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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휴거게임 in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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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7 16:3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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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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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5,893

작성
24.05.2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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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42. 여러분을 광란의 질주로 초대합니다

DUMMY

“오빠, 엄마가 밥 먹어래!”


동생 유미의 목소리를 들은 지오는 방금 전에 들었던 폭발음이 유미의 노크 소리라는 걸 알고 실소를 터뜨렸다.


방소희 여사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서 정성껏 차려 놓은 아침 식사.

만약 이 식사 자리에 제때 나타나지 않으면, 방소희는 ‘너 죽을래?’를 외치며 온갖 협박과 괴롭히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밥상을 차려 놓고 호출을 할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달려가야 했다.


식탁에서는 안철용이 자신의 꿈 이야기를 침을 튀겨가며 말하고 있었다.


“와! 어젯밤에 말이야! 얼마나 싸웠는지 말이야. 지금도 몸에서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와, 내가 커다란 칼을 들고 기사들과 싸우는데 말이야······!”

“됐어요! 식사나 하세요. 당신이 말이에요? 사람이지!”


하루 이틀 듣는 게 아닌 방소희의 핀잔을 무시하고 안철용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혹시 이 꿈이 각성몽이 아닐까?”


방소희는 아침부터 헛소리를 늘어놓는 안철용에게 차가운 일침을 가했다.


“내가 들어보니까 그건 개꿈이네! 나처럼 화려한 궁궐에서 수백 명의 시녀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일일이 관리하는 구체적인 꿈을 꿔야지. 당신처럼 누구와 싸우기만 하는 꿈이 무슨 각성몽이겠어요?”


안철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


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각성몽은 아주 화려한 왕관을 쓰고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꿈이었다.

유미는 문득 며칠 전에 각성한 지오의 각성몽이 궁금했다.


“오빠! 오빠는 각성몽이 뭐였어?”


지오가 천장에 달린 조명을 보며 잠시 며칠 전 낮잠을 자며 꿨던 꿈을 떠올렸다.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나는 뭐 결혼식인가 그런 걸 하는 꿈이었어.”

“그래, 말 나왔는 김에 지오야 너 장가는 언제 갈 거야? 나도 며느리 좀 보자!”


안철용이 말꼬리를 잡고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지오는 결혼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이상하게 누군가 만나서 사귀려고 하면 상대방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갑자기 유학을 떠나는 여자도 있었고, 교통사고를 당한 여자. 그리고 심지어 자살을 한 여자도 있었다.

사랑은 시작도 못해 보고 아픔만 남았다. 그래서 연애 기피증 같은 것이 생겼다.


“저는 아직······!”

“당신 왜 또 결혼 이야기야! 때가 되면 알아서 가겠지! 지오가 애도 아니고.”


방소희의 핀잔에 안철용은 입을 쩝쩝거리며 된장찌개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안철용이 조용해지자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이 가정의 실질적 가장이신 방소희 여사가 의견을 제시했다.


“여보, 오늘 날씨도 좋은데, 우리 가족끼리 어디 드라이브나 갈까요?”


방소희의 질문은 안철용에게 드라이브를 가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지오도 처음에는 이게 진짜로 의사를 묻는 것인 줄 알았는데, 몇 번 당하고 보니 그게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건 오늘 무조건 드라이브를 가자는 방소희 여사의 질문형 명령이다.


방소희의 이런 질문형 명령에 지오보다 수십 번은 더 당했을 안철용은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정답을 말했다.


“좋지! 우리 가족끼리 오랜만에 나가서 사진도 찍고, 점심도 맛있는 걸로 사 먹고 오자!”


안철용의 대답은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만점에 가까운 답변이었다.

방소희 여사의 뜻에 따라 드라이브도 시켜 주고, 콧구멍에 봄바람도 넣어 주고, 동시에 그녀가 귀찮아하는 한 끼 식사까지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두 시간 후 방소희 여사의 뜻에 따라 정말 오랜만에 가족 4명이 완전체로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장남인 지오가 운전대를 잡고 행주대교 IC에서 차를 올려 강변북로를 달렸다.


4월의 화창한 오전!

휴거게임이 생기고 나서 중국의 제조공장들도 많이 파괴가 되어서 봄마다 찾아오던 황사와 지독한 미세먼지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4월의 봄날이 더욱 화창하게 느껴졌다.


“지오야, 조심해! 저 화물차 뒤에는 가지 마라. 쇠파이프 떨어질라.”


안철용은 3차선을 달리고 있는 긴 쇠파이프를 적재한 화물차를 보고 있었다.


“진짜 저런 게 달리다 떨어지면······ 어휴, 저 경찰차는 저런 거나 단속 좀 하지. 왜 저렇게 빨리 가!”


방소희가 말을 할 때 경찰차 한 대가 지오의 차를 추월해서 지나갔다.


“어머, 저 관광버스 어디 놀러 가나 보네. 좋겠다!”


대학을 졸업한 유미는 단체 여행 가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런데 성산대교를 지나자마자 잘 가던 차가 시동이 꺼지면서 갑자기 멈춰 서 버렸다.


“어, 차가, 차가 왜 이래? 제네레이터가 나갔나?”

“야, 이놈아, 차 관리 좀 잘하지? 오랜만에 가족끼리 나왔는데 이게 뭐냐?”


안철용이 잔소리를 할 때 창 밖을 보고 있던 유미가 이상한 말을 했다.


“오빠, 밖을 봐! 다른 차들도 모두 섰어!”

“뭐, 설마?”


계기판을 보며 다시 시동을 걸려고 하던 지오가 고개를 들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왔다.


“화창한 봄날을 맞이하여 여러분을 광란의 질주로 초대합니다. 킬킬, 킬킬킬!”


최근 들어 자주 듣던 루시퍼의 목소리!


“광란의 질주래!”


광란의 질주! 이것도 휴거게임의 미친 이벤트 중 하나다.

이 이벤트는 유명한 독일의 라히리스 아우토반에서 1,000km를 4시간 안에 통과하는 말 그대로 정말 광란의 질주로 시작됐다.

그 다음 미국의 최초 대륙횡단고속도로인 루트66(Route66), 프랑스의 지하 터널에 건설된 듀플렉스 A86 같은 세계의 유명 고속도로에서 진행되었다.


세계 유명 고속도로에서 주로 발생했던 광란의 질주 이벤트가 한국에서 최초로 지금 발생하려는 것이다.


그것도 강변북로에서!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이벤트가 따라다니는 거야?’


지오는 각성을 하고부터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하루에 두 탕을 뛰기도 했고, 오늘까지 포함하면 일주일 사이에 이벤트를 세 건이나 뛰는 셈이다.

정말 뉴스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말도 안 되는 경우였다.

누군가 이벤트를 통해 지오를 죽이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휴겜스가 나를 안 좋아하나?’


지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창공을 날아다니는 루시퍼 보이의 모습이 보였다.


“이벤트에 참가하는 차량은 총 123대. 결승점은 30km 전방에 있고, 제한 시간은 3시간 되겠습니다. 이번에는 좀 재밌게 설계를 해 놓았으니까 기대를 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보상도 푸짐합니다. 1등은 전설, 2등은 영웅, 3등은 희귀 등급의 아이템 박스를 드립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킬킬, 킬킬킬!”


자동차 지붕 위와 앞 유리에 반투명한 창이 생기고 검정색 숫자가 떠올랐다.

앞 차 지붕에 81이란 숫자가 보였고, 지오의 차 앞유리에는 83이란 숫자가 HUD 디스플레이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하늘엔 대형 전광판 같은 이벤트의 스톱워치가 등장했다.



[03:00:00] [30.0km]



그리고 갑자기 도로가 울렁거리면서 4차선 도로가 고무줄처럼 옆으로 쭈욱 늘어났다.


맙소사!


123대의 차들이 레이스를 앞둔 경주차처럼 1열 횡대로 나란히 섰다. 그러니까 4차선이 123차선으로 늘어난 것이다!


“오 마이 갓! 이걸 어떡하지?”


안철용의 어쩔 줄 몰라 하는 목소리 뒤에 카운트를 세는 루보의 목소리가 들렸다.


“쓰리, 투, 원, 제로! 스타트!”


자동차에 시동이 돌아오고, 몇 대의 차들이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보상에 욕심이 난 사람들이 속도를 내는 것이다.

지오는 보상에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휴거게임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살아남는 것이다.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살아남는 것! 이것이 이 이벤트에 임하는 지오의 최종 목표였다.


“지오야, 우리도 출발해야지!”


마음이 다급해진 방소희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오가 부드럽게 엑셀을 밟았다. 지오의 차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처음 5km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주어진 차선을 그냥 빠르게 달리면 되었으니까. 그러나 성산대교를 가기 전에 차선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콰쾅! 쾅콰광! 쿵쾅!


옆 차와 부딪쳐 튕겨 나가는 검은색 세단, 도로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승합차, 그 차를 피하지 못하고 박아버리는 흰색 외제차.


도로가 한순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자율주행시스템을 끄고 수동 모드로 전환한 지오는 운전 경력 3년 동안 최고로 집중해서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영업을 하다 보니 매일 차를 몰고 다녔고, 이곳 강변북로는 지오에게는 아주 익숙한 길이었다.


이렇게 넓지는 않았지만!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만, 아차 하는 순간 네 식구가 함께 이 세상을 떠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정신을 집중해서 운전을 했겠는가?

아찔한 순간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하며, 지오의 등줄기에는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61차선으로 줄어든 5km 지점부터 라이울프를 탄 오크들이 나타났다. 라이울프는 1톤 트럭 크기의 회색 늑대인데 이놈을 오크가 타고 다녔다.

덩치도 커다란 늑대가 눈빛이 얼마나 무서운지 파랗게 빛나는 눈빛만 봐도 웬만한 사람은 오줌을 지릴 것만 같았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송곳니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라이울프 한 마리가 두 발로 흰색 자가용을 잡고, 고기를 물어뜯듯 자동차의 천장을 물어뜯었다.

다른 라이울프는 앞발을 들어 달려가는 빨간 소형차의 본네트를 장난치듯 할퀴었다. 그 충격에 튕겨 날아간 자동차가 도로 위를 서너 바퀴 구르다가 멈춰 섰다.


도로 곳곳에서 라이울프들이 달리는 자동차를 멈춰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부서진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해치지는 않았다.

지오는 브레이크와 엑셀을 연이어 밟고, 핸들을 조금씩만 좌우로 움직이며 간신히 라이울프를 피해서 운전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5km를 지난 지점부터 1km 간격으로 차선이 계속 줄어들었다. 61차선이 30차선이 되고, 20차선이 되고, 10차선이 되더니 서강대교를 지날 때에는 5차선이 되었다.


지오는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닦을 겨를도 없었다. 10km를 달리는데 마치 한 시간을 달린 기분이었다.


콰앙!


앞서 가던 관광버스 한 대가 라이울프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고 멈춰 섰다. 라이울프는 뒤로 나자빠졌고 그 위에 타고 있던 오크 한 마리가 붕 떠서 하늘을 날았다.


쾅!


재수 없게 그 오크가 지오의 차 본네트 위에 떨어져서 차가 폭탄을 맞은 듯 크게 흔들거렸다.


“으악!”

“꺄악!”

“지오야!”


지오는 당황하지 않고 핸들을 꽉 잡고 방향을 유지하며 계속 달렸다. 왼쪽 사이드미러에 8시 방향에서 라이울프 한 마리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저놈에게 걸리면 작살이다!


지오는 전방과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빠르게 훑어보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8시 방향에서 달려오던 라이울프가 지오 가족이 탄 차의 왼쪽을 스쳐 지나갔다.


지오가 들이마셨던 한숨을 내뱉으려는 순간.


“꽈앙! 쩌저저적!”


라이울프에 탄 오크가 던진 도끼가 운전석 앞 유리에 박히며 유리에 거미줄처럼 금이 생겨났다.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지오는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앞을 보고 이야기 좀 해주세요! 이쪽은 아무것도 안 보여요!”


조수석에 앉은 안철용이 앞을 보며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래, 앞, 앞에 큰 늑대, 2시 방향!”



작가의말

5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루는 긴 것 같아도 한 달은 왜 이리 빠른지...!

힘찬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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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저건 사다리 게임인데? +2 24.05.29 8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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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버스는 절대 타지 마세요! +4 24.05.28 98 10 12쪽
43 43. 어! 아니, 이 여편네가······? +4 24.05.27 90 10 12쪽
» 42. 여러분을 광란의 질주로 초대합니다 +1 24.05.27 94 8 12쪽
41 41. 선물을 하나씩 드리죠 +3 24.05.26 98 10 12쪽
40 40. 헬칸 파티 만세! +3 24.05.26 99 10 12쪽
39 39. 제발 좀 뒈져라! +4 24.05.25 101 10 12쪽
38 38. 증거 있어? +4 24.05.25 98 10 11쪽
37 37. 이건 PK가 아닙니다 +3 24.05.24 96 10 12쪽
36 36. 계란 하나 먹고 가자! +3 24.05.24 9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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