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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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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글자수 :
35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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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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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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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무인 산악에서 2

DUMMY

잘 모르겠다.


“올라가서 매달리면 더 무섭다. 하지만 저건 허당이다. 밑에서 보니까 직벽으로 보일 뿐. 등반인들은 바위만 평평하면 45도보다 가팔라도 손 안 쓰고 걸어서 올라간다. 70도도 암벽등반 아니다."


"암벽등반이라 칭하려 하면 기본적으로 직벽이다. 직벽에서 약간만 각도가 누워도 훨씬 편하다. 그 각도 약간이 엄청 편해진다. 이건 악과 깡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정확히 배워야 한다. 정확히 기본요령을 터득하고 그걸로 숙달해야 한다. 깝짝거리다 죽는다. 몸이 워낙 좋다고 바위를 잘 타는 게 아니다. 경험해야 한다. 고수들은 힘을 거의 안 쓰고, 초보는 온몸이 경직되어 5미터도 진땀이 난다.”


상상이 안 가는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현재 상태로는, 바위 중간에서 정 추락할 정도로 힘이 빠지면 륙색을 벗어 밑으로 던져라. 총은 세상 어떤 상황이라도 버리면 내가 죽여 버린다. 다만, 숙달되기 전에 빨리 안 오른다고 닦달하지 않는다. 일단 낮고 경사진 놈부터 성공하다보면 생각보다 안 무섭고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성공해보면 저건 정말 껌이다. 농담 아니다. 등반학교 한 달이면 여자도 금방 오른다. 김자인이면 20초도 안 걸린다. 농담 아냐.”


죽을 수도 있다는 지옥은 여러 번 맛봤지만 암벽은 진짜다. 기술과 머리가 없으면 추락해 죽을 수도 있다.


“낙법 치기에는 많이 높지, 그쟈?”


전에 추락해 병신 된 놈 있다고 경고했다.


“초크를 휴대할 수는 있으나 꼭 가지고 다닐 필요 없다. 만약 유사시에 필요로 할 것 같으면 송진을 구해서 말려라. 송진가루가 기본적으로 손에 바라는 초크다. 송진을 발견하면 손바닥에 얇게 펴서 바른 다음 체온으로 가만히 놔둬 말려. 딱딱해지면 손을 부비면서 가루로 만들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로 빻는다."


"나도 사회에서 바위 탄 적이 없다. 지금 너희들 악력이 강하다고 홀드에 매달릴 손가락 끝 힘이 강한 것이 아니다. 그런 악력 저기 매달리면 금방 증발한다. 악력기 200개를 하는 악력과 온 체중이 매달리는 안력은 좀 다르다. 여러 근육들이 그 자세에 적응을 하고 손은 끝에 걸기만 하는 거다. 따로 연습해야 한다. 잘하고 싶으면 철봉에 손가락 끝으로 매달리는 연습을 해라. 턱걸이를 중간의 세 손가락 끝만 걸고 연습해라. 손가락 끝으로 나무에 오르는 연습을 해도 된다.”


체조 후에 자세 연습. 좀 기울어진 곳에서 곰 자세로 버티기. 받은 교육 중에 가장 편하다. 체조를 이렇게 낮은 회수로 한 것이 처음이다. 아무래도 위험은 하다는 거지.


“잘 기억해. 붙으면 죽고 떨어지면 산다. 복창.”


“붙으면 죽고 떨어지면 산다!”


“바우에 붙으면 미끄러져 떨어지고, 떨어지면 발끝 손끝 네 개로 지지력이 생긴다. 흘러내리다가도 정지한다. 바위에 몸이 붙으면 네 군데 지지력이 약해진다. 즉, 바위를 밀면 모든 하중이 네 개에 직각으로 걸리고 미끄러지는 건 막는다. 슬립! 미끄러지면 곧바로 네발로 기는 모양으로 버텨야 한다. 바위를 민다고 생각해라. 밀면서 바위에서 떨어지면 발에서 먼저 마찰력이 생긴다. 보통사람은 미끄러지려할 때 겁이 나서 바위에 붙으려고 한다. 그러면 더 미끄러진다. 추락한다. 벽에 박힌 못에 90도 밑으로 각이 걸려서 하중을 버티듯이, 슬립이 일어나면 오히려 바위를 밀면서 몸이 바위에 90도로 손발 끝으로 버틴다. 90도 각이 하중을 가장 잘 견딘다.”


HALO 자세로 손발 끝 네 개로 버티기.


“슬립! 밀어!”

"그만."

“슬립! 밀어!”

"그만."


“눈은 항상 홀드를 찾고, 손으로 잡을 홀드와 발로 디딜 홀드가 양발 양손에 걸리도록 하라. 기본적인 코스에서 난이도가 생기면 손발 세 군데로 버텨야하는 지점이 온다. 이 코스에는 3점 자세에서 점프 구간이 없다. 빨리 올라가려고 멀리 있는 홀드를 노리지 마라. 중간에 하나가 있으면 그 중간을 잡아라. 급격한 자세는 급격하게 힘이 빠진다."


"팔다리를 직선으로 쭉 폈을 때를 100으로 보면, 바위를 타는 도중 팔과 다리가 100에서 70 이상 멀리 길게 잡으면 근육에 힘이 빨리 떨어진다. 계단으로 치면, 빨리 올라가겠다고 두 계단을 뛰어오르는 것보다는 잦은걸음으로 두 번에 나누어 게 오히려 속도도 빠르고 안 지친다. 똑같은 이치다. 팔이 너무 멀리 잡고 안간힘을 쓰면 금방 퍼진다. 아따, 바위 충분히 말라가네.”


태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바위는 도망갈 데 없어!. 중간에 내릴 수도 없어! 그냥 떨어져 뒈지는 거야. 잠시 쉬고 싶어도 100% 힘을 빼고 쉴 수가 없어. 그건 인공등반이나 안전벨트가 있어야 가능해. 왼손 오른발. 오른손 왼발. 이런 패턴이다. 손이 먼저 잡고 끌거나 - 다리를 밀어 손이 홀드는 잡는 것 두 가지다. 피치 못해 멀리 잡을 때는 오른손을 뻗을 때 왼발이 쭉 펴서 밀어야 몸이 가장 길어진다. 자유하강으로 내려올 때는 역순이다.”


가장 강압적이지 않으면 난감한 교육이었다.


“힘들다고 홀드에 무릎을 대고 지지하지 마라. 잘못하면 체중에 눌려 무릎연골 나가버린다. 바위에 무릎을 대는 버릇을 들이면 날카로운 바위에 무릎 연골이 찍혀 찢어질 수 있다. 힘들다고 홀드에 무릎을 대고 하중으로 누르면 금방 다친다. 팔이 쉬려다 무릎 나간다. 무릎은 기본적으로 바위에 대는 게 아니다. 이와 똑같이 팔꿈치도 대는 거 아니다. 둘 다 좀 쉬고 싶어서 나타나는 동작이다. 기억해. 가장 안정적인 자세는 평지에서 곰이 손발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양이다.”


1번이 오른다.


“홀드가 불안하면 톡톡 쳐봐. 그래서 흔들리면 죽음의 홀드다. 그거 잡았다가 슬립! 추락해 해골 깨진다. 시범을 잊어. 안전이 최고다. 빨리 오르는 것은 좋으나 추락에 유의하고, 동작을 빨리 하는 것보다 눈으로 홀드를 빨리 찾는 게 전체적으로 빠른 거다. 모양이나 위치가 애매할 때, 어떤 동작으로 헤쳐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때 머리가 빠바박 돌아야 돼! 오늘 도전할 저기에 그러한 애매한 자세가 나오는 곳이 두 군데 있다.”


첫날, 교육생 5명 중에 손톱이 세 명 부러졌다. 바로 그 두 군데에서 버둥거리다 공포에 젖었고, 물에 빠진 사람처럼 아무 거나 잡으려고 바위를 긁다가 손톱이 부러지고 갈린다.


나는 7미터쯤에서 ‘오도가도’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맨몸으로 오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임업공사는 항상 ‘훈련은 어중간하지만 실전에서 잘해봐’ 그런 거 없다. 수영만 맨몸으로 시작해주고, 땅에서 산에서 하는 모든 건 항상 침투베낭을 지고 한다.


“오늘은 저걸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위에서 선배들이 동작을 못할 때 말로 가르쳐줄 거다. 그 말을 들으면 먹통 난 대구빡이 금방 돌아가 거다. 너는 안 보이지만 밑에서 보면 처음 하는 사람도 보인다. 중간에 매달리면 대가리가 멍해져. 긴장하고 무서워하면 머리가 개털된다. 침착해야 다음 자세와 홀드가 보여. 긴장하고 떨어질까 겁을 먹으면 그런 게 안 보여. 오늘은 오전 3회 성공해야 하고 시간을 측정하진 않는다.”


생각했다. 인공암벽 부대에 설치하고 먼저 가르쳐주면 어디 덧나나.


부대는... 바깥사람이 최대한 안 들어오게 자체로 해결하려 한다.


“개인이 끝나면 3인조 연속등반이다. 잘못 디뎌서 낙석!...이 일어나 대가리 빵꾸난 놈 많다. 내 손이나 발에서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 ‘낙석!’ 밑에 사람에게 경고하라. 아랫놈 죽을 수도 있다. 낙석을 피할 때만 머리를 바위에 붙인다.”


골프나 야구나 암벽이나 그 모든 것이나 힘 빼고 하는 데 3년이라.


“인공등반은 등강기 등반까지만 배운다. 하지만, 등강기 로프 등반도 선등자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므로, 이것부터 시작한다. 너희가 이걸 마스터한 뒤에 너희 자신이 올라 로프를 설치하고 등강기 등반을 한다.”


작렬하는 태양. 니가 매달리건 말건 퉁명하게 차가운 바위. 바위 면. 냉기를 뿜는 돌이 내 얼굴 정면에 있다. 매달렸다. 베낭은 생각보다 밑으로 끌지 않으나 손가락 끝이 압착기에 넣고 프레싱으로 눌러 찌는 것 같다.


손가락으로 홀드를 잡을 때 서두르다 크진 않으나 손을 베였다. 이 따위 부상 같지도 않은 것은 아프건 말건 항상 무시하지만, 피가 자꾸 흘러서 미끄러워 짜증이 난다. 연신 하의에 피를 문지르고 다시 잡는다. 한손으로 매달려 버틸 때 힘이 죽죽 빠져나간다. 베낭이 무거워 힘든 것이 아니라, 하중이 무릎으로 집중되는 것이 정말 빡빡하다. 무릎 위쪽 근육을 가래떡을 당기듯이 열불이 나고, 몸과 군복 사이 공간에 열기가 펄펄.


눈. 홀드. 두 홀드의 거리. 생각보다 잡을만하다. 위에 손가락을 거는 것은 편하나, 문손잡이를 잡듯이 움켜잡는 것이 힘들다. 홀드는 외관이 아니라 직접 잡아봐야 안다. 문제는, 손으로는 괜찮으나 - 위로 올라서 거길 발로 디뎌 지지할 때, 거의 군화 끝에 약간만 걸린다는 거다. 발에 전체 하중이 걸려서 갑자기 깨질까봐 불안하다. 손가락 하나 크기에 발끝으로 지지하려니 발가락에 쥐가 날 것 같다.


과장님 말대로 겁이 나니 섬뜩 섬뜩 바위에 붙고 싶어진다. 붙었다간 슬립이다. 괴롭히려고 가르쳐주는 기술이 아니다. 이건 ‘정말’ 가르쳐주는 거다. 쳐지는 기분이 들면 바위를 밀고 손과 발로 바위를 긁듯이 버틴다. 그럼 신기하게 걸린다. 약간 흘러내리다가 4점 중 하나가 걸리기 시작하면 다른 것도 걸리기 시작하면서 2-3-4 걸리면 슬립이 멈춘다.


‘이게 가장 쉬운 코스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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