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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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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7 16:3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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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893

작성
24.05.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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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7. 이건 PK가 아닙니다

DUMMY

독을 먹었다고 쇼를 했던 민수련은 은빛의 가늘고 긴 레이피어로 리자드사우르스의 다리에 있는 비늘 사이를 찔렀다.

덩치가 큰 그레이트 소드라도 리자드사우르스에 비하면 이쑤시개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인데, 레이피어는 그냥 바늘로 코끼리 다리를 찌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레이피어에서 하얀 기운이 흘러 들어가자 리자드사우르스가 괴성을 질렀다.


“크엑!”


절벽 앞에서 솔미의 목에 칼을 들이댔던 강혁은 망토를 펄럭이며 창공을 날아다녔다.

한 마리 성가신 파리처럼 리자드사우르스의 머리 주변을 날아다니다가 금빛 검으로 한쪽 눈을 공격했다.


늪지대를 지난 후부터 헬칸 길드를 속이며 함께 왔던 여만기는 커다란 도끼로 리자드사우르스의 발꿈치를 찍었다. 저 도끼는 지오 일행과 함께 올 때는 인벤토리에서 꺼내지도 않은 아이템이었다.


다른 한 명은 불 속성 마법사인지 파이어볼을 리자드사우르스의 입 안으로 던져 넣고 있었다.


지오는 인벤토리에서 리자드사우르스의 알을 꺼냈다.

이걸 어떻게 가져갈까 고민을 하다가, 혹시나 해서 인벤토리에 입고를 시도했는데, 그 커다란 알이 인벤토리 한 칸에 들어가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지오는 리자드사우르스의 알을 여만기를 향해 굴렸다.

높이 1.5m의 알은 무게도 상당히 무거웠다. 하지만 지오가 있는 곳의 지대가 조금 높아서 알은 한 번 밀었는데도 잘 굴러갔다.


데굴데굴, 데구르르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알이 제대로 굴러가는 걸 본 지오는 친절하게 위험을 알려주었다.


“만기야, 알 굴러간다아~!”


지오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여만기가 도끼질을 멈추고 리자드사우르스에게 떨어져나왔다.

눈을 크게 뜨고 눈동자를 굴리던 여만기의 눈에 자신을 향해 굴러오는 커다란 녹색 물체가 보였다.

여만기는 커다란 도끼를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굴러 오는 알을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퍼억!


쩌적, 쩌저저적!”


여만기의 도끼 한 방에 그 단단하던 알이 깨졌다.

천태용이 빌려준 영웅 등급의 그레이트 엑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게 그 네 사람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파란 달과 함께 창공에 떠 있던 리자드사우르스의 머리가 알이 깨어지는 소리가 난 곳으로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녹색 알이 깨어져 있고, 그 안에서 녹색과 파란색의 내용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와 땅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리자드사우르스의 입에서 분노에 찬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왠지 조금 구슬프게 들리는!


“꾸아아아아아앙!”


리자드사우르스가 깨어진 알이 자신의 알인 것을 알아본 것이다.


“저 새끼, 왜 저래?”

“누가 치명타라도 넣은 거 아냐?”


아무것도 모르는 강혁과 민수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찢어지게 벌어진 리자드사우르스의 입안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아래로 떨어진 검은 연기는 금세 주변을 안개처럼 뒤덮었다.

검은 안개에 휩싸인 네 사람은 숨을 들이켜는 순간 입안에 불을 삼킨 것처럼 뜨거움을 느끼며 그대로 숨을 내뱉었다.


“크흡!”

“우욱! 뭐야, 목이······!”


얼굴과 피부가 따끔거리고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며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마치 생화학 무기에 노출이 된 것 같았다.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으으악! 몸이······!”

“사, 살려줘!”


검은 안개는 지독한 독무(毒霧)였다.

리자드사우르스의 독 브레스는 원래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비기.

하지만 자신의 알이 깨진 것을 보고, 너무 분노한 나머지 최후의 비기를 미리 꺼내 버렸다.


리자드사우르스는 독무 뒤에서 서서 자신의 소중한 알을 깨뜨린 인간들이 한 줌의 핏덩어리로 변하기를 기다렸다.


뒤늦게 나타나던 참가자 한 명은 그대로 검은 안개 속에서 쓰러졌지만, 세 명의 파티장은 독무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이들은 나름대로 GG에 몇 번이나 참가했던 베테랑들. 그리고 후원자에게 얻은 비장의 아이템이 있었다.


강혁은 비행 스킬이 내재된 브라운색 망토를 휘날리며 슈퍼맨처럼 위로 솟구쳤다. C등급 각성자인 그가 이렇게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것은 바로 한광수가 대여해 준 영웅 등급의 마법 망토 때문.


민수련은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냉기 마법을 펼쳤다. 그녀의 손목에 차고 있는 두 개의 팔찌가 얼음처럼 차가운 빛을 발했다.

그녀의 손에서 발사된 하얀 냉기가 독무를 얼리며 독무 속에서 한 사람이 지나갈 만한 터널을 만들었다.


그녀가 냉기 속성의 마법사이긴 하지만 이건 C등급의 위력이 아니었다.

이런 대단한 마법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이지혜가 빌려준 영웅 등급의 아이템 덕분. 바로 냉기 속성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켜 주는 투란토의 팔찌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구멍으로 뛰어가며 다시 한번 양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여만기는 발을 한번 구르더니 아래로 푹 꺼지듯 사라졌다. 그의 특성은 대지 속성의 정령사! C등급이라 지진 같은 것은 일으키지 못하지만 자신이 도망갈 수 있는 땅굴 정도는 팔 수 있었다.

천태용에게 받은 영웅 등급의 그레이트 엑스는 지금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



한편 헬칸 파티는 검은 독무가 깔리는 것을 보고 복수의 시간이 도래했음을 느꼈다.


“자, 모두 나가서 놈들의 마지막은 우리가 보내주자!”

“알겠습니다. 제발 살아서 나와라! 내 손으로 끝장을 내 줄 테니까!”


하윤이가 창을 꼬나쥐고 흉포한 기세를 드러냈다. 하지만 수진이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선배! 죽일 거야? 저기 드론이 날아다니는데!”


수진이는 살인 이후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했는데, 살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아마 저들은 이 GG를 주관하는 GGG 이벤트 회사와 미리 음모를 꾸몄을 거다. 나가서 그 증거를 찾아야지!”


가장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솔미가 단호하게 말했다.


“수진아, 죽이기 싫으면 넌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죽일 테니까!”


솔직히 이번만큼은 지오도 솔미가 무섭게 느껴졌다.

겁이 많은 솔미가 사람을 죽이겠다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줄이야! 하긴 착한 사람이 배신을 당하면 더 독해지는 법이다.


네 사람은 독무 앞까지 걸어가서 간격을 벌리고 섰다. 검은 독무에 가려 그 거대한 리자드사우르스도 보이지 않았다.

각자 무기를 꺼내서 앞을 겨냥한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검은 안개를 뚫어지게 노려봤다.


그때 검은 안개 속에서 금빛 칼을 든 남자가 브라운색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 위로 솟구쳤다. 그걸 본 솔미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가 내 목에 칼을 겨누었지. 이번에는 내가 네 목에 화살을 박아 주지!”


쒜앵!


하얀 빛의 화살이 창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솔미의 말대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강혁의 목에 솔미의 화살이 박혔다.


“컥!”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목이 뚫린 강혁은 한 손으로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평정심이 깨어진 그는 비명과 함께 검은 독무 속으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


검은 독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 안에서 누군가 뛰어나온다.

하윤이는 들고 있던 바르나울의 창을 내질렀다. 붉은 창이 정신없이 뛰어나오는 여자의 복부에 그대로 들이박혔다.


“커헉! 네놈이 어떻게······?”


하윤이를 본 민수련의 얼굴에는 고통과 의문이 공존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하윤이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뭐, 독을 먹어서 배가 아프다고? 내가 독도 먹여주고, 진짜 배도 아프게 만들어 주지!”


민수련은 자신의 배에 박힌 창을 붙잡고 눈을 매섭게 치켜떴다. 그런데 하윤이를 노려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이 커졌다.

그 눈동자에는 노란색 불덩어리가 점점 크게 확대되었다.


“꺄아아악!”


민수련의 얼굴에 노란 불이 붙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미친 듯이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며 독무 속으로 뛰어들었다.


“꺄아아아악!”


독무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비명을 들으며, 파이어볼을 날린 수진이가 입술을 씰룩거렸다.


“나쁜 년! 넌 생긴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어!”


지오는 땅 밑으로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했다.

문득 늪지대에서 여만기가 탈출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대지 속성의 정령사.

가증스러운 여만기를 생각하자 지오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눈매가 매썹게 변했다.


지오가 서 있는 자리 바로 옆에서 흙이 솟구치며 무엇인가 불쑥 튀어나왔다.


“푸하! 살았다!”


땅 위로 올라와 크게 숨을 들이켜는 여만기의 귀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남을 속이고,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 돈을 벌면 밤에 잠이 잘 옵니까?”


퍽!


순간 여만기의 머리가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갔다. 휘청거리는 여만기의 배와 가슴에 지오의 주먹이 연달아 날아들었다.

켈베로스의 발톱에 칼날이 보이지 않았다. 칼로 단숨에 죽이기에는 지오의 원한이 너무 깊었다.


지오에게 맞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난 여만기는 어느덧 독무의 바로 앞에 섰다.


“이건 PK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정당한 복수니까요!”


지오가 몸을 회전시키며 발차기를 날렸다. 지오의 발에 맞은 여만기가 뒤로 나가떨어지며 독무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기절을 했는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네 사람이 모두 죽었는지 주위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흘렀다. 독무가 할 일을 마친 듯 서서히 옅어지며 사라졌다.

독무가 깔렸던 땅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는 네 개의 붉은 웅덩이가 있었다.

살점은 다 녹았고,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은 불에 탄 것처럼 재가 되어 흩어졌다. 엉망이 된 무구 몇 점과 하얀 뼈만이 붉은 웅덩이 속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하윤이가 침을 삼키며 지오에게 물었다.


“선배, 저 아이템들 우리가 가지면 안 될까요? 제법 좋아 보이는데요.”


지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이템이 조금 욕심이 나긴 하지만, 저들도 좋은 것은 분명 후원자들이 지원을 해 줬을 것이다.

여만기의 말을 들었던 지오는 괜히 가지고 나가서 남 좋은 일 시켜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도 헬칸 파티를 위험에 빠뜨렸던 파티의 후원자. 그들은 알게 모르게 분명 이 일에 관여되어 있을 것이다.


“안 돼! 저것들도 후원자에게서 빌린 것들이야! 괜히 우리가 그들에게 비싼 아이템을 찾아줄 필요는 없잖아?”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거군요. 넵,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예 못 찾게 어디에 숨겨 버릴까요?”


지오가 대답을 하려는데, 평소와 다른 솔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흥, 다 죽었나 보네! 나쁜 놈들!”


하윤이는 아직도 분이 안 풀리는지 성질을 냈다.


“선배! 그놈들이 다 죽은 겁니까? 아니 이러면 반칙이지! 내가 내 손으로 다 죽이려고 했는데!”

“그만해라, 하윤아, 하늘이 우리를 대신해서 그들에게 천벌을 내린 것이다. 죽었으니 됐다.”


하윤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오를 쳐다봤다.


“네? 그럼 저 괴물이 하늘인 겁니까?”


시답잖은 하윤이의 말에 지오는 말문이 막혔다. 이럴 때는 또 해결사가 따로 있다.


“야, 넌 말귀를 그렇게 못 알아듣냐?“


1년 선배인 수진이가 앙칼지게 하윤이를 나무랐다. 그랬더니 머쓱해진 하윤이는 딴 소리를 했다.


“선배, 우리도 저 독 안개에 휩쓸리면 저렇게 되는 것 아닙니까?”

“저 스킬은 쿨타임이 1시간이니까, 쿨타임 돌아오기 전에 빨리 끝내면 돼!”


리자드사우르스의 독 브레스에 쿨타임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아냐고 물어볼 만도 한데, 이제는 아무도 지오에게 그런 것을 묻지 않았다.

세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아포칼립스에 대기업인 아이제이에 입사를 할 정도면 굉장히 우수한 인재들이다.

그들이 지오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할 리는 없었다.

단지 믿고 있는 동료이고, 이 파티의 리더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빨리 가죠! 선배.”


겁이 없는 하윤이가 또 앞장을 섰다.


헬칸 파티가 드디어 보스 몬스터 공략에 나섰다.




작가의말

이제 잘 겁니다. 독자님들도 굿잠 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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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저건 사다리 게임인데? +2 24.05.29 8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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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버스는 절대 타지 마세요! +4 24.05.28 98 10 12쪽
43 43. 어! 아니, 이 여편네가······? +4 24.05.27 90 10 12쪽
42 42. 여러분을 광란의 질주로 초대합니다 +1 24.05.27 93 8 12쪽
41 41. 선물을 하나씩 드리죠 +3 24.05.26 98 10 12쪽
40 40. 헬칸 파티 만세! +3 24.05.26 99 10 12쪽
39 39. 제발 좀 뒈져라! +4 24.05.25 101 10 12쪽
38 38. 증거 있어? +4 24.05.25 98 10 11쪽
» 37. 이건 PK가 아닙니다 +3 24.05.24 96 10 12쪽
36 36. 계란 하나 먹고 가자! +3 24.05.24 9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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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너희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4 24.05.23 100 10 11쪽
33 33. 지금 몰래 카메라 찍는 거죠? +3 24.05.22 10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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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같이 좀 가면 안 되겠습니까? +4 24.05.21 9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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