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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행성함 M-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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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25 19:26
최근연재일 :
2023.11.08 21:2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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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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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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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30. 사관학교의 일상

DUMMY

“과거의 인류는 전 우주를 지배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대한 행성함조차, 당시에는 인류의 함대에 속한 함선 중 하나일 뿐이었지.”

일반 학습 과목 중, 도덕 과목을 가르치는 담당 교사의 목소리가 학습실에 울려 퍼진다.

배부된 자료에 적힌 내용을 비슷한 말로 바꿔 입 밖으로 내기만 하는 가르칠 의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수업.

“물리 법칙에 간섭하고, 전 우주에 닿는 영향력을 발휘하며, 우리 세계의 에너지 총량조차 간섭하던 것이 옛 인류였다.”

아이들이 학습에 집중하도록 영상 자료라도 보여줄 법하건만, 담당 교사는 그런 커리큘럼을 짤 생각이 없는 건지 계속해서 높낮이 차이조차 적은 목소리만을 길게 잇고 있다.

“그렇지만, 인류는 패배했다. 인류의 지배 아래에서 풍족함을 누렸건만 반란을 일으킨 배은망덕한 외계인들과···.”

갑작스러운 말 끊김에 아이들의 의식이 깨어났다.

흥미로운 말에 관한 관심이 아닌, 계속해 이어지던 지루한 자극이 사라짐으로써.

“흠···. 그래. 유라. 한번 답해봐라. 인류가 대전쟁에서 패배한 원인은 뭐지?”

이것은 선생이 미리 만들어 온 커리큘럼에 따른 질문이 아니었다.

그저,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고 싶었을 뿐.

대답할 후보생으로 유라를 택한 것 또한 특별한 의미 없이, 가장 가까이 있는 후보생이기에 택한 것뿐.

“···그···.”

그렇게 지목당한 유라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어떤 수업에서 들은 내용을 떠올렸다.

“인류 내부의 배신자들 때문···. 입니다.”

말꼬리가 조금 흐려진 답변이긴 하였으나, 유라는 끝까지 답을 하였고.

“그래. 배신자 때문이지.”

만점짜리 답은 아니었으나, 충분히 정답이라 할 수 있는 답에 교사는 만족하며 말을 다시 이어 나갔다.

“쉽게 진압할 수 있었던 외계인의 반란은 여러 가치를 내세운 인류 내부의 배신자들로 인해 급격하게 악화하였다. 처음에는 작은 소란이었으나, 그 불씨는 커지며 내전의 양상을 띠게 되었지.”

교사가 직접 겪은 일도 아닌, 옛 과거 시대의 이야기건만, 교사는 분노의 감정을 목소리에 담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결국 우주를 지배하던 인류는 배신자로 인해 조각났고, 대전쟁은 긴 시간 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위대한 번영을 사라지게 하였다.”

오늘 수업이 지루했던 것은 이 순간을 위한 에너지 비축이기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가 그 안에 담긴 감정과 함께 높아졌다.

“이 이야기를 통해 너희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인류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멍한 상태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교사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배신자들은 인류라는 가치보다 다른 것을 더 중시하였다. 그 결과로 남은 것은 인류의 비참한 패배뿐.”

인류라는 가치를 순수한 인간으로 한정한 행성함의 인류에게 있어, 남은 것은 이 행성함 하나뿐.

전 우주를 호령하던 인류에게는, 작디작은 금속 대지.

“인류가 다른 존재보다 우월하단 사실은 명백하다. 더 오랜 시간 살아온 종족은 많지만, 인류와 동등한 경지에 오른 종족은 없었으니까. 그러니, 우리의 적은 인류. 즉 우리 자신뿐이다. 인류는 위대하나, 인류라는 중요한 가치보다 다른 것을 우선시하는 이들은 우월한 인류의 힘으로 인류를 깎아내린다.”

자유, 평등, 정의의 가치를 내걸었던, 대전쟁의 배신자이자, 현재의 적에게 교사는, 행성함의 인류는 분노를 표현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집단을 이룬다. 인류는 위대하지만, 그 성질상 항상 내부에 독을 품고 있기에. 각자가 가진 힘을 최대로 발휘하며, 동시에 인류를 몰락시킬 독을 품은 이들을 미리 발견하기 위해 서로를 견제한다.”

교사는 열렬하게 가치를 전파한다.

새로운 시대의 인류에게.

“개인은 집단이 되어 개인을 감시하며, 집단은 집단끼리 감시하며, 상대보다 뛰어나지기 위한. 지금의 행성함에 맞는 구조.”

여전히 어떠한 자료도 없는 고함이지만, 그 목소리는 아이들에게 닿는다.

그것이 어떤 내용이건 간에, 한 사람의 의견이 담긴 목소리는 타인에게 닿기에.

“이것은 인류가 발전하기 위한 원동력이 투쟁과 갈망에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풍족함이 이어지면 그런 중요한 것을 잊고 헛된 가치를 찾기 마련이지. 그렇기에 우리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투쟁하며, 결핍 속에서 자신을 갈고닦는다. 비록, 이러한 투쟁이 잠깐의 정체일지언정, 결과적으로는 인류의 총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행성함의 어떤 사상가는 말했다.

인류가 강한 이유는 그 독에 있다고.

인류 스스로를 무너트릴 맹독조차, 언젠간 양식으로 삼기에.

그것이 인류가 다른 모든 종족을 뛰어넘어 우뚝 선 이유라고.

“기억해 두도록. 지금 주변에 있는 것은 인류라는 동료이자, 언제 인류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경쟁 상대이다. 우리는 인류라는 동료를 사랑함과 동시에, 자신이 아닌 다른 모두를 의심하며 앞지르고 감시해야 하지, 부디 이 모순을 안고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길 바란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아이들은 앞으로 계속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수업을 들을 것이다.

삐익.

조용해진 학습실에, 오전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점심시간이로군. 식사 맛있게 하길 바란다.”


* * *


오전 수업이 끝난 점심시간.

“몇 번이고 말했지만, 역시 이건 식사가 아니에요.”

배부받은 식사를 앞에 둔 헬리오는, 유라가 몇 번이고 들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난 괜찮은데.”

유라는 그에 헬리오의 그 말처럼 몇 번이고 반복된 답을 되돌리며 배부된 음식을 손에 쥐었다.

표면에 8기업의 마크가 박혀있으며 군용완전영양식 3형이라 각인된 은빛 비닐에 감싸인 두께 1cm가량의 손바닥만 한 비스킷.

유라는 포장지에서 나온 연한 갈색 비스킷을 평범하게 입으로 삼키며 헬리오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유라 또한 처음으로 이 전투식량을 먹을 때는 무척 놀랐다.

겉모습으로는 고아원이나 훈련소에서 보았던 별다른 맛 없이 소금기만 조금 도는 퍽퍽한 비스킷을 생각하고 입에 넣을 유라였지만, 곧 전혀 다른 식품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척 단단하거나 바삭한 식감이 있던 비스킷과 달리, 군용식 3형은 씹는 맛조차 없이 입 안 점막에 닿는 순간 녹아 액체로 변해 목 안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이물질 없이 순수한 물을 마시듯 어떠한 맛도 느낄 수 없었다.

유라가 알던 식품이라는 범주를 한참 벗어난 무언가에 유라가 이게 먹는 물건이 맞나 한참 고민하던 와중.

처음 군용식을 먹고 당황하는 아이들을 즐겁게 바라보던 휴 대위는, 곧 입을 열어 모두에게 이런 음식이 나온 이유와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니.

유라는 그때 휴 대위에게 배운 대로, 개별포장된 비스킷이 든 군용식 상자 안의 집게손가락 크기의 종이를 꺼내 목 옆에 붙였다.

약간의 접착성을 지닌 종이가 목 옆에 잘 달라붙은 것을 확인한 뒤, 유라는 군용식 3형을 입 안에 넣어 목 안으로 삼켰고.

유라는 폭발적인 맛을 경험하게 되었다.

절묘하게 배합된 감칠맛과 단맛의 소스가 어우러진, 훌륭한 고기볶음 요리.

그런 훌륭한 맛 외에도, 고기의 질긴 맛과 채소의 아삭한 감촉이 입 안에서 감도는 감각이 유라의 뇌를 지배했다.

유라는 요리에 대해 잘 모르기에 맛있다는 표현만을 하고 있지만, 지금 유라가 느낀 것은 조린 굴 소스로 볶은 채소와 폭찹이라는 요리의 맛이다.

이는 목에 붙인 종이회로가 군용식 내부의 일회용 나나이트와 반응하여 유라의 신경에 데이터로서 기록된 맛을 제공한 결과.

비록 삼키는 것은 아무런 맛도 식감도 없는 군용식 3형 그대로지만, 감각은 무언가를 먹었다는 기쁨과 포만감을 느끼고, 필요 영양은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전투식량.

유라는 이 음식에 만족하고 있다.

매일 똑같은 맛이라면 모를까, 한 번도 같은 맛을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맛의 종류가 다양하고, 비록 감각만일지언정 맛은 유라가 경험해 본 적 없을 정도로 훌륭했기에.

삼키기 직전까지도 어떤 요리일지는 알 수 없기에, 이번에는 어떤 맛일지에 대한 기대감 또한 유라에게 고평가되는 요소.

“맛있나요? 유라.”

“응.”

“으음. 그럼, 다행이네요. 전 역시 별로지만.”

헬리오는 그리 말하며, 자신 분량의 군용식 3형을 삼켰다.

무덤덤하게, 목에 종이 회로도 붙이지 않고.

유라는 이미 헬리오에게 몇 번이나 들어서 헬리오가 저렇게 먹는 이유를 알고 있다.

군용식 3형을 통해 전해지는 것은, 세공되고 기록된 절대적인 감각일 뿐. 자기 감각이 전달하는 자신의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 헬리오의 주장.

각자의 혀가 느끼는 정보가 다르고, 각 신경의 예민함이 다르기에, 같은 요리를 먹어도 느끼는 것이 다르건만, 군용식 3형은 절대적인 맛이라는 말초적 쾌락만을 제공한다며.

“으···.”

그런 말을 유라에게 했던 헬리오는, 표정을 찌푸리며 아무런 먹는 맛이 없는 군용식 3형을 삼켰고, 찌푸린 얼굴 그대로 유라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만, 유라. 이 맛에 익숙해지면 안 돼요. 그럼 평범한 식사에서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될 거예요.”

헬리오는 그렇게 진지하게 조언했고.

유라는 헬리오의 기세에 이기지 못한 채 남은 한 장의 군용식 3형을 목에 붙인 종이 없이 삼키며, 헬리오의 연설을 들었다.

“애초에 굳이 비스킷과 회로를 개별로 분리한 것도 이해가 잘 안되네요. 어차피 감각 데이터 재생을 위해서라면 그냥 비스킷 내부 나나이트에 해당 기능을 삽입해도 되잖아요? 뭐 저야 그 덕에 그냥 회로 없이 삼킬 수 있어 좋지만요.”

헬리오의 이번 연설은, 유라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군용식 3형에 대한 불만은 자주 들었지만, 이렇게 길면서 상세한 내용을 듣는 것은 유라도 처음.

“요리란 자신에게 맞는 맛을 찾는 과정이며, 완전히 같게 만들 수 없는 화학작용에서 나오는 특별한 즐거움을 찾는 것이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이건 정해진 맛을 이게 무조건 옳다고···.”

한번 터져 나온 헬리오의 불만이 끊임없이 계속 쏟아졌지만, 유라는 말을 막지 않고 조용히 들어주었다.

“솔직히, 일주일에 한 번에서 두 번이라지만 이걸 내놓는 이유도 모르겠어요. 휴 대위님은 언젠가 너희들이 먹을 물건이니 익숙해지라고 내놓는 거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8기업과의 거래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헬리오가 있어서 그런가. 그냥 먹어도 괜찮네···.’

유라는 헬리오의 말을 소스 삼아 남은 비스킷을 삼켰다.

비록, 항상 배곯던 삶을 살아 헬리오가 말하는 요리에서 자신에게 맞는 맛을 찾는다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더라도, 그것이 헬리오에게 있어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이해하여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다음 오후 수업의 시간까지.


작가의말

슝슝슝.


늦어서 죄송합니다!


본업에 여러 일이 있는 바람에....


그래도 최소한 주 2회는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가급적 3회를 맞춰야 하겠지만...


댓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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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 사관학교의 일상 +2 23.11.08 35 2 11쪽
29 029. 가지 않은 길 +1 23.11.03 21 3 13쪽
28 028. 걸음마 +1 23.10.30 19 3 12쪽
27 027. 동경 +1 23.10.28 29 3 13쪽
26 026. 금속의 대화 +1 23.10.19 27 1 13쪽
25 025. 철의 마음 +1 23.10.18 24 2 13쪽
24 024. 섹터 봉쇄 +1 23.10.16 22 2 13쪽
23 023. 13기업 +1 23.10.12 26 2 12쪽
22 022. 라이터 +1 23.10.11 26 2 14쪽
21 021. 콜로서스 +1 23.10.09 29 2 13쪽
20 020. 코어 +1 23.10.05 27 1 13쪽
19 019. 풀 메탈 하트 +1 23.10.04 31 1 12쪽
18 018. 자유, 평등, 정의 23.10.03 29 1 17쪽
17 017. 우정+ 23.10.01 31 1 12쪽
16 016. 오리엔테이션 23.09.28 35 1 12쪽
15 015. 금빛 태양 +1 23.09.25 47 2 12쪽
14 014. 입학식 23.09.25 39 3 13쪽
13 013. 기숙사 23.09.25 40 2 13쪽
12 012. 승강역 23.09.25 41 2 13쪽
11 011. 다음 장 23.09.25 40 2 13쪽
10 010. 만들어진 무대(2) 23.09.25 41 2 16쪽
9 009. 만들어진 무대(1) 23.09.25 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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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어른 23.09.25 64 2 14쪽
5 005. 총 23.09.25 7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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