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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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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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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5,893

작성
24.05.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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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30. 늪에 빠져 죽긴 싫어!

DUMMY

게이트 입구 양쪽에는 복잡하게 생긴 기계 두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팔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있다.

이 기계는 게이트 안에서 촬영된 영상과 음성을 받아 밖으로 연결해 주는 중계기였다.

게이트 앞 공터에는 송출 기계를 갖춘 미니 버스 한 대가 서 있다. 이 차량에서 GG의 시청자들이 있는 장소로 전파를 재전송한다.

GG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장비인 중계기와 송출 차량에는 다수의 중무장을 한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삼엄하게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헬칸 파티는 제비 뽑기로 세 번째로 게이트에 진입하게 되었다.

모두 혹시 모를 기습에 잔뜩 긴장을 하고, 게이트에 조심스럽게 진입했지만 몬스터의 공격은 없었다.


게이트 안의 하늘에는 꿀벌 크기의 아주 작은 드론이 백여 대나 날아다니고 있었다.

참가자들의 옷에는 단추처럼 생긴 소형 위치 발신기가 벨트와 칼라 그리고 전투화의 발등에 부착되어 있다.

저 드론들은 참가자들이 부착하고 있는 발신기를 자동으로 추적하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그것을 게이트에 걸쳐 있는 중계기로 보낸다.


지오는 지금 어디선가 자신을 보고 있을 최혜원을 생각하며, 드론을 향해 승리의 V자를 그려줬다.


게이트 안의 공기는 축축하고 땀이 날 것처럼 조금 더웠다. 현재 온도를 검색하자 26.4도가 나왔다.

주위는 갈대처럼 생긴 기다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지오가 뒤를 돌아보며 파티원이 다 들어왔는지 확인했다.


“자, 이번에도 나만 따라오면 돼! 알았지?”


길찾기를 켜고 보스 몬스터를 목적지로 정한 지오가 자신 있게 말을 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찾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오가 길을 잘 찾는 것은 이제 세 사람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초입은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기다란 갈대 사이로 4개의 파티가 들어온 순서대로 줄을 지어 걸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있었다. 앞서 간 파티들이 하나씩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맨 앞에 가고 있든 천하제일파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강인데?”

“뭐 얼마 깊어 보이지도 않구만. 그냥 걸어가면 될 것 같은데!”


잠시 후 헬칸 파티도 안개에 싸인 강 앞에 도착했다. 이런 걸 물안개라고 했던가? 육지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앞에서 누가 말했듯이 강은 얕고 물살이 거의 없어 그냥 건너가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지오의 내비에는 이 강을 건너는 길이 일직선이 아니라, 굉장히 복잡하게 구불구불한 길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선배, 이건 그냥 건너가면 되겠습니다. 물도 안 차고, 발목까지 밖에 오지 않습니다.”


첨벙첨벙!


이미 다른 파티들은 강을 건너기 시작했는지 앞에서 물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진입한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안 좋으니, 앞 사람 배낭을 잡고 무조건 나만 따라와!”


길찾기를 신뢰하고 있는 지오는 직선으로 가지 않고 내비가 가르쳐 주는 길을 따라 갈 생각이었다.

지오가 선두에 서고 하윤이가 후미를 맡았다.


그렇게 1분 정도 걸었을 때 발이 질척거리면서 조금 아래로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지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지오야, 이상해? 발이 아래로 빠지는 것 같은데?”

“모두 제자리에 정지! 움직이지 말고!”


지오가 길찾기에 있는 지도를 확대해서 봤다. 안개 때문인지 내비를 따라간다고 갔는데 현재 위치는 길에서 조금 옆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그때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안개가 걷히고 주변의 모습이 드러났다. 분명 처음에는 강이었는데 헬칸 파티가 멈춰 서 있는 곳은 강이 아니라 늪이었다.

지도에 나타난 길이 꼬불꼬불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서해안의 뻘밭처럼 생긴 긴 늪지대에 4개의 파티가 모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모두 천천히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상황을 알아차린 수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지오를 불렀다.


“어, 어떡해? 지오 선배! 어떡해요?”


박식한 지오지만 늪에 빠졌을 때는 최대한 움직이지 말라는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지오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리더는 위기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어디서 읽은 것인지 들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오의 뇌리에 이런 말이 또렷이 떠올랐다.


“모두 다른 파티를 봐! 어떻게 대처하는지.”


하윤이는 한 성깔 하게 생긴 여자가 파티장인 천하제일 파티를 봤다. 파티장이 자신의 발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데 발 주변이 하얗게 얼고 있었다.


“와! 저긴 빙 속성 각성자가 늪을 얼리는데요. 저렇게 하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늪에 빠지지 않고 여길 빠져나갈 수 있겠는데요.”


수진이는 왼쪽에 있는 닥공 파티를 봤다.

늪에서 불쑥 바위가 튀어나왔다. 한 남자가 바위 위로 올라가서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었다.


“왼쪽 파티에는 대지 속성 각성자가 있어요.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꺼내 주고 있어요.”


헬칸 파티의 바로 앞에 있던 블랙타이거 파티에서는 리더인 강혁이란 남자가 허공에 떠 있었다. 솔미가 그걸 보고 말했다.


“지오야, 저 사람은 마법사인가 봐. 플라이 마법을 펼친 것 같은데.”


다른 파티들은 뭔가 하나씩 탈출 방법을 찾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 헬칸 파티가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쒹쒹, 쒹쒹쒹!


대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에 지오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강가에서 화살을 쏘고 있었다.

지오가 눈에 집중을 하자 시력이 더 밝아졌다. 강가에 서 있는 것은 녹색 비늘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리자드맨이었다.


늪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하는데 뒤에서 화살을 쏘고 있으니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쓰발! 수진아, 뒤에 화살이다! 빨리 실드를 쳐!”


수진이가 상체를 뒤로 돌리며 팔을 뻗어 스태프를 하윤이의 등 뒤로 내밀었다.


“실드!”


투명한 실드가 하윤이와 수진이를 가리는 순간 어디선가 비명이 울려퍼졌다.


“으악!’


다른 파티에서 누군가 화살에 맞은 모양이다. 하지만 지오는 그쪽을 돌아볼 틈도 없었다.

지금 지오의 눈은 늪 건너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태울 듯이 보고 있었다. 지오의 시선이 옆으로 뻗은 굵은 나뭇가지에서 멈춰 섰다.


거리는 50m!


어느새 지오의 손에 흑아와 백아가 들려 있었다. 두 개의 수리검에는 어제는 없던 것이 하나 달려 있다.

백아의 손잡이 끝에 있는 고리에 천잠사가 묶여 있고, 흑아의 고리에는 천잠사의 통이 붙어 있었다.


지오는 오늘 사우나에 가서 천잠사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계속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얻은 아이디어가 흑아와 백아를 천잠사로 연결하는 것! 날카로운 천잠사를 잘 이용하면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벨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적을 베는 것이 아니고, 천잠사를 이용해서 이 늪지대를 탈출할 생각이었다.

지오는 백발백중 옵션이 있는 백아를 오른손에 잡고 힘껏 던졌다.


“쐐액!”


근력이 15포인트로 늘어난 지오가 던진 백아는 힘차게 50m를 날아가서 지오가 태울 듯이 쳐다봤던 나뭇가지를 칭칭 감았다.

지오가 흑아의 고리에 있는 천잠사 통을 만지자 천잠사가 자동으로 감기기 시작했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인 천잠사 통에는 줄자처럼 홀드 기능과 자동 감기 기능이 있었다.


“내가 건너가서 백아를 던질 테니까, 그걸 잡고 한 사람씩 나와! 절대 실은 잡지 말고 단검 손잡이만 잡아! 알았지?”


멋도 모르고 천잠사를 손으로 잡아당기면 손이 베이기 때문에 미리 주의를 준 것이다.

솔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불안한 눈으로 지오를 봤다.


“지오야, 난 죽어도 그냥 죽지. 늪에 빠져 죽긴 싫어! 저쪽에는 세 명이나 화살에 맞고 늪에 다이빙을 했어!”


솔미는 다른 파티원이 죽는 걸 본 모양이다. 지오가 솔미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 내가 금방 당겨줄 테니까!”


수진이는 실드로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윤이는 뭐가 좋은지 자신을 향해 돌아선 수진이를 껴안은 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저 자식은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오나? 정말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네!’


자신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터뜨리는데, 지오의 손이 저절로 위로 들렸다. 팽팽해진 천잠사가 지오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다.

백아만 묶어 놓고 감을 때와는 엄청난 속도 차이가 있었다. 하긴 지오의 몸무게가 더해졌으니 감기는 속도가 똑같을 수가 있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지오는 흑아를 벨트에 꽂고 양손으로 천잠사를 잡아당겼다. 영웅 등급의 장갑은 천잠사를 당겨도 흠집이 나지 않았다.

지오는 마치 유격 훈련을 하는 것처럼 천잠사를 잡아당기며 낮은 포복 자세로 늪지대를 기어갔다. 하지만 그 속도는 결코 긴다고 할 수 없었다.

천잠사 통의 감기는 힘에 지오의 팔 힘이 더해지니 자유형을 하는 것처럼 빠르게 늪지대를 돌파했다.


늪을 빠져나온 지오가 뒤를 돌아보니 세 사람은 허벅지까지 늪에 빠져 있었다. 지오는 지체하지 않고 솔미를 향해 백아를 던졌다.


그런데 그때 늪 좌측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갈대로 만든 뗏목이라고 해야 하나?

꽤 넓은 갈대 뗏목에 리자드맨 두 마리가 타고 있었다. 한 마리는 노를 젓고, 한 마리는 활을 들고 있다.

뗏목은 한두 척이 아니었다. 무려 12척이나 되는 뗏목이 파티원들이 있는 곳으로 미끄러지듯이 오고 있었다.


“3시 방향 리자드맨 출현!!”


지오는 큰 소리로 외치고 천잠사를 잡아당겼다.

솔미가 늪에서 빠져나오는 동안 3개의 뗏목이 아직도 늪에 빠져 있는 수진이와 하윤이에게 다가갔다.


수진이는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고 있기에 3시 방향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뗏목에 탄 리자드맨이 시위를 당기는 걸 본 하윤이가 소리쳤다.


“선배, 내가 뒤쪽을 막을 테니 선배가 3시 방향을 막으며 공격을 해 봐요!”

“응, 그래, 알았어!”


대답과 함께 서로 가까이 붙어있던 두 사람의 상체가 엇갈리게 움직였다.

하윤이는 최대한 허리를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창으로 쳐냈다. 수진이는 왼쪽으로 허리를 돌려 실드로 화살을 막은 후 파이어볼을 날렸다.


훌륭한 선택이었다!


다급하게 날린 파이어볼은 리자드맨을 맞추지 못하고 뗏목 위에 떨어졌다. 갈대로 만든 뗏목은 단숨에 활활 타 들어갔다.

뗏목에 타고 있던 리자드맨이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늪으로 뛰어들었다.

늪지에 사는 리자드맨이라고 해도 늪 위를 걸어가지는 못했다. 늪 위로 뛰어가던 놈의 몸이 점점 늪 속으로 가라앉았다.

순식간에 뗏목 3개를 태운 수진이는 다시 상체를 돌려 뒤쪽을 막았다.


지오는 그 사이 솔미를 건져 올리고 바로 수진이를 향해 백아를 던졌다.

그런데 수진이는 바로 앞에 떨어진 백아를 잡지 않고 하윤이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수감각으로 예민해진 지오의 귀에는 둘의 이야기가 들렸다.


“하윤아, 네가 먼저 가! 난 리자드맨의 화살을 막을 수 있고,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니까 괜찮아!”

“선배, 남자가 쪽 팔리게 어떻게 먼저 갑니까? 내 걱정 말고 빨리 가요!”


‘아니, 이것들이 지금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말할 때인가?’


지오가 하도 답답해서 고함을 질렀다.


“수진아, 저놈은 절대 안 죽을 놈이니까, 너나 빨리 와!”


수진이는 결국 리더인 지오의 말을 따랐다. 진작 그럴 것이지!


헬칸 파티가 이러고 있는 동안, 뗏목을 타고 온 리자드맨의 공격을 받은 다른 파티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은 채 늪을 빠져나갔다.

천하제일 파티는 리자드맨의 뗏목을 빼앗아 3명이 탈출했고, 닥공 파티도 뗏목 하나를 탈취했는데 파티원 2명이 늪에 가라앉고 2명만 늪을 벗어났다.

블랙타이거 파티는 3명이 늪에서 빠져 죽고, 리더인 강혁만 플라이 마법으로 탈출을 했다.


다른 파티가 모두 늪을 벗어나자, 남아있던 일곱 척의 뗏목은 방향을 틀어 하윤이를 향해 갔다.

수진이가 늪을 건넜을 때는 일곱 척의 뗏목이 허리까지 늪에 빠진 하윤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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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저건 사다리 게임인데? +2 24.05.29 8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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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버스는 절대 타지 마세요! +4 24.05.28 98 10 12쪽
43 43. 어! 아니, 이 여편네가······? +4 24.05.27 90 10 12쪽
42 42. 여러분을 광란의 질주로 초대합니다 +1 24.05.27 93 8 12쪽
41 41. 선물을 하나씩 드리죠 +3 24.05.26 98 10 12쪽
40 40. 헬칸 파티 만세! +3 24.05.26 99 10 12쪽
39 39. 제발 좀 뒈져라! +4 24.05.25 100 10 12쪽
38 38. 증거 있어? +4 24.05.25 97 10 11쪽
37 37. 이건 PK가 아닙니다 +3 24.05.24 95 10 12쪽
36 36. 계란 하나 먹고 가자! +3 24.05.24 9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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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같이 좀 가면 안 되겠습니까? +4 24.05.21 95 10 12쪽
» 30. 늪에 빠져 죽긴 싫어! +3 24.05.21 9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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