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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31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10.13 10:00
조회
188
추천
5
글자
10쪽

무인 산악에서 1

DUMMY

“재미있냐?”


얼어붙는다.


“지금까지는 맛이나 보라고 한 거다.”


펑펑 뛰며 높은 곳에서 원샷으로 레펠 하는 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란 걸 배웠다. 특히 바위에서. 제한된 장비인 바로 이 로프 하나를 이용해서 펑펑...


“시범과 현실을 혼동하지 마.”


가장 먼저 매듭을 배워야 한다. 조교이자 훈련생이 돼야 남의 도움 없이 모든 걸 할 수 있다. 로프는 묶어주고 레펠만 타는 건 중요할 때 혼자 못한다는 거다. 그 아저씨가 와서 묶어주기 전에는 결국 못하는 거다. 매듭을 못 외우면 로프로 맞는 것이 전 세계 공통 교육언어.


매듭을 배운 다음에는 ‘결속’. 비슷비슷한 걸 외우고 묶었다 풀었다 하다 보니 로프가 몸을 많이 때린다. 매듭은 특수작전에 여러모로 꼭 필요하다. 바다 부대도 매듭은 필수다. 구라 치는 놈은 매듭을 시켜보면 된다. 특히 바다 부대는 수중 암흑 속에서 매듭이 가능해야 하고, 우리도 총기 분해결합과 매듭은 마지막에 눈 감고 연습하고, 모포 쓰고 하고, 밤에 불 끄고 시간 측정한다. 아카보총(AK) 분해결합 15초.


매듭이 끝나면 인간 하중을 견딜 확보물을 매듭하고 설치하고, 그 다음에 로프를 걸고 레펠 하는 것. 아니다. 레펠 자체가 실제에서는 하면 안 되는 거다.


천천히, 로프에 무리를 주지 말고 조용히 걸어서 하강한다. 그래야 로프에 최대한 무리를 주지 않고, 또한 조용히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 무조건 펑펑 뛰는 레펠은 시범이다. 전면레펠 역레펠은 건물 대테러 아니면 시범용, 최대한 도약해서 원샷으로 하강하는 건 헬기레펠에나 해당한다. 매듭과 함께 로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로프는 겉으로 수명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쓸 만한 로프는 비싸다. 로프는 또한 소모품이다. 눈으로 ‘어느 정도’ 가늠하여 사용하고 폐기한다. 얼마나 썼는지 메모를 써놓을 수가 없다. 이미 끊어질 놈을 눈으로 확인 못하면 매달리다 추락한다. 추락에서 살 인간은 공중부양이 가능하지 않은 이상 지구상에 없다. 꼭 신경써야할 게 적지 않다. 특수전부대는 장비점검부터 본인이 직접 꼼꼼하게 해야 한다.


‘좀 사용한’ 로프가 좀 위험할 시점에 - 바위의 날카로운 부분에 걸려 하중을 받다가 쓸리면, 그러면서 어느 하나 실이 풀리기 시작하면 로프는 끊어질 수 있다. 체중의 하중이 아니다. 넘어선다. 하중점이 폭이 좁은 작은 점과 일직선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매달려 좌우로 흔들리는 건 로프를 자르는 행위다. 나일론 로프는 겉감과 안감이 분리되면서, 겉감이 주르륵 빠져 흘러내리면서 골로 갈 수도 있다. 나일론은 무겁고 비싸고 - 그래서 최대한 쓰고 폐기하려 한다. 표면에 기름때와 함께 보풀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종료일이 가까워지는 로프다. 이 로프 사고는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한번 일어나면 사람 병신 되는 거 금방이다.


다른 종류 : 자연재질인 삼으로 된 로프와 비닐/플라스틱으로 된 딱딱한 로프가 있다. 삼과 화학재료는 꼬기로 만든 로프. 다용도 개인로프는 잘 휘는 꼬는 로프를 쓴다. 이런 종류는 제동은 좋지만 꽤 길게 나온 것이 없다. 나일론에 비해 좀 딱딱하고 하강이 잘 안 빠진다. 문제는 어느 길이만큼 대원이 휴대하고 작전할 수 있는 가에 있다. 어느 정도 무엇에 대비하는 가의 문제다.


우린 8자 하강기 맛만 보고, 하강기 없이 칼라비나 하나로 모든 걸 해결했다.


교관이 웃는다.

“흐흐.”


신나던 기분은 다시 가라앉는다.


“맛은 다 봤고, 암벽! 하면 레펠과 하강만 생각하는데, 골자는 등반에 있다. 오르는 걸 배우는 곳은 육군에 거기 밖에 없다. 가다가 절벽을 만나서 하강할 때는. 하강은 맨몸 하강과 로프 하강으로 나뉜다. 로프 하강은, 며칠 전에 가르쳐준 회수용 레펠 매듭만 기억해라. 내려간 다음, 밑에서 당겨서 안 풀어지면 포기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매듭이 옹매듭이 되거든. 하강하는 동안 체중과 베낭 무게로 더 꽉 묶여 안 풀릴 수 있다. 하강의 모든 하중이 가느다란 로프에 1직선으로 몰린다. 로프를 단도로 빨리 자르고 싶으면 양쪽에 줄다리기를 시킨 후에 중간을 자르는 거다. 똑같은 원리로 로프는 항상 주시해야 한다. 회수매듭이 어떨 때는 두 세 명이 밑에서 당겨도 안 풀린다. 자, 이제 잊고 오르기로 간다.”


각도가 까마득하다.


“높아 보여? 아니, 저건 안 높은 거다. 가팔라? 이건 각도가 완만한 거다. 아무나 타는 바위다. 등반학교 2주차면 여자도 다 오르는 높이에 각도다. 바위를 탔다고 어디서 구라까지 마라. 우린 그 수준까지 안하고, 해봤자 필요도 없다. 바위를 탔다고 하면 Overhang부터라고 해야지. 15미터밖에 안 된다. 훈련하다 추락하면 공중에서 몸을 돌려 륙색을 땅에 대고 떨어지도록 하라. 알지? 팔은 머리를 감싸고.”


저걸 오른다고? 이 배낭 무게로?


“공화국 인민군이 쫓아온다. 바위가 나타났다. 여길 기어오르면 적과의 거리가 한참 멀어진다. 왜냐. 누구나 이 바위를 보면 ‘오른다.’ 상상을 못하고, 돌아서 우회로 오를 곳을 찾을 거다. 시간이 걸리지. 너희는 여길 등반하고 우회로로 따라오는 시간 동안 빠르게 멀어진다.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것은 누가 먼저 다시 뛰기 시작하느냐다.


턱을 꺾어 들어 바라본다. 떨어지면 죽거나 병신 된다. 여기 바닥도 돌이다.


“오르기, 등반은 인공등반과 자연등반으로 나뉘는데, 우린 고난이도 인공등반을 배워봤자 못 써먹는다. 인공등반으로 올라야 하는 곳은 우리가 돌파를 못 하는 곳이다. 허리에 금속들 주렁주렁 달린 거 봤지? 대표적으로 해머와 볼트가 바로 인공등반이다. 망치로 핀을 박거나, 벌어진 바위틈에 볼트를 넣고 돌려서 꽉 끼우고 사람이 매달리는 거. 우린 못한다. 그런 장비를 가지고 다닐 수 없다."


"뛸 때 소음 엄청 나는 금속장구 10-15kg은 가지고 다녀야 인공등반으로 20m 이상 직벽이 가능하다. 바위 타는 사람에게 직벽이라고 하면 홀드 좆도 없는 유리 같은 직벽을 말해. 저게 직벽처럼 보이는 건 초보라서 그래. 저 옆으로 가서 보면 뒤로 기울어져 있다. 그렇게 보일 뿐이야."


"그러므로 우린 인공등반이 아니며, 등반돌파는 조장이 저건 올라갈 수 있다 없다를 판가름한다. 암벽은 사실상 아무도 못 도와준다. 도와줄 수가 없다. 도와주는 방법은 선등자가 다 올라서 로프에 칼라비나를 걸어서 내려줄 때뿐이다. 만약 조원 중에 바위에 능력 좋은 사람이 있으면, 먼저 올라서 로프로 륙색들을 달아 올리고 맨몸 등반으로 오르는 방법이 있다.”

그럼 저 길이의 로프가 있어야 하고.


“만약 오르는 중간에 퍼지면 오도가도 못 하고, 4박 5일 매달려 있거나 추락해 죽는다. 인공등반이면 3인이 서로 3-5미터 로프로 서로를 연결해 추락할 경우 걸리게 해주지만, 그마저도 우린 하지 못한다. 성공 못하면 죽는다. 조원이 개인로프로 결속하는 등반 잘못하다, 한 명 떨어지면 나머지 두 명도 추락한다."


"사회의 암벽들에는 기존 산악회들이 박아 놓은 핀이 있고, 거기 칼라비나나 로프를 걸어 쉬거나 안전을 확보한다. 로프만 걸어도 지지된다. 로프는 45도를 초과해 꺾이기 시작하면 브레이크가 걸린다. 기본에 박힌 앵커들이 낡으면 다른 산악회가 개척하면서 바위에 핀 무척 박아준다. 우린 없다. 그런 거 없는 곳을 올라야 한다. 공화국 높은 산 바위에 한글이 크게 새겨져 있으면 핀이 박혀 있을라나 모르겠다.”


바위에 뻘건 글짜. 그게 유명한 산마다 다 해놨다. 통일되면 그거 다 어쩌냐.


“오늘 날씨 좋지? 비가 와서 바위가 젖은 날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른 아침도 이슬이 촉촉해서 위험하다. 조장이 판단한다.”


저길 진짜로? 그냥 수직 아냐?


“해보면, 이 정도는 홀드의 천국, 잡을 데 천지다. 가장 어려운 곳은 돌출과 굴곡이 전혀 안 보이는 바위다. 올라가야만 보이는 바위다. 기본은, 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포기할 높이와 각도는 눈으로 보고 바로 포기하라는 거다. 걍 수류탄을 까라. 자, 일단 한번 봐라. 어이, 시범조. 돌파!”


선배가 약간 가벼운 베낭과 총을 휴대하고 시범을 보였다. 충격이었다. 충격적이기보다, 암벽등반을 경험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몰라서 그런 거다.


엄청 빨리 오른다. 그냥 평지를 곰 걸음으로 가는 것 같다.


“봤지. 우린 사회처럼 확보로프와 안전링 끼워서 하는 게 아니다. 다만... 떨어지면 죽으니까. 가벼운 코스부터 시작해서 능력을 향상한다. 이 바위가 가장 가벼운 첫 코스다. 다만 베낭 20kg로는 현실적으로 저거 못 올라간다.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의 하중을 받을 수 있다. 손톱 나가뿐다. 그러니 베낭 무게와 등반은 적당히 일치해야 한다. 안되면 베낭에 무거운 걸 빼서 위로 던져서 올린 다음 올라가서 다시 꾸리거나, 꼭 저길 오르지 않고는 내가 죽는다면 무게를 버려야 한다. 저게 무서워?”


작가의말

밤 8시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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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무인 산악에서 2 20.10.14 141 5 10쪽
» 무인 산악에서 1 20.10.13 189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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