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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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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0.1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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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6. 심장이 쿵쿵.

DUMMY

# 46. 심장이 쿵쿵.


섬서성 서안, 무림맹 본부.

총관 오지고는 눈앞의 고발장을 읽어보다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사천 지부장 감만동과 백호단 단주 황구가 부지부장 육수향을 모욕했다는 내용이었다.

조금 전까지 엄 장로가 찾아와 길길이 날뛰고 갔다.

자신의 제자가 모욕을 당했으니, 상대를 엄벌해달라고 말이다.

엄 장로를 달래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약속하고 돌려보냈지만, 오지고는 진짜 그럴 생각이 없었다.

사천 지부장이 속한 금천문은 매년 일만 냥의 기부금을 내는 곳인데, 돈 한 푼이 아쉬운 맹의 입장에선 그를 내칠 수가 없었다.

‘주의’를 주는 정도가 적당하겠지.

게다가 지금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전에 있었던 비밀회의의 안건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건 맹주인 만원갑과 군사인 만박자(萬博子) 서도욱, 부군사이자 내당 총관인 황금경리(黃金經理) 오지고(吳知古), 외당의 필두인 양의전 전주, 라면사랑(羅面邪狼) 지리고(只里姑)뿐이었다.

맹주는 말했다.

“내 몸이 이래서 더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빨리 다음 맹주를 찾아야 하네.”

그는 하반신이 마비돼 바퀴 달린 윤거(輪車)가 없이는 움직일 수도 없으니, 맹주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적어도 구파 출신이 맹주가 되는 건 막아야 해.”

만원갑은 맹주가 된 이후로 무림맹에 일체 수익 활동을 금지했다.

표물 운송이든 호위 임무든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기존 문파들의 영역과 겹칠 수밖에 없었다.

이권이 걸린 문제에 물러설 문파는 없다.

이런 문제가 하나둘 불거지다 보면, 힘들게 만들어 놓은 무림맹이 산산조각이 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서 무림맹은 면세전의 소출과 기부금만으로 운영해왔다.

구파 출신을 맹주로 선출하지 않으려는 건 특정 문파가 무림맹을 사유화하는 걸 막으려는 조처였다.

지난 시절 무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무림맹은 결성되고 또 해산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무림맹이 해산된 이유는 단 하나.

결국엔 이권이 문제였다.

하지만 구파를 제외하고 어떤 인물을 맹주로 올릴 수 있을까.

구파의 수장들을 누르고 맹주가 되기 위해선 적어도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어야 했다.

만원갑을 제외하고 현재 무림에서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인물은 단 두 명뿐이었다.

황궁의 태감 방보와 무신(武神) 조영기.

황실의 태감을 맹주로 삼을 순 없으니, 남은 인물은 조영기뿐인데, 그는 소식이 끊긴 지 10년이 넘어 당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막막하구먼.”

맹주 자리에 오르려면 무공만 높아선 안 된다.

높은 수준의 인격과 올바른 판단력도 필요하다.

구파에 끌려다니지 않을 무공 실력에 사리사욕에 빠지지 않을 군자의 인격까지 갖춘 인물을 찾아내야 하니, 오지고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관 어른. 총관 어른.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내당에서 오지고를 보좌하는 겸인(傔人)이 들어와 말했다.

“금가철방에서···.”

“금가철방이 왜?”

“수리를 맡긴 훈련용 무구(武具)를 몽땅 되돌려 보내왔습니다. 거기다 이번에 발주한 검 500자루도 만들 수 없다고 거절했답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런다는 게야.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수하의 말로는 대금 미지급이 이유라는 데, 자세한 사정은 저도 잘···.”

“이거야 원. 갑자기 무슨 날벼락인가. 대금 미지급이라니. 어처구니가 없구먼. 알았네. 이 건은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볼 테니, 물러가게.”

“네. 총관 어른.”

20년이나 계속 거래해 온 금가철방에서 갑자기 왜 문제를 일으킨단 말인가.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 왔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서도욱은 새로운 맹주의 선임이 끝나면 은퇴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지고를 추천할 거라고 언급했다.

그때까지 총관 일을 문제없이 수행한다면 말이다.

평생을 바라본 자리가 코앞인데, 하필 이 시점에 이런 사고가 일어난단 말인가.

‘일단 철방 일부터 처리하자.’

오지고는 호위와 함께 금가철방으로 달려갔다.

금가철방에 도착한 오지고는 입구에 멈춰서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이게 뭐야···.”


「주가철방」


분명 금가철방(金家鐵房)이었을 간판이 주가철방(周家鐵房)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새 주인이 바뀌었다고?”

안에선 뚱땅뚱땅 철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이 바뀌었는지는 몰라도 여전히 대장간의 불은 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지고는 호위를 입구에 남겨두고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근처에서 일하던 제자가 오지고를 알아보고 인사해왔다.

“총관 어른 아니십니까.”

“방주는 계신가?”

“네. 안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내가 왔다고 기별 좀 넣어 주게.”

“예. 총관 어른.”

제자가 안으로 달려가고 잠시 후, 흰 수염이 가득한 노인이 망치를 메고 터덜터덜 걸어왔다.

노인이 바로 금가철방의 방주, 금철곤(金鐵捆)이었다.

“오셨소.”

오지고는 금철곤의 어깨를 붙잡고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방주. 도대체 무슨 일이오. 왜 수리도 해주지 않고 발주를 넣은 것도 거절한 것이오.”

“혹시 간판 보셨소?”

“봤소. 갑자기 성씨라도 바꾼 게요?”

“클클. 성씨를 바꾸다니. 누굴 천하의 불효자로 만들 셈이오? 간판대로 여기 철방의 주인이 바뀐 거요.”

“아니, 이리도 갑자기···. 그럼 금 방주는 어찌···.”

“먹고 살기 팍팍해 팔아버렸소. 제자 놈들 고생은 고생대로 시키고, 일한 품삯도 제대로 못 줘 늘 미안했는데 새 주인이 제법 괜찮은 값으로 여길 인수해 줘서 걱정을 덜었소. 고맙게도 여기 식구들은 그대로 일하게 되었으니, 간판은 바뀌어도 사람은 그대로지.”

“아니, 그럼 우리 일도 그대로 받아주면 되잖소!”

“선금을 주지 않으면 어떤 일도 받지 말라는 게 새 주인의 방침이오. 특히 어음은 절대 받지 말라더군.”

무림맹은 대부분의 거래를 어음으로 처리해 1년에 한 번, 면세전의 소출이 나오는 가을이 돼야 대금을 결제해 줄 수 있었다.

선금을 요구한다면 재정이 간당간당한 무림맹으로선 어떤 거래도 할 수가 없었다.

“금 방주! 정말 이러기요?”

“총관 나리. 나도 이제 품삯 받고 일하는 일개 직원일 뿐이오. 주인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지. 나라고 별수 있겠소? 여기서 쫓겨나면 이 나이에 어디서 뭘 하겠소. 미안하오.”

“허, 참, 이거 참···.”

금철곤과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

주인이 하지 말라는데 어쩔 수가 있나.

“그럼 바뀐 주인을 불러주시오. 그 사람과 내가 직접 이야기해보리다.”

“나도 얼굴을 본 적이 없소. 대리인이 왔다 갔다 하며 지시만 하더이다. 일단 대리인에게 총관이 만나잔다고 연락은 넣어 보겠소.”

“최대한 빨리 만나자고 말해주시오.”

“알겠소. 알겠소.”

금철곤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젓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결국, 오지고는 아무 소득도 없이 무림맹으로 돌아와야 했다.

책상 앞에 앉자 철방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고 있던 그때, 다시 겸인이 들어와 다급한 얼굴로 보고했다.

“총관 어른. 총관 어른. 큰일 났습니다.”

“또 뭐야! 뭐가 자꾸 큰일이 터지는 거야!”

“양가상회에서 오늘 아침 부식을 보내오지 않았답니다.”

“뭬야?”

“주방장이 오늘은 남은 식재로 어떻게 하겠지만, 내일 저녁부턴 반찬이 없어 밥밖에 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를 어찌합니까.”

“이런 젠장! 도대체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무림맹엔 상주 인원만 500이다.

이 많은 인원을 먹일 식재는 아무 상회나 조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양가상회에 문제가 생기면 근처에선 대체할 상회가 없었다.

“아으···.”

머리가 바늘로 찌르는 듯이 아파 왔다.

갑자기 왜 이런 일들이 연이어 터진단 말인가.

“양가상회에 가보겠네. 마차를 준비하게.”

곧 오지고는 준비된 마차에 올라 양가상회로 향했다.

마차를 타고 가는 내내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지금 떠오른 게 사실이 아니기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상회에 도착한 오지고는 입구의 간판을 보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가상회」


양가상회(楊家商會)의 간판도 주가상회(周家商會)로 바뀌어 있었다.

“어억···.”

오지고는 뭔가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 뒷목을 잡고 말았다.


***


금가전장.

홍경의 방문에 장주 금융인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어서 오시오. 어서 오시오. 주 대인!”

“오늘은 금 장주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무슨 이유든 주 대인의 방문은 환영하오. 자, 자, 방으로 들어갑시다.”

방으로 들어간 금융인은 휘장이 쳐진 안쪽 방을 보며 손뼉을 짝짝 치며 외쳤다.

“뭣들 하느냐! 주 대인께서 오셨으니 어서 나와 인사를 올리거라!”

그러자 안쪽 방에서 속이 비치는 얇은 나삼(裸衫)을 걸친 아름다운 여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주 대인!”

“주 대인!”

홍경이 의자에 앉자 여인들이 잔뜩 달려들어 발을 씻기고, 손톱을 다듬고, 어깨와 팔다리를 주무르고, 머리를 지압하며 부산을 떨었다.

홍경은 느긋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 여인들의 봉사를 즐겼다.

“아, 하세요. 아〜.”

한 여인은 달콤한 설탕물 안에 떡을 넣은 탕수(糖水)를 떠먹였다.

여인들은 일부러 가슴이 닿도록 자꾸 밀착해 홍경의 전신을 자극했다.

사방에서 가슴으로 짓눌러 대니, 홍경은 마치 부드러운 솜사탕에 둘러싸인 것만 같았다.

“자주 와서 즐기십시오. 주 대인. 주 대인께서 자주 안 오시니, 이 아이들이 일없이 놀고먹지 않습니까. 하하.”

“그래요. 주 대인. 자주 좀 놀러 오셔요.”

“보고 싶었다고요.”

“하하. 알았다. 알았어. 내 자주 들르도록 하마.”

여인들의 애교에 홍경은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 동안 여인들의 손길을 즐길 만큼 즐긴 후, 홍경은 손을 들어 여인들의 봉사를 멈추게 했다.

홍경은 차를 한 입 마신 후, 금융인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조금 아쉬운 이야기를 꺼내야겠습니다.”

“어떤 이야기이신지요.”

금융인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최근 서안의 상회 몇 개를 인수했는데, 알고 보니 이것들이 전부 빚을 잔뜩 안은 쭉정이지 뭡니까. 크게 손해를 본 상황인데, 이것들 인수하느라 가진 돈이 다 떨어져 조금 곤란합니다. 아무래도 맡긴 은을 좀 찾아가야겠습니다.”

긴장한 금융인은 입안이 바싹 말라왔다.

“어, 얼마나 찾으시려는지.”

홍경이 차가운 얼굴로 내뱉었다.

“전부!”

“저, 저, 전···? 컥!”

갑자기 눈을 까뒤집으며 금융인은 고개를 덜컥, 떨구고 말았다.

그대로 움직임이 없었다.

“장주님? 장주님!”

금융인의 상태가 이상해 여인들이 달려들어 살펴보더니, 곧 한 여인이 입술을 떨며 말했다.

“시, 시, 심장이 멎었어요.”

맡긴 돈을 몽땅 찾아가겠다고 하자, 충격을 받고 심장마비가 일어난 것이었다.

“모두 비키거라!”

여인들을 물린 후 홍경은 금융인을 자리에 눕혀놓고 심장을 쿵쿵 누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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