이기도 했고. 굉장히 체계적이고, 규율을 중시하는 무리라 다소 사람같지 않은 딱딱함이 간혹 느껴지곤 했다.

벨베르의 군부와 접촉한 이들이 자주 느끼는 점이었다.


말이 끝난 뒤에는 나름대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제롬왈드는 표정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가 환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고.


본격적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귀국에서는 북부 삼개 기지를 폭파시킨 흉수가 산슈카의 귀족이 아닐까 하신다고요.”


통신 전보, 정확히 말하면 초상력으로 작동하는 통신기로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 중간중간 중계기의 역할을 하는 것들이 필요해서. 현실의 전화 통신보다는 훨씬 느리다. 그러나 사람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훨씬 빨랐고. 사절단으로 온 제롬왈드도 수도의 상황을 미리 전해들을 수 있었다.


벨베르의 인사들을 만나는 데 있어 정보는 전부 알아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단적으로 말해서 벨베르의 사신단이, 왕실에 와서 이야기한 바는 위와 같았다. 그들은 흉수를 찾고 있었다. 벨베르에 감히 폭탄을 설치하고 폭파시킨 범인.

만일 누군가의 소행임이 확실하게 밝혀진다면, 공화국은 그를 주적主敵으로 여기고 총력전을 벌일 셈이었다. 물론 산슈카 등 타국의 국경 내에 있는 인물이라면 온당한 절차를 거치긴 할 테였다.


그러나 절차를 진행하는데 있어 아주 강력한 압박이 있을 테였고. 산슈카가 범인의 죄를 덜어주는 일은 아주 어려우리라. 그런 식으로 굴었다간, 곧 벨베르와 적대한다는 의미가 될 지 모르니까.

벨베르 공화국이 산슈카에 비해서 아주 격이 낮은, 또 국력도 약한 나라였다면 모를까. 벨베르와 산슈카 사이의 파워 밸런스는 팽팽한 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벨베르가 높다, 고 대외적으로 평가를 받으리라.


산슈카는 대륙의 배꼽이라 할 수 있는 중심 지역에 있었으나, ‘변방’이라고 불릴만큼 한미한 국가였다. 이전의 영광이 거짓이라고 생각될만큼 말이다.


산슈카 내부에 있는 모든 전력과 숨겨진 힘을 다 아는 자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으나. 그런 이들은 왕실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제롬왈드 또한 국왕이 여태껏 키워 온 산슈카의 저력을 다 알지는 못했고, 당연히.


“그렇소. 말하기 어려우나, 그렇지.

······.

일단 산슈카 국경 근처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굳이 이슈칼이나 안단 등이 귀국의 경계를 넘은 뒤에, 다시 벨베르에 도착해서 그런 일을 벌이리라 생각하기는 어려우니.

‘어려울’ 뿐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응당 가장 쉬운 경우를 검토해보는 게 맞는 이치 아니겠소.”

“옳으신 말씀입니다.”


딱히 반박할 거리는 없었다. 누구라도 국경선 근처에서 문제가 터지면 인접한 상대국을 살필 테니까. 벨베르가 당장 홧김에 군사를 일으키지 않는 것만 하더라도 굉장히 이성적으로 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제롬왈드 하버츠는 웃으며 동의를 표했다. 일단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데 있어, 상대의 이야기를 맞다고 해주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달리 없었다. 무조건적인 반발은 대화의 진도를 거꾸로 돌릴 뿐인 일이다.


“산슈카에서의 일정은 소득이 좀 있는지요.”

“아직 사신단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무어라 말할 바는 없지만··· 내가 아는 한은 없소이다.”

“귀국의 총통께서는 어떤 입장이신지 여쭤도 될런지···.”

“참담한 일이오. 그러나 산슈카와의 관계를 흐트러뜨릴 생각은 조금도 없으시니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을 해주셔도 될 것 같소만.”

“다행입니다.”

“우리로서도 그 편이 낫겠지.”


그 편이 낫겠지, 라고 이야기하면서 필립 경은 눈빛을 매섭게 빛냈다. 백인이었다. 초록빛이 살짝 묻어나오는 흑발이었다. 암록색 머리칼이라. 현실에서는 일부러 물들이지 않는 한 보기 어려운 색깔이다. 로말린은 가운데 앉아 그런 생각을 한다.


자신의 얼굴빛도, 현실에서는 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백인인 그는 이처럼 짙게 태닝이 되지 않는다, 원래는. 그냥 기분전환 삼아서.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 원래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바꾸어보았다.

얼핏 보면 중동의 인종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의 모습이었다. 로말린은. 로말린 자신은 스스로의 얼굴을 볼 일이 많이 없으나. 제시가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할 수 있었다. 현실과 지독하게 닮은 로그인 뒤의 세계와, 로그오프한 후의 세계를 구분하는 오브제로서 잘 활용하고 있었다.


로말린도 제시도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퀘스트란 이처럼 물흐르듯 이어지는 연결이었다. 사절단을 이곳까지 데려오는 게 그들의 임무였으니. 그렇게 했다. 거기서 끝나는 건 아니었고, 자연스레 회담에 참여하게까지 되었다.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었고, 비련시 온라인은 플레이어들에게 ‘임기응변’ 능력을 요구한다.


NPC의 변덕으로 인해서 퀘스트 상황이 다른 방향으로 얼마든지 튈 수도 있는 법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종자의 신분이나 다름 없는 제시와 로말린이 회담장에 참여한 것도 제롬왈드의 변덕 덕분이었다.


“귀국의 힘이 닿는대로, 범인을 찾는 일에 도움을 주신다면 벨베르로서는 깊은 감사를 표할 것이오.

그러나 왕정은 또 그 나름대로 복잡한 사정이 있을테니···. 왕실의 인사께서 사신단의 탐문행을 막지만 않으신다면 그걸로 만족하오.”


필립은 숨을 잠시 골랐다가 이야기를 했다. 안경을 끼고 있는 사내였다. 군복 안에 있는 체격은 제법 탄탄해 보였고 말이다. 이들에게는 ‘기사knight'라는 직책은 없었고. 다만 군인들 중에 엘리트 병사들이 있었다. 초능력자 자체가 특별한 직위로서 기능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대개의 경우, 왕정에서는 귀족가나 왕가에 충성을 맹세하고 새로이 신분을 받는 게 흔한 반면에 말이다. 필립이 그런 부류의 인물일지, 아니면 평범한 병사일지는 알 수 없었다. 지휘권자와 초능력자는 동의어가 아니었으니. 그러나 운동 능력이 낮아 보이지는 않았다, 결코.


“특별히 의심이 가는 구간이라도 있었습니까.”

“······.”


제롬왈드는 한 번 더 깊은 질문을 했다. 그대들의 추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묻는 처사였다.


필립은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대답하지 않고자 하는 건 아니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필립은 짧은 순간에 깊이 고민을 했다.


말해주지 않으려고 했다면 단칼에 다른 이야기를 꺼냈을 테였다. 침묵은 곧 ’동의함‘의 편린을 증거한다. 그러니까, 대답해 줄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는 이야기다.


필립은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잠깐, 보다 더 굳은 표정으로 어딘가를 처다보았다. 제롬왈드의 얼굴도 아니었다. 회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내의 벽 어느 부근인 모양이었다. 햇빛이 잘 들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필립이라 말한, 천인장千人將. 중등관의 자리에 위치한 그가 함부로 내뱉어도 좋은 기밀인지 알 수 없었다. 애매한 경우에는 하지 않는 게, 보통 조직에 몸담고 있는 자들의 행동 패턴이다. 그러나 필립은 그냥 말해도 될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말이다.


그런 변수들은 세상사에서도 늘 일어나게 마련이었고. ’직감直感‘, 직관, 뭐 그런 이름들로 표현되곤 한다. 현실 세계에서도 말이다.

만물박사가 지어낸 콘란드 대륙에서도, 직관으로 인한 변화들은 무수하게 일어난다. 현실을 모방하는 게임이다보니. NPC들의 기분에 따라서 루트Route가 변경되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지금이 그런 분기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필립 중등관은 입을 열었다. 아니, 이미 원래 열린 채로 가만히 있던 구멍에서 소리가 났다.


“대공大公이 하나 있잖소.”

“예?”

“프린스.”


프린스는 왕자를 뜻하기도 하고, 공작 중에서도 남다른 자에게 붙는 ’대공‘ 위位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나올만한 이름은, 아직 정치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어린 왕자나 왕녀들이 아니라, 대공을 뜻한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웠다. 프린스 알사드의 이름은 확실히 타국에서도 거론될 만큼, 굵직한 인사의 호칭이기는 하다.

국내의 사정과 똑같다. 대단한 일을 하지는 않지만.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이다. 유일한 공작가, 유일한 대공가. 대문관의 위를 겸하며 행정궁의 거두로서 존재하고.


사대고가의 일각으로, 정통파 귀족들의 정당성을 지지해주는 산슈카의 거물.


그 입장답지 않게 도무지 움직이질 않아서 게으른 대공이라는 이명까지 붙은 기인.


“어··· 예. 알사드 대공이라면···.”

“단적으로 말해, 우리는 그 자가 의심스럽다고 보고 있소.”

“예?”


너무나도 뜬금없는 소리에, 사절단을 이끌어 온 제롬왈드는 헛소리처럼 새된 음성을 뱉었다. 삑사리가 조금 나기도 했다. 뜬금없이 알사드 대공 말인가. 제롬왈드는 그만큼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알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벨케임 국왕이 알사드 령에 첩보조 인원들을 파견해 동태를 살피고 있다는 둥의 말이다.


필립은 뜬금없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타국의 관리에게 속깊은 내용을 털어놓고 있었다. 그건 그냥 어떤 종류의 직감이라고 봐도 좋았다. 심히 문책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실제로 필립 근처에 앉아 있는 다른 보좌관들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당황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작자들이 몇 있었다. 다른 자들은, 필립과 동류이거나 비슷한 마음인 듯 별다른 기색을 표하고 있지 않고.


아예 안건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말단들. 시립해 있는 이들은 더욱이 반응하지 않는다.


로말린과 제시는 가만히 앉아서 딴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익숙한 이름이 들려오자 귀를 쫑긋거렸다. 퀘스트의 흐름과 분기점은 자세히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저 경계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듯 굴면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놓칠 수 있었다.


그건 퀘스트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이기도 했고. 그런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해 게임 오버를 당하는 이들도 아주 많았다.

이 놈의 게임은, 늘 플레이어들이 잊지 않도록 상기시켜주는 면이 있었다. 비련시 온라인은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사실 말이다.


로말인이나 제시나. 크게 기색을 달리 하며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보좌의 입장으로 따라온 것이었고. 정치적인 일에 관여를 할 입장은 조금도 없다.

무리하게 끼어들려고 했다가는, 도리어 여태껏 쌓아왔던 호감도 수치를 대폭 깎아먹고. 또한 명예 점수마저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이 게임을 판타지 액션 게임으로 즐길 지. 혹은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즐길 지. 여러가지 루트 중에서 정치, 상업 류의 길을 선택한 이들은 현실보다도 더 예리한 눈치를 가져야만 했다. 그 점이 이 게임의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액션 역시 훌륭은 하지만. 기껏 사람과 구분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NPC들이 대량 있으니. 인간사事의 어려움을 한껏 느껴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즐겨보는 것도 좋은 플레이다.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척 급변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제롬왈드 뿐만이 아니라, 따라온 두 명의 행정관이나 혹은 초상술사, 기사 역시도 그러했다. 필립은 단숨에 이야기의 화제를 훅, 꺾어서 깊이 들어갔다.


“증거는 없소. 달리 찾은 바가 전혀 없지.

그러나···. 일단 근처에서 찾아보는 것 뿐이오. 그럴만한 자가 누가 있을까. 과연 가능한 자가 누가 있을까.

타국에까지 이름 높은 기인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수사망에 오르게 되지 않겠소. 마침, 대공께서는 오랜 시간 칩거를 하시듯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셨고···.

알사드 가문의 위세 또한 명명히 알 수 있을만치, 높은데.

그만한 힘과 권세를 지닌 이가 수작을 부린다면 가능하다, 라고 보는 바 때문이요.”


어디까지나 ’알리바이‘가 없고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논하는 수사였다. 벨베르의 군부 인사들은 깨나 유능한 면이 있을지 모른다. 여러가지 편견이나 고정관념들을 빼놓고, 철저하게 분석 가능한 정보들만을 보고 답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니.


물론 아직 추론의 영역이었고.

이렇게 이야기를 꺼낼만치 진척이 된 바도 전혀 없는 말이기는 했다. 모든 건 파견된 사신단이 돌아오고, 무언가 결정적인 단서라도 찾아 내놓은 다음에야 진행이 될 만하다.


그럼에도 ’심증‘이라는 건 범인을 잡는데 제법 중하게 쓰이는 부분이다.


제롬왈드는 몇가지 면에 있어서 스스로 탄식했다. 속으로 말이다. 하나는 본국의 대공이 흉악한 참변의 흉수로서 지목이 되었는데도 곧바로 부정을 하지 못한 점이고. 또 하나는, 그렇게 대처도 늦은 데다가. 스스로 생각을 해보기에도 알사드 대공이 결백하다는 둥의 결론을 떠올리기 힘들다는 점에서였다.


외교관은 자신의 속내가 어떠하던 일정한 표정을 꾸며낼 필요가 있었다.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고, 상대가 핵심을 짚더라도 전혀 아닌 양 굴 수 있어야 최소한의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을만한 자격 말이다.


제롬왈드 하버츠는 사무장이었고, 휘하에 그래도 몇 개 조를 꾸릴 수 있는 부하들을 데리고 있었다. 이처럼 외부 임무가 나오게 되면 일행의 리더를 맡을만한 연차인 사내다.

그런 연차를 쌓아가면서, 또 왕궁이라는 공간에서 살아남으면서. 나름대로 꾸려온 생존의 전략이나 노하우가 있다고 자신을 했었는데.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에 속내가 바깥으로 다 드러나고 말았다.


애써 존댓말을 하며 평정을 가장하려던 것도 흔들린다.


“···그럴만한 동기가 조금이라도 있다고 보십니까?”

“······.”


필립은 고개를 조용히 젓는다. 그는 제롬왈드의 반박에 동의하는 듯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본국의 기지 도시가 세 개 정도 날아간 것조차.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오.

상식 밖의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밖에 여길 수 없지.”


“······.”


미치광이의 속내를 누가 짐작할 수 있겠느냐, 는 말이었다.


실로 맞는 말이기에, 제롬왈드는 달변가답잖게 긴 침묵을 억지로 가져야만 했다.


로말린은 그 가운데서 생각을 했다.


‘어, ······대공이 벨베르 측의 기지를 날려버렸다고?’


게임 내의 여러가지 추리적 요소들이 있기는 하다만. 로말린은 있는 그대로 들려온 사실을 받아들였다. NPC들에게는 이것이 현실이었지만. 로말린은 그저 게임 속 이야기가 아닌가. 틀리더라도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잘못 짚어봐야 게임 오버가 될 뿐이니. 그래서, 직관적으로 그냥, 들린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생각을 해버렸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심각했다. 자세한 회담의 안건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하고 따라온 일정이었는데.


······.


정말로 산슈카에 큰 일이 날 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도망쳐야 하나.


로말린은 옆에 있는 제시를 흘끗, 보면서 생각을 했다. 제시 역시 마침 로말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로말린을 바라보다가,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시는 텍스트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인터페이스를 제스쳐로 설정해두었고, 곧잘 써먹는다. 그녀가 왼쪽 눈을 세 번 정도 깜빡거리자, 허공에 텍스트 창이 떴다.


‘텍스트’란 아는 유저, 친구로 등록된 이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낼 수 있는 게임 내의 기능이었다.

불편함을 강요하는 듯한 비련시 온라인 내에서 몇 안되는 편의 기능이다.


이 외에는 리얼 타임과 게임 내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와.

또 목표 지점의 방향과 아주 대략적인 거리 따위를 알 수 있는 ‘지도’ 기능이 있었다.


인벤토리 또한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모든 플레이어에게 제공이 되니 편의성 기능이라 할 수 있었고.


다른 게임이었다면 아마 훨씬 많았으리라.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말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사명감 아래, 여러가지 것들을 잘라내 버렸다.


좋아하는 이도 있고, 아닌 이도 있었지만.


이 놈의 게임은 이 시대에, 불가사의한 정도로 최고의 기술력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대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적응하는 중이었다.


텍스트를 치는 방식 역시 플레이어마다 설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제냐 킴’의 경우에는 직접 입으로 발화하는 소리를 텍스트로 옮겼다. 정치적 플레이를 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이러한 플레이어만의 인터페이스가 굉장한 강점으로 쓰일 수 있다. 제시는 그렇게 생각을 했으므로.


퀘스트 중에 NPC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텍스트를 이용하려 다르게 세팅을 해두었다.


제시의 눈앞에 알록달록한, 분홍빛이니 노란빛이니 이런저런 무늬가 섞인 인터페이스가 떴다.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사용자 인터페이스 창을 꾸밀 수 있었다. 조금의 수고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비련시 온라인에 적용 가능한 디자인 파일을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전용 하드 웨어를 통해 업데이트 해두면 된다.


비련시 온라인은 가지고 있는 기술력에 비해 믿기지 않게, 유저 친화적이었으므로. 그런 식의 변용은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이었다.


꽃밭처럼 꾸며진 정사각형의 텍스트 창과, 그 오른쪽에 ‘자판’이 떴다. 문자를 칠 수 있는 키보드 자판이었다. 제시는 눈으로 0.15초에서 0.2초 정도 집중을 하면 자판의 한 부분이 확대되게끔 해두었다. 조금 확대되는 건, 그 버튼이 눌렸고 인식되었음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제시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갔다. 고개는 약간 숙인 채였고, 눈을 반쯤 감아도 사용자에게만 보이는 인터페이스 창은 뚜렷했다. 반투명한 창이 길다란 테이블 위에 떠 있었고.

그녀는 빠르게 시선을 옮겨가면서 자판을 두드렸다.


시각으로 쳐대는 문자판에 익숙한 듯. 거의 감각적으로 쉬지 않고 움직여 금세 문장을 완성해냈다. 말을 하거나 손가락으로 직접 치는 것보다는 약간 느리긴 하지만.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훌륭한 기능이었다.


‘제시’와 ‘로말린’은 길드로 엮여 있는 상태였다. 제시가 로말린에게 보낼 수 있는 텍스트 라인은 두 개라는 뜻이다. 본디 텍스트 메세지는 현실의 종이 우편을 형상화한 것과 비슷해서. 한 쪽이 문자를 보낸 뒤에, 받은 이가 답장하기 전에는 중복하여 메세지를 보낼 수 없게 되어 있지만.


길드 라인과 친구 라인을 이용해서 두 번까지 중복해서 보낼 수 있는 셈이었다.


로말린 역시 인터페이스를 조작하여 텍스트를 보낼 수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식이었는데. 너무 눈에 띄므로 문장을 완성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제시가 보내는 텍스트를 읽고 마침표라도 하나 찍어서 계속 답장을 보낼 수는 있었다.


제시가 대개 일방통행으로 말을 하는 식이었지만. 어쨌든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띠링.


로말린은 제시가 보내온 텍스트를 확인했다. 옆에서 눈알을 굴리는 것 같더니 역시 말을 걸어온다.


이런 텍스트 메세지는 스킬이 아니기에, 초상력의 변화도 감지할 수 없다. NPC들은 절대 알아차릴 수 없는 소통 기능이었으므로. 시뮬레이션 정치 게임으로서 비련시 온라인을 대한다면 굉장한 이점이자 능력으로 볼 수 있었다.


로말린의 앞에는 연두색의 불투명한 텍스트 창이 떠 있었다. 제시의 말투가 담겨 있었다.


[뭔가 퀘스트가 급발진 하는 것 같은데. 여태까지 이런 일 없었잖아. 연계 퀘스트가 될 거 같기도 하고···. 잘하면 마을급 아니라 지역급까지 갈 정도인데? 일단 외교 문제가 엮여 있으니까.]

[.]


로말린이 마침표를 슬쩍, 두드려서 회신했다. 허공에서 손가락을 아주 작게 까딱하는 것으로 보인다. 테이블의 끄트머리를 만지는 행위로도 보였다.

주변의 이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잘 처리하면 갑자기 폭렙(폭발적으로 레벨업 한다는 뜻)을 할 수도 있어. 유니크 급 연계, 지역간 퀘스트를 깬다면··· 200레벨이나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을지도.]


로말린과 제시 역시 고수급은 넘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만한 플레이어들이 다음 단계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보상치가 필요하다. 제냐 일행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적에게 제 몸을 내던지듯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든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게 좋았다. 물론 안전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서.


[도망칠 거야?]


제시가 로말린의 속내를 꿰뚫어본 마냥 물었다. 로말린은 조금 움찔, 했고. 그 기색은 두 일행에게 관심이 많던 산슈카 측의 초상술사, 케이시의 눈에 문득 띄었다.

이상한 일이라고 여겨질 정도는 아니었다. 케이시 역시 곧 관심을 거두었다.


로말린은 1초 정도, 생각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


마침표 두 개는 보통 부정을 뜻한다. 그들끼리 정한 암어暗語다.


제시는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갑작스레 크게 웃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그런 기색이 떠올랐다.


제시는 툭, 하고 테이블 아래에서 로말린의 발을 쳤다. 소리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예민한 이들은 느낄 지도 모르겠지만.


[/]


로말린이 텍스트를 한 번 더 보냈다. 알겠다, 끝내자, 대강 그런 의미의 텍스트였다.


제시가 웃을 때 필립 경과 제롬왈드는 진지한 이야기를 더욱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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