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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26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10.23 10:00
조회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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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마지막 백반 2

DUMMY

국밥. 백반. 두 단어 모두 마음에 들어.


단어 어감이 좋아. 괜찮은 백반집이 집 근처에 있는 건 축복이지. 철마다 알아서 반찬도 바뀌고. 국도 바뀌고. 나는 콩나물국이나 미역국도 괜찮지만, 이런 식당은 주인 본인이 지루해서인지 꼭 뼈 같은 거 넣어서 푹푹 삶아주는 날도 있지.


애들은 음식도 유행하는 거 따라가지만, 나도 애라면 애지만 그냥 백반에 더 필요하지 않다. 공장에 와서 몸도 덜 쓰면서 꽤 먹어서 몸이 둔해졌다. 몸이 둔해지면 불안하다. 다시 목숨 걸고 뛰어야 할 때가 올까 봐. 산에서 날 잡아 뛰는 날은 연속 20km도 뛰었다. 쓴 물이 넘어와야 안심이다. 완전히 쓰러져야 만족했다.


주인장 나이 좀 있으시고 일하는 게 좋다. 큰돈 안 바라고 하는 그런 식당, 좋지. 브랜드나 주 종목 없이 장사하기 힘들 텐데. 이런 식당이 집 앞에 있으면 좋겠다. 가마솥에 잔뜩 끓여 메뉴를 고를 필요도 없는 곳. 주문은 단순, 하나? 둘? 세 분이네!


그나저나 이상하다. 주인아주머니, 아니 할머니? 느낌이 딱 붙어 있다. 아마도 저 분이 나를 진심, 좋은 마음으로 대하고 있나 보다. 나는 친구를 통해서 ‘온기가 듬뿍’ 분출하는 할머니를 본 적 있다.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할머니. 눈이 그렇게 따스했다. 나는 왜 없나 부러웠다. 어려서 부친에게 물어봤을 때 뭐라고 대답했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 이야기가 좀 길었고 난 이해하지 못했다.


“리모컨 그 아래 있어요... 술은 안 자셔?”


밤에 일하고 퇴근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아니지, 복장이 이러하니, 공부하다 나와서 밥 먹고 소주 한 병 까고 자는 학생으로 생각하는구나. 옷을 입었으면 그 역할을 하라고.


“괜찮습니다. 공부할 게 남아서요.”


다시 침묵. 말을 잇기 싫다.


“식당은 조용한 게 무서운 법이에요. 하하.”


문득, 급하게 텔레비전이 부각된다.


음... 없어. 방송 다 돌려봐.


없어... 뉴스에도 안 나오고 긴급 자막에도 없어. 탈영병 소리가 없어. 아직 보고 안 했나? 보고는 했으나 보도통제인가. 조용히 해결하자 이거군. 상관없어. 하긴, 무장군탈 정도 돼야 나오지. 비무장 탈영병을 뉴스에서 내주겠어? 한둘이 아닐 건데. 트럭은 곧 남해안고속도로 타나? 10km 이상 이격했으니 밥만 먹고 가자.


하지만 서둘러. 그 핸드폰이 오래 머문 기지국 근처에서 차로 돌며 정찰하다 이 식당을 발견하면 상이점을 느낄 수 있다. 공장에서 여기 온다면 역발상으로 내 입장에서 볼 거다. 어쩌면 기만인 거 바로 눈치챌 수도 있지. 나름 ‘수사’ 공장이니까.


인터넷 뉴스가 먼저 떴으나 텔레비전에 안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뉴스는 보나 안 보나 똑같은 것. 뉴스는 뉴스의 세계에서만 뉴스인 것. 뉴스 인터넷 유튜브만 감시하는 애들도 있지. 그런 애들 어떻게 근무하나 몰라.


우린 알아. 저 뉴스들은 실제 세상의 절반도 반영하지 않아. 언론은 태생부터 소멸까지 통제될 뿐이야. 소멸. 언론이 소멸이 될 수 있나? 그럴 수도 있지. 이제 미디어감시반은 주로 인터넷을 뒤져. 검색만으로도 상당한 정보가 나오지.


젓가락을 들어 볼까...


나에게 음식은 먹을 만한 것과 못 먹을 것, 두 가지로 구분한다. 먹기 힘든 음식이란 없다. 어려서부터 그런 적이 별로 없다.

‘음...’


먼저 나온 반찬 오독오독 씹으면서 텔레비전 보는 것도 맛이야.

화면에 고관대작들만 나오지 않으면 말이지...

뉴스가 바뀌면서 아나운서가 열변을 토한다.


또... 또...

‘또 지랄 똥을 싸는구만.’


저런 걸 믿나? 저 뉴스의 배후에 뭐가 안 보이나? 저걸 그대로 믿나?


믿겠지. 그러니까 저런 방송 저런 뉴스도 하지. 그러니까 언론이 권력이야. 뇌가 빈 사람들을 끌고 가는 요술피리 나팔수.


[뉴스는 소수 똑똑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다수를 위해 만들어진다. 언론사는 그 유도하는 방향으로 돈을 버는 이익단체다. 고로, 식자층이 뉴스를 아무리 비판해도 상관없다. 그 소수 식자층이 여론을 선도하지도 못할뿐더러, 식자층도 종종 뇌의 전원을 끈다. 한번 속도를 타면 피아가 단체로 뭉쳐 뉴스를 타고 질주한다. 언론은 양으로 지배한다. 언론은 진실 자체가 아니라 속도와 방향이다.]


눈이 있으면 봐. 저 뉴스를 맹신하는 앵커의 자신만만함. 터지는 사건들을 보면서 이면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세상 웃기는 일은, 저런 뉴스를 봐도 자신과 연결을 못 시키는 사람들이지. 사람들이 객관화로 뉴스를 못 봐. 뉴스가 눈 먼 소들을 끌고 가네. 뉴스와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겉돌아. 떠 있어. 반복되는 제목이 모든 것이야. 이미 화를 내면서 뉴스를 클릭하니까. 그러니 제대로 된 비판을 못 하고 남들의 비판에 의존하다 확 쏠리기도 하고.


나도 따로 교육을 받기 전에는 몰랐다.

뉴스는 지루하고 따분하고 항상 똑같다.

그러나 교육은 눈을 바꿨지.


똑똑한 보수정치는 대중보수를 조종하고

똑똑한 진보정치는 대중보수에게 애걸한다.


적지 않은 무식한 사람이 없으면 현대정치는 형성조차 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무식한 사람이 없으면 언론은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다만 자기가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정치는 형성된다. 본 것을 자기가 증거까지 본 것처럼 믿는다. 그럴 때 옆에서 계속 떠들어주면 과속이 생긴다. 정치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식한 사람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누가 떠드나. 연단에서는 우리를 내려다보며 올곧게 살라고 한다. 그렇게 좆같이 꾸며 말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해봐. 너 집안에 돈 좀 있냐? 공부 못하면 큰 꿈 꾸지 말고, 큰 사업할 생각 말고, 큰 대출 받을 인맥이나 수법 없으면 시도하지 말고, 아는 척하지 말고 월급이나 받아! 어디 너 따위가 이성이란 단어를 주절거려. 확 꼬매벌라.


그래봤자 넌 직장에 붙어 있을 생각이나 해. 어디 좆도 가난한 것이 보수 흉내를 내고 대가리 든 것도 없으면서 진보 흉내를 내냐. 이런 말은 아무도 못 하지. 어느 쪽이든 그쪽의 소수 엘리트에게 조종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어? 우린 항상 휩쓸리는 거야. 보수나 진보다 광분할 소리지.


진짜 권력자와 부자는 진보든 보수든 내색하지 않아. 또한, 상대의 성향이 무엇이건 이익을 위해 뭉쳐. 적당히 벌 거 없는 놈들이 상대의 성향을 따지고 훈계하려 들지. 그래, 힘을 가진 휴먼들은 그것이 진보건 보수건 아무, 아무~~~ 상관없어. 돈이 되면 되는 거야. 선거철 되면 알아서 각자 찍는 거고.


가난한 놈이 내신과 학력고사 점수도 낮아?

성격 개 같은 새끼가 교회까지 나가?


[이미 넌 결정되었어. 이 사회에서 개천의 용이란 없어.]


이런 거 그냥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말해주라고. 나중에 충격받는 모습 불쌍하지 않아? 넌 좆도 아무것도 안 될 확률이 높다. 가난한 데다 용감하게 공부도 못해. 그게 너의 미래야. 머리가 깨이면서 자영업으로 대박을 고대해. 상상으로라도 벗어나고 싶으니까. 곧 너에게 불법과 범죄사 손짓할 거야. 성공의 흉내라도 내라면 그거밖에 없거든.


그냥 너의 쭈쭈바만 쭉쭉 빨면서 착하고 올곧게 살아라... 그렇게 애들에게 가르치란 말이야. 자, 이렇게 말하고 나서 착하게 살라고 해야지. 그냥 착하라고만 하면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자꾸 길바닥에 나가서 외치게 되잖아.


[너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하는 잉여적 유기체야.]


하지만 괜찮아. 세상 잘 돌아가. 우리가 그런 놈들만 잡아 족치면서 속도를 유지해주면 세상 신기하게 돌아가지. 이 세상은 귀 막고 입 막고 눈 막고 사는 사람 천지. 브레인들이 새빨간 거짓말을 떠들어도 반은 믿어. 많이 떠들면 반도 더 믿어. 이 노브레인 바보도 반으로 나뉘지. 알고도 참는 바보와 진짜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그래. 직설적으로 하란 말이야. 바보들에게 그냥 뺑끼통에 찌그러져 던져주는 찌꺼기나 주워 먹어라 하라고. 차원이 다르지. 더 큰 세상은 돈놀이가 다르지. 권력 놀이야. 좀 가지면 뭔 짓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다. 몰라? 유전자유 무전노예.


나라고 좆밥의 세상이 마음에 들겠냐.

‘그래서 난 오늘, 드디어 나섰다.’


무슨 짓을 해도 탁상 밑의 나에게 던져주는 찌꺼기가 내 행동을 막아왔다. 우린 그 밑에서 포복한다. 난 견딜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기억나지 않지만, 차라리 기억하지 않는 편이 괜찮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 좆도 없으니까.


우리를 컨트롤하고 지배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부정직하다. 돈과 자리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그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려고 목숨을 걸지. 보수당을 지지하면서 똑같이 못 하고 도덕을 찾는 미친 놈들이 있어. 보라고! 그냥 따라 해! 그러면 돈이 벌려! 나 빼고 비인간적으로 다 밟아! 돈과 직위를 위해서는 친형도 제껴! 조카가 돈 달라고 하면 담가버려! 돈은 1촌에게만 준다! 그 1촌도 까불면 국물도 없다. 누구를 믿는다는 것 자체기 이 바닥에서 출세하는 길이다. 내가 튀면 모두 등을 칠 놈들이다.


진보라는 이유로 자잘한 모순을 못 본 체하고, 보수라는 이유로 자잘한 모순을 못 본 체하는, 그러면서 뻔뻔하게 거짓말도 못 하면서 아직도 욕망을 지우지 못한 채 자기 인생 한탄을 정치적 입장에 거는 인간들. 외치는 구호와 달리 ‘나는 왜 이렇게 가난해!’ 외치는 것 같다. 모르냐? 왜 그런지 정말 모르냐?


나서지 않는 놈들은 배후에, 앞에는 꼬붕이 나서지. 보면서 모르나. 저렇게 24시간 뉴스를 틀어주는 세상에서? 머리 나쁜 나도 아는데. 하지만 속고 속고 또 속는다. 그래서 우린 지배당할 운명이다.


세상은 이래왔던 거다. 세상은 이런 거다. 이성 같은 까는 소리는 없는 놈들이나 하는 소리다. 이젠 내가 못 참아. 더러워서 너희들을 좀 건드려주겠다. 왜냐하면, 진심으로, 내가 왕이기 때문이다. 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어떤 개새끼가 이걸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성직자야? 돈 싫어? 남들이 설설 기는 자리 싫어? 정말 그렇다면 정말 순수한 바보군. 그런 순수 바보는 인정한다. 그런 사람은 절대로 안 건드린다.


이제 고귀하신, 법 잘 다루는 고귀하신 분들에게 맡기고, 나는 이제 ‘더티 해리 법’에 따른다. 더러운 놈은 나와 상관없어도 좀 때려도 돼. 좀 찔러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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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백반 2 20.10.23 123 3 11쪽
28 마지막 백반 1 20.10.22 147 3 11쪽
27 공장의 하루 2 +1 20.10.21 136 5 8쪽
26 공장의 하루 1 20.10.20 164 6 13쪽
25 돼지 도살 4 20.10.19 141 4 11쪽
24 돼지 도살 3 20.10.17 135 4 9쪽
23 돼지 도살 2 20.10.16 151 4 11쪽
22 무인 산악에서 3 20.10.15 142 5 9쪽
21 무인 산악에서 2 20.10.14 141 5 10쪽
20 무인 산악에서 1 20.10.13 188 5 10쪽
19 사랑할수록 2 +2 20.10.12 143 5 10쪽
18 사랑할수록 1 20.10.10 175 6 10쪽
17 돌아오지 않는 퇴근 20.10.09 186 7 11쪽
16 추억은 아름다워 20.10.08 181 7 14쪽
15 돼지 도살 20.10.07 212 6 14쪽
14 산에서 온 남자 10 20.10.06 216 7 11쪽
13 산에서 온 남자 9 20.10.05 199 8 11쪽
12 산에서 온 남자 8 20.09.30 217 6 11쪽
11 산에서 온 남자 7 +2 20.09.29 199 8 12쪽
10 산에서 온 남자 6 +2 20.09.28 22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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