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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행성함 M-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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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25 19:26
최근연재일 :
2023.11.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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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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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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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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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27. 동경

DUMMY

“정신이 드나?”

유라가 눈을 뜨고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너무나도 즐거워 보이는 미소가 깃든 휴 대위의 얼굴.

다른 학생을 가르칠 때와 달리,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겉으로 내보이는 그녀.

“···.”

눈을 뜬 유라지만, 휴 대위가 미소와 함께 흩뿌리는 위압에 압도되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고.

자신의 기운에 유라가 압도당한 것을 알아차린 휴 대위는 천천히 허리를 편 뒤, 헛기침하여 분위기를 환기하곤 다시 입을 열었다.

“뭐, 아무튼 잘했다. 기체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첫 실전이었으니.”

‘1할 정도는 네가 죽었겠지만.’

그리 생각한 휴 대위였지만, 그렇더라도 유라가 살아 돌아온 것을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키울 보람이 있는 재능이 너무나도 쉽게 쓰러지는 것은 휴 대위에게 있어서도 원하는 바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휴 대위는 도박을 걸었다.

분리주의자를 이용하여 유라의 재능을 폭발시킴으로써, 확실하게 콜로서스 쪽으로 진로가 고정되도록.

재능의 개화에 더한 첫 실전에서의 콜로서스 격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재료라면 윗선을 확실하게 설득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내일은 주말이니 푹 쉬어라. 사실 푹 쉴 만큼 다친 것 아니지만, 쉴 수 있을 때 쉬어야지.”

휴 대위는 쓸모없는 사족이 잔뜩 붙은 말을 남기며 등을 돌려 침대 위의 유라에게서 멀어졌고, 이어 의무실에 남은 다른 학생 한 명에게 말 한마디를 남겼다.

“너도 빨리 돌아가라. 유라 쉬는데 방해 말고.”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이, 무감정하고, 단호하게.

설령 그녀가 식스 가문의 아이라고 한들, 흥미가 일지 않기에 학생의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으며.

그런 압박만을 남기고 휴 대위가 사라진 의무실.

그렇게 마련된 둘만의 자리에서, 헬리오는 휴 대위가 내리박은 압박감을 이겨내며 유라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휴 대위님께선 저리 딱딱하게 말하셨지만, 실제로는 행성함 안이라 보호 역장이 전개되어서 죽지 않을 거라고 알고 계셨을걸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신 것인지 근처에서 대기하셨고요.”

“···보호 역장?”

쏟아져 내리는 헬리오의 말 중, 어떤 단어에 궁금증이 피어난 유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유라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감정과 압박을 쏟아내는 휴 대위와 달리, 헬리오의 활발한 행동과 말은 유라에게 언제나처럼 따스한 감정으로 느껴졌기에.

“아. 보호 역장은 말 그대로 코어 장갑이 파손되더라도 탑승자를 지키는 역장이랍니다. 에너지 소모가 심하기에 에너지 전달 효율이 낮은 행성함 외부에서는 사용하기 어렵지만, 에너지 생산이 무한에 가까운 행성함 내부에서라면 얼마든지 전개할 수 있죠.”

그런 고강도 역장 발생 장치는 군용 고급형 코어에나 장착된 것이라는 말이 빠진 정보였지만, 여기에서는 굳이 필요 없는 정보.

“헬리오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 수업에서 안 나왔잖아.”

헬리오의 입에서 쏟아지는 정보에 유라는 순수한 의문을 피워냈다.

유라 본인은 수업을 충실히 들었건만, 알지 못하는 정보.

일상생활에 관련된 정보나 각종 자잘한 지식이라면 헬리오가 알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콜로서스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헬리오 또한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유라도 알고 있기에.

“제 특기 덕분이죠.”

유라의 질문에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답하는 헬리오.

“휴 대위님께 직접 물어본 거야?”

“···혹시 제 특기가 수다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유라.”

조금 화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답하는 헬리오.

‘맞는데···.’

헬리오의 질문에 유라는 그리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뭐. 제가 제 특기를 알려드린 적이 없으니. 용서할게요.”

유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건만, 헬리오는 빠르게 부정적인 감정을 얼굴에서 지우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제 특기는 전산학. 걷기 말하기를 배우기도 전에 데이터 플레이트를 먼저 두드렸답니다.”

헬리오는 당당한 목소리와 함께 품 안에서 데이터 플레이트를 자랑스럽게 꺼내 들었지만.

“···.”

유라는 그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말을 모르는 데 의미가 있어?’ ‘그런 어린 시절을 기억해?’ ‘그게 콜로서스랑 무슨 관계야?’와 같은 여러 단편적인 문구가 머릿속을 돌아다니지만, 전부 이 상황에서 적절한 대답이 아닌 것 같다고 유라가 판단했기에.

“아, 혹시 전산학이 어떤 학문인지 모르시나요?”

“어···. 응.”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이런 데이터 플레이트와 같은 전자기기에 있는 기능을 새로 만들거나, 더 좋게 만드는 일이랍니다. 그리고, 전 제 코어를 해킹했죠. 공용 통신망 해킹은 범죄지만, 코어는 제 것이니 아무 문제 없답니다!”

“대단···해?”

설명을 듣고도 헬리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거의 이해하지 못한 유라였지만, 헬리오의 일장 연설에 유라는 진심이 담긴 칭찬을 보냈다.

“그렇죠. 전 대단하답니다! 이 재능으로 초등사관학교에 입학했으니까요!”

유라에게 칭찬받은 헬리오가 자신을 뽐내는 것으로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곧 평소의 텐션으로 돌아온 헬리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본론이에요. 유라. 내일 시간 되시나요?”

“휴 대위님은 쉬라고 하셨는데?”

“잠깐이라 괜찮아요. 얼마 안 걸릴 테니까. 부탁드려요. 유라.”

“···그럼···. 괜찮아.”

“그럼, 내일, 재차 방문하도록 할게요. 푹 쉬시길.”

“알았어.”

그렇게 대화를 마친 헬리오는 밝게 웃으며 유라에게서 멀어졌고, 마지막까지 예의를 지키며 의무실을 떠났다.

모든 이가 떠나 조용해진 의무실, 홀로 남은 유라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전투 중에 느꼈던 콜로서스와의 묘한 일체감.

훈련소에서 교육받았던 사람을 상대하는 전투와는 전혀 다른, 콜로서스 사이의 기나긴 장기전.

거대한 적이 자신 앞에서 쓰러지는, 아직 유라는 정확한 표현법을 몰라 무어라 표현하지 못하는 즐거움.

그리고, 적이 유라에게 소리 질렀던, 유라는 이해하지 못하는 말까지.

유라는 매우 조금 자기 손을 들어 올렸다.

너무나도 빠르게 익숙해져 버린, 콜로서스 조종간의 감촉이 남은 손을.

그리고, 곧 조금 더 강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의 자신은 콜로서스가 아닌 인간이기에, 목표로 삼은 높이로 손을 뻗기 위해서는 조금 더 힘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했기에.


* * *



다음날 유라가 헬리오의 손에 이끌려 도달한 장소는, 이제 유라도 콜로서스 조종 실습으로 자주 방문해 익숙해진 강당.

그리고, 강당 중앙에 자리한 두 대의 콜로서스.

아무리 크게 파괴되어도 부품만 갈아서 끼우면 된다는 모듈형 기체의 장점 덕에 하루 만에 수리가 끝난 특징 없는 유라의 콜로서스와 헬리오의 취향에 맞춰 흰색으로 도색된 헬리오의 콜로서스.

“···어떻게?”

두 대의 콜로서스가 실습 시간도 아닌데 강당에 자리한 것에 대해 유라가 의문을 품자.

“주말에 훈련 신청을 내면 된답니다? 뭐. 저도 얼마 전에 알았지만요.”

헬리오의 말대로, 초등사관학교의 여러 장비와 훈련장은 사관후보생이 신청서를 낼 시, 수업 시간이 아니더라도 해당 장비를 사용하도록 허가해 준다.

해당 제도를 학생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은, 사관후보생이 그런 정보를 알아내기까지 걸리는 시간 또한 그들의 평가에 포함되기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이건 저희가 후보생으로서 지니는 정당한 권리니까요. 아무튼, 탑승하도록 하죠.”

헬리오는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듯, 빠르게 말을 끝내고 자신의 콜로서스를 향해 내달렸다.

유라는 헬리오가 뭔가 이상한 짓을 한 게 아닐지 조금 걱정했지만, 곧 강당 구석에 자리한 정비사들을 발견함으로써 걱정을 거두고 자신의 콜로서스를 향해 내달렸다.

“주말에 죄송해요!”

정비사들에게 건네는 감사 인사 또한 잊지 않은 채.

정비사들은 유라가 건네는 인사에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유라는 그들의 손 인사를 바라보며 코어에 올라탔다.

‘탑승자 인식. 기동 시작.’

코어의 시스템 음성과 함께 수많은 문자가 코어의 스크린을 흩고 지나간다.

유라는 아직 흘러가는 문구 각각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인지하진 못했지만, 평소와 같은 느낌이라는 것에 안심하며 조종석에 몸을 맡겼고.

‘편안해.’

곧,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안식을 찾았다.

마치 자신의 잃어버린 육신 일부를 되찾은 듯한 감각.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기계 심장의 활성화.

휴 대위의 도박 수. 죽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생사가 춤추는 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흥분과 집중 상태.

이로써 유라는 동 나이대의 아이들은 얻을 수 없는 기계 심장의 활성화와 동조율을 손에 넣었다.

동조율이 올라가 콜로서스를 자기 몸처럼 느낄 수 있기에 기계 심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계 심장은 더욱 활성화되며 동조율을 높이는 상승작용.

다만, 이런 변화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계 심장은 신체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임플란트이며, 그로 인해 몸에 생기는 문제를 최대한 줄이고자 어린 나이에 시술하는 위험한 장기.

그렇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수레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시스템 기동 완료.’

기동음과 동시에 유라는 콜로서스의 팔다리를 움직였다.

어제 적을 쓰러트릴 때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그런 움직임의 변화를 인지한 것은, 유라 본인이 아니었다.

지금의 유라에게 그런 행동은 자기 팔다리를 흔드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변화를 인지하는 것은, 유라를 바라보는 헬리오.

‘어제보다 더 자연스럽네요.’

그녀는 유라를 향해 강한 감탄을 품었다.

헬리오의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기, 질투, 선망.

사람이라면 응당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감정.

그렇지만, 그러한 감정은 피어날지언정 헬리오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헬리오는 순수하게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할 줄 아는 아이.

친구의 발전에, 친구의 대단함에.

“유라. 오늘 부른 건 다름이 아니고.”

헬리오는 통신을 켜 유라에게 말을 전했다.

숨을 가다듬음으로써, 마음 또한 다스리며.

“저와 싸워주세요.”

잘못 듣기도 어려운 짧고 간결한 헬리오의 말.

“···응?”

그럼에도 유라는 혼란스러워하였다.

예상 밖의 상황을 마주한 인간의 보편적인 반응대로.

“음, 죄송해요. 너무 말을 짧게 했네요.”

헬리오는 유라의 반응을 얻어냄과 동시에, 자신의 실수를 자각했다.

“유라. 저는 콜로서스를 잘 다루고 싶어요.”

헬리오는 천천히 콜로서스의 손발을 흔들어 유라에게 다가섰다.

딱딱하고, 부자연스럽게.

“휴 대위님도 말씀하셨죠. 기계 심장의 활성화는 외부의 위협을 받았을 때 강하게 일어난다고.”

헬리오의 말은 계속해서 유라에게 전달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저도 기계 심장의 활성화가 꼭 조종 실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잘 알아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해보고 싶어요.”

잠시 헬리오가 말을 쉬고 숨을 들이켰다.

이제부터 이어질 말의 흥분을 붙잡기 위해.

“멀리서나마 봤거든요. 유라가 싸우는 모습.”

휴 대위는 적극적으로 전투를 관찰하라 말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관찰하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

“정말 대단했어요. 평소에 제게 질질 끌려다니는 유라가 그렇게 날렵하게 움직이다니. 저는, 아니, 다른 동기 중 그 누구도 그렇게 못 움직이겠죠.”

헬리오의 콜로서스가 보여주는 움직임이 유라의 눈에 띄었다.

유라의 시야에 비치는 유라의 콜로서스와 전혀 다른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모두 그 전투에 감탄했답니다.”

헬리오는 친구인 유라가 타인에게 인정받음에 기뻐하였다.

“지금 유라의 콜로서스 조종 실력, 그게 유라의 재능이겠죠. 저에겐 없고, 유라에겐 있는 것.”

헬리오는 타인의 대단함을 순수하게 칭찬하고, 친구의 능력이 인정받음에 기뻐한다.

“유라의 재능은 라이터인 휴 대위님이 관심을 가질 만큼 뛰어나죠. 저는 제 능력을 잘 알고 있답니다. 제 재능은 거기에 미치지 못해요.”

그렇지만, 헬리오의 감정이 그저 동경만으로 끝나진 않는다.

“그런데,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건 성미에 안 맞아서요.”

헬리오는 막연히 올려다보지 않는다.

“부탁드려요. 유라.”

헬리오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탐욕스럽게 갈망한다.

쿵.

헬리오의 콜로서스가 강당을 울린다.

둔중하고, 느리며, 불안정한. 유라와 비교하면 어색하기 그지없는 발걸음으로.

그렇지만, 그 발걸음에 망설임은 없다.

모자라기에, 더욱 당당하게.

“저와 어울려 주세요.”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손에 넣고자 하는, 짙은 갈망을 담고.

그녀는 손을 흔들었다.


작가의말

평일 휴재 보충용.

저번 주 주말에 카멘 최고난이도를 클리어했죠···. 동시에 허리가 나갔지만···.

카멘의 현실 직접 공격이라니···.

아무튼···. 죄송합니다.


약한 통증이 있지만 내일도 최선을 다해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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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7. 동경 +1 23.10.28 29 3 13쪽
26 026. 금속의 대화 +1 23.10.19 27 1 13쪽
25 025. 철의 마음 +1 23.10.18 24 2 13쪽
24 024. 섹터 봉쇄 +1 23.10.16 22 2 13쪽
23 023. 13기업 +1 23.10.12 26 2 12쪽
22 022. 라이터 +1 23.10.11 26 2 14쪽
21 021. 콜로서스 +1 23.10.09 29 2 13쪽
20 020. 코어 +1 23.10.05 27 1 13쪽
19 019. 풀 메탈 하트 +1 23.10.04 31 1 12쪽
18 018. 자유, 평등, 정의 23.10.03 29 1 17쪽
17 017. 우정+ 23.10.01 31 1 12쪽
16 016. 오리엔테이션 23.09.28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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