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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술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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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글이술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7
최근연재일 :
2024.07.07 16:3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10,607
추천수 :
1,011
글자수 :
645,893

작성
24.05.25 09:15
조회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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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1쪽

38. 증거 있어?

DUMMY

IGV 영등포점의 특별관.

앞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스크린은 온통 새까맣기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뜻밖의 사람들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던 관객들의 입에서 반전을 알리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 아니 쟤들 아직 안 죽었던 거야?”

“어라, 헬칸이잖아? 하긴 죽는 장면은 안 나왔었지!”


최혜원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여기에 있는 세 연놈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데, 그런데 안 죽고 살아있다고?


‘그런데, 쟤들 지금 뭘 하려는 거야? 지금 저 검은 안개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려는 거야?”


다행히 네 사람은 독무 앞에 멈춰 서서 서로 간의 간격을 벌렸다. 마치 독무를 포위라도 하듯이!


헬칸 파티의 권솔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은빛 활의 시위를 당겼다. 하지만 그녀의 혼잣말은 극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귀에는 잘만 들렸다.


“네가 내 목에 칼을 겨누었지. 이번에는 내가 네 목에 화살을 박아 주지!”


조금 전과는 다른, 아주 차가운 표정을 한 그녀의 말은 얼굴 표정만큼이나 무서웠다.


권솔미가 하늘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화면이 화살의 궤적을 따라 움직였다.


“어! 강혁인데?”


한광수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 무섭게 강혁의 목에 하얀 빛의 화살이 꽂혔다.


“아니, 저년이 강혁에게 화살을 쐈어! 야, 최혜원! 이게 무슨 짓이야?”


최혜원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시킨 일도 아니고, 권솔미가 왜 강혁에게 화살을 날렸는지 이유를 몰랐다.

방금 그녀가 한 말을 들었지만 그 한마디만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강혁을 비춰주던 메인 화면은 강혁이 검은 안개 속에 사라지며 까맣게 변했다.

그리고 잠시 후 까만 화면에 터널 같은 것이 생겨나며 그 속에서 나오는 여자가 보였다. 천하제일 파티의 파티장 민수련이었다.


이지혜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역시 민수련이야! 이런 독 안개 따위에 쉽게 죽을 년이 아니지! 저년이 생긴 것처럼 얼마나 독한데!”


하지만 이지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수련의 배에 붉은 창이 들어와 박혔다. 헬칸 파티의 나하윤이 창으로 민수련의 복부를 찔렀다.


“뭐야? 이건 PK야! 반칙이라고! 최혜원, 네가 시킨 짓이지?”


최혜원이 아니라고 말을 하려는데 스피커에서 귀에 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독을 먹어서 배가 아프다고? 내가 독도 먹여주고, 진짜 배도 아프게 만들어 주지!”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서슴없이 말을 하던 나하윤이었다.

권솔미와 나하윤의 말을 들은 최혜원은 두 사람의 말을 조합해서 빠르게 상황을 추리했다.


안 그래도 친구 같지도 않은 친구들이 무슨 음모를 꾸몄고, 그래서 헬칸 길드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를 조합해 보면, 다른 파티가 독을 먹어서 배가 아프다고 쇼를 했고, 프리스트인 권솔미의 목에 칼을 겨누고 헬칸 길드를 협박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최혜원이 이지혜에게 한마디를 하려고 하는데, 스크린에 너무 끔찍한 장면이 나와서 말이 쏙 들어가버렸다.


노란색의 파이어볼이 날아와 민수련의 얼굴을 덮쳤다. 민수련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날뛰다가 검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극장 안에는 계속해서 그녀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꺄아아아악!”

“아, 안 돼! 저년을 키운다고 내가 얼마나 투자를 했는데!”


이지혜는 죽어가는 민수련이 불쌍하거나 안타까운 게 아니라, 자신이 거금을 투자한 장난감이 너무 일찍 망가지는 것을 아까워했다.


그때 최혜원이 이지혜를 불렀다.


“지혜야, 나는 이런 일을 시킨 적이 없다. 내 생각에는 너희들이 꾸민 음모에 당했던 헬칸 파티가 살아나와서 자신을 속이고 죽이려 했던 참가자들에게 정당하게 복수를 하는 것 같은데?”


이지혜는 콧방귀를 끼고는 눈을 치켜뜨고 최혜원을 노려봤다.


“흥, 뭐? 우리가 음모를 꾸몄다고? 증거 있어?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가 음모를 꾸몄다는 증거를 가져오지 않으면 방금 벌어진 일은 부당한 PK로 간주해서 헬칸 파티는 실격 처리하고 GG 참가 자격을 박탈당할 거야!”


증거!


최혜원은 어떻게 증거를 찾을지 머리를 굴려야 했다.


화면에 갑자기 땅바닥이 나타났다. 땅 속에 두더지라도 있는 것인지 땅바닥이 위로 조금씩 일어나며 일직선을 그렸다. 그러다 흙이 한꺼번에 위로 솟구치며 한 남자가 불쑥 위로 올라왔다.


그 남자의 정체를 확인한 천태용이 박장대소를 지었다.


“으하하하! 여만기, 역시 살아있었군! 나이는 좀 들었지만 그만큼 노련미가 있단 말이야!”


천태용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그의 말이 끝나자, 스피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을 속이고,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 돈을 벌면 밤에 잠이 잘 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섬뜩한 느낌이 천태용의 뒷골을 강타했다.

메인 화면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우측 세 번째 화면에는 여만기의 옆에 서 있는 안지오가 보였다.

그리고 그가 여만기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여만기의 머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돌아갔다. 정신을 못 차리는 여만기에게 장갑을 낀 안지오가 달려들어 정면에서 마구 주먹을 날렸다.

샌드백처럼 맞기만 하던 여만기의 몸은 덜썩거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천태용이 입에 게거품을 물고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다.


“저, 저, 저 새끼는 헬칸 파티장이지! 아니, 저 새끼가 왜 우리 만기를 때리는 거야?”


천태용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화면에서 지오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이건 PK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정당한 복수니까요!”


지오가 시원하게 뒤돌려차기를 해서 여만기를 검은 독무 속으로 보내버렸다.


“만기야! 여만기! 정신차려!”


천태용이 고함을 쳤지만 그런다고 화면 속에 있는 여만기의 귀에 그게 들릴 리는 없었다.

흥분한 천태용에게 최혜원이 한마디를 던졌다.


“저 사람이 헬칸에게 안 좋은 짓을 했나 보네! 방금 들었지? PK가 아니고 정당한 복수라고 하잖아!”


천태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최혜원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흥! 그걸 헬칸 파티의 말만 듣고 어떻게 믿어? 자신들이 하는 짓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수도 있지! 지혜 말대로 혜원이 네가 증거를 찾아와야 할 거다. 아니면 우리는 헬칸 파티가 PK를 한 걸로 여길 테니까!”


최혜원의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혔다.



***



독무가 걷히고 나서 거대한 리자드사우르스를 향해 걸어가는 헬칸 파티.


“음! 뭔가 좀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공기가 좀 습하고 끈적한 느낌이야!”


수진이와 솔미는 대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호수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리자드사우르스가 다가오는 새로운 인간들을 보았다.

하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비록 독 안개는 사라졌지만, 이곳의 대기에는 자신의 독이 흩어져 있었다.

독에 약한 인간들은 조금 있으면 알아서 도망가거나 죽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이들이 리자드사우르스의 알을 먹고, 독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것을 리자드사우르스가 알 리는 없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헬칸 파티는 순조롭게 공격을 시작했다.

이젠 나름 손발이 척척 맞았다. 하윤이와 지오가 다가가는 동안 솔미와 수진이가 먼저 원거리 공격을 날렸다.


코르넬의 스태프에 이어 마력을 늘려주는 코르넬의 팔찌까지 착용한 수진이의 파이어볼은 색깔만 노랗게 변한 것이 아니고 크기도 커졌다. 주먹 두 개에서 수박만큼!


리자드사우르스가 가만히 있는 덕분에 수진이는 놈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파이어볼을 맞췄다. 하지만 그건 너무 거대한 놈의 가슴에 노란 점 하나가 찍힌 것뿐.


리자드사우르스는 뭔가 따끔한 느낌에 흠칫하더니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탁 쳤다.


쾅!


수진이의 파이어볼은 그 손짓 하나에 사라지고 말았다.


솔미의 목에 찬 에스트리드의 목걸이에서 황금 별이 빛을 발하고, 알테마스의 활에서 하얀색 화살이 날아갔다.

말은 화살이지만 하윤이가 들고 있는 창과 비슷한 크기였다. 하지만 너무나 거대한 놈에게는 화살이나 창이나 모두 바늘로밖에 안 보였다.


그래도 솔미는 머리를 굴려서 놈의 눈을 노리고 화살을 날렸다. 백발백중 옵션 덕분에 화살은 놈의 왼쪽 눈으로 정확하게 날아갔다.

그런데 리자드사우르스의 눈에도 눈꺼풀이란 게 존재했다. 비늘로 덮여 있는 눈꺼풀이 솔미의 화살을 튕겨냈다.


조금 후에 모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놈은 드래곤도 아닌데 비늘이 엄청 단단했다. 무슨 특수합금으로 만든 비늘인지 웬만한 공격은 비늘에 스크래치도 내지 못했다.


어쨌든 눈에 화살을 맞을 뻔한 놈이 짜증을 냈다. 귀찮은 듯 별로 움직이지 않던 놈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하기 위해 돌아섰다.

가까이 다가온 하윤이를 밟기 위해 발을 들어 내리찍었다.


쿠우웅!


고층 빌딩이 무너지는 소리가 나며 대지가 뒤흔들렸다. 하윤이는 여유 있게 놈의 발바닥을 피했지만 땅이 흔들리는 바람에 넘어질 뻔했다.

리자드사우르스는 다가오는 지오를 향해 꼬리를 흔들었다.


쒜애애애앵!


공기가 찢어지는 파열음이 들리며 녹색 KTX가 지오를 향해 날아왔다. 이건 꼬리가 아니라 기차 같았다.

속도도 엄청났다. 시속 300km는 아니겠지만 100km는 충분히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야수감각이 있는 지오는 기차에 치여 죽지는 않았다.


강력한 만큼 감각에 잡히는 부분도 선명했다. 그리고 켈베로스의 발톱을 착용하고 있기에 야수격투술을 발휘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가진 상태!

가뿐히 놈의 꼬리를 피하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앞서 간 하윤이가 창을 들고 놈의 발등을 찍고, 블링크를 연속으로 사용해서 위로 올라가 종아리를 찔렀다.

여기저기를 쑤신다고 쑤셨지만, 코끼리 다리를 바늘로 쑤시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코끼리라면 따끔거리기라도 했을 것인데, 이놈은 온몸이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어서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지오의 손에는 이번에 준비한 브류나크라는 새로운 무기가 들려 있었다.

많은 무기 중에 지오가 이걸 선택한 이유는 보스 몬스터 같은 강력한 몬스터에게 한방을 날릴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기 때문.


할버드는 창에 도끼가 달려 있는 무기다.

무려 영웅 등급이니 날카롭고 단단하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창대의 길이에 도끼의 무게까지 있으니 칼날로 찌르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브류나크를 들고 야수처럼 달려간 지오가 놈의 뒤꿈치에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이얍!”


깡!


이건 분명 쇠와 쇠가 부딪칠 때 나는 소리?


‘어라! 무려 영웅 등급의 무기가 깡이라니?’


지오가 준비한 회심의 무기 브류나크는 놈의 비늘을 깔끔하게 절단하지 못하고, 겨우 흠집만 냈다.



작가의말

다음 화는 오후 3시 이전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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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이건 PK가 아닙니다 +3 24.05.24 95 10 12쪽
36 36. 계란 하나 먹고 가자! +3 24.05.24 9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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