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Failbetter 님의 서재입니다.

내 고인물 경험치 1,692,824,237,59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Failbetter
작품등록일 :
2022.07.23 17:16
최근연재일 :
2022.08.11 18: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669
추천수 :
195
글자수 :
147,641

작성
22.08.03 15:15
조회
215
추천
6
글자
13쪽

<14화: 최후의 만찬(1)>

DUMMY

저 멀리 우뚝 솟은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에덴동산 어디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한 크기의 나무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이의 그 나무는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곳의 중심에 있는 생명수였다.


이번 테마관의 공략은 단순했다. 생명수가 있는 곳에 도달해서 생명과를 손에 넣으면 된다.

만약 공략에 성공한다면 수천 점의 유물 점수를 보상으로 획득한다. 게다가 생명과라는 성유물까지 손에 넣는다.

물론 생명과는 레플리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엄청났다. 생명과는 모든 종류의 상처를 즉시 회복시키고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을 10씩 올려준다. 무려 10레벨만큼의 능력치였다.

그것은 초반뿐만 아니라 뒤로 갈수록 더욱 큰 차이를 만든다. 레벨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능력치의 기댓값도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생명과를 손에 넣기 위해 에덴동산의 공략에 목을 맨다.


하지만 진짜 고인물들은 안다. 그것이 그림의 떡이라는 것을 말이다.

에덴동산을 공략하려면 크게 세 가지의 난관이 있었다.


우선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난관은 스캐빈저들이다. 이곳은 워낙 많은 플레이어들이 몰리는 탓에 그들을 노리는 사냥꾼들 역시 많이 몰린다.

스캐빈저들은 애초에 공략은 관심도 없었다. 그저 손쉬운 먹잇감을 사냥하며 성장에만 집중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다랄까.

하지만 어떤 면에서 효율적이기는 했다. 포기할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같은 플레이어를 사냥하는 것만 아니라면 칭찬할 만한 전략이었다.


어쨌든 그들을 뚫고 중심부에 다다르면 그 다음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미로의 숲]이었다. 일명 [죽음의 숲]으로 불린다.

그 숲은 생명수 주변 반경 5킬로 미터에 이르는 울창한 숲으로 수백 미터 높이의 거목들로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혹자는 그럴 것이다. 그게 뭐 대수냐고. 물론 그것만 가지고는 별 문제는 아니었다. 빽빽한 숲이 있다고 그곳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나무들이 일정 패턴을 가지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즉 실시간으로 내부의 지형이 계속 바뀐다. 심지어 이런 현상은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 급격하고 빨라지는 경향이 있었다.

멸세탑에서 나름 고인물이라고 자부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숲의 미아가 되어 그곳에 뼈를 묻었다.

그러면 또 혹자는 공중으로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럴 듯한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그렇게 허술했다면 미로의 숲이 [죽음의 숲]이라는 악명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미로의 숲 거목들 위에는 시조새라는 거대한 [붕조(鵬鳥)]들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숲 위로 날아 가다가는 그 붕조들의 한끼 식사 거리가 되고 만다.

이쯤 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숲을 태워버리는 걸 생각해 볼 법도 했다. 멸세탑에서 실제로 누군가 시도한 적이 있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그것도 실패했다. 숲에 서식하는 풍뎅이들이 존재하는데 매연 따위가 발생하면 곧바로 깨어난다. 그 수와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풍뎅이들은 숲의 거목을 제외한 주변 모든 것을 먹어치워 버린다. 플레이어도 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설령 어떻게 어떻게 해서 미로의 숲을 뚫었다고 치자. 그러면 이제 생명과가 보일 것이다.

아마 대부분은 너무 기쁜 마음에 그걸 가지러 생명과로 다가갈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그대로 숯덩이가 되고 만다. 바로 마지막 난관이자 에덴동산의 끝판왕인 [불꽃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검은 대천사 라파엘의 성유물로서 스스로 비행하며 공격하는 에고 소드였다. 심지어 레플리카도 아니고 진품이었다.

공격 패턴이 예측 불가능한데다가 그 검에 깃든 홍염의 권능으로 인해 사실상 무적에 가까웠다.

우리 같은 쪼렙들이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무슨 생각으로 불꽃검을 거기에 가져다 놨는지 모르겠지만, 천계의 입김이 상당히 들어갔을 것이다.

그들은 생명과를 다른 진영에 결코 넘기지 않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천명해 왔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레플리카라도 말이다.


어쨌든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에덴동산이 난공불락이라고 불리기에는 전혀 손색이 없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딱 두 부류였다.


하나는 뭣도 모르는 어설픈 고인물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들을 뒤치기하는 스캐빈저들이었다. 둘의 공통점은 여기를 공략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진짜 고인물들은 이곳에서 시간낭비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시간에 박물관 어딘가에서 히든피스를 하나라도 더 챙기는데 바쁠 것이다.


물론 나는 그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를 공략하러 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첫 번째 업적인 [무장]을 손에 넣을 것이다.

멸세탑에서 에덴동산을 공략했던 것은 내가 유일했다. 그 무장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즉 그거야말로 에덴동산의 진짜 히든피스였다. 그리고 그건 망혼강기만큼 굉장한 것이었다.

망혼강기에 이어 이제 곧 그 힘까지 손에 넣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기대감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저게 그 미로의 숲인가요?"


최정윤이 내게 물었다. 우리는 지금 미로의 숲 부근에 다다랐다. 1킬로미터 정도만 더 가면 그 초입에 들어선다.


나는 최정윤에게 대답했다.


"네, 한 번 들어가면 절대 살아서 나오지 못한다는 악명이 자자한 곳이죠."


" ......절대 살아 나오지 못해요?"


"그건 멸세탑 좀 해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잘 알려져 있는 얘기죠."


"그런데 우리는 저곳에 들어간다는 거죠...?"


"들어가야죠. 여기를 공략하려면 반드시 저기를 통과해야 하니까요."


" ...믿을게요."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걱정 마세요. 계획이 있으니까요."


"주변에 플레이어들이 상당히 많군."


한후람이 말했다. 미로의 숲까지 아직 꽤 거리가 있는데도 그는 주변 다른 플레이어들의 기척을 알아챈 듯했다. 초감각을 가진 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감지력이었다.

단순히 레벨이 올라 지각력이 올라간 것만으로는 저런 수준의 감지력은 설명되지 않았다.

아마 거신과의 성약으로 생긴 또 하나의 특성인 [대지의 가호]의 효과인 듯했다. 그 효과로 그는 대지의 미세한 진동까지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벌써 저 정도로 능숙하게 그 힘을 사용하다니. 그는 대지에 대한 친화력이 상당히 좋은 듯했다.

향후 대지에 대한 통제력이 상승하면, 브리아레오스가 쓰던 돌가시 등의 스킬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보상이 워낙 좋다보니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몰려드는 것이죠."


"그 보상이 생명과라고 했던가?"


"맞습니다."


"불나방들이군... "


한후람이 말끝을 흐리는 그때였다. 비릿한 피향이 코끝을 스쳤다.


"끄윽... "


전방에 누군가 신음을 뱉으며 쓰러져 있었다. 상당히 작은 체구의 남자 아이였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그 주변에는 여러 구의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최정윤이 곧바로 아이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 순간 뭔가 묘한 감각이 등골을 스치며 팔뚝의 솜털이 곤두섰다.

설명할 수 없는 섬뜩함이 등골을 스치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스팟!


저 멀리 반짝이는 것이 시야에 포착되었다. 빛이 뭔가에 굴절되며 발생한 것이었다.


렌즈...?


나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뛰어나가며 마모된 검의 칼자루에 손을 올렸다.


―피융!


섬광이 번쩍이며 공기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금속이 최정윤을 향해 날아들었다.

초감각으로 향상된 동체시력으로 금속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건 총알이었다.


나는 즉시 마모된 검을 빼들며 금속이 지나가는 경로를 향해 휘둘렀다.


―카가갓!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리며 최정윤의 눈앞에 불꽃이 튀었다.

마모된 검에 부딪힌 총알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 파편들이 그녀의 양옆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헉...?”


뒤늦게 최정윤이 깜짝 놀라며 반응했다. 사실 초감각을 가진 나조차 미리 보지 못했다면 반응하기 어려운 속도였다. 하물며 나보다 레벨이 낮은 그녀가 반응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피융! ―피융!


또 다시 두 발의 총알들이 잇달아 내게 날아들었다. 이번엔 다른 방향이었다. 스나이퍼가 하나가 아닌 듯했다.

다시 마모된 검을 휘두르려는 그때였다.


―퓽! ―퓽!


측면에서 날아든 두 줄의 빛살들이 내게 날아들던 총알들을 꿰뚫고 지나갔다.


레이저빔...?


나는 빛살이 날아든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세한 기척이 감지되었지만 시야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날아가는 총알을 저격하다니. 정말 귀신 같은 솜씨였다. 일단 저쪽은 우리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듯했다.


―투쾅!


한후람이 총알이 날아든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몇 발의 총성이 더 울리며 한후람을 저격했다.

하지만 강체화로 새카맣게 물든 그의 신체는 총알 세례를 그대로 받아내며 전진했다.


"후람 아저씨, 나도 같이 가요!"


척예리가 등뒤로 맨 환도 두 자루를 뽑아들며 한후람의 뒤를 따랐다. 저 둘이면 스나이퍼들은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나는 등 뒤로 최정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나요?”


“네, 전 걱정 마세요.”


최정윤은 방패를 들어 올린 채 쓰러진 아이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주저 없이 품속에서 치유 물약을 꺼내 그 아이의 상처에 발랐다. 치유 물약은 상당히 고가였지만 그녀는 전혀 아끼는 기색이 없었다.


그런데 주변에 시체들이 이렇게 많은데 저 아이만 살아있었다.


아이는 미끼인가...?


아니, 어쩌면 아이도 스나이퍼와 한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아이의 부상이 너무 심했다. 아마 스나이퍼가 미끼로 살려둔 것이리라.


누군지는 몰라도 상대는 프로였다.


미로의 숲 주변부터 그 초입까지 뒤치기를 노리는 스캐빈저들이 군데군데 도사리고 있었다.

이제 첫 번째 관문인 스캐빈저들과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파앗! —팟! —파바밧


주변의 나무들 위에서 여덟 명의 괴한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들 중 두 명이 아까 레이저빔이 날아든 쪽으로 움직였다. 아까 우리를 도와준 스나이퍼를 치려는 것인 듯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명의 괴한들이 곧장 우리를 향해 쇄도해 왔다. 그들은 닌자풍의 야행복에 기다란 일본도를 들고 있었다. 복색이 상당히 낯익었다.


일본 플레이어들인가...?


멸세탑에서도 일본 플레이어들은 저런 야행복과 일본도를 즐겨 사용했었다.

그들은 대략 35레벨 내외였다. 그중 대장격으로 보이는 자는 40레벨에 육박했다.

레벨로 보나 수적으로 보나 여러모로 우리에게 불리했다. 게다가 움직임을 보니 상당히 합이 잘 맞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싸움은 숫자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나는 이런 종류의 싸움에 아주 익숙했다.


나는 최정윤에게 전음을 보냈다.


「정윤 씨. 저들은 제가 모두 처리하겠습니다. 잠시 뒤로 물러서 주세요.」


「하지만... 혼자 괜찮겠어요?」


혼자 싸우려는 것은 저들의 방심을 유도하고, 모든 공격이 나에게 집중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잠시 후 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의식을 잃고 바닥에 코를 처박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물론이죠.」


최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쓰러진 아이를 데리고 뒤로 물러섰다.

그녀를 일별하고 정면의 괴한들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문득 얼마 전에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거기서 누가 그랬는데. 맞다 죽을 것 같으면 벨 누르라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들에게는 그런 벨이 없을 것이다. 나는 마모된 검을 빼들고 앞으로 나서며 괴한들에게 말했다.


“시간 없으니까 모두 한꺼번에 덤벼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고인물 경험치 1,692,824,237,59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2화: 대미(4)> 22.08.11 111 3 16쪽
22 <21화: 대미(3)> 22.08.10 117 4 17쪽
21 <20화: 대미(2)> 22.08.09 134 5 16쪽
20 <19화: 대미(1)> 22.08.08 149 5 16쪽
19 <18화: 세레나데(2)> 22.08.07 152 5 15쪽
18 <17화: 세레나데(1)> +1 22.08.06 168 6 14쪽
17 <16화: 최후의 만찬(3)> 22.08.05 185 5 15쪽
16 <15화: 최후의 만찬(2)> 22.08.04 200 6 15쪽
» <14화: 최후의 만찬(1)> 22.08.03 216 6 13쪽
14 <13화: 그것(4)> +1 22.08.02 243 8 13쪽
13 <12화: 그것(3)> +1 22.08.01 250 8 13쪽
12 <11화: 그것(2)> 22.07.31 259 7 14쪽
11 <10화: 그것(1)> +1 22.07.30 278 9 15쪽
10 <9화: 낚시(4)> 22.07.29 291 10 16쪽
9 <8화: 낚시(3)> 22.07.28 286 10 14쪽
8 <7화: 낚시(2)> 22.07.27 301 10 14쪽
7 <6화: 낚시(1)> 22.07.26 324 9 15쪽
6 <5화: 한강 대교(2)> 22.07.25 378 10 15쪽
5 <4화: 한강 대교(1)> 22.07.24 403 13 14쪽
4 <3화: 히든 스테이지(3)> 22.07.23 448 14 15쪽
3 <2화: 히든 스테이지(2)> 22.07.23 506 14 13쪽
2 <1화: 히든 스테이지(1)> 22.07.23 590 15 13쪽
1 <프롤로그> 22.07.23 677 13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