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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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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4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10.16 10:00
조회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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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돼지 도살 2

DUMMY

인간이 사는 이유가 없다면,

인간이 ‘사는 이유’는 원래 없다 한다면,


당신도 누구도 저런 같지도 않은 개똥철학이라고 비난할 거야. 귀중한 인생을 저렇게 격하하다니 화를 낼 거야. 그것에 당신이 사는 이유도 포함되니까. 저 사람은 낙오자라서 생각이 저렇다고 생각할 거야. 철이 없어! 철이 덜 든 사람이야!...라고. 조금 냉정한 사람은 저게 생각해볼만한 질문이기는 하나. 저렇게 생각하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나 불안도 할 거야.


현재의 삶이 정말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고 있나? 좀 살아봤으면, 정말로 나와 잘 맞는다는 개소리가 곧 식상한 포기로 끝나고 새로운 걸 찾을 거란 사회적 진리 말고 - 물론 거기서도 못 벗어나는 사람도 많지만 - 내가 정말 좋아해서 한다는 것은 진실인가.

물을 필요가 없다. 각자 자기 외에는 답이 없다.


감추면서 억지로 ‘그동안 이거 해온 시간이 있는데’ 하더라도 알아서 잘 살겠지. 나는 묻는다. 정말 뭐가 하고 싶니? 이 말을 몇 살에 처음 들었는가. 그때 답을 찾았는가. 그런 사람 별로 없다. 다 적당히 맞춰 산다. 심지어 첫 번째 선택이 죽을 때까지 영원한 늪이 될 수도 있다. 그 계통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이라 뒤에서 수군거려도 방법이 없다. 뭘 해도 인생이 힘든 이유는 혹시 그거 아냐?


진짜 나에게 맞는 건 없다. 다른 나라에 태어난다면 지금과 똑같은 거거 하고 있겠는가. 다 그 국가 그 문화가 지정한 곳으로 흘러갈 뿐, 거기서 빠지면 낙오가 된다고 생각하니 갈 뿐.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가족을 빼고 말해 봐요. 아이들에게는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어. 혼란만 가중되거나 질문을 이해 못한다. 급식 받으려고 줄을 서 있는데 왜 밥을 타냐고 묻는 것과 같다. 밥을 왜 먹어야 물으면 굶어죽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고, 생존은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고 초등학교 5학년생이 말하는데 우린 그 정도 생각하고 사나? 성인은 좀 다른가.


이와 비슷하게, 내 ‘과거를 완전히 빼고’ 설명해보자. 이름도 빼라. 내가 지은 것이 아니니까. 나는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되면 자기 이름을 자기가 결정할 권한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성은 그래도 쓴다고 치자. 우린 흉내를 내면서 살다가 흉내가 명문법으로 자리 잡은 건 아닌가.


더 나아가 미래는 내가 어떻게 규정하나? 하지만 내가 바라는 미래의 그림도 과거에 주입된 것에서 시작한 거라면 어떤가. 그러면 묻겠지. 그럼, 사람이 교육도 안 받고 세상을 어떻게 사는가 항변해야 정상이다. 그 교육을 통해서 꿈과 미래를 바라보는 방법 외에 무엇이 있는가 반문할 수 있다. 그 정도면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니다.


늑대소년처럼 들판에 방치된 아이가 어떻게 미래와 꿈을 가질 수 있는가 그런 반문.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국 대원들이 죽음을 불사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 강릉무장공비 사건에서 잠수함 승조원들은 1열로 무릎을 꿇고 머리에 권총을 맞아 줄줄이 죽었다. 집단 제노사이드였다. 그게 그들에게 올바른 사고와 미래였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그런 점이 없나?


그렇지. 결론에 도달했지. 우린 적당한 걸 골라 꿈과 미래로 생각하며 산다. 인류문명의 가장 소박하면서 거대한... 출산과 가정을 이루면서 그걸 위해 살기도 한다. 그걸 만들어 놓고 자기 재미를 보겠다고 가정을 버리는 인간을 욕하지. 가정과 직장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쉽냐고. 그런 생각 누구는 못하냐고. 화가 나지.


자, 다시 묻는다. 인간이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는 이유. 꿈. 미래. 행복. 내 것 중에서 ‘남이 준 것’을 과감하게 빼보자. 그게 현재 내 인생이다. 당신은 과감하고 열정적인 남자이자 여자였다. 이런 질문에 심각해도 지금, 살기도 벅차다.


사람이 사는 이유는 원래 없는 거다. 아니, 우리가 모르는 거다. 내가 생각하는 사는 이유는 남이 보기에 웃기는 거다. 그 놈도 웃긴 이유를 내세우니 그런 비난은 엿이나 먹어라...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어쩌냐. 인도나 북한에서 아닌 것도 다행이기는 하다. 나는 삶이 ‘그냥 사는 거야’ 말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당신의 생각과 똑같이 ‘그냥 사는’ 건 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린 답을 모른 채 갈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느니 그냥 하나의 사상 이념 자유시장주의에 몰빵한다. 가장 편하게 사는 방법이다. 그것을 깊게 들어가면 복잡하기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중에 똑똑한 사람들이 아나키스트가 됐다.


사는 이유가 없다고 하무가 아니다. 인간의 당연한 권리와 같은 생각이다. 대충 살자는 것도 아니다. 포기하자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지워지고 나란 존재가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을 때, 드디어 나는 창조적인 인간이 된다.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놀라운 인간이 된다. 나는 창조 그 자체가 됐다. 내가 하는 것이 진리가 되었다. 난 해방되었다. 난, 사는 이유가 국가였다. 없어졌다. 난 배신자다. 국가를 덜어내고 나니 사는 이유가 없다. 아무것도 없다. 지금 하고 싶은 거. 내 증오의 대상. 몇 놈. 대신... 모든 짐을 벗었다.


난 바라본다. 아무 일도 예상하거나 꿈꾸지 않는다.

생각하면 거기로 간다. 스토리를 상상하지 않는다.

생각하나 안 하나 미래를 계속 오고 있다.


“기도해봐.”


나는 이 돼지가 불쾌하다. 말만 떠드는 돼지들이 정 떨어지고 냄새 더럽다. 그냥 역겹게 살면 너나 나나 뭔 상관이냐. 좋게 말하면 각자 밥그릇이 있는 거지. 더럽게 살면서 높은 자리에 앉았다고 정직한 척, 진실한 척, 청렴한 연기 쩔어. 그게 연기인 줄도 모르는 해탈의 단계에 이르렀어. 군인 욕할 거 없어. 사고체계가 거의 똑같아. 결국, 시험에 붙었을 뿐이고 너희가 단체로 뭉쳐 청념과 이상을 내세우며 사회를 협박하고 굴복을 강요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뚱뚱한 몸으로) 몸소 실현한다.


너는 몸을 써봤나.


이런 짓이 내 처지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보고 싶었다. 잘난 척을 너무 한다. 너무 심하다. 가만히 보니 자기 말을 진짜로 믿는 거 같다. 사람을 칼로 찌르고 교회에서 참회기도를 하며 자신의 진실함을 진짜로 믿는 거 같다. 공부 잘하는 것이 진리이며, 점수가 높아서 입학하고 임명되는 것이 계급이다. 계급이 높으면 모순도 진리가 된다.


자기 말이 법이다. 옛날에는 임금님 똥도 귀하게 여겼다지. 그러면서 큰소리로 선동도 한다. 나는 진실하니 너희도 진실해봐라. 진실하지 않은 놈은 가만 안 둔다. 위엄 훈시 압도. 히틀러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좀비들은 거기 넘어가 환호한다. 좀비는 항상 강한 놈에게 굴복할 준비태세로 사는 것 같다.


“기도 말이야. 기도. 살게 해주소서. 뭐 그런 거.”


시끄러운 세상. 말 많은 사람들. 자기 존재감에 핵폭탄이 터진 사람들. 난 말하고 싶다. 그게 니들이 한 거냐고. 이 나라를 위해 뭘 했냐고. 뒤에서 꿀 빨던 놈들이 폼을 너무 잡아. 너희가 세상 바닥을 알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국가를 위해 목숨 거는 거 알아? 카스트제도 아래서 묵묵히 일한 사람들은 뭐야. 여의도와 서초동에 낙하산이나 팔아볼 생각이다.


난 만나고 싶었다. 직접 멱살을 잡고 떠보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 너희는 국가를 위해서 뭘 했냐. 어차피 너희들도 시다바리 아니냐. 아니라고 하고 싶겠지. 자기가 오야라고 착각하겠지. 너희는 돈 아니야? 항상 그러지.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더 많다고. 권력을 잡은 놈을 기준으로 말하는 거야, 북한에는 착한 사람 없냐. 높은 카스트제도의 시다바리로써 아래 시다바리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야 너희들.


“나한테 왜 이러십니까.”


너는 코너. 나는 삥을 듣는 것처럼 앞을 지키고. 알파벳이 뭐지. Corner? 무에타이 동기 놈이 가르쳐줬지. 사람을 코너에 몰고 어떻게 패는지. 복싱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보고 팔꿈치를 면상에 날려라. ‘대게, 간다. 이거면.’ 깍지까지 끼고 무에타이 클린치 이중스탭으로 연속 무릎을 조지는 거. 하지만 그건 선수끼리나 하는 거고. 팔꿈치 하나 무릎 한방이면 보통사람은 그대로 간다. 내 앞에 이 기분 나쁘게 체구도 큰 덩어리. 운동한 덩어리도 아니고, 복부 한방이면 108배지.


헌데 말이야. 일단 까기는 까야 돼. 며칠 전 골목길의 그 떠바리처럼, 그래도 철빵으로 뿔린 놈도 맞아봐야 맛을 아는데, 이런 운동도 안 하고 폭탄주나 마시던 놈이 뭐가 있겠어? 나 같은 사람도 작은 놈 경계한다. 좆밥으로 보이던 놈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거 봤냐? 상상으로는 다 UFC 선수야. 뭐 세상에서 사람이 진짜 맞다이 까는 일이 많지는 않지. 다 자격증과 말빨로 싸우는 거지. 그래서...

이거!!!...


“대체 왜 이러십니까?”

“심심해서.”


“말씀하세요. 제가 도와드리죠. 억울한 일이 뭡니까. 어디서 오신 분인데 그쪽 일을 내가 뭘 망쳤다는 겁니까.”


이 사람에게 너는 사는 이유가 뭔지 묻는 게 실례다. 배부르게 세도 부리면서 잘 살고 있는데, 뭐가 부족해서 왜 사는지 이유를 생각하나. 물어도 소용도 없는 말이었어. 가난하고 힘든 사람만 삶에 관해 의문을 갖나? 잘 살고 해도 좋은 학자 같은 사람은 있겠지. 이 업종에도 있겠지. 다만, 이 조직도 군대와 같아서 함부로 말했다간, 마치 소원소리처럼 조직에서 찍히는 거지.


내가 너무 앞서갔어.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싸는 사람 많아. 그럼 마지막 남은 건 하나지. 죽어가면서도 그런 생각으로 죽냐. 그럼. 그렇겠지. 우린 각자 특이한 사회적 정신병 속에 죽는 거야. 결국 매가 악이고 칼이 법이지. 이들에게 필요한 건 원시시대야.


“저... 뭐하시는 분입니까... 어떤 일이 억울합니까?”


많구나. 그런 게. 억울한 사람 많을 거야. 그런 사람들이 가거나 가볼 수 없는 곳에서 안전하게 먹고 마시는 거지.


“혹시, 뭐 원하시는 거 있습니까?”

그렇지. 그래...

“뭐가 있을까?”


그래. 정신병이야. 남이 거짓말하면 죽이려 하고 내가 한 거짓말은 정당한 거지. 수준이 꽤 높은데?


“믿어도 돼?”

“말씀만 하세요.”


태세전환이 빠르네. 확실히 머리는 잘 굴러.


“00동 00사건 알아?”

“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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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공장의 하루 1 20.10.20 164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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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돼지 도살 3 20.10.17 135 4 9쪽
» 돼지 도살 2 20.10.16 151 4 11쪽
22 무인 산악에서 3 20.10.15 142 5 9쪽
21 무인 산악에서 2 20.10.14 141 5 10쪽
20 무인 산악에서 1 20.10.13 188 5 10쪽
19 사랑할수록 2 +2 20.10.12 143 5 10쪽
18 사랑할수록 1 20.10.10 175 6 10쪽
17 돌아오지 않는 퇴근 20.10.09 186 7 11쪽
16 추억은 아름다워 20.10.08 181 7 14쪽
15 돼지 도살 20.10.07 212 6 14쪽
14 산에서 온 남자 10 20.10.06 215 7 11쪽
13 산에서 온 남자 9 20.10.05 199 8 11쪽
12 산에서 온 남자 8 20.09.30 217 6 11쪽
11 산에서 온 남자 7 +2 20.09.29 19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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