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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18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10.17 10:00
조회
134
추천
4
글자
9쪽

돼지 도살 3

DUMMY

“몰라? 다 보고 받잖아.”


“왜 그러십니까?”

“진짜 어떤 사건인지 알고 싶어.”


뭘 놀래고 지랄이야. 내 꿈이 음지 양지 지하실에서 북에서 훈련받는 애들 내용 상세하게 다 읽어보는 건데. 이런 거 궁금한 사람이 나 혼자인가? 왜 없겠어.


“네??? 그건 안 됩니다.”

“그래? 그럼 말어. 심심해서 물어본 거야. 기도해. 끝내자.”

“정말 이러실 겁니까? 사람 죽이려고 왔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 생각 길게 안 해.”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그건 왜 궁금하십니까?”


“그냥.”

“나도 출근해야 봐야 합니다.”


“긴 소리 말아. 안 되면 말아.”

“출근해서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상상이 과도하다.”


“그럼 저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지금 핸드폰으로 보내라고 해.”


“그 재판 보안사항입니다. 재판도 비공개였고 열람도 보안으로 묶여 있습니다.”


“안 되면 말고.”

“안 됩니다. 규칙상 못합니다. 서류가 산더미입니다.”

“야....”

“......”


“전산화가 안 됐다고? 80년대냐? 워드 파일로 안 돼 있다고?”

“하지만 지금 어떻게 그걸 보내달라고 합니까. 1급입니다.”


“1급.”

“남산도 달라고 못합니다. 정식 절차를 밟아야 열람이 가능합니다.”


“남산은 예술관으로 바뀌었고.”

“하여간 국정원도 못 봅니다. 그건 국가정보 심문기록입니다. 파일에도 락이 걸려 있어요.”

“법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니가 못 보는 것도 있어?”


아직도 말뿐이라고 생각하네. 왜 인생의 묘미를 몰라. 가진 게 많아? 관리할 게 많아졌어?


이거다 저거다 두 개 말고, 그냥 걸어 보라니까.


역시 가지면 약해지는구만. 돈을 펑펑 쓰던 놈이 있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건달 비슷한 놈이었는데. 리스도 아닌 충격적인 외제차를 몰고 나타나서 돈 정말 물처럼 썼어. 보나마다 불법이지. 총판 하나 잡는다고 그렇게 못 써. 그래서 저축 안하냐 했더니 은행에 넣으면 추적당한다고.


종목은 모르지만 무리로 뭘 하는 것 같아. 그렇게 돈 쓰는 사람 처음 봤네. 그냥 거의 가져라, 가져라. 카드 안 써. 다 현금. 그래서 내가 그랬지. 차라리 진공포장해서 돈을 묻으라고. 이미 했대. 그 놈이 그러더라. 집에 현금 쌓아놓는 것처럼 사람 불안한 게 없다고. 집이 걱정돼서 물도 안 들어간다고. 금이나 무기명채권으로 돌려놔도 그렇게 불안하다고. 산에 묻어도 불안하다고. 자꾸 산에 가서 확인하게 되고, 불안해서 자꾸 집으로 가서 확인하게 된다고.


그럼 됐지 왜 그러냐고 했지. 녀석이 그러더군. 자기는 반드시 빵에 간다고. 어차피 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그래서 빼앗기기 전에 쓰는 거라고. 체포되면 땅에 묻은 거 빼고 죄다 국가 헌납. 찾는 데 선수들이 또 형사와 세무서라고. 그리고 묻어도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 결국 어느 정도 불라고 쇼부가 들어온다고. 심지어 묻은 곳 추적할까봐 자동차 GPS도 끄고 다닌다고.


그래서 왜 하냐고 물었지. 답은 간단했어.


가난이 지긋지긋하고 돈 쓰고 싶다고. 잘하면 칼 맞고 죽을 수도 있지만 할 거라고. 써보고 죽고 싶다고. 그래. 그거야.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거. 걔는 가난이었지. 난 별로. 있어서 나쁠 거 없지만.


당신은 왜 인생의 묘미를 몰라. 높은 자리 오르니 지키고 싶은 게 많아졌어? 죽는 게 무서운 거야, 죽고 나면 니가 만든 게 털리거나 다른 놈이 가지는 게 불안한 거야? 억울한 거야?


“뭐 하나 배팅을 해봐. 목숨 걸고. 쪼잔하게.”


반응이 온다.


“나 당신에게 무조건 막 하는 거 아냐.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는 거 인정해. 막말은 안 하겠어. 내가 당신을 골로 보내도 예의는 차려주지. 왜 이러냐고? 바라는 게 뭐냐고? 난 진실을 보이라는 거야. 진실한 모습 딱 한번. 지금도 진실하지만 쬐에끔 부족해. 내가 일부러 그 사건을 알고 싶어서 여기에 온 거겠어?"

"..."


" 그냥 꺼내봤어. 당신이 부정하니까 더욱 관심이 기울여지네. 당신이 못한다니까 더욱 관심이 가네. 그래! 당신은 정말 연수원 선서처럼 살았어? 부당거래 없었어? 유착 없었어? 날 똑바로 봐. 모든 걸 정말로 공정하게 하고 살었어? 분명히 말하지만 인터넷도 발달한 이 세상에서 당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뉴스만 봐도 알아."

"..."


“말하고 싶겠지. 그렇게 말하고 싶을 거야. 아니면 자기 인생이 부정되는 거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지. 당신 수준은 이제 옳다 그르다 수준도 넘어섰지. 정말로 믿잖아? 돈이 신인데 무슨 정의가 필요해. 그러다 한번 쯤 생각이 안 들어? 이게 바로 구라다. 내 인생도 사실은 그저 그런 놈이다. 그런 생각 안 하지? 다시 묻는다. 정당하게 살았어?”

“......”


“양심은 있네.”

“어떻게 말하든 당신은 거슬리다 할 것 아니오.”


“아니, 난 단순하게 공명정대 만을 묻는 거야. 어떤 사건이다, 증거를 들 필요도 없어.”


“사람 이상하게 만들지 마시오.”

“너 이상한지 20년 넘은 거 같은데.”

“무시합니까?”

“응. 무시해.”

“이상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그래서 나는 그 증거를 보이라는 거야. 너의 불법을 내 앞에서 해보라는 거야. 존나게 해놓고 그거 한번을 더 못해? 내가 돈을 달랬어? 당신이 자신의 불법을 인정하는 증거로 그 조서를 보여줘. 핸드폰으로 받아서 내 핸드폰으로 쏴. 내 핸드폰을 조회할 필요는 없어. 다른 사람으로 나올 거니까. 전혀 조회가 안 되는 사람으로 나오니까.”


“무슨 말입니까. 어디 소속이십니까?”


“들어. 인정 못하겠어? 못 보내? 지금 사무실에 있는 장급에게 통보해서 그걸 못 받는다고? 세상이 그렇게 바보 같아? 난 그저 인간적인 모습을 한번 보고 싶을 뿐이야. 아, 너도 사람, 나도 사람. 그런 거. 나에게만은 그 권위와 위엄을 딱 한번만 버리라는 거야. 왜 돈 있는 놈에게만 주냐. 공평하지 못하게. 왜 높은 놈들에게는 이것저것 다 보여주면서 나는 안 돼! 차별 하냐?"

"..."


" 그거 본다고 내가 뭐 돈이 벌려? 재미 삼아 한번 보고 말지. 그 공판은 무 관중이었잖아. 그걸 딱 한번 보면 고스란히 난 사라져. 그게 조건이야. 내가 기자나 대기업 만도 못하지? 다 주잖아. 나도 그런 특권을 한번 누려보고 싶은 거야. 최고의 빽으로.”


“혹시, 양지는 아니죠?”

“거기가 이런 짓을 해서야 만 볼 수 있는 데야? 이미 다 봤겠다.”

“나도 안 봐서 어떤 극비가 걸려 있는지 몰라요. 보내줄지도 모르고.”


“그냥 요약본. 짧은 거.”

“똑같이 취급됩니다.”


“뭐가 이리 복잡해. 하지 마! 그만해! 사람 차별하네!!! 하여튼 대가리 든 놈이나 빈 놈이나 몽둥이가 약이여. 그래. 끝까지 사람 차별하네.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뼈가 부러지고 눈이 멀어야 아익쿠 세상이 이거구나 알지! 뚱뚱한 새끼, 산에다 끌어다 묻으려면 힘깨나 써야겠다. 기도해. 유언해.”


“잠깐만요.”

“그럼 하나 더.”

“예?”


“어차피 안 해줄 거, 하나 더. 공판이 아니라 수사기록.”

“그게 길이가 얼만데.”

‘요약본 없어? 상관할 때 보고하는. 아니면 판결문.”


퀴즈 : 신고해! 와서 싹 다 불 질러 버릴 거니까. 그런다고 신고 안 할까? 신고 안 하겠습니다, 여기까지만 하고 가면 신고 안 하겠습니다. 봐주면 절대로 신고 안 하겠습니다... 그런다고 신고 안 할까?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러면, 알았다, 믿고 간다. 신고하지 마라... 그럴까? 그것만 가르쳐주면, 그것만 주면 널 해하지 않겠다... 이것도 똑같은 말이지. 어떤 사람은 카드 비밀번호만 주면 살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줬다. 그리고 살해당했다. 범인이 은행이 가보니 비밀번호는 가르쳐준 것이 아니었다. 카드가 먹통 됐다. 공범이 없고 혼자라서 그렇게 됐다. 카드 비밀번호를 믿었던 거다. 진실하게 말하는 것 같아서. 피해자는 봐준다는 말을 처음부터 안 믿었다. 내가 죽더라도 내 돈까지 가져가는 건 못 보겠다, 가짜 번호를 알려줬다. 막상 위험 앞에 있을 때는 다 좋게 말한다. 그러면 가해자나 피해자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누구나 알고 있다.


“신고 안 하겠습니다.”


“음... 그래? 어, 사람 믿을만하게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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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추억은 아름다워 20.10.08 181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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