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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28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10.15 10:00
조회
142
추천
5
글자
9쪽

무인 산악에서 3

DUMMY

생각보다 힘이 든다. 항상 이렇다. 하나 배우면 죽을 듯이 기력을 쓰고 거품을 물고 누런 물이 넘어온다. 그래서 하나 적응하면 또 하나가 온다. 대체 몇 년을 배워야 하는 거냐.


고참 조원들은 그랬지. 1년 봄여름가을겨울 지나야 맛만 보고 지나가는 거라고. 산은 봄여름가을겨울을 겪지 않고 말하지 말라고. 봄가을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골짜기가 무수하다. 2년차부터 뭐가 되기 시작하고, 3년차부터 어디 가져다 쓸 만 해진다고. 처음 1년은 그냥 죽었나 살았나 꼼지락거려봐라 통과과정이라고.


‘어... 씨...’


출렁. 밑에 한번 봤더니 생각보다 존~~~나게 높아 보인다. 떨어지면 뒈질 것 같다. 활배근은 어깨가 탈구되라 늘어지고, 90도 각으로 버티는 무릎과 아킬레스건이 고무줄처럼 늘어져 열불이 나고, 조금만 하체에 힘을 빼면 차가운 홀드를 버티는 손가락이 불이 난다. 바위는 이거 아니면 저거다. 중간이 없다. 예외가 없다. 아래를 봤다고 밑에서 “해골 빵꾸나고 싶냐!” 고함이 올라온다. 짜증 제대로... 화가 난다. 꼭지가 돌아. 아무도 안 들리게 말이 나온다.


“이 씨발... 좆 같은 거 증말.”

바위에 매달리면 욕해봤자 의미 없다. 욕하는 칼로리만 더 빠져나간다. 이걸 시킨 이유를 알 것 같다. 여기서 각도가 약간만 완만해도 정말 정말 쉬울 것 같다. 10도만 뒤로 더 누우면 다리 힘으로 질주하듯 올라갈 것 같다. 충분히 그렇다. 이 암벽훈련은 암벽처럼 타야하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경험을 준다.


너무 긴장했나... 몸이 젖는다. 온몸에 땀이 죽죽, 손아귀 힘이 빠져나가고, 팔뚝에 불이 나서 세포들이 증발하는 거 같다. 확보 안전로프도 없이 그냥 하라고? 장난하나 씨벌.


“아차차...”


드디어 3점 포인트. 왼손이 안 걸린다. 왼쪽 45도 저 위에 다음 홀드가 있다.


‘뭐가 저렇게 멀어.’


주저하자, 밑에서 바로 고함이 올라온다.

“보기에만 멀다니까 새끼야!”


그림을 그린다. 아까 고참이 한 걸 눈으로 익혀뒀다. 3점에서 안 잡은 왼손을 밖으로 돌리면서 바위 밖으로 몸을 돌려 한두 번 스핀을 먹인 후에, 그 반동으로 오른발을 힘차게 밀면서 몸을 휙 돌리며 왼손을 뻗으며 살짝 점프! 왼손에 걸리면 다리를 밀고, 오른손이 잡았던 홀드에 왼발을 얹어! 오른손은 뻗어 새 홀드.


고요. 호흡정리.


하낫 둘 셋... 반동, 반동, 뻗어!!!

악.


실패... 빨리 오른발. 오른발 홀드를 다시 찾아서 걸쳐. 어딨어! 어딨어! 안 그럼 오른손 하나로 버티다가 추락한다. 허... 근데 씨발 뭐가 이렇게 힘드냐. 이게 염병, 쓰는 근육이 달라. 지금까지 하던 것과 동작이 달라도 너무 달라.


여기에 몸이 적응해서 근육이 버텨줘야 돼. 씨발. 내 하중이 이렇게 무겁나? 시멘트 한 포를 달고 있는 것 같아. 턱걸이는 아무 것도 아냐. 베낭이나 타이어를 달고 턱걸이를 해야 하중이 비슷할 거야. 이 하중은 체중 보총 군장의 총합이 아니야. 이런 하나의 집중적으로 매달려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건 그 이상이야. 매달려보지 않고는 이 상태 절대로 모른다. 옆구리가 떨어져나갈 것 같고 양손 중간의 세 손가락들이 부러질 것 같다.


다시 한 번.


“후...”

고요. 호흡정리. 하나, 둘, 셋! 돌려~~~`


바운딩! GO~~~~!!

"악....“

실패.


와, 이런 젠장. 힘이 급격하게 빠져! 죽갔네.


어, 손가락 왜 이래. 나도 모르게 아등바등 손톱으로 바위를 긁었어. 잘못하다가 손톱이 통째로 위로 들려 날아가기도 한다 했다. 정신 차려. 손으로 마구 긁다가 손가락 끝 아작 난다. 손톱 깨졌네,,,


또 시도할 수 있나. 되나 이게? 미치겠네. 안되면 어쩌라고. 여기서 뛰어내려? 몇 미터는 역순으로 내려가야 점프를 해도 가능. 그래도 위험한데... 목덜미로 떨어지는 태양. 뜨겁다. 아귀힘이 한계치에 왔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 풀리는 거 아냐? 어, 이거 아닌데. 턱걸이처럼 쉰다고 하나 더 할 수 있는 게 아냐. 몰라? 기회를 놓치지 말고 빨리 마음먹고 쳐야 하나를 더 한다. 똑같다. 철봉에 매달려 지체되면 될수록 하나 더 할 확률은 줄어든다.


‘좀 있으면 고무팔 될 거 같은데.’


시끄러 씨발. 아래위에서 뭐라고 소리치는데 못 알아먹겠다. 그래도 뭐 건드리진 못하니까. 이런 상황에서 사회 하드프리 선수들은 몸을 역전시키면서 발을 올려 홀드를 걸친다고? 수평이동을 팔만 이용해서 한다고?


예전에 어느 선수 동영상이 기억난다. 자기가 사는 작은방에 인공암벽에 쓰는 홀드를 빼곡히 달아놓고, 아침에 일어나서 방의 4면을 치타처럼 이동하며 몸을 풀던데. 바위 타는 사람 힘 좋다는 소리가 이거구만. 전신 모든 근육을 쓰고 균형까지 있어야 한다 이거. 거기에 파워까지 필수.


이 상태는 가만히 있는다고 쉬는 게 아냐. 수영도 힘들면 쳐 맞을 각오하면서 해바라기로 뒤집어져 몸에 힘 빼고 잠시 쉴 수 있다. 낙하산을 타도 공중에서 잠시 쉴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힘은 계속 빠져나간다. 불안하다. 겁이 난다고 손으로 바위 박박 긁지 말하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


“똥 싸냐~~~!!!”


아... 점점 빠져. 이러다간 재도전이 힘들어진다. 아니 저걸 어떻게 다시 잡아. 이건 문제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더 무거워지고 손힘이 빠진다고! 더 이상 어쩌지? 일단 베낭을 벗어서 밑으로 떨어트려? 아니지. 그건 많이 안 올라왔을 때나 안전한 거지. 이 높이 죽어. 내가 이 높이에서 추락하면 등에 이 베낭이 있는 게 낫다.


이대로 걍 떨어져서 국군병원 가? 다치면 찬국? 그러다 진짜 병신 되는 수도 있지. 이 좆같은 베낭이 날 살려줄까? 육군 군장은 뽀대만 나더만. 625 빨치산 륙색 같은 반합주머니 두 개 달린 이 허접한 갈색 베낭. 딴에 공화국 컨셉 모조품. 벗어 말어. 안 돼. 떨어질 때 베낭을 깔고 떨어지는 게 좋아.


점점 시도가 멀어진다.

젠장. 걸렸네,,,

오도가도 못 해.

드디어 ‘오도가도’, 아... 갇혔다.

결정을 내려야 돼.


아무 것도 안 하고 숨기에는 주먹에 열이 오른다.


“시도하거나 죽거나.”


인간이 죽어도 영혼이 없다는 보증만 있다면

난 지금 당장 죽을 수 있다.


난 하나의 사건으로 일어나고 끝나고 사라지면 된다.

그래서 난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어차피 되거나 죽거나.

여기서 배운 건 그거다.


나는 본다, 위를 올려다본다. 아무런 장비 없이 이 빌라를 4층까지 오른다면 못 믿겠지만, 암벽을 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거다. ‘잡을 게 널리고 널렸구만.’ 동의한다. 바위의 얼마나 작은 돌출이나 요철을 손가락 끝과 발로 지지하고 등정에 성공하는지 사람들이 눈으로 직접 못 봤기 때문이다. 진짜 어려운 건 돌출구가 희소한 고층아파트나 빌딩이다. 이런 일을 주로 하는 (훈련된. 숙달된) 도둑 입장에서 보면 그냥~~ 올라가는 코스다.


‘송진가루가 없네. 그게 명칭이 뭐였더라.’


가스파이프 같은 것은 파이프를 잡는 게 아니라 파이프를 고정하기 위해 콘크리트에 박은 볼트를 잡거나 딛는다. 볼트는 단단하나, 그 위에 걸린 철끈은 금방 뜯어진다.


‘하나-둘, 오케이. 그 다음 어디 잡지? 오, 저기. 셋 넷. 마지막에는 창문틀을 당기면서 오른손 뻗고. 다음 2층...’


왼손 오른손이 차례로 잡을 것이 있으면 하나의 스텝. 그 다음 두 개가 걸리면 올라선다. 전문가들은 한 손만 잡고도 하드 프리로 틀어서 올라가고, 발을 먼저 올려서 걸고도 올라간다. 내가 그 정도는 아니지. 튀어나온 볼트 하나에도 발을 지지하는 [홀드]. 추락 안 하고 버티려면. 어느 손가락이든 손가락 한 마디 정도면 사람은 매달린다. 손은 두 손가락 이상이 걸쳐야 제대로 당기지만, 당기고 올라가면 가능. 이 근육과 다른 근육은 많이 다르지. 몸 정말 근육질인 동기가 손톱을 암벽에 박박 길었으니까.


‘오케이. 됐어. 몸 풀어.’


밑을 보지 마라. 위도 너무 보지 마라. 보려면 수평을 봐라. 얼마나 오를지 얼마나 걸릴지 너무 상상하면 힘이 금방 빠진다.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을 버려라. 만약 추락하면 중간에 담벼락에 일단 완충하고 바닥에서는 낙하산 접지처럼 굴러. 그럼 죽진 않는다.


“후...”


일단 오르면 쉴 수 없다. 조금 까다롭지만, 시작하면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나올 때는 문 열고 계단으로 내려오면 된다. 이건 전신의 모든 소소한 근육까지 반응하는 등반. 이건 거짓말이 없다. 그게 좋다. 숨을 수 없는 진짜다. 확보나 로프 스냅링이 없다.


맞다이.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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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 산악에서 3 20.10.15 14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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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무인 산악에서 1 20.10.13 188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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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랑할수록 1 20.10.10 175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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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산에서 온 남자 8 20.09.30 21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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