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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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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2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0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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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서장의 비밀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서로 차 한 모금씩을 마신 뒤 홍정의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혀 본의 아니게 못 볼 걸 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놀란 나머지 촬영해서는 안 될 것을 촬영하고 말았습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서장이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비서가 급히 들어와 탁자를 닦았다.


“증거를 보고 싶을 것 같은데 보여드릴까요?”


서장이 확실히 해두고 싶은지 고개를 끄덕였다. 홍정의가 품안에서 핸드폰을 서서히 꺼냈다. 서장은 숨을 죽이고 핸드폰을 바라본다.


아무말 없이 홍정의가 핸드폰의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비서의 신음소리와 서장의 헉헉대는 숨가쁜 소리, 땀범벅이 된 두 사람의 몸뚱아리...


서장의 눈이 반짝 빛나는 게 보였다. 순식간에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홍정의는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움켜쥐고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투명모드로 변신했다.


핸드폰을 덮치려던 서장은 눈앞에 있던 홍정의가 사라지자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홍정의는 그 길로 서장실을 나섰다.


서장과의 협상을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급한 놈은 서장이었다.


늦은 혼밥을 하고 편의점에서 수입 캔맥주 4개를 사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귀가하는 홍정의. 핸드폰이 5분 간격으로 계속 울려댔으나 받을 생각은 없었다.


경찰은 역시 달랐다. 멀리 대문 앞에 검은 승용차가 한 대 서있는 게 보였다. 홍정의는 서장일 거라고 직감했다. 그러나 피할 이유는 없었다.


서장을 집으로 들였다.


“너무 흥분하셨을까봐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내일쯤 이야기해도 될 것 같아서요.”

“홍기자님, 저 좀 살려주세요.”

“무슨 말씀인 줄은 알겠는데 제가 직진밖에 못하는 초짜 기자라서요.”

“예?”

“제가 타협을 잘 못한다는 말입니다.”


서장이 소파에서 방바닥으로 털썩 내려앉아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십시오. 제가 미쳤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아, 이러지 말고 올라 앉으세요. 지금은 태도가 중요한 게 아니고 조건이 중요한 때 아니겠습니까?”

“예?”


직진밖에 못한다느니 조건이 중요하다느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살짝 당황스럽던 서장은 한순간 희망의 빛줄기가 얼핏 스치는 걸 본 것 같았다.


“조건이요. 내가 증거물을 없앨 충분한 이유가 될만한 보상이랄까...”

“혹시... 돈을 원하십니까?”

“예? 돈이요? 내가요? 나, 협박범 아닙니다. 절대 돈 원하는 거 아닙니다.”

“아, 예. 그러시겠죠. KMS의 기자님이시니까요. 그럼 뭘...?”


홍정의는 ‘천명포장’의 주가조작을 수사해 보라고 넌지시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은 서장에게 아무런 개인적 감정도 없고 그 일을 약점 잡아 어떻게 이용해 보려는 생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저 그 주가조작 수사를 부탁하러 서장실에 들렀다가 그 일을 목격하게 된 것뿐이고 오히려 미안하다고 예의를 차렸다.


서장은 눈치가 빨랐다.


“누구를 죽이면 됩니까? 누구를 손볼까요?”


일단 사지에서 탈출할 동아줄을 잡았다고 생각한 서장은 적극성을 띠었다.


“아니요, 저는 그런 취지가 아닙니다. 에먼 사람들 피눈물 흘리게 하는 나쁜 놈들 잡아달란 것밖엔 아무 의도가 없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우리 경제팀 동원해서 바로 착수하겠습니다. 그나저나 홍기자님,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수사 진행상황 종종 저한테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서 말입니다.”


서장의 머리가 빨리 돌아갔다. 사연이 분명 있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쉬셔야 할 테니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러시죠.”


나이가 한참 어린 홍정의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절을 하고 돌아서는 서장을 홍정의가 다시 불러세웠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네?”

“내 직업이 직업인지라 회사에서 자꾸 특종을 가져오라고 쪼아대서 말입니다. 뭐 좋은 기사 있으면 저한테 토스 좀 해주시면...”


서장이 갑자기 파안대소를 하더니 웃음을 뚝 멈췄다. 웃을 계제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아, 예. 그거야 식은 죽 먹기죠. 하루에 하나씩 아니 몇 개씩이라도 특종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럴 때일수록 예의를 차려야 한다.


상대방에게 수모나 모멸감을 주면 절대 안 된다. 은인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나쁜 놈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홍정의는 잔디가 깔끔하게 깔린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밖까지 같이 나가 관용차에 타는 서장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배웅했다.


운전기사 보라는 듯이 일부러 과장된 제스쳐를 썼던 것이다.


다음날부터 경찰서는 갑작스런 서장의 복무기강 잡기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돈 받고 적당히 눈감아주려던 사건들을 전부 보고하고 법대로 처리해야 했다.


홍정의의 특종을 위해서...


특종이 만들어져 손에 들어올 때까지 홍정의는 경찰서 앞 커피숍에서 따분한 일과를 반복했다.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거나 뉴스를 검색하거나 오래 못 만난 친구들과 카톡을 하면서 특종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다.


며칠 후 배가 출출해 점심을 어떻게 때울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내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서장이었다. 일부러 벨이 몇 번 울리도록 한 다음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식사했습니까?”

“아, 이제 막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약속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혼밥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잘 됐네요. 나도 아직 못 먹었거든요. 같이 하시죠. 드릴 말씀도 있고.”


커피숍 앞에서 잠시 기다리니 서장의 까만색 관용차가 다가와 홍정의 앞에 선다.


올림픽 대로로 올라선 서장의 차는 계속 한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어디로 가십니까?”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내가 잘 가는 민물 매운탕 집이 있습니다.”


서장의 차는 하남을 지나고 팔당을 지나 비포장 샛길로 잠시 접어들더니 이윽고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 앞에 멈췄다.


생물 쏘가리 매운탕과 회를 처음 접하는 홍정의는 세상에 무슨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다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으니 서장에 대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같았다.


“잘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네요.”

“우리 경찰이 정보망이 쫙 깔려있잖습니까? 전국의 숨은 맛집은 꽉 잡고 있으니까 자주 모시겠습니다.”

“아이,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럼 바쁘실 텐데 일어나실까요?”

“아니요. 전혀 바쁘지 않습니다. 천천히 이야기하다 가시죠.”

“뭐, 저도 그다지 바쁜 일은 없습니다만...”

“그럼, 우선...”


서장이 종이 쪼가리 몇 장을 안주머니에서 꺼내, 주인 할머니가 치우고 나간 밥상 위에다 올려놓았다.


“이게 뭡니까?”

“저한테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회사에서 특종 가져오라고 쫀다고요...”


홍정의는 종이 쪼가리들을 집어들었다. 16절지 반쪽 크기의 사건발생보고서라는 제목의 종이는 모두 석 장이었는데 하나 하나 썩 괜찮은 기삿감들이었다.


첫 번째는 유명 여배우의 마약 투약 사건이었다.

두 번째는 논현동 단독주택 도난 사건이었다.

세 번째는 천명포장 주가조작 사건 수사 착수 보고서였다.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홍정의는 하나 하나 시간을 갖고 음미했다. 서장은 홍정의가 충분히 읽어보도록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서장님, 고맙습니다. 뒤늦게 사건팀에 처박힌 저의 궁박한 처지를 이렇게 살펴줘서 뭐라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이, 천만의 말씀을요. 홍기자님이 저를 도와주신 게 얼만데요.”

“서장님은 장차 참 크게 될 것 같습니다. 이토록 겸손하시니 말씀입니다.”


사극 드라마 찍는 것도 아니고 무슨 화법인지 애매한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네.”

“우선 여배우 마약 사건을 터뜨리고 잠잠해질 때쯤 논현동 도난 사건을 보도하겠습니다. 거기에 맞춰 촬영도 할 수 있게 협조해 주시고요.”

“주가조작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말씀드렸다시피 내가 아는 사람들도 조금 연루가 된 듯하여 수사진행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다가 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되면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철저한 수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장은 주가조작 사건에 필시 곡절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으나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대충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일어서려는데 서장이 머뭇거렸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그날 말이죠... 제가 홍기자님의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예... 그런데요?”

“제가 그때 너무 당황해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홍기자님이 갑자기 사라져버렸거든요...?”

“그랬나요? 저는 핸드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온힘을 다해서 서장님 방을 뛰쳐나간 건 기억합니다만...”

“역시 그러셨죠? 워낙 동작이 빨라서 갑자기 사라졌다고 느꼈겠죠?”

“당시 서장님의 상황이 너무 급박한데 내가 잽싸게 나가버리니까 실망한 나머지 사라진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서장은 잠시 그때를 생각하는 듯했다. 너무 긴장하고 다급한 나머지 홍정의가 귀신처럼 사라진 걸로 여겼으리라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서장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무말 없이 홍정의의 손을 꼭 잡았다. 정말 잘 부탁한다는 간절함이 전해졌다.


다음날, 홍정의는 여배우의 마약투약 사건을 기사로 작성했다.


여배우는 경쟁 방송국의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고 있었다.


기사가 송고되자 사회부장은 캡에게 전화를 해보더니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쪼르르 보도국장한테 달려갔다.


“긴히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이연화라고 있잖아요?”

“이연화? 누군데?”

“아, 있잖습니까, 배우요. 지금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채송화 내사랑’이라고 상대사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인데, 모르세요?”

“그 드라마 때문에 우리 뉴스 시청률도 떨어진다는...?”

“네.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라니까요.”

“그래? 그렇다고 치고... 그래서 뭐?”

“아, 글쎄, 얘가 그동안 여러 남자들과 혼음을 하면서 마약을 투약했다네요.”

“엥?”


보도국장의 표정이 상기되었다. 뭔가 대단한 기사라고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렇습니다. 이거 우리 단독입니다.”

“아, 그래? 잘 됐네. 그럼 오늘 톱거리도 마땅치 않은데 톱으로 세우지 뭐. 한 세 꼭지로 벌려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이거 나가면 상대사 곡소리 날 겁니다. 우리 사장님도 아주 좋아하실 거구요. 하하하”


사회부장이 싱글거리며 방문을 나서려는데 국장이 불러세운다.


“누가 취재한 거야?”

“아, 이거요? 홍정의요. 홍정의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밟았지 뭡니까?”

“홍정의? 뜻밖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 편집부에만 쭉 있어서 제작을 제대로 할 수 있나 모르겠네... 잘하는 놈들한테 시키지?”


사회부장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지시가 반드시 틀린 것만도 아니어서 토를 달기 뭐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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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8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6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2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3 0 12쪽
29 29. 호떡집에 불난 검찰 23.12.21 44 0 12쪽
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2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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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2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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