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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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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7 16:3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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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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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글자수 :
645,893

작성
24.05.22 12:30
조회
103
추천
9
글자
12쪽

32. 내가 먹었습니다

DUMMY

‘쓰발, 이걸 C급 이하 각성자 네 명이서 처리하라고? 차라리 그냥 죽으라고 하지!’


속으로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지오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었다.

켈베로스의 발톱을 착용한 두 손에는 흑아와 백아가 역수로 쥐어져 있었다.

지오는 야수격투술과 근접 단검술을 함께 사용할 생각이었다. 실전을 통해 비슷한 두 개의 격투술을 하나의 격투술로 합칠 필요가 있었다.

불끈 주먹을 쥐자,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의 첫마디가 있는 주먹 뼈에서 30cm 길이의 칼날이 솟아났다.


“가즈아!”


지오는 일행을 이끌고 300마리의 리자드맨 떼를 향해 뛰어들었다.



***



스크린을 보고 있던 이지혜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혜원아, 쟤 누구야? 쫌 짱인듯!”


옆에서 천태용이 팔짱을 낀 채 빈정거렸다.


“그래 봐야, 곧 죽을 거니까, 얼마나 멋있게 죽는지나 잘 봐!”


최혜원은 대답을 하지 않고 스크린만 응시하고 있었다.


최혜원은 이지혜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이었다.

그때도 전교학생회장 선거에서 둘이 라이벌이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하는 사업마다 사사건건 부딪쳤다.

아이제이나 거상이나 두 회사 모두 종합식품회사이기에 안 부딪칠 수가 없었다.

이들은 꽤 오래전부터 업계의 젊은 후계자들끼리 친목 모임을 가졌는데, 그것이 어떻게 하다 보니 GG까지 오게 되었다.


최혜원은 최근 연속으로 두 번이나 이 게임에서 많은 돈을 잃었다. 돈도 돈이지만 자신이 졌다는 게 너무 분해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잡힌 GG의 참가 조건이 C급 이하 각성자란 걸 알고 바로 경보실의 대단한 병아리들이 떠올랐다.

처음 게이트에 진입했는데 네 명이서 보스 몬스터까지 잡았다고 들었다.


그들이라면······!


이번에 대승을 거둬서 앞으로 이지혜, 저년이 입을 함부로 놀리지 못하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아버지가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는 영웅 등급의 아이템도 하나씩 빌려줬다.


그 덕분인지 첫 번째 관문이었던 늪지대는 다른 파티에 비해 잘 건너갔다. 두 번째 습격도 멋지게 처리했지만, 이번 관문은 아무리 봐도 몬스터가 너무 많았다.

저 많은 몬스터 속에서 저 네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메인 스크린에 안지오란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파티의 맨 앞에 서서 한 마리 야수처럼 리자드맨 무리를 향해 달려나갔다.


최혜원은 지금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다.


안지오는 엑스맨에 나오는 울버린처럼 칼날이 튀어나온 주먹으로 몬스터 떼 속에서 한 마리 야수처럼 날뛰고 있었다.

얼마나 날쌔고 화려하게 움직이는지 액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안지오의 뒤에서 붉은 창을 휘두르는 남자도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오랜만에 웃게 만들었던 나하윤이라는 청년.

중국 영화에 나오는 창술의 대가처럼 그의 창이 리자드맨 사이에서 춤을 췄고, 리자드맨들은 어김없이 파란색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갔다.


두 남자는 리자드맨의 무리 속으로 용감하게 뛰어들어 리자드맨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그런데 몬스터들이 갑자기 뒤로 물러나며 다섯 명을 몇 겹으로 빙 둘러쌌다. 헬칸 파티가 리자드맨에게 포위를 당했다.


리자드맨 무리에서 키가 2.5m가 넘어 보이는 리자드맨 한 마리가 지팡이를 하늘로 높이 치켜 들었다.

그러자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모여 들고, 땅거미가 내려앉는 것처럼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주술사로 보이는 리자드맨이 지팡이로 땅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어두워진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번쩍였다. 새파랗게 빛나는 번개가 헬칸 파티가 모여 있는 곳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우르르르콰광!



***



리자드맨에게 포위를 당한 헬칸 길드.

더 이상 지오와 하윤이도 날뛸 수가 없었다. 잘못해서 일행과 떨어지면, 솔미와 수진이가 위험할 수 있었다.

이미 지오와 하윤이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낀 리자드맨들은 함부로 공격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위협만 가했다.


그런데 키가 큰 리자드맨이 긴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다.

헬칸 길드는 저 리자드맨이 주술사란 걸 바로 눈치챘다. 영등포공장에서 고블린 주술사에게 식겁을 당했던 네 사람은 잔뜩 긴장을 했다.


주술사가 지팡이를 들자 하늘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주문을 외자 어두워진 하늘에서 빛이 번쩍였다.

번개는 눈 깜박할 새도 없이 헬칸 파티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모두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꺄아아악!”

“아버지!”

“선배!”

“쓰발!”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그런데······!


분명 번개가 하늘에서 머리 위로 내리쳤는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하나둘 감았던 눈을 떴다.


그때 하윤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먹었습니다. 번개를!”


네 사람은 헛소리를 하고 있는 하윤이를 째려봤다.


“야, 너 정신이 오락가락 하냐?”

“하윤아, 너 혼자 번개에 맞은 거니?”

“번개를 어떻게 먹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인 하윤이는 세 사람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리자드맨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야, 이 새끼야! 한 번 더 해봐! 내가 다 먹어줄 테니까!”


안 그래도 저 리자드맨 주술사 때문에 바짝 졸았던 솔미가 버럭 화를 냈다.


“나하윤! 너 지금 제정신이야? 가만히 좀 있어!”


하윤이가 자신의 오른손을 펴서 모두가 볼 수 있게 들었다. 네 번째 손가락에 하윤이가 자랑했던 레이요의 반지가 걸려 있었다.


“하하하, 선배, 이 반지가 번개를 흡수했습니다!”


지오의 눈에 하윤이가 끼고 있는 반지의 정보가 떴다.



 이름 : 레이요의 반지

 용도 : 뇌전 흡수 및 저장

 등급 : 희귀

 옵션 : 충전 완료시 뇌전 사용 가능



“이런 귀여운 놈! 네가 우리를 살렸구나! 하하하!”


갑작스러운 지오의 말에 솔미와 수진이 그리고 뒤에 있던 여만기의 눈이 동시에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하윤이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광소를 터뜨렸다.


“우하하하! 나의 사랑스러운 반지! 희귀 등급의 아이템, 레이요의 반지! 우하하하!”


리자드맨 주술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인간들이 자신이 내린 번개를 맞고도 죽지 않고 멀쩡한 것이 이상했다.

그러다가 하윤이의 고함 소리를 듣고 인상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분위기로 봐서 자신을 비웃는 것으로 들렸다.

키가 큰 리자드맨이 험악한 얼굴로 다시 한번 지팡이를 위로 들어올렸다.


“하쿠나 버라타 내리츄라!”


크게 주문을 외치며 지팡이로 땅을 내리쳤다.


이번에도 역시 바로 검은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거렸다. 번개는 번개였다. 번쩍이는가 싶은 순간 헬칸 파티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 일행들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해 주먹을 뻗고 있는 하윤이의 팔을, 그리고 번쩍이며 내리친 번개가 하윤이의 주먹에 맞고 그대로 사라지는 것을!


“우와!”

“어머나!”

“이럴 수가!”


모두 감탄과 탄성을 내지르는 순간에도 입을 다물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목에는 실버 체인에 황금 별이 달린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솔미는 하윤이의 팔을 보지 않고, 키가 큰 리자드맨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목에 걸린 황금 별이 반짝이며 빛을 발했다.

번개가 내리치는 순간, 솔미는 붙잡고 있던 팽팽해진 활의 시위를 놓았다.


번개가 번쩍이는 대기 속으로 창처럼 커다란 하얀 빛의 화살이 어둠을 뚫고 날아갔다.

최혜원에게서 빌린 영웅 등급의 아이템, 신성력이 가득 담긴 목걸이 에스트리드 덕분에 알테마스의 활이 만든 화살의 크기가 창만큼 커진 것이다.


“크에에엑!”


하윤이의 반지가 다시 한번 번개를 잡아먹는 순간, 리자드맨 주술사의 가슴에 하얀 화살이 박혔다.

화살은 가슴 속으로 사라지고, 뒤로 한 발 물러난 주술사가 가슴을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우와, 솔미야, 잘했다. 네가 저 주술사를 잡았구나!”

“우헤헤, 그래도 내가 번개를 잡아먹어서······!”

“언니, 화살이 엄청 커졌어요! 그 정도면 보스 몬스터도 한 방에 잡겠어요!”


하윤이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고 싶었지만, 그건 방금 감탄할 만큼 감탄을 했고, 지금은 못 보던 커다란 화살로 리자드맨 주술사를 한 방에 처리한 솔미에게 칭찬이 쏟아졌다.


뺨이 발갛게 상기된 솔미가 눈살을 찌푸리며 주술사가 있던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모두 속으로 ‘설마?’란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쓰러진 주술사가 있던 곳에 키가 3m 정도 되는 갑옷을 입은 리자드맨이 나와서 고함을 질렀다.


“미지대헬 모이라 저코틀 파파 부라다!”


누가 봐도 갑옷을 입은 키가 큰 리자드맨은 이 무리의 대장으로 보였다. 그의 고함 소리에 리자드맨들이 다시 진열을 정비했다. 10열 종대로 빽빽하게 진형을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조금 전처럼 지오가 앞장서서 뚫고 나갈 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대형이 너무 밀집되어 있었다.


그때 수진이가 처음 듣는 마법명을 외쳤다.


“파이어 레인!”


비와 번개는 검은 먹구름에서 떨어진다. 그렇다면 불의 비는 어디에서 떨어질까?

불의 비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더니 창공에 수백 개의 빨간 불씨가 피어났다.


지오 일행과 리자드맨들은 하늘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수백 송이의 작은 불꽃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그 불씨들은 아래로 떨어지면서 대기와 마찰을 일으키며 크기를 점점 키워나갔다.


빽빽하게 모여 있는 리자드맨의 대형 위로 주먹 두 개를 합친 크기의 불덩이 하나가 떨어졌다.

불덩이는 멍하게 보고 있던 리자드맨 한 마리를 덮쳤고, 그놈은 뜨거움에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리자드맨들은 그제서야 하늘에서 내려오는 빨간 꽃이 꽃이 아니라 불덩어리란 걸 알고 기겁을 했다.

우왕좌왕하며 도망을 가려는 놈, 도망을 못 가게 하려는 놈, 방패를 들어올리는 놈,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는 놈.

리자드맨의 진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러나, 잠시 후 200마리가 넘는 녹색 생명체들이 불을 뒤집어쓴 채로 괴성을 지르며 불춤을 추었다.

펄떡펄떡 제자리에서 뛰는 놈, 땅바닥을 미친 듯이 데굴데굴 구르는 놈, 마구 뛰다가 다른 놈과 부딪치는 놈, 좀비처럼 허느적 걷다가 무너져 내리는 놈.

파이어 레인이 떨어진 곳은 불타는 지옥으로 변했다.


이 잔혹한 장면을 보고 있는 지오 일행은 마법의 무서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역겨운 고기 타는 냄새가 지오 일행이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하윤이가 코를 매만지며 혀를 내둘렀다.


“우와! 수진 선배가 이렇게 잔인한 사람일 줄이야! 마녀가 따로 없네.”

“뭐? 야, 나하윤! 너 죽을래?”


눈에 쌍심지를 켠 수진이가 스태프를 앞으로 내밀자, 하윤이가 두 손을 마구 내저으며 도망을 쳤다.


“지오 선배, 살려주세요! 마녀가 저를 죽이려고 해요.”

“수진아, 그냥 파이어볼 한방 날려버려! 좀 조용해지게!”


곧이어 불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괴성 못지 않은 비명이 하윤이의 입에서도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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