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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행성함 M-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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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25 19:26
최근연재일 :
2023.11.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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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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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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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24. 섹터 봉쇄

DUMMY

유라가 초급사관학교에 입학한 뒤로 조금 시간이 지났다.

인류가 자신의 요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의 역법이자, 지금도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달의 시간에서 달의 모습이 다시 본래대로 돌아오지도 않은, 짧지만 아이들에게는 긴 시간이 지나.

아이들 대다수는 초급사관학교에 익숙해졌다.

유라는 훈련소 시절에 있었던 폭력의 기억 탓에 여전히 소심한 데다가 폭력 없는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는 상황.

일반상식이 부족했던 유라가 몇몇 실수를 저지르긴 하였지만, 항상 옆에 따라다니는 헬리오 덕에 유라가 소외되거나 경원시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덕에 뒤에서 둘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조금 생겼지만, 유라와 헬리오 둘은 그런 소문을 거의 듣지 못했고, 설령 듣는다 한들 그런 내용이 무엇을 뜻하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 사소한 일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아무튼 아이들은 초급사관학교의 수업에 익숙해졌다.

여러 기초교육과 군사학. 그렇지만, 아이들의 흥미는 명백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전략실습 과목의 워 게임, 사격 훈련, 콜로서스 조종.

1학년 전반기의 실습 과목 세 가지.

나머지 기초교육은 흥미가 있는 과목이 아니면 그럭저럭 집중하여도 열의를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저 세 실습 과목에 관해서는 그 시간만을 기다리는 듯한 열의가 느껴진다.

물론, 사관후보생이라 한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기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도 아이들의 흥미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콜로서스 조종 과목의 평가가 높다.

너무나도 의욕이 없어 보이는 외모와 목소리 탓에 아이들이 가진 휴 대위에 대한 첫 평가는 압도적으로 낮았으나, 첫 실습수업에서 보여준 높은 조종 실력으로 인하여 휴 대위의 평가는 높게 치솟았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어제 각 방의 개인 비서를 통해 날아든 알림, 오늘 하루를 모두 사용하여 콜로서스 운용 특별 실전훈련을 하겠다는 내용에 대해 기뻐하며 기다렸고.

행성함의 아침은, 그들을 맞이했다.


59 층계.

중간 수준의 층계에 있는, 어느 한 도시 섹터.

해당 장소는 시끄럽게 어떠한 알림이 울리고 있다.

‘시민들에게 알립니다. 현 시간부로 해당 구역은 제5,6,7기업의 합동 작전을 위해 봉쇄됩니다. 시민들은 적법한 신분증명서를 소지하시고 검문소로 향해주시길 바랍니다.’

사이렌과 함께 울리는 사무적인 딱딱한 말.

그 안내방송을 들은 이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거리를 내달린다.

이번 작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제5기업의 요청을 받은 제9기업이 해당 섹터를 통째로 봉쇄했고, 거리에는 평소 보이던 다섯 불길의 태양 마크를 단 치안 기업이 아닌, 은색 헥사곤 마크를 새긴 인원들과 거대한 콜로서스가 돌아다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가지.

대규모 불온 분자 조직이 해당 섹터에서 발각되었으며, 치안을 담당하는 제5기업에서 군사를 담당하는 제6기업으로 업무가 이관되었다는 의미이자. 이 섹터가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뜻.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위해 시민들은 자신의 신분을 보장하는 여러 방법을 가지고 검문소로 내달린다.

그렇지만, 검문을 담당하는 제5기업은 태평하기만 할 뿐.

기업 전용 검문소는 줄을 선 이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고 매우 빠르게 신분 확인이 진행되지만, 일반 검문소는 그 숫자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으며, 한명 한명에 대한 신분 확인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기다리지 못해 조금 떨어진 다른 검문소로 이동한다 한들 상황은 마찬가지, 오히려 처음부터 다시 줄을 서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신분 증명이 끝나면 그대로 안전한 장소로 떠날 수 있는가.

제5기업은 소란을 좋아하지 않는다.

뒤에 있는 사람은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검문을 받고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이런 검문을 처음 겪는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검문소 내부로 입장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질문과 개인의 관점으로 영원과도 같은 스캔 끝에, 모든 이는 신분이 확인되었으니 통과해도 좋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통과 거부를 뜻하는 붉은 불이 점등하는 일 없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통과를 허가하는 녹색 불을 시민들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안심하며 통과하는 이들은 알지 못한다.

그들의 눈에는 일방통행으로만 보이는 검문소를 나가는 길이 실제로는 좌측, 일직선, 우측으로 미세하게 각도가 틀어져 있다는 사실을.

안전지대로 곧바로 보내주는 일직선.

무관심한 태도가 차라리 나았다고 느껴질 만큼 가혹한 검문이 기다리고 있는 좌측.

수상함을 느끼고 반응할 시간도 없이 즉사할 수준의 전기충격이 내리박히는 우측.

그렇게, 분류가 끝난다.

검문소를 흔들 어떠한 소란도 없이.

시민들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것은, 지출이 심하기에.

그들은 분류되어 간다.

섹터를 뒤흔드는 폭발로 인해 소란이 일어나고, 사람이 짓밟혀 죽는다 한들, 그들이 검문소에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제5기업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이 움직이는 것은 검문소에 대한 공격, 검문소 줄이 흐트러질 때, 패닉에 빠진 시민이 기업 전용 검문소로 내달릴 때뿐.

그 모든 것을 스턴건 탄환에 맞아 살이 지져지는 사람의 비명에 파묻어 잠재울 수 있지만, 그만한 탄환값조차 아까워하며.

그런 제5기업의 분류 속에서 사람들이 섹터에서 조금씩이나마 빠져나가거나 청소되어 가던 시각.

휴 대위가 이끄는 유라와 그 동급생들은 콜로서스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섹터의 어느 작은 구역, 휴 대위이자 라이터의 요청으로 시민이 빠르게 치워진 장소.

시민들이 떠나 조용한 도시에서, 추가 장갑이 부착되어 조금 더 거대한 몸을 지니게 된 훈련용 콜로서스 서른 대가 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그들의 발걸음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조금씩 헛디디며 걸어가고 있고, 누군가는 그럭저럭 안정적으로 걷고 있으며, 누군가는 거의 완벽하게 걸어가고 있다.

시간이 만든 숙련도의 차이.

그렇지만, 모두 걸을 수는 있게 되었다.

이것은 그들에게 재능이 있기 때문.

그들이 콜로서스 조종 훈련에 투자한 시간은 기껏해야 10시간가량. 그 정도 시간으로 사람답게 걷게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기계 심장의 보조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아이들은 기계 심장의 기능을 1%도 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의 재능은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런 재능있는 존재들을 모으면, 다시 거기서 줄새우기가 일어날 뿐.

그러한, 재능있는 집단을 이끄는 존재. 그들의 지도자인 휴가 입을 열었다.

“자. 조금 이르지만, 실전 훈련이다.”

암호화 통신이 아닌, 외부 스피커를 통해 퍼져나가는 목소리.

“주변 상황을 통해 이미 짐작한 녀석들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섹터에서 대규모 분리주의자 집단이 포착되었고, 우리 6은 그 분리주의자들을 청소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그리 말하는 휴의 양 눈이 크게 흔들린다.

휴의 기체에 설치된 대형 감지 레이더의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콜로서스 조작과 데이터 처리, 아이들에게 전하는 말.

전혀 다른 세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지만, 라이터인 휴 대위에게 있어 이러한 병행 작업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고.

“뭐 보통은 분리주의자 따위 5녀석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이 녀석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산업용 콜로서스를 개조해 운용하는 정황이 포착된 데다가, 제압 과정에서 폭발물과 총기로 인한 사망자가 여럿 나온 탓에 우리가 처리하게 되었다.”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을 신뢰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스크린에 떠오른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던 휴는 어떠한 신호를 포착했다.

옆 빌딩에서 느껴지는 불규칙한 미미한 진동, 규칙적이지만 거친 작은 공기의 흐름.

온도 변화나 소리는 감지되지 않았지만, 휴의 경험상 이것은 극도로 긴장한 사람을 뜻하는 것이었으며.

“즉, 오늘 너희는 사람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지.”

쾅.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콜로서스를 조작해 손으로 빌딩 벽을 뚫고 대상을 붙잡았다.

‘빙고.’

기계 심장을 통해 콜로서스와 감각을 연결한 휴는 손에 들린 가벼운 무게를 느꼈다.

조금 힘을 주면 부서질 것 같은, 여리게 진동하는 생명.

혹시나 도망치지 못할 시민일 가능성이 있었지만, 손에 쥔 인물을 직접 바라본 휴는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화약식 총기에 몸에 두른 재밍천. 절대 민간인은 아니지.’

본래라면 그대로 짓눌러 죽이거나, 짜부라트리겠지만, 휴 대위는 손에 들린 존재를 최대한 안전하게 지면에 놓아주었다.

빌딩 벽을 부숴서 끌고 오는 과정에서 파편에 얻어맞았는지 이마에서 피를 흘리고 있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살아있는 분리주의자를 끌고 온 휴는 입을 열었으니.

“유라. 앞으로 나와라.”

또다시 외부 스피커를 통해 널리 퍼진 목소리.

그 말을 들은 유라는 잠깐 움직이지 못했다.

가뜩이나 조금 전 일어난 모든 일에 혼란스럽건만, 자신의 이름까지 불렸으니 당연한 노릇.

그렇지만, 유라는 곧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섰다.

그저, 명령에 따라.

“유라. 넌 마음대로 해라. 그리고, 거기 너.”

그렇게 유라가 앞으로 나오자, 묘하게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휴는 말했다.

“도망치면, 죽인다. 살려달라고 빌어도, 죽인다. 싸우다 죽어라.”

의도적으로 음량을 높인 소리가 주변을 크게 뒤흔들었다.

휴의 목소리는, 콜로서스를 통해 내뱉어진 거대한 소리는, 도저히 듣는 모두에게 거짓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살기와 진심, 그 모든 것이 담겨 울리는 전언.

죽음만이 남은 선택지 속에서.

분리주의자 여성은 총을 당겼다.

장갑의 사이, 콜로서스의 코어에 총알이 닿는 장소.

여기서 죽어야 한다면, 기업 사람을 하나라도 더 끌고 가겠다는 마지막 선택으로서.

그렇지만, 그러한 선택은 현실이 되어 일어난다면 기적이라 불러야 할 일.

총알이 정밀하게 배치된 장갑 틈을 뚫는 것조차도 어려운 일인데, 그 총알이 코어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그렇지만, 분리주의자 여성을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긴다.

그것만이 그녀에게 남겨진 자유이기에.

탕. 탕. 탕. 탕.

총소리가 울린다.

유리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토록 강력하게 느껴졌던 무기가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을, 그저 바라보았다.

탕. 탕. 탕. 탕.

소리가 울린다.

시간이 지난다.

탕.

유라의 귓가에 울리는 총소리.

콜로서스를 통해 들려오는 반복되는 총소리가 아닌, 언젠가의 환청.

그것으로, 유라가 바라보는 세상이 바뀐다.

머릿속의 스위치가 켜진다.

‘흐으으읍.’

유라는 숨을 삼키고.

‘후우.’

곧바로 내뱉어 호흡을 자신만의 박자에 맞췄다.

훈련소에서 알려주었던 대로 몸과 진동의 떨림을 줄이고, 집중력을 향상하기 위해.

이어지는 유라의 습관대로라면 흔들리는 살이 단단한 뼈를 통해 총을 지탱하고, 근육의 움직임은 격발만을 위해 사용한다.

그러한 개념이 콜로서스 조종에도 통용되진 않지만, 유라가 조종석에 앉은 자세가 바뀌었다.

평범하게 팔걸이에 올려놓았던 팔을 뒤로 당겨 가슴을 폄과 동시에 양팔을 단단히 굳히고, 의자 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어 척추를 정확하게 의자에 밀착시켰다.

방아쇠를 당길 때 몸의 흐트러짐을 만들지 않게 노력하듯이.

조금의 진동도 콜로서스에 전달되지 않도록.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유라는.

자신을 향해 사격을 가하는 분리주의자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손에 총은 없다. 땅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주먹질하기에는 유라의 조종 실력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유라는 남은 선택지를 골랐다.

아이가 곤충을 짓밟듯.

생명의 본능에 새겨진 대로, 작은 것을 짓밟을 뿐.

팅. 팅. 팅.

유라가 자세를 갖추자, 감각은 더 많은 것을 잡아내었다.

장갑을 흔드는 총탄의 진동,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광기 서린 울음과 웃음.

모든 것을 포기한, 끝을 이해한 사람의 그림자 진 얼굴.

‘작구나.’

유라는 생각했다.

쿵.

소리와 동시에 콜로서스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길을 가다 돌을 밟으면 넘어질 것처럼 몸이 흔들리는 것처럼.

그렇지만, 그 감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고.

콰직.

순간 유라의 몸과 콜로서스가 흔들린다.

밸런스를 잃었던 몸이 다시 안정성을 되찾는 진동이자.

충격을 대신 흡수하던 발아래의 물렁한 물건이 힘을 버틸 수 있는 역치를 넘은 탓에, 부드럽게 흡수되던 강한 힘이 갑작스럽게 단단한 지표를 때림으로써 발을 타고 전해지는 익숙하지만 꺼림칙한 감각.

카메라 하단부가 이물질이 터져나가며 쏟은 내용물로 인해 붉게 물들지만, 유라는 그것을 살짝 쳐다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리했습니다.”

유라의 그런 반응에, 휴 대위는 자신의 코어 안에서 뒤틀린 미소를 만들었지만, 그 얼굴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청소는 이어진다.

아직, 분리주의자는 많이 남아있기에.

조종사가 코어 안에서 토사물을 쏟아낸다 한들, 굳건히 버티는 콜로서스는 쓰러지지 않기에.


작가의말

허리가 아파....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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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동경 +1 23.10.28 28 3 13쪽
26 026. 금속의 대화 +1 23.10.19 27 1 13쪽
25 025. 철의 마음 +1 23.10.18 23 2 13쪽
» 024. 섹터 봉쇄 +1 23.10.16 22 2 13쪽
23 023. 13기업 +1 23.10.12 26 2 12쪽
22 022. 라이터 +1 23.10.11 25 2 14쪽
21 021. 콜로서스 +1 23.10.09 29 2 13쪽
20 020. 코어 +1 23.10.05 27 1 13쪽
19 019. 풀 메탈 하트 +1 23.10.04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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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우정+ 23.10.01 31 1 12쪽
16 016. 오리엔테이션 23.09.28 3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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