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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행성함 M-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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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25 19:26
최근연재일 :
2023.11.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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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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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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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18. 자유, 평등, 정의

DUMMY

“안녕.”

페일에게 전송된 시간표보다 20분 일찍 학습실에 도착한 유라는 미리 도착해있던 헬리오에게 인사를 건넸다.

페일이 유라에게 알려준 대로 어제의 사건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여주지 않은 채, 그저 평범히 친구에게 인사하듯.

그런 유라의 인사에 헬리오는 조금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안녕하세요. 유라···.”

헬리오 또한 어떤 식으로든 어제의 추태에 대해 마음을 정리한 듯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밝은 얼굴로 유라를 맞이했다.

유라를 부를 때 호칭을 떼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뒷말을 흐리긴 했지만 말이다.

이렇듯, 헬리오는 유라를 부를 때 아무 호칭도 붙이지 않기로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헬리오는 본인이 알고 있는 여러 호칭을 떠올려보았지만, 유라에게 어울리는 호칭을 찾지 못했기에.

‘씨’라는 호칭이 그나마 가장 적합하고, 어찌어찌 쥐어짜면 ‘군’과 같은 호칭이 남아있긴 하지만, 유라에게 사용하기에는 애매하다고 헬리오 본인이 판단했다.

헬리오의 이런 선택은 유라에 대한 특별대우가 되었다. 헬리오 본인은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학습실에 들어오는 다른 동급생들에게 헬리오는 여전히 양이나 씨와 같은 호칭을 붙여 인사하고 있으니까.

이러한 경험이 없는 둘은 서로에게 피어난 특별한 관계성에 대해 눈치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헬리오의 밝음은 서로의 만남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제보다 피부나 머리 건강이 좋아지신 것 같네요.”

“다 쓰시면 제게 말씀 주세요. 더 드릴 수 있으니까요.”

“···정말 남성 맞으시죠?”

동급생과 중간중간 인사를 건네는 와중에도, 최대한 유라에게 말을 걸어오는 헬리오.

어제와 같은 육체적인 접촉은 사라졌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헬리오의 행동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헬리오가 정의한 서로의 관계에 이성이라는 요소가 하나 추가되었을 뿐이기에.

비록 관련 교육을 받아 이성에 대한 관계는 동성과 다르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을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 이상의 것을 이해하기에는 헬리오에게 아직 너무 이런 일.

그렇게 작은 특별함이 섞인 친구 관계 속에서.


삐익.

평범한 학교 종소리 대신, 정각을 알리는 작은 비프음만이 학습실 내에서 울리고.

드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성인 남성이 걸어들어왔다.

흰색 정복과 정모를 완벽하게 차려입은 남성.

정복에 새겨진 검은 배색마저 한 치의 오차 없이 각을 잡아, 사전에서 군인이라는 단어의 예시용 영상 자료로 써도 손색이 없을 옷차림.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규칙적이고 정교했기에, 그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아이들은 그가 로봇이나 그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을 지경이었고.

탁.

소형 단상에 남자가 데이터 슬레이트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이름은 주원. 계급은 소령.”

그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하고, 끝맺었다.

“정훈교육 담당이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지.”

이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는 듯 모니터가 밝게 빛나고, 주원은 모니터 화면을 가리지 않도록 옆으로 이동하였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모니터가 아닌, 주원의 계급장을 향해 있었으니.

계급장 뒤에 자리한 일곱 별로 이루어진 국자 모양의 문양.

그것은 주원의 소속이 제6기업이 아닌 제7기업임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독전관.”

누구에게나 친근함을 보이던 헬리오조차, 혼잣말과 함께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주원에 대한 거부감을 내뱉었다.

학습실이 너무나도 조용했기에, 헬리오의 옆자리에 앉은 유라는 그 단어를 들을 수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학습실에 짙은 부정적 감정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주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어나갔다.

“우리의 주적은 자유, 평등, 정의로 자신들을 자칭하는 세 세력이다.”

휴가 모두에게 알려주었을 때처럼 세 세력을 의미하는 단어가 모니터에 떠오르고.

“이들에 대해 오늘 처음 들은 사람도, 이미 알고 있던 사람도 있겠지. 그렇지만, 이들이 어떠한 존재인지는 모두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매 수업 때마다 몇 번이고 반복하여 조금의 오차도 없이 내뱉어지는 말.

주원에게 이것은 수없이 반복된, 앞으로도 반복될 행동이지만, 아이 중 앞으로 이어질 내용을 아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이후 이어질 내용은, 어떤 이들에게는 맹독과도 같기에.

과도한 지식은 사람을 망가트린다.

그렇지만, 주원은 입을 열어나간다.

앞으로의 4년간, 불순분자를 솎아내기 위해서.


“처음은···. 자유다.”

삑.

주의를 환기하는 비프음과 함께, 자유라는 단어가 확대되었다.

“평등과 정의 없는 자유. 그것은 개인에게 제한 없는 자유를 보장한다.”

그 말과 함께 커다란 영상 자료가 모니터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존재치 않는, 검정 위에 흰 별만이 배경으로 흩뿌려진 우주.

그렇지만, 점차 영상이 확대되고 아이들은 텅 빈 우주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 한 명.

그렇지만, 무언가가 이상하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중성적인 외모의 존재는 우주복이나 보호 역장 특유의 광택 없이 우주에 떠 있다.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존재라면 그렇게 우주에 떠다녀도 이상하지 않지만, 영상의 존재는 손발을 까딱이거나 시선을 여기저기 돌리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직후.

‘뿌득.’

우주 공간이니만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야 마땅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착각에 빠졌다.

영상 속 존재의 상체가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렸기에.

도저히 살아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각도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속도로.

그렇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

한번 뒤틀린 몸은 계속해서 또 다른 부위가 뒤틀렸고, 뒤틀린 자리는 핑크빛 살점이 부풀어 오르며 자리를 채웠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게 반복된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기에, 더더욱 기괴한 하나의 영상으로서.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모니터에 비치는 영상에는, 본디 사람이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살덩어리만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분홍색의 둥근 살덩어리가 되어, 맥박치는 거대한 공.

그것은 자신의 배에 자리한 거대한 눈을 카메라로 향했고.

그 직후 화면 전체가 흰빛에 삼켜진 뒤, 노이즈와 함께 영상이 끝났다.

그 광경을 본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감상을 얻었지만.

모두가 충격에 빠져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는 것은 동일했고.

“그들은 힘이야말로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원동력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그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극단적인 생명공학을 사용한다.”

삑.

화면이 반짝이며 여러 사진을 불러온다.

중(中)형 콜로서스가 우습게 보일 정도로 거대한 인간 형태의 살덩이.

원통 형태의 명백히 살아있는 촉수 달린 전함.

팔 대신 살색 날개가 붙어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인간.

양손이 대포와 같은 원통 형태를 띠고 있으며, 팔로부터 흰색 레이저를 쏘는 피부가 녹은 인간.

“자유의 신봉자는 수가 적지만, 각 개체가 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각기 다른 힘과 형태를 지니고 있기에 전투마다 임기응변이 요구된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삑.

주원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다음은 정의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정보전달.

“자유와 평등 없는 정의. 그것은 순수한 광신에 가까운 행동이다.”

또다시 영상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또다시 충격적인 영상이 모니터에 비칠 거라 믿고 침을 삼켰으나.

재생된 영상은 아이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그것은 어느 도시의 광경.

사람들은 빛을 쬐며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하고, 주변에는 아이들이 웃으며 돌아다닌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평화로움이, 수십 초간 펼쳐진다.

아이들이 영상에 대해 그냥 행성함 어딘가를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을 때쯤.

쿵.

무언가가 추락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 어떤 거체가 잡혔다.

건물보다 조금 큰 크기의 소형 콜로서스.

네모난 블록에 손발이 달린듯한 디자인상 맞춤형보다는 양산형에 가까운 콜로서스가 콜로서스용 총기를 든 채 평화로운 광경 사이에 자리한 풍경은 충분히 이질적이었지만, 행성함에서는 그럭저럭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하였다.

산업용이 아닌 군용 콜로서스가 시가지에 내려온다는 것은, 해당 구역에 사회를 위협하는 대규모 분리주의자 집단이 있거나, 규칙을 위반한 기업을 뿌리째 지워버리기 위함.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있거나 지식으로 알고 있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영상의 사람들이 대피하거나 공포에 질려 엎드리리라 생각했다.

전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그렇지만, 영상은 달랐다.

영상에 출현한 모든 존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식기인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조금 전까지 가지고 놀던 공을 들고.

어깨에 짊어졌던 가방을 손으로 돌리며.

아이도, 어른도.

남성도, 여성도.

누구 하나 멈추지 않고, 하늘에서 내려온 콜로서스에 달려들었다.

나이프와 포크, 공이나 가방 따위로 뚫릴 리 없는 장갑을 두드리며, 멈추지 않고, 계속.

사람에게 사용하기엔 너무 큰 구경의 총기가 난사되어, 주변 사람들이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피와 살점이 되어도, 계속.

아이가 죽어도, 누구 하나 눈을 돌리지 않고.

팔이 날아가도, 다리가 날아가도, 계속해서.

도로를 지나던 바퀴 달린 옛 시대의 탈것도 콜로서스를 향해 달려든다.

콜로서스 주변에 널브러진, 아직 살아 숨을 쉬는 사람들을 바퀴로 짓밟아 시체를 터트리며.

탈것과 콜로서스 사이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무기 삼아 장갑을 두드리던 존재를 함께 찌부러트리며.

사람과 사람, 수많은 탈것이 콜로서스를 두드리지만.

그 무엇도 콜로서스의 장갑을 뚫지는 못했고, 남은 것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수많은 탈것과 무수히 많은 시체뿐.

그 끔찍한 광경에 콜로서스 탑승자가 싸울 의지를 잃은 것인지, 난사하던 총기를 멈추고 그저 서 있기만 할 뿐이었고.

웅.

공기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또 다른 거대한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흰색의 기계.

타원의 형태를 가지고, 빛으로 이루어진 날개와 헤일로를 단 기계는 인간을 모방한듯한 얼굴과 함께 지상에 내려왔으니.

반중력 장치로 허공을 떠다니는 그것은, 도자기로 착각할법한 매끄러운 흰색 표면에 섬세한 푸른 선을 무수히 만들어 장갑을 푸르게 물들인 뒤.

허공에서 푸른 검을 소환해 내리쳤다.

아직 콜로서스 주변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지만 주저하는 기색 없이.

그렇게 화면이 푸른 빛으로 물들고.

영상이 끝났다.

여전히 학습실은 조용하다.

영상을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은, 그저 침묵만을 지킬 뿐.

“그들에게 있어 한 권의 책에 쓰인 정의는 그 무엇보다 중요시된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칠 정도로.”

삑.

또다시 모니터에 여러 자료사진이 나타난다.

수많은 형태의 디자인을 가진 기계들이 나타났지만, 모두에게 공통적인 요소가 존재했다.

도자기처럼 보이는 매끈한 흰색 장갑, 금빛 입자로 이루어진 날개와 헤일로.

“수없이 많은 신봉자와 대의라는 이름의 사상. 그것은 그들에게 옛 인류의 유산인 초능력을 다루기 좋은 기반이 되었다. 저 어리석은 자들은 기적이라 부르고 있지만.”

이제, 어린아이들은 그저 주어지는 정보를 받아들였다.

자신이 알던 상식과 너무 다른 정보가 쏟아지고 있었기에.


삑.

“다음은 평등이다.”

아이들은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유와 정의 없는 평등. 그것은 온전한 하나를 의미한다.”

마지막 영상이 재생된다.

무기질적 회색으로 이루어진 도시.

행성함의 풍경도 철색 금속으로 이루어진 구역이 많은 탓에 단조롭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그 이상이었다.

똑같은 영상을 복사하고 붙여넣기라도 한 듯 영상 속에서 반복되는 건물과 길.

그런 주제에 사이사이 규칙성이 보이지 않는 녹색 식물과 여러 색의 꽃이 심어졌단 사실에 아이들은 조금 쓴웃음을 피웠지만, 영상이 진행됨에 곧 그 쓴웃음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규칙성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가로수나 화단마저 일정 간격으로 똑같이 반복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말았기에.

그런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거리 속에서.

남자로도, 여자로도 보이는 존재가 걸어가고 있다.

모두가 똑같은 검은 옷을 입고, 똑같은 얼굴로, 똑같은 체형으로, 똑같은 발걸음으로.

그들 사이에 아이로 보이는 키가 작은 존재가 있었지만, 아이들도 어른들과 생김새가 다를 뿐, 아이들끼리는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그 한없이 이질적인 광경에, 유라의 동급생들은 자신의 눈이 이상해진 것은 아닌지 눈을 감았다가 떠보지만, 영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판에 찍어낸 것처럼 똑같이 생긴, 무한히 반복되는 길가의 풍경.

그들 각자에게 있어 유일한 차이점은, 머리카락의 색과 형태, 그리고 머리카락에 붙이는 액세서리뿐.

차라리 모든 이의 생김새가 같다면 모를까, 약간의 차이는 존재한다는 점이 영상 속의 광경을 더욱 괴이하게 만들었고.

언제까지고 무한히 반복될 것 같은 길과 발걸음이었지만, 영상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조금 전과 똑같은 거리의 풍경. 그렇지만, 비추어지는 것은 전혀 달랐으니.

똑같은 디자인의 각진 회색 탱크.

수없이 많이 날아다니는 회색 드론.

하늘을 뒤덮는 회색 전투기.

인간의 형태라고는 그들을 호위하는 각진 파워아머 말고는 없는 전장에서, 무수히 많은 병기가 콜로서스를 향해 진군한다.

다른 동료가 모두 쓰러지고 홀로 남은 엘더급 콜로서스는 압도적인 성능을 뽐내며 적을 격퇴하지만, 하나가 쓰러진 자리에 열이 몰려오며 그 자리를 채웠다.

꽤 긴 시간 적을 상대하던 콜로서스였지만, 끝없이 몰려오는 적을 막진 못했고, 결국 무수한 폭발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그들은 완전한 평등을 추종한다. 그런 주제에 개인이라는 존재를 중요시하기에 저런 기묘한 형태로 완성되었지.”

삑.

조금 전 보았던 영상과 똑같은 형태의 병기들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그 형태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우주 전함이나, 함재기로 보이는 병기가 몇 개 추가되긴 하였지만, 그조차도 특별한 것은 찾을 수 없는 극도로 단순한 디자인.

“그들의 병기는 극도로 규격화된 나머지 오히려 대응하기 쉽다. 성능 향상 업데이트 때마다 조금 곤란해지지만, 그조차도 곧 정보를 모을 수 있지. 그렇지만, 그들의 숫자는 전술적 관점으로는 한계가 없기에 후퇴할 시기를 알아야만 한다.”


삑.

모니터가 꺼지고, 주원이 단상으로 돌아왔다.

긴 설명을 했음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그는 꼿꼿이 선 차려자세를 유지하며 아이들을 내려보았으니.

“이 자료를 보고 하나 의문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차갑고, 무기질적인, 몇 번이고 반복한 대사를.

“저들 또한 사람, 인류가 아닌가.”

주원의 말에 유도되어, 설령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더라도 아이들의 의문은 하나로 통합된다.

다른 모든 생각을 잡아먹는 강렬한 호기심.

행성함의 어디에서 태어났건, 아이들은 한 번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우리가 마지막 인류다.’

우주의 지배자였던 인류지만, 긴 전쟁으로 인해 인류의 거주지는 이 작은 행성함뿐.

그렇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보여준 영상은 그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미 괴물이나 마찬가지인 자유.

저것을 인류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인 평등이 있지만.

정의는 아직 저것을 인류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그 장면에서, 행성함의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 밥을 먹고 웃으며 놀고 있었지 않았던가.

그러니, 분명 저들 또한 인류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인류가 아니다.”

주원은 부정한다.

“그들은 우리와 조상이 같을 뿐, 옛 인류를 멸망시킨, 자유, 평등, 정의라는 썩어 문드러진 가치에 타락하고 뒤틀린, 인류를 저버린 존재다.”

주원은 선언한다.

“진화상 같은 조상을 가지는 원숭이를 인류라 하지 않듯, 그들 또한 인류가 아니다.”

주원은 정의한다.

“왜 너희가 여태 이런 정보를 들은 적 없나 궁금하겠지.”

삑.

모니터가 밝아지고, 첫 화면이 다시 나타났다.

자유, 평등, 정의.

“그것은 지금도 저들의 유혹이 우리에게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온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

철컥.

학습실에 금속 소리가 울려 퍼진다.

“보통이라면 성인이 됨과 동시에 정보 통제가 해제되지만, 너희들은 앞으로의 교육에 필요하기에 이른 나이에 이걸 알게 되었지.”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주원의 손에 들린, 장전된 작은 권총.

“내 보직은 독전관이다. 부디, 내가 권총을 사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아이들의 몸이 굳어지고.

삑.

모니터가 꺼졌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카멘 하드(3관) 깼습니다.

4관 박고 있습니다.

살려줘.


내일도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드디어 주인공이 탑승하는 콜로서스 나옵니다.

와! 로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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