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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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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30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10.12 10:00
조회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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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사랑할수록 2

DUMMY

궁금해. 두 가지가.


그래도 인생은 적당히 아름다운 건지 궁금해. 탄생과 삶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두 번째. 영혼이란 것으로 인간의 삶은 연장되는 건지. 나는 그걸 바라지 않지만 여기 같이 있었던 그분에게는 그랬으면 좋겠다.


불쌍하잖아. 그 여자가. 하나로 인성으로 표현하기 힘든 그 여자가 측은하오. 선했고, 나에게 불편할 정도로 잘해줬으며, 여성의 향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했고, 그 마지막에는 놀랍게도 결연했다. 그녀에게 난 배웠다.


여자가 자기 살기 위해 그렇게 모질게 대항했는지, 혹은 날 보호하고 도망하게 하려고 했는지 모르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분은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 아무리 여자라도 죽고자 달려드니 무서울 정도였다. 아무리 남자라도 죽자 살자 붙들고 늘어지는 거 대단했다. 사람이 지를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고, 남자 놈의 눈이 파일 정도로 할퀴고 작대기로 얼굴을 찌르고 이빨로 물었다. 그걸 보고 나도 커터칼을 드르륵 밀었다.


나도 양심은 있었다. 싫었지만 나에게 정말 잘해준 사람. 그 어둠 속에서 남자의 허연 살을 주목했다. 아이는 쉬이 따라하는 법이다. 나는 이유도 모르고 죽음 자체도 이해하지 못한 채 죽을 뻔했다. 그 남자는 날 죽일 것이 분명했다. 나 또한 뭘 하는지 모르면서 했다.


여자의 말은 망상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살인자는 교도소에 가기 싫어서 살인을 저지른다. 그 놈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사람을 죽였고, 교도소에 안 가려고 두 명을 더 죽이려 했다. 여성과 아이를? 미친 새끼. 죽어 마땅했어. 빵에 가기 싫다, 단지 그거였어. 결국...


아주 사소한 이유로 평범한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칼은 가까운 놈이 들지. 왜 죽였냐고 최조를 해보니 친구라네?! 어느 대통령의 필독서에 핵심이 그거라지. ‘모든 인간은 결국 배신한다.’ 그래서 서열은 인간사회에 필수인지 몰라. 왜? 덜 개기니까. 약간은 개길 거 더 참으니까. 친해지기 전에 좀 밟아놓는 것도 나쁘지 않아.


오래 만나면 배신하지. 왜냐. 무서운 상대도 오래 친밀하게 만나면 안 무서워지거든. 신화라고 생각하는 놈이 병신이지만, 신화적으로 보이다가 인간으로 보이지. 그래서 오야는 아랫것들과 겸상을 안 하는 거야. 좀 불편해도 안 해야 되는 거야. 친하면 기어올라. 브루터스나 기타 등등 상관을 죽인 놈들의 특징은 오야와 엄청 친했다는 거지. 시간이 지나면서 보스가 인간으로 보이는 거야. 먹고 싸는. 환상은 사라지고 좆으로 보이는 거지. 그때 칼로도 찌르고 배신도 하고 팔아넘기지.


사랑이란 것이 남녀가 자주 보니까 일어나는 단순한 논리와 같이, 어느 영화 대사처럼 싹부터 완전히 밟아서 오줌이 찔끔찔끔 나오게 하던가 선을 그어야 해. 오야가 외로워야 조직이 잘 돌아가는 법이거든. 배신은 바로 옆에 놈이야. 알기로, 부친을 죽인 놈도 나이는 비슷하지만 꼬붕이었어. 인간관계 잘해주면 다 된다고? 순진하긴. 무식하고 버릇없는 놈들에게 잘 해줘봐라, 뭐가 남나. 돈을 안 갚아? 그럼 바로 질러야지. 그럼. 1초도 망설이면 안 돼. 1초를 망설이면 다음번에는 없는 돈 내놓으라 한다고.


‘뭐가 이렇게 하나도 없냐. 여자 거는.’


여자는 꺼지기 직전의 삶을 나와 함께 했다. 난 ‘사람’을 봤다. 눈물 흘리고 그럴 시간 없었다. 놀라운 것은 ‘알면서 모르고 있던 사람’이다. 난 어린애였지만 봤다. 놈이 피를 철철 흘리며 밑으로 내려가고, 꺼져가는 여자의 눈에는 ‘자신’이 들어 있었다. 어쩌면 자기 인생의 반추가 있었다. 그분을 모욕하는 건 아니고, 그 눈은 진정 아름다웠다. 반추란 단어 태어나서 처음 써보네.


그래. 그 단어가 적당해. 나를 측은하게 바라봤지만 이제 자신의 시간이 필요했어. 강한 여자였어. 선하다고 인간이 약한 것이 아니야. 질질 짜면서 맞이하지 않았어. 당당히 맞섰어. 세상 착하다 소리를 들었지만 강한 분이셨어. 어쩌면 죽을 때마저 강하지 못한 인간은 바보지. 나는 그분이 어디 몇 군데 찔렸는지 알 수도 없었고, 마지막 말은 냉정하고 단호했다. 그 냉정과 단호는 ‘이제 나도 내 생각을 하면서 죽어야 해. 긴말 않겠어.’ 그렇게 들렸다.


“여기서 떠나. 모른다고 해. 등교해.”

“이걸 어떻게 모른다고 통해요!”

“넌 초등학생이니까.”

“믿을까요?”

“믿어.”


난 그날 아침 논두렁을 걸으며 속으로 말했다. 너무 억울해 하지 마. 날 버리고 떠난 여자도 엄마라고 생각 안 했었으니까. 버린 것도 아니지. 그냥 지 갈 길 간 거지. 인생이라는 이름으로. 다만 미안하다. 그 듣고 싶은 말을 하려다 말고 나왔다. 그분도 바랐고 나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 안 나오는 거다. 무슨 정서적인 것이 아니다. 그 단어에 증오가 섞여 있었다. 그래서 뱉기 싫었다. 난 마지막으로 집을 돌아봤다.


“없나? 이게 다야?”


불쌍한 여자. 불쌍한 사람. 그냥 새 애나 낳고 전형적인 계모로 살아도 난 뭐라지 않았을 거야. 그게 뭐야 인생이. 바보야? 삶이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나. 왜 그렇게 욕망을 숨기고 살았나. 난 당신을 봤어. 진짜를 봤어. 왜 그렇게 참고 선하게 살았나. 왜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그냥 살지. 떠오르는 대로 살아버리지. 내 돈 한 푼에 악다구니를 쓰고 발악을 하지. 응? 살면서!


“내가 뭘 해드릴까요.”


싹을 잘라야 돼. 딱 한 번의 실수도 봐주면 안 돼. 그렇게 대할 인간들이 있는 거야. 피붙이 남자는 종종 말했어. [착한 사람에게는 착하게, 좆같은 인간들은 상종을 말거나 밟아.] 미국의 어느 연쇄살인범이 그랬지. 어떤 인간들은 가장 유용할 때가 자기 손에 죽어줄 때뿐이라고.


세상이 좆같은 건 뭐냐면, 내가 신문을 봤거든. 그 신문에서 뭐랬는줄 알아? 착하대. 동네주민들이 다 그 사람 착한 사림이래. 사람 셋을 무참히 죽이고 지도 죽었는데, 아주 칭송을 하며 지인들은 그 사람들이 착했대. 이 말을 돌려보면 무슨 뜻인가 하면, 피해자인 내 부모가 뭐가 좀 구리지 않았냐?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그 쪽에 있지 않겠어?... 그런 식으로 들렸어.


세상 묘하지? 죽은 자는 말할 입이 불에 타서 재가 됐고, 가해한 놈은 “착했어요.” “어릴 때부터 공손하고 내성적이었어요.” 술 먹고 애를 패도 “어려서부터 어른들한테도 잘했어요.” 의처증으로 아내를 패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걔가 그랬다니.” 도박을 해도 외도를 해도 동네주민은 몰라. “걔가 다 잘못한 건 아니지 않아? 그 성실한 사람이.” 칼로 찔러 죽여도 “참 착했지...” 이런 말이 신문에 실려. 내가 보는 신문에. 아니 왜 나는 취재를 안 하는 거야.


평생 착하다가 사람 한번 죽여 봤자 평생을 착하게 산 것이 중요해? 그게 그 사람이야? 그게 그 사람의 실체야? 사람 죽인 건 잠깐이야? 그럼 어린애나 청소년이나 동네에서 인사도 안 하고 어른 무시하고 사는 애가 있어? 왜 그 남자를 안다는 사람들은 피해자인 망자를 모욕하지? 어떻게

“착한 사람이었는데, 참, 사람 속 모르는 거야.”

“그놈이 그런 놈인 것으로 밝혀진 거지!”


이렇게 말하는 인간이 하나도 없지? 있었는데 기자가 흥미를 주기 위해 그렇게 편집했나. 난 그때 그 찾아가서 아가리를 다 조져버리고 싶었어. 왜? 나도 착한 아이였거든. 그때까지 학교에서 큰 싸움 한 적도 없고 선생님 말 잘 듣고, 남의 것 빼앗은 적 없고 인사 잘했거든? 어때? 나도 조건은 되지 않아? 그럼 나도 착한 사람이야. 모르면 말을 말던가.

“난 잘 모르겠어. 그 사람에 대해 혼동이 와.”

이 정도 중립. 가해자 가족들은 어쩌면 약속이나 한 듯 그렇게 자기 자식 편을 드는지. 그 새끼들도 다 죽어봐야 알지. 그리고 나는 말하면 돼.


‘욱해서 그랬어요. 기억이 나질 않아요. 난 씨발 착한 초등학생이거든. 이 씨발 피곤하니까 저리 비켜 기자 새끼야. 난 착한 걸로 내. 난 착하니까. 한순간의 실수라고 잘 써라. 안 그러면 나중에 너희도 젓갈로 만들어줄 테니까. 네,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어떻게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거 흉악한 사람이었네.’ 이러는 지인이란 인간들이, 이러는 가족이란 새끼가 하나도 없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도 가족을 감싸나? 아무리 잔인한 짓을 해도 가족은 십년 이십년 면회 가고 영치금도 넣어주고 그러나. 피붙이는 피붙이인가. 죄는 밉지만 가족은 미워하지 않아? 지인은 지인이고 친구는 친구인가. 아가리 좀 잘 놀리고들 사시지 말이야. 차라리 입을 닫던가.


뭐 어째. 서민인 걸. 입 잘못 돌리면 돌고 돌아 피해를 볼까 두려운 걸. 깡패 판검사 국회의원이면 알아도 모른 척 입을 다물지 않아?


여기 와보니,

결국 내 과거는 이미 쓰레기가 되었군. 잊어도 충분할 서운하지 않을 만큼.

과거는 끊었다.

자, 보시자고.

이제 어디로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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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공장의 하루 1 20.10.20 164 6 13쪽
25 돼지 도살 4 20.10.19 141 4 11쪽
24 돼지 도살 3 20.10.17 135 4 9쪽
23 돼지 도살 2 20.10.16 151 4 11쪽
22 무인 산악에서 3 20.10.15 143 5 9쪽
21 무인 산악에서 2 20.10.14 141 5 10쪽
20 무인 산악에서 1 20.10.13 188 5 10쪽
» 사랑할수록 2 +2 20.10.12 144 5 10쪽
18 사랑할수록 1 20.10.10 175 6 10쪽
17 돌아오지 않는 퇴근 20.10.09 186 7 11쪽
16 추억은 아름다워 20.10.08 182 7 14쪽
15 돼지 도살 20.10.07 212 6 14쪽
14 산에서 온 남자 10 20.10.06 216 7 11쪽
13 산에서 온 남자 9 20.10.05 199 8 11쪽
12 산에서 온 남자 8 20.09.30 217 6 11쪽
11 산에서 온 남자 7 +2 20.09.29 199 8 12쪽
10 산에서 온 남자 6 +2 20.09.28 22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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