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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21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09.28 10:00
조회
220
추천
5
글자
13쪽

산에서 온 남자 6

DUMMY

어둠 속에 사람들이 계속 돌출하고 우린 하나 하나 차림새를 본다. 가장 먼저 성별과 키. 키는 신발로 늘일 수는 있으나 줄일 수는 없다.


정보로 받은 그 키의 5cm 이상까지 경계. 가끔은 작전정보로 동영상이 내려오는데, 이게 아주 편하다. 몸 자세와 걸음걸이 특징이 있어 식별이 수월하다. 걸음걸이는 잠시 흉내로 위장하기 힘들다. 프로파일러들이 쓰는 걸음걸이 식별 프로그램도 있다. 어깨 수평의 치우침 같은 오래된 버릇. 다리 벌어진 정도와 어깨 흔들리는 형태. 사진과 동영상은 엄청 다르다.


지금 버스역과, 조금 멀지만 전철역의 동선 선상에서 이동하는 물체들을 판단한다. 저 골목으로 틀어서 들어가는 비슷한 키가 주요하나, 교육을 받은 놈들이라면 귀가해도 들어가는 시간과 집으로 접근하는 루트를 자주 변경한다.


같은 장소를 가도 패턴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지. 뒤에 누가 붙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집으로 접근하는 루트를 매일 변경하고, 같은 시간에 동일한 시간을 지나는 반복을 피한다.


수상하면 아무 골목으로 들어가 모자와 점퍼 같은 걸 바꾸기고 한다. 기분이 이상하면 내리던 역에 앞서 내리거나 지나서 내린다. 문이 열려도 가만히 있다가 닫히기 시작할 때 확 내린다. 백팩이 있나 없나도 중요. 뒤에 붙었다고 생각하면 순간 옷을 바꿔 입기도 한다.


우린 그런 작업을 사람 모자랄 때 협조로만 나가지 단독으로 안 나간다. 우린 무조건 체포진압.


‘멍하다. 멍해. 눈 아퍼.’


혹시 여기서 우리가 타깃을 우연히 발견하면 과장에게 무선을 던진다. 그 전까지는 침묵이다.


‘지휘차량은 어디 있는 거지?’


분명 어디 있다. 우리가 성공적으로 하면 아예 하차도 안 할 거다.


고개를 돌리니,

조장은 과장님이 들어간 골목을 본다.

과장님 나간 지 15분.


어둠은 내리고 차 안에 흐르는 냉기. 이제부터 불을 못 켠다. 펜 라이트가 있지만 비상용. 어둠 속에서 준비하고 대기한다. 목표지역 70미터 부근 예식장 앞 주차장. 차들은 많지 않다. 주말이 아니라서 스무 대 주차라인에 일곱 대 정도. 지휘차량은 여기 주차하지 않았다.


‘뭐야. 상황 떠도 몸빵은 안 하겠다는 거야?’


기분 탓인가, 이 수도권 외곽 공기, 스산하고 예감이 눅눅하다.


쇠 곤봉.

‘오늘 하나 걸려라. 오늘 왜 이리 묘하냐.’

무슨? 날인가...


‘무전도 안 뜨고.’

이어폰을 낀 조장은 미동도 없다.


조장 선배. 이 형은 4년 선배이고 2번 형은 1년 선배다. 조장 형은 곧 다른 데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회사 내, 보다 고차원적인 곳으로 가는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영어다. 우리 셋 다 잼뱅.


공장들이 몇 개고 산 아래서 아끼바리 먹는 전투원이 몇이나 있는지 모르지만, 다른 조를 봐도 조장 형은 꽤 고참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우린 모두 ㅇㅅ으로 돈 아저씨들. 조장은 만두 귀에 유도 아니면 레슬링 같고, 1년이 돼 가지만 자신이 체포조 1번으로 직접 잡는다.


어떤 욕심이 좀 있다. 조장 손에 잡히면 대게 꼼짝도 못하고 넘어진다. 2번 형은 목표 측면이나 후면, 나는 가까운 곳에 경계. 하지만 복잡하게 얽히면 하는 일은 대동소이하게 된다.


목표 둘 이상이 될 때는 우리 조가 한 명 지정을 받고, 다른 조와 연합으로 복잡한 동선 속에서 작전하기도 했다. 연합에서는 우리 조가 끝내고 다른 조 문제가 생기면 즉각 조력한다. 크게 봐서 우린 한 공장이다. 타깃을 모두 제압하고 잡아야 작전이 완벽하다. 우리 조는 성공하고 다른 조가 실패하면 공장은 욕을 먹는다.


우린 공장 연혁을 모른다. 무슨 큰 작전들이 있었고, 앞전에 어떤 공작을 했고 어떤 성공과 실패가 있었는지 모른다. 여긴 잘하면 기본이고 못하면 큰 펑크가 난다. 그럴 때 우리가 어떤 문책을 받을지 예상을 못한다. 공장을 떠나는 건 기본일 것, 우린 가라면 가고 하라면 하는 것이지, 왜 하냐고 물을 수 없다.


하긴, 모든 구분대가 다 똑같다. 말이 산이지, 산도 내가 있었던 곳만 안다. 셋이 거기 갔다. 아는 게 없다. 훈련소부터 우린 실명을 버렸다. 직책으로 부르며 성도 쓰지 않는다. 어디 조 무슨 조원이 명칭이며 별명으로 많이 부른다. 난 생각이 구름 위에 있는 것 같다는 조장이 닉네임을 만들어줬다. 내려와서도 “거기서 뭐라 물렸어?” 이어진다. 내 진짜 이름과 한 글자로 중첩되지 않는다. 별명은 생활하다가 고참이 보통 부여하는데, 혹시 훈련소에서 별명이 있었냐고 묻기도 한다.


마치 삼각형처럼 조장 형은 크고 1년 형은 나보다 작다. 조장 형을 처음 봤을 때는 ‘우리한테 저렇게 큰 사람이 있나?’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린 좀 작고 야무진 사람이 강하다는 생각이 있다. 사고가 약간 북방이다.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보니까. 큰 사람은 외관은 멋있지만 실제 달려 보면 ‘덜 야무진’ 면을 보게 된다.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우리 공장은 산을 뛸 때 정강이에 모래주머니를 찬다. 빨리 진을 빼려고 두 바퀴 아래로 뛸 때 그런다. 구보거리가 짧아서 나이 든 누군가가 옛 방법을 쓴 것 같다.


키가 큰 조장 형은 안 쳐진다. 조장은 조장이다. 선두에서 쭉쭉 뺀다. 조장은 조장 능력이 돼야 준다. 사실 우린 너무 커도 안 된다. 전시 작전에 힘들 수도 있다. 우린 윗동네 사람들과 체구 너무 차이가 나면 안 된다. 그 지역과 여기는 키 체구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교육생을 선발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가 그들의 평균 키보다 크다. 그 동네는 남자가 170만 넘어도 적지 않은 놈이다. 175는 거기서 큰 키다. 윗동네에 관한 관심은 산에서 진지하다. 난이 터지면 우린 즉각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그 동네 옷을 입고 제식까지 교육을 받았으니까. 저 동네 제식이 우리 제식보다 서너 갑절 힘들다. 제식하다 정강이와 발가락에 쥐나는 줄 알았다.


산에 있었으면 이런 생각조차 못한다. 다른 생각은 증발상태가 된다. 우리 공장 3조. 우리 셋을 정확히는 모르겠다. 조장 형은 그래도 객관적인 눈이 있지만 2번과 나는 모른다. 물이 안 빠졌다. 그래서 ‘빠지면 다른 곳으로 돌아.’ 추측한다. 우린 같은 처지면서도 경계한다. 정이 들 법도한데 여전하다. 명칭만 편하지 엄격하다.


특히 조장에게. 공장에 우리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을 안 건다. 친화를 위해 힘쓰는 문화가 없다. 금지다. 아무래도 눈은 익게 되지만 말을 섞지 않고, 업무에 관해서 서로 물어서도 안 된다. 철저하게 남이며, 그 타인들 안에서 작전조만 뭉쳐 있다. 우리 과정과 다르게 교육을 받고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경계한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무서워한다. 아무리 해가 지나가며 같은 밥을 먹었다고 우리에게 농담하지 못한다. 그들도 우리도 어떤 방향성으로 선발되어 양성되었는지는 대충 안다. 우린 궁금한 것이 없지만, 조원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궁금할 것도 있을 것이지만 물을 수 없다. 가장 철저하게 단속하는 것이 입이다. 그리고 사담을 나눠도 눈에 띨 정도로 소수다.


우리 셋은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난다. 같이 운동하고 같이 몸을 뽑는다. 처음 와서는 화장실 가는 것도 조장에게 보고했다. 넓지도 않지만 어디에 있고 뭘 하고 있을 것인지 항상 보고해야 한다.


2번 형이나 나나 아직도 산에서 내려온 어중간한 상태다. 위에서 보기에는 아직 내가 불안할 수도 있다. 그런 시간보다 3인조가 모여 있는 시간이 많고 작전조원들은 대체로 체육관 근처에 다 있다. 가장 답답한 것은 공간이 너무 좁다는 거다. 어디 사적인 공간이나 갈 곳이 없다. 산도 다를 바는 없지만 더 좁다.


조장에게는 사소한 것이라도 보고 형태로 말해든다. 철저하게 복종한다. 하라면 두말없이 한다. 그걸 깰 수 있는 사람은 대리님과 과장님뿐. 하지만 지휘계통에 따라 지시는 조장에게 내려오고, 설사 우리에게 먼저 말했더라도 조장에게 꼭 보고한다.


아직까지 심하게 그런 일은 없었지만, 내가 안이하게 언행하다 찍히면 죽을 정도로 맞을 수 있다는 걸 안다. 군대 말로 탈영은 죽음과 동의어. 명령불이행은 배신. 절대로. 절대로 ‘불’이 붙으면 안 된다. 그랬다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린 안다.


두 형. 이름도 성도 모른다. 조장은 아마도 한반도 남부 같은데 별로 티가 안 나고, 2번 형은 표준말을 쓰며 출신지역을 모르고, 사실 공적인 관계에서 물을 이유도 없다. 우리가 언젠가 사회에서 우연히 만나더라도 우리가 했던 업무는 만취를 해도 언급 안 할 거다. 그렇게 된다.


우리 공장의 그 누구도 역시 이름도 성도 모른다. 또한 우리 공장을 떠날 경우 여기 있는 그 어떤 사람도 밖에서 묘사하면 안 된다. 차라리 언급 자체를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 룰은 상사나 공장이나 같다.


[잊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 생각 자체를 하면 안 돼. 지나면 그냥 실존하지 않았던 사람과 사건이라고 생각해. 없었던 일인 거야. 진짜로 없었던 거야. 심문훈련 때 배운 것이 항상, 계속, 죽을 때까지다. 없었다는 걸 믿어. 넌 모르는 거야. 나도 모르는 거야. 지금 말하는 너도 날 모르고 나도 헤어지면 널 모른다.

사회의 선배들 얘기는 꺼내지도 마. 불문이다. 아예 말을 마. 아예 생각을 마. 가르쳐주는 것 외에 알려고 아예 생각을 하지 마. 알 이유가 없는 거야. 안 그러면 넌 죽는다. 우리는 법이 없다. 법에 구속되지 않는다. 지금 이 룰이 평생을 이어가는 법이다. 이 법을 어기면 배신이고, 그러면 죽는다. 배신자는 처단한다. 알려주는 것 빼고 너희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내가 작전하다 죽으면 사고사다.


공무 순직으로 처리되어도 내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다 죽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 우리 일은 대중에게 공개 불가다. 우리의 작전 내용이 어디 자세하게 기록이나 되는지 의문이다. 말하자면 미스터리 죽음?


미스터리? 미스터리. 난 그런 거 안 믿는다. 친구가 경찰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경찰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형사계로 갈 것 같았다. 운동을 너무 잘해서 단증도 여러 개고 외모를 보면 인사 관계자가 딱 수사형사 교육을 보낼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반대할 걸 그랬다. 파출소에서 취객이나 폭행 난행 피를 보는 것도 사실 적지 아니 스트레스 받는 일이겠지만, 형사는 다르다. 형사를 하면 이 세상 인간들이 상상과 정말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물론 파출소도 그런 거 느낄 거다.


사복수사는 훨씬 강하다. 살인사건이나 변사를 매일 보고 다룬다. 난 그런 것들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있으리라 추측한다. 사실, 실망이 아니라 원래 그런 거지.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식 같은 것. 특히 술장사하는 사람들. 겉으로 멀쩡한 것은 그 인간의 반에 반도 아니다. 주변에서 ‘착하다. 고분고분하다. 내성적이다. 예절바르다’는 완벽한 구라라고 느낄 정도로 그런 인간들이 그런 일을 저지른다. 사람 속 아무도 모른다.


사람 잡는 일을 하면 인간 안 믿게 된다. 아무리 천연의 미소를 가진 사람이건 가족이건 이면은 없는지 살피게 된다. 사람 바로 못 믿게 된다. 그 친구도 인간이란 존재들의 충격을 만나게 될 거다. 맹신적인 자기 상상력이 충격의 연속을 만들지. 겉은 인상 다 좋다.


가장 위험한 놈은 선한 얼굴에 평범한 차림이다. 가죽잠바 입고 얼굴에 흉터 난 놈은 없다. 차라리 사이비종교 전파하는 온화한 미소는 간파하게 말이라도 해주지. 정말 힘겨운 놈들은 아무 냄새도 안 풍기는 놈들. 알고 보면 잔인하다.


“정말 좋은 사람이야.”

다른 것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놈들은 대중 속에 숨어 있다. 저 도시에 수도 없다. 편안한 이웃으로 인사성 밝은 사람으로. 일단 우리 공장으로 데려왔을 때 기본 취조에 반항을 억제하려 자주 참석했다. 원래 그러면 안 되지만 넘기기 전에 우리 공장장이 짧은 시간이라도 한다.


우린 만약을 위해서라도 옆에서 본다.

‘정말 미친 거 아냐?’ 많이 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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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공장의 하루 1 20.10.20 164 6 13쪽
25 돼지 도살 4 20.10.19 141 4 11쪽
24 돼지 도살 3 20.10.17 135 4 9쪽
23 돼지 도살 2 20.10.16 150 4 11쪽
22 무인 산악에서 3 20.10.15 142 5 9쪽
21 무인 산악에서 2 20.10.14 141 5 10쪽
20 무인 산악에서 1 20.10.13 188 5 10쪽
19 사랑할수록 2 +2 20.10.12 143 5 10쪽
18 사랑할수록 1 20.10.10 175 6 10쪽
17 돌아오지 않는 퇴근 20.10.09 185 7 11쪽
16 추억은 아름다워 20.10.08 181 7 14쪽
15 돼지 도살 20.10.07 212 6 14쪽
14 산에서 온 남자 10 20.10.06 215 7 11쪽
13 산에서 온 남자 9 20.10.05 199 8 11쪽
12 산에서 온 남자 8 20.09.30 216 6 11쪽
11 산에서 온 남자 7 +2 20.09.29 19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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