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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16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10.05 10:00
조회
198
추천
8
글자
11쪽

산에서 온 남자 9

DUMMY

그날 이후 알았지.


‘세상에 안 무서운 놈은 없다.’


그중에는 체력과 기술이 현격하게 좋은 애들이 있어. 나 또한 그런 놈들과 붙었을 때 이리처럼 늑대처럼 끝까지 버티며 달려들었어. 그 잘하는 놈과 다음에 붙을 때는 몇 대라도 더 때렸지. 졸업 시점이라도 여전히 격차는 존재해. 하지만,


‘내가 저놈과 목숨 걸고 싸운다면?’...


간단히 볼 놈이 하나도 없는 거야. 전문적인 운동과 시합은 안 해봤지만 모르는 놈은 불편한 거다. 운동선수도 모르는 사람은 겁이 날 걸. 혹시 모르니까. 붙으면 눈썰미로 금방 간파하고 곧 패기 시작하겠지만, 모르는 놈은 일단 겁이 안 날 수가 없어.


눈깔 똑바로 뜨고 달려드는 놈. 뭘 어느 정도 하는 줄 모르니까. 그래서 고수와 하수가 붙어도 고수는 항상 간파의 시간을 가져. 어설퍼도 강한 주먹을 가진 사람도 존재해. 때리지 않고 상대가 치는 걸 보면서 주시해. 수준을 파악해. 또한, 실력 좋은 놈이 럭키 펀치로 갈 수도 있는 거야. 운동을 전혀 안 한 놈이 맷집이 좋을 수도 있어. 간파하고, 패턴과 공간이 보이는 순간 강하게 보내는 거지.


저 멀리 그림자. 날 바라보고 있다.

난 아직 뒤통수를 만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뒤통수를 만지면 조장이 뒤에서 니킥으로 옆구리를 부러트릴 거다.

2대 1은 자존심 상하지.


큰 키. 거구. 뭔데?... 하하.


헬스 + 보충제. 벤치 스쿼드 몇 kg이냐? 무게 나보다 한참 높겠다.

한 세트 들고 40초 휴식. 1분 이바구 까다가 말이 길어져 3분도 되지.


이제 넌 블록 레스너처럼 경험을 시작하는 거야 이? 바로 지금. 힘과 체력이 강하겠지. 그래서 넌 해골을 골라 맞아야 돼. 이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뼈가 붓는 걸 경험하는 거야. 철 덩어리 벤치 100 드는 놈이 50 드는 놈에게 가는 거야 이? 이게 뭔지 모르겠지? 좆만한 놈이 대드는 내 꼴이 같잖지? 그래.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오늘 이후로 넌 싸움 좀 하게 되는 거야.


‘안 가립니까?’


‘우린 뭘 해도 돼. 눈을 다치건 뼈가 부러지건 상관이 아냐. 그런다고 안 죽어. 목숨만 붙어서 들고만 오면 돼. 산 채로 넘기기만 하면 돼. 갈비뼈는 좀 적당히 갈겨. 부러진 늑골이 폐 찔려서 뒈진 적 있다. 뭐, 또, 죽으면 뭐 어쩌라고. 국가의 적이야. 죽어도 돼. 살아서 도망치면 책임져라.’


“가라고 했다!”


이 새끼가 왜 안 움직이지? 이렇게 눈을 응시하는데 넌 뭐 속이 없냐? 니가 날리면 나도 때려도 돼. 신호가 안 왔다고 다 참아주는 거 아니니까. 너보다 한참 작은 놈이 댓자로 나오니까 아리송하냐? 난 싸우려고 쳐 본 적 없고, 죽이려고 쳐왔다 새끼야. 넌 표적 맞다. 귀 모양을 보고 인증되었다. 하지만 신호하지 않는다. 나 혼자로 하겠다. 붙으면 조장이 바로 달려오겠지. 그 짧은 순간에 보내고 싶다.


“야! 나 너 잡으러 왔어.”


“......”


“나를 때려눕히면 도망갈 수 있어.”


자. 시작해볼까?


먼저 날려봐. 니 원터치를 쪼개봐...


“어이 존나 씹새끼. 넌 쳐다보는 거 밖에 모르냐!?


One, two, three, let’s go

저 우주 위로 날아갈 듯 춤추러 가

Dance the night away


오늘이 마지막인 듯

소리 질러 저 멀리

Dance the night away

Dance the night away


‘밥에 뜸도 안 들었는데 이게 진짜. 안 일어나?’


무당이 이런가. 나는 타오른다. 계속 춤을 추고 싶다. 작두 위를 길길이 뛰며 칼춤을 추고 싶다. 아직 안 끝났다. 어떻게 여기서 끝내나. 내 주먹이 화로에 담근 것 같다. 속에서 타오르는 것. 뭐냐. 죽여 버리고 싶다. 피를 보고 싶다. 앞뒤 없다. 넌 죽어야 돼.

왜 갑자기 이러냐. 너 죽을 수도 있어. 정신이 나갔어? 안 나갔잖아! 그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 이제 널 가만 놔두는 거냐. 이건 싸움질 같은 게 아냐. 감히 날 보고 웃다니.


“일어서.”


고개를 돌려 내 다리라도 물어뜯어. 정강이 살을 씹고 복사뼈를 바득바득 씹어. 날 병신으로 만들어! 안 억울하냐? 이게 다야? 넌 그냥 주먹다짐을 원했냐. 떠바리 크니까 인생을 건 싸움을 아직 안 해봤구나. 너 같은 놈은 샤킬 오닐 만나면 그 앞에서 양손으로 자지만지면서 고개 조신하게 숙이냐? 안냐세요 이람서? 나는, 너나 샤킬 오닐이나 “적!” 선언하면 똑같다. 죽이기 위해 돌진한다. 내가 죽는 건 내가 생각 안 한다. 내 생사는 조국에 있다. 그냥 간다. 낭심. 명치. 목젖. 눈. 손바닥으로 턱을 올려쳐 치아가 바수수 떨어진다.


“이 좆같은 게!”


‘숨 가뻐... 이 새끼 누우니까 존나 기네. 길어.’


넘어진 놈을 보며 손이 허리를 더듬는다.


칼 없어.

지금 칼 쓸 때도 아니야.

역작용.


역시, 인간 모르는 거다.

싫은 것을 또 하고 싶은 게 인간이다.


‘목을. 확 그냥~~~’


임업상사에선 밥을 무척 잘 줬다. 조리를 떠나서 고기를 풍족하게 줬다. 예전에는 그마저도 굶기고 힘들게 했다지만 이제 잘 먹인다. 하지만 부대 밖으로 나가면 미칠 정도의 추위와 허기에 시달린다. 비가 쏟아져도 코 골면서 잔다. 폭우 추위 쏟아지는데 바위 밑에서도 자고 동굴에서도 자고 엎으면 대충 가리고 잔다. 너무 피곤해서 가릴 여력이 없다.


죽도록 춥고 죽도록 배고프다. 뭐든 먹게 된다. 야생의 살아 있는 건 다 먹는다. 그래서인지 나갔다 들어오면 고기가 남을 정도로 준다. 다만 고기가 떨어지면 내 손으로 칼을 들었다. 어려울 것도 없다. 가축을 직접 키운다. 우리가 안에 있을 경우 직접 잡는다. 닭은 바로다. 발로 머리를 눌러서 다리를 잡고 확 빼버리면 어려운 거 없다. 털 뽑는 게 일일 뿐. 돼지도 잡았다. 두고 보면 교육이다. 보고만 있다가 조장 형의 지시를 받았다. 돼지의 근력이 인간의 기준과 전혀 다르다. 통나무 같다.


“모두, 다리 잡아!”

그리고 날 본다.

“야, 니가 따.”


난 칼을 들고 가서 돼지 목을 그었다. 먼저 찌르고. “더 목 깊이 질러!” 거기서부터 서걱서걱. 뜨거운 폭포가 쏟아진다.


“지금 써냐? 척추에 닿지 않게 숨통만 따.”


돼지의 눈을 보고 서걱서걱 그었다. 그때 문득, 사람은 이놈보다 훨 편할 거라 생각했다. 조금 찝찝했다. 생명? 이거였나? 사방이 시뻘건 것으로 물든다.


“엎어서 기울여. 목으로 피가 빠져야 돼.”


식판의 고기? ‘이놈이 그 놈이야?’눈빛이 기억난다.


괜히 했나 싶었다. 시켜서 한 거다. 시뻘건 액이 칼에도 묻고 옷에도 묻었다.


찝찝했다. 생명이라고, 우리 위장에 단백질을 공급하려고 내 손에 목이 따여서 산화하셨다. 싫었다. 싫다고 생각했다. 한번 했으니 됐다고 생각했다. 피가 다 빠지자 내는 선배가 그었다. 그게 정말 서걱서걱이었고, 그 안에서 쏟아지는 것에 허무? 우린 뭣을 통으로 본다. 돼지로 통으로 봤다. 헌데 배 안에서 우르르 떨어진다. 부랄 따는 것과 간을 잘라내는 것만 하고 식당에 넘겼다.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뜨거운 피가 자꾸 생각난다. 피를 부른다?


‘오늘 잡는다던데. 또 하고 싶지?’

‘시키면 합니다.’

‘안다. 피가 부르는 거.’


난 말문이 막혔다.


‘다 그런 건 아냐. 하지만 니 보니 알겠다. 너 척후 해라.’


종종 생각이 난다. 색깔은 빨간색인데 그 뜨끈뜨끈한 온도. 액은 액 자체가 살아 있다는 기분을 줬다. 이유를 몰랐다. 멧돼지도 노르고 노루도 노린다. 따스하다. 어떤 권한을 쥔 기분이 들었다. 우월하다? 긋고 죽죽 뿜고 비린내가 온다. 비린내는 비려야 비린내 아닌가? 난 좀 상큼하던데. 하여간 돼지도 좀 낡은 놈은 냄새가 지저분해. 어린놈은 풋풋한 풀냄새 같은 게 나.


“뭐 하냐!”


이 새끼. 이 돼지. 따고 싶다. 날이 들어갈 목살의 90가 눈에 들어온다...


조장을 보고 정신 차렸다.


“포박하고 실어. 무겁다 이거.”


뻘겋고 따뜻한 온도가 부른다. 감히 날 보고 조소를 해?... 넌 고기야. 큰 고기. 보충제 살코기. 오케? 이 씨발 새끼가. 이제 철질 관두고 MMA 배우든지. 너 가면서 보자. 눈깔에 방수제 해주지.


"야!! 그거 안 치워!!!“


쇠 절구. 포테이토 매셔. 계란을 깨고 싶어.


“잇, 쌔끼가 진짜...... 빨리!”


사이렌이 울리며 차가 질주한다

119 구급차에 누워 신음하는 자를 본 일이 있는가


그 사람은 과연 착한 사람일까

그렇게 누운 사람은 가여운 사람으로 봐야만할까

다쳐 누웠거나 죽어가는 사람은 측은한가


포박이 끝나고,

귀에 돌아온 아이들 웃음소리.

다시 한번!


One two three let’s go

소리 질러 저 멀리

Dance the night away

Dance the night away


‘누우면 다냐.’


난 인생이 연결되는 것이 싫다. 사건들은 끊어져 각각의 시공간이 돼야 한다. 문맥이 없어도 아무 상관없다. 그걸 인생이라고 연결하는 거 get the fuck이다. 내가 여기 들어오고 - 근무하고 - 나가고는 또 어딜 가지? 취직하나? 그렇게 연결되는 것이 싫어. 왜 그렇게 인과로 연결되어 있어야만 해? 왜 거기 질질 끌려가. 하나가 끝나면 각각의 별개의 장소에 뚝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전쟁과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가자. 어느 곳에서 내가 죽으면 그 이상은 없는 거지.


“그만 하라니까 새끼야. 병신 돼!”


과장. 놀래? 이게 놀랍습니까? 대리님도 노실래? 조장 형. 놀랍지 않지? 표정이 왜 그래. 2번. 넌 뭐냐. 이 새끼들이 인간 흉내를 내고 지랄이야. 그간 떠들 말과 행동을 생각해. 구라였어? 김일성 마빡에 대검을 꼽고 폭탄을 품에 안고 적진으로 뛰어단다며. 표정들 봐라 이 새끼들. 세상천지가 구라야. 세상천지가 가오야. 흐흐. 예상한 대로.


“싣지 말고 대.”


설마 이번에도.


“또 갠세이 칩니까?”

“아니, 요즘 대졸들 안 그래.”

“그럼 누가 인수합니까.”

“우리.”

우리? 사령부에서 직접?

“수사단입니까?”


과장이 갑자기 날 쳐다본다. 무언의 그 말을 문장으로 완성할 수도 없으나, 이 나이 먹은 사람 역시 나와 같은 종류. 느낌. 이미 날 쳤다.


‘어디 주둥이를 함부로. 너 뭐야.’


말은 없었지만 내 몸이 반응해서 살짝 뜨거워진다. 무의식적으로 난 벌써 반응하고 있다. 과장은 말로 무엇을 끝내지 않는다.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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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산에서 온 남자 8 20.09.30 21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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