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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곤봉 기자, 홍정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3.12.02 20:18
최근연재일 :
2024.01.09 19: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537
추천수 :
53
글자수 :
243,767

작성
23.12.03 21:05
조회
96
추천
2
글자
12쪽

2. 포르쉐 한 대

만년 편집부 기자가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 마침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참교육을 위한 '곤봉'을 마련했다.




DUMMY

고민하던 김과장이 속을 털어놓는다.


“포르쉐 하나는 살 수 있을 거예요. 아까 드린 돈으로 사세요. 대신 매도 타이밍 잘 잡으세요. 무슨 뜻인지 알죠?”


김성철이 고개를 끄덕인다.


집에 돌아온 홍정의가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천명포장’이라는 회사의 주가가 심상치 않았다. 특허출원한 포장재가 곧 출시되고 해외 수출길도 열렸다는 기사들이 보였다.


종이보다도 더 질기고 그런데도 더 빨리 생분해될 뿐만 아니라 생활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제조 원료로 쓴다...


기사대로라면 말 그대로 혁명적인 신기술이었다. 한국에 첫 노벨화학상을 안겨줄 기술임이 분명했다.


쓰레기로 뒤덮여가는 지구를 생각하면 그런 기술이 한국에서 개발됐다는 것이 감격스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다음날 아침, 경제부장이 아침 편집회의를 마치고 경제부로 돌아가지 않고 회의실 바로 앞에 있는 편집부로 간다.


“홍정의씨.”

“예, 부장님.”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오늘말이야... 어제 뺀 그 단신, 꼭 넣어주라.”

“무슨 기사죠?”

“아, 천명포장이라고, 썩는 플라스틱 포장재 있잖아?”

“아, 그거요. 그거 위험해서 어제 뺐는데요.”


경제부장의 표정이 확 구겨진다. 목소리도 올라간다.


“뭐?”


발가락의 때만도 못한 편집부의 말단이 얻다 대고 대(大) 경제부장이 판단한 기사에 가타부타 토를 달다니...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위험해서 뺐다고요.”

“뭐가 위험한데?”

“돈 받고 쓴 기사 냈다가 편집부도 책임질까봐요.”


경제부장이 꼭지가 팽 도는 것 같다. 외마디 비명이 들린다.


“야!”


보도국 사람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고 편집부 쪽을 바라본다.


홍정의는 느긋하다. 쫄지도 않는다. 돈 받은 현장을 목격한 사람 아닌가?


“네, 부장님.”

“너, 지금 무슨 말이야?”

“설명드려요?”

“그래. 설명해 봐.”


홍정의가 일단 씨익 웃어준다. 경제부장이 아차! 뭔가 불길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어제 말이죠. 김성철 기자가 말이죠. 화장실에서 천명포장의...”


경제부장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으며 홍정의의 말을 끊는다.


“그, 그, 그만 못해?”


본인도 모르게 목소리가 너무 올라갔다. 보도국 미어캣들이 대판 싸움이 난 줄 알고 편집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보도국장도 있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다급해진 경제부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국장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 오해가 생겨가지고요. 다 해결됐습니다. 내가 오바를 좀 한 것 같습니다.”


백전노장 보도국장은 바보가 아니었다. 너무 사악해서 탈인 놈이지...


“두 사람, 내 방으로 들어와.”


홍정의는 돈을 받은 당사자 앞에서 그 이야기를 굳이 국장에게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입싼 편집부장이 십중팔구 이미 국장에게 일러바쳤을 테니까...


“제가 어제밤에도 인터넷 검색을 해봤습니다. 주가조작을 하려고 신뢰도 높은 우리 뉴스를 이용하는 거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보도국장이 경제부장을 바라봤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우리는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썩는 플라스틱이 특허까지 받았다고 해서, 이건 시청자들에게 알릴 만한 뉴스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야기 들어보니 홍정의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네. 그럼 홍정의 판단을 존중해주자고. 나가들 봐요.”


경제부장과 홍정의가 일어나 목례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보도국장이 홍정의를 부른다.


“홍정의, 나랑 이야기할 게 있다. 남아 봐.”


경제부장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보도국장 방을 나갔다. 혹시 홍정의의 입에서 돈 이야기가 나올까봐...


다시 자리에 앉은 홍정의에게 보도국장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애들이 돈 받은 건 어떻게 알았어?”

“어? 국장님은 어떻게 알았어요?”


홍정의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편집부장에게 이미 일차 보고를 받았던 것이다.


국장이 어차피 알고 있는 이야기, 홍정의는 소곤소곤 실감나게 김성철이 화장실에서 돈을 받고 춘상에서 주식 이야기하는 것까지 전모를 들려주자 보도국장은 빙긋이 웃었다.


“알았어. 그만 나가봐.”


홍정의가 국장실에서 나오자 목을 빼고 국장실 동향을 살피던 경제부장이 편집부로 쪼르르 달려간다.


“국장이랑 무슨 말 했어?”

“예?”

“아니, 뭐. 그냥 궁금해서.”

“별말 안 했어요. 뉴스 진행 관련해서 일상적인 지시받았습니다.”

“혹시 우리 경제부 일 물어보지 않고?”

“안 물어보던데요.”

“아까는 고마웠다. 자, 여기 편집부 점심값이나 해라.”


경제부장이 툭! 편지봉투 하나를 홍정의의 책상 위에 던진다.


“이게 뭡니까?”

“야, 우리 경제부 뉴스 잘 포장해서 내보내 주는 편집부에 대한 감사표시지 뭐냐? 그냥 넣어두고 점심값이나 하라고.”


사람을 어떻게 보고... 여기서 물러나면 호구 잡히기 십상이다.


“넣어두십시오. 경제부 기자들 밥이나 사주세요. 저는 저 월급으로 밥 잘 먹고 있습니다.”


너무 드라이하게 말하는 홍정의의 태도에 질려서일까? 경제부장은 더 이상 밀당을 포기하고 봉투를 다시 주워들고 돌아갔다.


신문을 펴들고 모른 척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편집부장이 신문을 내리고 얼굴을 내민다.


“쟤 바짝 시야시된 것 맞지? 국장한테 뭐라고 이야기했어?”

“본인 앞에선 차마 돈 받았단 이야기는 못했어요.”

“야, 너 그러고 보니까 눈치와 처세술이 9단이다? 다시 봐야겠다?”

“부장님이 이미 다 보고하셨잖아요? 굳이 나까지...”


허걱! 하고 편집부장이 놀라는 척을 한다.


“야, 너 정말 다시 봐야겠다? 하기야 그런 중대사를 즉각 보도국장한테 보고 안 하면 직무유기일 테니 내가 보고했다고 추측하는 게 올바른 판단이긴 하지. 야, 홍정의, 간단치 않네?”

“에이, 소인이 뭘 알겠습니까? 지잡대 나온 죄로 5년째 편집부에서 시다바리하고 있는 머슴 주제에 말입니다.”


농담 속에 뼈가 있는 걸 발견하고 편집부장의 표정이 굳는다.


“열심히 하고 있어 봐. 국장한테 말해 볼 테니까...”


저 말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편집부장으로 발령이 나면 부려먹기 좋은 홍정의를 달래기 위해서 맘에도 없는 약속을 해놓고 다른 보직 받으면 나몰라라 떠나버린 부장들의 면면이 생각났다.


지금 부장은 다를까? 홍정의는 믿지 않기로 했다. 자력으로 편집부를 탈출해야 한다.


다행히 어려울 것 같지 않다. 아버지가 쓰라고 한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까...


*


경제부 놈들은 홍정의의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뉴스시스템을 뒤적이던 홍정의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종합뉴스에 ‘썩는 포장재’가 당당히 한 꼭지 잡혀있었다. 단신이 아닌 1분20초짜리 기자 리포트였다. 리포트 기자는 당연히 김성철이었다.


아침뉴스는 편집2부 소관이라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장이 분명 홍정의의 판단을 존중해 주자고 했는데...


국장 모르게 경제부장이 편집2부장에게 부탁했나? 그건 조직 생리상 가능성이 낮았다. 만약 그런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게 되면 경제부장은 아오지 탄광행일 테니까...


그렇다면 보도국장이 경제부장이 돈을 받고 한 꼭지 심는 것을 묵인한다는 의미였다.


경제부장이 보도국장을 구워삶은 게 분명했다.


경제부장과 보도국장을 집중 감시해야 할 것 같았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데 사용하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중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여자 앵커를 보도국 사무실 한가운데 세워놓고 KMS 저녁 메인뉴스 예고를 뜨고 있는데 보도국장이 옷을 갖춰입고 방을 나서는 게 눈에 띄었다. 평상시보다 이른 퇴근이었다.


AD(보도국에서 기자들을 보조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일컫는 호칭)에게 마무리를 지시하고 복도로 서둘러 나갔다.


예감은 어긋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경제부장이 보도국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정의가 앞으로 지나치면서 경제부장과 일부러 눈을 마주쳤지만 알은체를 않는다.


촌지 봉투를 거절한 앙금인지 또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경제부장은 국장이 도착하자 세우고 있던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고 문을 닫았다.


이날 밤 국장과 경제부장이 무엇을 했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건 모처에서 외부 사람과 자리를 같이 했을 거라는 거다.


홍정의의 짐작은 다음날 아침 사실로 확인됐다. 편집회의를 마치고 나온 편집부장의 얼굴색이 평상시와 조금 달랐다. 약간 기분 나빠보였다.


“홍정의, 큐시트(뉴스 아이템과 순서를 정리해 놓은 진행표) 정리해라.”

“네.”


홍정의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장이 왜 그러는지 이해되었다.


단신으로도 퇴짜를 맞았던 ‘꿈의 신소재, 썩는 포장재’가 떡하니 메인뉴스의 기자리포트로 잡혀 있었다.


“부장님, 이거 리포트 잡혔어요?”

“그러게 말이다. 국장이 그렇게 하라네...?”

“참, 어이가 없네요. 돈 받은 거 다 아는 국장님이...”


편집부장은 짬밥이 달랐다. 기분은 언짢았지만 흥분하지 않았다.


“홍정의, 너 군대 갔다 왔지?”

“갑자기 군대는 왜요? 병장 제대했습죠.”

“그러면 알 거 아니야? 까라면 깐다.”


맞다, 까라면 까야 한다. 더 이상 쫑알거려 봐야 입만 아프고 국장한테 찍힐 뿐이다.


기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국장에게 대들어봐야 본인만 손해일 뿐인 것이다.


홍정의는 그렇다고 자신이 5년을 지켜온 KMS 메인뉴스가 망가지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는 싫었다.


그렇게 빠져나가고 싶은 편집부였지만 5년을 지내다보니 저녁 메인뉴스에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주인의식이랄까 그 비슷한 감정이 생겨 있었던 것이다.


노조에 은밀히 제보하는 방법이 있었다. 노조원으로서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노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제보하고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노조 집행부가 기세등등하게 국장실 문을 밀고 들어가는 게 보였다.


국장방에서 간간히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내가 책임진다잖아! 문제 생기면 내가 책임질 거라고. 이건 명백한 편집권 침해야, 당신들.”

“왜 우리만 이 아이템에 목을 매냐고요. 다른 언론사들은 가만 있잖아요?”

“다른 언론? 당신들, 이러고도 기자야? 왜 다른 언론사가 우리 뉴스의 기준이 되어야하는 거지?”


뭐 대충 이런 말들이 들리다가 다시 한번 국장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얼굴이 벌개진 노조집행부가 우르르 나왔다.


집행부 친구들이 홍정의와 눈을 맞추더니 제보자임을 숨기려는 듯 별 알은체 않고 복도로 나갔다.


잠시 후 국장도 방을 나왔다. 편집부로 다가갔다. 씩씩댔다.


“홍정의, 혹시 홍정의씨가 노조에 얘기했나?”


너무 큰 목소리에 오금이 저려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었다. 잠시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질렀다. 맞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네, 제가 이야기했습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땅딸막한 보도국장을 내려다보며 홍정의가 또박또박 말을 내뱉자 보도국장이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다, 당신, 그럴 수 있어?”

“아니, 국장님, 어제만 해도 내 판단을 존중해주자고 경제부장한테 분명히 말씀하셨잖아요, 왜 입장이 바뀌신 겁니까?”

“그렇다고 노조에 일러?”

“저 노조원입니다. 내 힘에 부쳐서 마지막으로 SOS를 친 겁니다.”


순둥이로만 알았던 홍정의가 국장에게 빡빡 대드는 걸 보고 보도국 사람들이 많이 놀랐다.


그리고 비열한 국장에게 중인환시리에 대든 잔바리 편집부 기자, 홍정의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갈지 무척 궁금해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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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봉 기자, 홍정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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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일약 사회부장으로 23.12.30 26 1 12쪽
41 41. 호사다마와 기사회생 23.12.29 29 1 12쪽
40 40. 귀곡산장의 참교육 23.12.28 31 0 12쪽
39 39. 홍정의의 복직에 대한 각자의 셈법 23.12.28 28 0 12쪽
38 38. 진영싸움과 자리다툼이 불행의 본질 23.12.27 31 1 12쪽
37 37. 썩어빠진 방송국 23.12.27 30 0 12쪽
36 36. 연임을 위한 음모 23.12.26 32 1 12쪽
35 35. '배트맨 tv'를 론칭하다 23.12.26 38 0 12쪽
34 34. 사장의 흉계 23.12.25 37 1 12쪽
33 33. 개인택시 기사가 되다 23.12.25 35 0 12쪽
32 32. 검찰수사관들, 감전사고를 당하다 23.12.23 43 0 12쪽
31 31. 연임에 눈먼 사장의 배신 23.12.22 42 0 12쪽
30 30. 세상일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23.12.21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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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재벌회장의 완벽한 뇌물 증거 23.12.20 42 0 12쪽
27 27. 나 죽이면 너희도 다 죽어! 23.12.20 45 0 12쪽
26 26. '홍기자의 현장출동' 론칭 23.12.19 46 0 12쪽
25 25. 영악한 피해자 23.12.19 44 0 12쪽
24 24. 곤봉의 등장 23.12.18 48 0 12쪽
23 23. '범인은 홍정의', 사실상 결론 23.12.18 52 1 12쪽
22 22. '귀신'은 홍정의이다! 23.12.16 55 2 12쪽
21 21. 귀신이 아니고서는... 23.12.15 56 2 12쪽
20 20. 여의도로 출근하고 싶다 23.12.14 60 1 12쪽
19 19. 아무래도 귀신인 것 같습니다 23.12.14 58 2 12쪽
18 18. 클로징멘트 정치 23.12.13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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