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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lbetter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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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lbetter
작품등록일 :
2022.07.23 17:16
최근연재일 :
2022.08.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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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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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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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3쪽

<13화: 그것(4)>

DUMMY

[콘테스트 종료까지 6시간 남았습니다!]


콘테스트도 어느새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현재 내 순위를 확인했다.


[유물 점수: 3,156]

[현재 당신의 랭킹은 3위입니다.]


내 랭킹은 거신의 무덤을 거치며 벌써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랭킹1위인 캡틴아메리카노는 8천 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와는 무려 5천 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어째 순위가 올라갈수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랭킹1위는 현재 최소의 노력과 위험으로 최대의 유물 점수를 얻는 코스를 공략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그다지 효율적인 코스를 거치지 않았다. 서리바람 설원이나 거신의 무덤 등은 극악의 난도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그곳들은 노력과 위험에 비해 얻는 유물 점수가 적었다.


나는 물론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유물 점수를 쓸어담을 생각이다.


우리는 지금 [에덴동산] 외곽의 시작 지점 부근에 있었다. 이곳은 플레이어들이 많이 찾는 인기 테마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콘테스트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 외곽인 여기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중심부 부근으로 이동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곳은 물고물리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장이었다.

어쩐지 에덴동산의 낙원이라는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잠시 후면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그리고 일행들은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서리바람 설원에서 거신의 무덤까지 장장 6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앞으로 남은 공략을 위해 재충전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나는 이곳의 공략을 위해 준비할 게 좀 있었다.


아까 나는 브리아레오스에게서 [판도라의 상자]를 건네 받았다. 그 안에 들어있던 그것은 바로 [호기심]이었다.

호기심은 미지의 것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그것은 [가설]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창조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사실 영광의 탑에서 호기심은 금기시되는 말이었다. 그 말은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것]으로 필터링되어 버린다.


멸세탑에서 그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었다. 다만, 영광의 탑에서 호기심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영광의 탑은 위에서 아래로 서열과 질서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다. 탑의 위로 올라갈수록 그들의 위상과 힘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왜 그런 걸까...?


바로 이런 호기심이 문제가 된다.


원래 신화에서 판도라의 상자에는 만악의 근원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라. 성좌들의 입장에서 만악의 근원이 무엇일지.

성좌들은 우리가 우매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들을 이유 없이 숭배하길 바란다.

하지만 호기심이 밝혀내는 진리는 우리를 지혜롭게 한다. 그것은 그들의 신성을 위협한다.

따라서 판도라의 상자 속의 [호기심]만큼 그들에게 두렵고 악한 것도 없을 것이다.


자, 여전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가...?


그게 정상이다. 사실 이건 그 자체로는 아무 문제도 없으니 말이다. 성좌들이 호기심을 악하다고 여기고 금기시한 들 우리의 궁금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광의 탑을 지배하는 성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그게 아무리 바보 같은 것이라도 말이다.

지배자들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과 의문은 그 자체로 문제인 것이다.


즉 이건 매우 정치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그건 영광의 탑의 질서를 유지하는 [관리자]들의 관심거리가 된다.

그들은 겉으로는 중립을 표방하지만, 성좌들에 의한 지배체제를 암묵적으로 옹호하고 있었다. 그것이 탑의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좌들과 관리자들은 서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해 보면, 호기심이 왜 금기시되고 금기어가 되었는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잡설이 길었다.


어쨌든 이제 나는 가설을 통해 [영광의 탑]의 절대자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가설은 전제를 필요로 한다. 전제가 강력할수록 그 가설은 강력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앞으로 나는 탑을 등반하며 강력한 전제들을 갖추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 낼 것이다.

물론 그 결론을 탑의 관리자들과 성좌들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뭔가 잘못됐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가설을 통해 제1호 [그것]을 만들어 낼 것이다.


나는 경매장에 접속해서 아까 장바구니에 추가해 놓았던 아이템들을 구매했다.


[기타, 「천마의 머리카락 한 올(전설)」을 구매했습니다.]

[아이템, 「상급 각성의 정수(A)」를 구매했습니다.]


[총 70,000H를 지불했습니다.]


[보유 아너: 25,665H]


십만 아너를 목전에 두었는데 숫자가 뭉텅 깎여 나가는 걸 보며 쓴입을 다셨다.

하지만 그동안 모았던 아너는 이것을 위한 것이었으니 전혀 아깝지는 않았다. 사실 이 정도는 지금 내가 얻으려는 것에 비하면 거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너는 서리바람 설원 영상의 조회수가 오르며 지금도 꾸준히 수급되고 있었다. 수수료 등을 떼고 떨어지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나름 쏠쏠했다.

그리고 투자를 해야 더 많이 되돌아오는 법이다. 지금 지출하는 것은 잠시 후 곱절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멋진 쇼가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준비하면 된다.


[스킬북, 「조잡한 검기(F)」을 구매하셨습니다. 5,000H를 지불합니다.]


준비물은 모두 갖췄다.


지금부터 나는 [가설]의 능력을 사용할 것이다. 가설이 발동하는 메커니즘은 [개연성]을 통한 추론이었다.

가설의 개연성이 발생하는 데는 수많은 패턴이 존재한다. 귀납법, 연역법, 회귀법 등등 나 역시 그걸 모두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필요한 만큼은 알고 있었다.


혹자는 언뜻 가설이 조합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

조합은 기존의 것의 범위를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반면에 가설은 기존의 것을 전제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가령 조합은 [1+1=2]라면 가설은 [1+1=田]이 되는 식이다. 즉 기존의 것을 전제로 새로운 것이 창조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가설로 추론하려는 것은 정말 굉장한 것이다. 속된 말로 진짜 개쩐다랄까.


자, 이제 시작한다.


['가설(假說)'이 발동됩니다. 세 개의 「위상」을 선택하십시오.]


눈앞에 반투명한 세 개의 원반 모양의 위상들이 떠올랐다. 각각의 위상을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조잡한 검기], [천마의 머리카락 한 올], [상급 각성의 정수]를 차례대로 선택했다.


[선택한 대상으로부터 추출을 시작합니다!]


—파스스슷...


세 가지의 선택된 대상들이 검은 안개로 비산하며, 각각 세 개의 위상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잔재(殘滓), 「희미한 검기의 아지랑이(F)」를 추출했습니다.]

[잔재(殘滓), 「천마의 재능(전설)」을 추출했습니다.]

[잔재(殘滓), 「깨달음(A)」을 추출했습니다.]


['가설'이 추출된 잔재를 전제로 추론을 시작합니다.]


세 개의 위상들이 형형색색으로 빛나며 기하학적 문양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잔재로부터 추론을 하는 과정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스킬이라도 천마의 재능과 깨달음을 통하면 정말 [엄청난 것]이 되어 버린다.


[해당 위상들 사이에 '개연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로부터 새로운 스킬을 추론했습니다!]


세 개의 위상들이 마침내 한 데 뭉치며 오색찬연한 빛무리가 눈앞에 떠올랐다. 나는 거기에 손을 갖다대었다.


—스스스슷...


그 빛무리는 내 손끝에 닿자마자 그대로 내게 스며들었다.


[스킬(전설), '망혼강기(忘魂罡氣) Lv.1'를 습득했습니다.]

[해당 스킬의 추론이 불완전합니다. 스킬의 위력과 효과가 현저히 감소합니다. 대상의 추론을 완성하려면 개연성 있는 잔재를 추가로 수집하십시오.]


망혼강기...!


영혼마저 소멸시켜 버린다는 전설의 검기였다. 그것은 영광의 탑 내에서도 오직 천마만이 사용한다고 알려진 극의 중에 극의였다

잔재의 재료들이 품질이 좋았다면 좀더 스킬의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다. 물론 잔재의 재료가 모두 최상급이었어도 완전한 버전을 완성할 수는 없었다. 완성도에 차이가 있는 정도였다.

망혼강기를 온전히 완성하기 위해서는 [천마의 무장]을 얻어야 했다. 그건 당장은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다.

나는 일행들이 있는 곳에서 꽤 떨어진 곳으로 걸어나왔다. 초감각의 효과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주변의 경계를 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한적한 곳에서 마모된 검을 빼들며 [망혼강기]를 발현했다.


—키기기기깃!


새카만 기류가 마모된 검의 검신을 타고 피어올랐다. 이내 타오르듯 요동치던 오라가 삽시간에 응축되며 수직으로 쭉 뻗어나왔다.

망혼강기는 마치 허공에 새카만 한 줄의 선이 그어진 것처럼 고요하고 정갈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라의 표면이 끊임없이 용틀임하며 마치 용광로처럼 작열하고 있었다.


정중동이었다. 고요한 가운데 그 안에 엄청난 힘이 약동하고 있었다.


사실 망혼강기는 천마의 독문 병기인 망혼검이 아니면 발현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명검 반열의 검들도 그 힘을 버티지 못해 검신이 녹거나 파괴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모된 검은 그 힘을 너끈히 견디고 있었다. 파괴불가 속성의 효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어디... "


나는 눈앞의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를 향해 마모된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키야앗!


기묘한 파공음과 함께 새카만 궤적이 아름드리나무를 사선으로 통과했다. 손끝에 저항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연한 두부를 베고 지나가는 것처럼 매끄러웠다.

망혼강기가 베고 지나간 눈앞의 아름드리 나무는 아까와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파츠츠츳...


나는 망혼강기를 거두었다. 새카맣게 작열하던 오라가 불이 꺼지듯 잦아들며 소산했다.

망혼강기는 마력이 탄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빠르게 마나가 소진되었다. 지금 스펙으로는 길어야 1분 남짓 사용이 가능할 듯했다.


마모된 검을 도로 검집에 집어넣고 일행들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서는 그때였다.


—쿠콰콰콰콰쾃!


등 뒤로 커다란 소음이 발생했다. 무언가 쓰러지며 부딪힐 때 나는 마찰음이었다. 아까 베었던 아름드리 나무가 이제야 쓰러진 것이리라.

망혼강기가 베고 지나간 절단면이 워낙 얇고 예리해서 뒤늦게 그 자리가 어긋난 것이었다.

뒤를 힐끗 돌아봤다. 울창한 수풀 사이로 휑하니 바람길이 생겼다. 방금 전까지 없던 것이었다.

내가 베었던 아름드리 나무 주변으로 십여 개의 커다란 그루터기들이 보였다. 망혼강기의 위력이었다.


" ...하핫!"


이게 미완성된 검기의 위력이라니. 역시 천마가 쓰던 전설의 스킬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모션 슈트로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짜릿함에 전율을 느꼈다.


나는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최정윤, 한후람, 척예리 등이 벌써 일어나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어서 와요."


최정윤이 생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그녀를 일별하며 말했다.


"벌써들 일어나셨군요."


"꽤 소란스럽더군."


한후람이 말했다. 그의 신체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근육이 탄탄하게 붙어 있었다. 마치 갑옷처럼 말이다.

실제로 지금 그의 신체는 갑옷보다 튼튼한 것도 맞았다. 브리아레오스의 계약으로 생긴 [거신의 신력]이란 특성의 효과였다. 그 효과로 그의 힘과 내구력이 엄청난 스케일로 강화된 듯했다.

저 상태로 강체화까지 사용한다면 그의 몸은 그 자체로 최강의 병기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번 테마관 공략을 위해 시험할 게 있어서요."


"시험 결과는 묻지 않아도 알겠군."


그 기척을 감지했나...?


내가 망혼강기를 시험한 곳은 이곳에서 수십 미터 밖이었다. 수풀이 울창해서 소리가 멀리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후람도 레벨이 오르며 기감이 많이 상승한 듯했다.

현재 한후람은 33레벨, 최정윤과 척예리는 30레벨이었다. 그리고 나는 38레벨이었다.

거신의 무덤에서 공략 완료로 얻은 경험치로 다들 30레벨 대에 도달했다.


나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진짜입니다."


우리는 에덴 동산의 중심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 잠시 후면 대역전의 드라마가 시작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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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세레나데(1)> +1 22.08.06 168 6 14쪽
17 <16화: 최후의 만찬(3)> 22.08.05 185 5 15쪽
16 <15화: 최후의 만찬(2)> 22.08.04 201 6 15쪽
15 <14화: 최후의 만찬(1)> 22.08.03 216 6 13쪽
» <13화: 그것(4)> +1 22.08.02 244 8 13쪽
13 <12화: 그것(3)> +1 22.08.01 251 8 13쪽
12 <11화: 그것(2)> 22.07.31 259 7 14쪽
11 <10화: 그것(1)> +1 22.07.30 279 9 15쪽
10 <9화: 낚시(4)> 22.07.29 292 10 16쪽
9 <8화: 낚시(3)> 22.07.28 287 10 14쪽
8 <7화: 낚시(2)> 22.07.27 301 10 14쪽
7 <6화: 낚시(1)> 22.07.26 324 9 15쪽
6 <5화: 한강 대교(2)> 22.07.25 378 10 15쪽
5 <4화: 한강 대교(1)> 22.07.24 403 13 14쪽
4 <3화: 히든 스테이지(3)> 22.07.23 448 14 15쪽
3 <2화: 히든 스테이지(2)> 22.07.23 507 14 13쪽
2 <1화: 히든 스테이지(1)> 22.07.23 591 15 13쪽
1 <프롤로그> 22.07.23 679 1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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