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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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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0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09.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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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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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산에서 온 남자 7

DUMMY

잡범은 금방 꼬리 내리고 고분고분해지지만 의외로 강한 놈들이 있다.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불안하다. 특히 자해. 오히려 초대소는 차분하다.


그러나 사실 더 위험하다. 혀를 깨물 수도 있다. 잡아와서 앉혔는데 선한 표정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으면 상또라이 왕건이구만 직감이 온다. 짬밥 냄새 풍기는 곳에 우리 말고 두 곳이 있다.


군 수사단과 하나가 더 있다. 다만 이 세 개는 높은 곳에서 통제가 되기에 대졸처럼 겹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다. 아마도 수사단이 경찰과 같이 많이 접할 거다.


이와 비슷하게, 사람과 거리는 평온하다. 항상 평온해 보이고 큰일 없는 일상으로 보인다. 화재라도 나야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지만, 겪어 보면 일은 아무 때나 터진다. 항상 터지고 있다. 시와 때가 없다. 달과 요일과 날짜는 우연일 뿐.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사람도 특이한 건 아니다. 그 크리스마스 다음 날부터 특이하기 시작하지. 어느 달 어느 요일, 오늘 같은 날은 없겠지 하면 오산이다.


‘이 놈은 미스터리야.’


미스터리. 미스터리... 없다니까. 터질 일이었고, 일어나고 있었던 일이라고!


신의 아그네스란 연극이 있지. 수녀원에서 갓 출생한 영아 시신이 발견되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어느 젊은 수녀가 출산한 것으로 밝혀진다. 아그네스 수녀. 하지만 아기 아버지에 해당되는 사람이 없다. 아그네스는 신께서 자신의 몸에 생명을 주셨고 또한 데려가셨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모성애라는 정신적인 삼중고를 겪어 사람이 좀 이상하다. 성심이 충만한 젊은 수녀.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생물학적 임신과 출산이 있을 수가 있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현재 예수님 밖에 알려진 사람이? 없다. 아그네스는 잉태 비슷한 것으로 몰고 가며 ‘빛’이 왔다 갔다고 말한다. 힌트는 그 빛이 ‘자주 왔었다’에 있었다. 연극은 내내 미스터리처럼 진행된다. 자세히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 미스터리이고 - 정말로 저게 잉태였나? 생각하는 멍청한 관객도 있다. 하지만 후반부 아그네스의 대사에 관심을 기울여 들으면 나온다. ‘그’가 누구인지는 작품상에서 밝혀지지 않으나, ‘그’가 밤마다 찾아와 최면을 걸듯이 사람을 호리고 몽롱하게 만든 다음 간음했다는 사실.


아그네스는 그 남자의 말을 신의 음성처럼 받아들였다. 그녀는 성을 몰랐다. 어려서 수녀원에 들어와 정말 아무 것도 몰랐다. 결국 이 연극도 과학과 화학을 외면하진 않는다. 작품의 주제 역시, 사람이 생각하는 사고방식이지. 어느 놈이 밤마다 어린 수녀의 숙소로 들어와 더러운 짓을 했는지 밝히는 형태가 아니다. 그랬다면 관객 모두에게 외면당할 아가스 크리스티 작품이 되었을 거다. 작품이 유명한 이유는 ‘인간은 아는 것 같으면서 모른다.’ 정도?


“여전히 수사는 미궁입니다. 미스터리입니다..” 저 사람은 왜 죽었을까. 방송에서 여러 사건들이 도마에 오른다. 전혀 알 수 없다. 일말의 증거가 없다. 어떤 것은 나온 증거를 부정하는 목격자들이 나와 혼란스럽다. 누구의 소행인지 자살인지 아무도 모른다. 미스터리? 뭔 미스터리. 어느 놈이 죽인 거지. 다 알고 있는 거지. 법적으로 논리적으로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거지. 미스터리는 없어. 오히려 범인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가끔 미스터리는 있다.


‘너 이걸 정말로 믿어? 독재세습이란 거 몰라?’


왜 그러는지 가끔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상대에겐 정당한 생각이라는 거다.


‘거기가 우리보다 못 살고 몇 십 만이 굶어죽었는데 그렇게 좋아?’


입을 다문다. 질문하는 사람이 뭘 몰라서 저런다는 눈빛이 보인다.


‘역사를 몰라? 남로당은 다 배신당하고 숙청당했어.’


안 통한다. 학력 죽인다. 믿었던 것은 못 버린다. 그게 진짜 미스터리지.


호텔 객실의 미스터리. 추락사의 미스터리. 바다의 미스터리. 끝도 없다. 그냥 어떤 놈이나 년일 뿐이지. 혹은 여러 놈이거나. 귀신? 있다면 좀 맞고 시작해야지.


미스터리와 똑같은 단어, 기적.


미스터리도 없고 기적도 없다. 다만 자연이 끼었다면 자연의 우연히 한 몫 할 수는 있지. 그 자연의 우연까지 인간이 속속들이 알 재주가 없다.


‘세상사 환상 따위는 없어. 절대충성. 절대복종. 임무완수. 대한민국 만세.’


미스터리와 기적은 없다. 그게 이 세계다.


미스터리는 살아 있는 인간이야. 대가리가 미스터리하게 돌아버린 새끼들이 있거든. 그리고 종종 우리가 미스터리의 주범이기도 하지. 사회적으로 우린 없는 존재니까. 우린 육하원칙으로 공개될 수 없고, 우리가 보거나 벌인 일도 육하원칙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 자신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우리가 죽자마자 이미 부검은 끝나고 군의관은 이러저러 판정한 서류에 서명이 돼 있을 거다. 우린 우리라는 인간을 반납한 상태로 일한다.


어둠. 흉기. 분노.

‘오늘 갑자기. 왜... 이렇게 화가 나지?’


무슨 분노지?... 모른다. 하여간 화가 치민다. 저 자유로운 사람들 때문인가.


덜컥. 갑자기 조장이 문을 연다.

응?

천천히 슬그머니... 손가락을 입에 댄다.

“쉿.”

“어디...”

“......정찰.”


정찰? 왜? 뭐가 묘한 걸 느꼈나?

조장은 나가자마자 핸드폰을 든다.

2번이 조용히 문을 닫아건다.

‘왜 저러지?’


예식장 건물은 평일이라 등들이 거의 꺼지고 한두 사무실 외에 빛이 없어 주차장도 어둡다. 난 계속 바라본다. 왜 저러지... 조장은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를 한다. 미친 거 아닌가. 과장이 보면 어쩌려고. 거기다 저 폰으로 사제 전화를 하는 거야? 왜 저러지? 조장은 핸드폰을 귀에 대고 고개를 숙이고, 길로는 나가지 않고 주차된 차량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통화를 한다. 난 2번 형을 본다.


“안 켰어.”

“예?”

“핸드폰 켠 거 아니라고. 쉿.”


깨달았다. 조장은 주차된 차량 번호판들을 보는 거다. 아...


하지만 왜. 아마도 대졸이 겹친 거 아닌가 의문하나? 이유는 있다. 자동차 번호판에 있는 일정한 룰이다. 100% 판별할 수는 없으나 관에서 쓰는 것에는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통화하는 척 거닐다가 무릎을 굽히며 슬쩍, 번호판들을 보고 있다.


저 안쪽 주택가는 집마다 차를 대는 자리가 있어서 외부인이 차 세우기 힘들다. 잘못하면 누가 번호 부르면서 소리 지른다. 바닥에 아예 숫자 네 자리들이 서 있을 수도 있다. 과장님이 확인하라고 무전했을 수도 있다. 뒷자리로 옮긴 대리님도 리시버를 낀 채 후방을 보고 있다. 과장님이 뭘 통보했나보다. 대리님은 조장의 상관이지만 돌발상황에서 급하면 손을 거든다.


‘그만 보고 경계.’


2번 형이 툭툭 치고, 난 다시 도로를 향해 감시관측으로 돌아간다. 운짱이 세상 편하다. 선탠은 했지만 앞에서 잘 안 보이도록 좌석을 뒤로 내려 거의 누운 상태다. 운짱은 운전에만 신경 쓰도록 돼 있다. 운전 외에 뭘 시켜본 적도 없고, 계급은 모르지만 곧 전역할 것으로 안다. 그냥 어느 날 사라지면 나간 거다. 머리도 길러서 제대하나 현역이나 별 차이가 없다. 군복 입은 걸 아무도 못 볼 거다. 그래도 운짱이 전방주시는 해준다. 그러고 보니 산과 우리의 차이는 머리를 적당히 기른 것.


대리님은 상당히 장발이고 안경까지 썼다. 아무리 봐도 도수가 없는 것 같다. 앞에서 보나 옆에서 보나 렌즈가 울렁거리는 맛이 없다. 대리는 선배라는 것 외에 모른다. 조장도 모른다. 작전을 뛰었던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손목과 손을 보면 뛰었던 사람은 맞다. 숨기려 그런 것 같다. 다만 인상을 유하게 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30은 넘었고, 관리자 모드로 들어간 건가, 체육실에 오지도 않는다. 퇴근해서 운동하는지는 모르겠다. 안경 벗은 걸 한번 봤는데, 눈을 보니 우리 과는 맞다. 그나저나...


‘이러다 또 자정 넘어가나.’


오늘도 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이란 곳으로 돌아간다

내일 아침 일어나기 위해서

내일 저녁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집도 도망치지 못하고

나도 도망치지 못해


일상이 영어로 뭐지?

뭐건, 난 절대로 저렇게 살지 않을 거야...

저건 나의 미래가 아니야. 죽어도...


‘어.’

골목에서 나오는 그림자. 과장님.


조장으로 시선을 돌리니 조장도 과장을 발견하고 - 과장은 고개를 까딱, 차로 들어가라 한다. 둘은 간격을 두고 타인처럼 행동하다 차를 지나치면서 휙 올라탄다. 우리 차는 차문이 열릴 때 들어오는 등의 램프를 빼놨다. 문도 정말 조용히 닫고 연다. 문이 닫히고, 알아서 자동으로 모이고 대리님도 앞으로 넘어왔다.


“보여?”


과장은 노트에 볼펜으로 삐뚤빼뚤 약도 비슷하게 그려왔다. 과장은 항상 강조했다. 지도만 보고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지도를 봐도 로드 뷰를 봐야 하고, 로드 뷰로 안 보이는 것도 있으니 꼭 육안정찰을 해야 한다...


“하나. 둘. 셋. 넷. 에이... 넷이네 또.”


골목으로 들어가 네 번째 집.


“두 명만 들어가. 어차피 하나 잡는데. 여기... 여기... 숨기 편해. 가로등에 가려지는 데야. 지나가는 사람과 꼭 알아채고 조우할 것 같으면 집에서 나와 담배 피우는 걸로 해. 조우하기 전에 담배를 물어. 핸드폰 있는 사람은 통화로 위장하고. 자, 너. 너. 나머지 둘은 골목 양쪽 차단. 담 넘어서 남의 집 들어가는 거 못 막으면 안 된다. 그 전에 잡아야 돼. 조장! 누가 들어갈래? 들어가면 빼박이야.”


“저하고 3번이 들어가겠습니다.”


과장이 날 본다.


“2번은 골목 반대편으로 가. 거기 끝 가옥은 사람이 안 사는 집 같다. 그렇게 보였다. 거기서 막아. 나와 대리는 여기서부터 골목 입구까지 경계하다 나타나면 무전 한다.”


벽들이 사방에 막히면 포위가 되지만 담을 넘으면 복잡해진다.


“하지만 우리가 못 보고 지나갈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해. 우리가 얼굴을 확실히 못 봐서 무전을 못 때릴 수도 있어. 사람이 우르르 지나갈 수도 있고. 무전이 없어도 식별되면 바로 잡아. 2번이 잠시 후에 출발해서 저리로 돌아가 자리 잡고, 그 다음 순번으로 나간다.”


“오늘 확실합니까.”

‘질문이 살짝 넘어서네.’

“그러니까 보냈지.”

“접수.”


“시간 모른다. 잡을 때까지. 대소변 싸고 들어가.”


조장님이 정찰결과의 일부를 말한다.

“예식장 1층 화장실 열려 있다.”


잠겨 있을 줄 알았는데, 예식장은 2층이고 1층은 공개된 공간처럼 열린 구조다. 시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잠복에서 편히 쓸 수 있는 화장실의 존재는 귀중하다.


기본. 사람들(민간인)에게 들키면 안 된다. 조용히. 항상 조용히 제압.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떠난다. 제압할 때 두 명이면 한 명은 꼭 입을 막아라. 재갈을 빨리 물리고 벨트로 묶어라.


“여기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3번이. 반대편에서 등장하면 조장이 최초 접촉자가 된다.”


과장님 눈이 번들번들 광채가 난다.


“이리로 들어갈 확률이 높으니까 너, 노고단. 한 방에 보내. 알았나.”


“당백.”


작가의말

내일 한 편 오릅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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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무인 산악에서 1 20.10.13 188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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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랑할수록 1 20.10.10 175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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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산에서 온 남자 9 20.10.05 199 8 11쪽
12 산에서 온 남자 8 20.09.30 216 6 11쪽
» 산에서 온 남자 7 +2 20.09.29 19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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