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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행성함 M-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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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2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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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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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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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풀 메탈 하트

DUMMY

수업이 끝나 주원이 학습실을 떠난 뒤, 주원의 수업 내용에 대해 각자가 이야기를 나누거나 개인적인 고민에 빠진 와중.

“헬리오는 알고 있었어?”

유라는 옆자리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헬리오에게 말을 걸었다.

그에 헬리오는 잠시 고민하는 반응을 보인 뒤.

“···물론! 저는 이미 알고 있었답니다!”

‘헬리오는 거짓말을 잘 못 하는구나.’

유라조차 한눈에 파악할 정도의 끔찍한 거짓말.

그렇지만 유라는 헬리오의 거짓을 지적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라는 헬리오의 성격을 어느 정도 이해했기에.

그렇게 잠깐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드륵.

“주원 선생님의 수업은 잘 들었나?”

주원 소령과 정반대의 존재가 문을 열고 학습실로 걸어들어왔다.

어제와 똑같이 주름이 잔뜩 낀 군복과 엉망으로 헝클어진 녹색 머리를 오늘도 자랑하며 단상으로 걸어가는 휴 대위.

그녀는 조용히 학생들의 굳은 얼굴을 둘러본 뒤.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유, 평등, 정의. 세 세력은 강대하지, 평범한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주원이 규칙적인 말로 전달하는 오차 없는 정보와 달리, 느긋하고 가볍기 그지없는 목소리와 어투.

그렇지만 휴의 발언은 아이들에게 무겁게 다가왔다.

“적어도 육체 성능은 우리와 똑같은 분리주의자 놈들처럼 머리에 총알 좀 박는다고 어떻게 되는 녀석들이 아니란 뜻이지.”

관자놀이에 대고 손가락 총을 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는 휴의 표정과 행동은, 그것이 거짓 없는 진실임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었기에.

“그렇지만, 너희는 그런 녀석들과 싸워야 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는 치안 병과에 투입될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행성에 강습하는 강습 병과가 되겠지, 그렇지만 저들과 직접 맞서는 콜로서스 병과나 함대전 병과에 들어갈 가능성도 부정 못 해. 뭐 나처럼 서류나 만지는 행정 병과나 보급 병과, 자금 운용 병과도 있겠지만 말이다.”

휴의 말은 두서없고, 엉망이다.

주원처럼 꼭 필요한 정보만을 취합해 정리하여 말하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정보를 내뱉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생기는 진실미도 있는 법.

휴의 태평한, 동화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긋한 말에 아이들은 빨려들었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싸워야 할까.”

휴는 말을 내뱉으며 군복의 윗옷 단추를 풀어헤쳤다.

그런 행동을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아, 그건가.’ 같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휴를 바라보았으니.

윗단추 둘이 풀어진 뒤, 군복이 펼쳐져 맨살이 보이는, 목의 바로 아래, 갈비뼈가 시작되는 장소이며 반대편에 첫 번째 흉추가 자리한 장소.

그 장소엔 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검은 구슬이 살 사이로 파고들어 있었다.

옷으로 그 굴곡이 가려졌으니 크게 튀어나온 것은 아니지만, 명백하게 불룩 튀어나온 이질적인 것이 보일 정도.

“이것이 콜로서스 탑승자의 증표. 기계 심장이다.”

휴의 그런 말에 반응하듯, 기계 심장은 짧게 반짝였고.

“설령 너희가 죽을 때까지 전장에 나갈 일이 없는 병과에 소속되어 이 사관학교를 끝으로 콜로서스에 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초급사관학교 출신 장교라면 모두가 가지게 되는, 행성함을 지킬 힘을 다룬다는 증거다.”

휴의 말에 아이들 몇몇은 자신의 목 아래를 쓰다듬었다.

어른의 몸에 박힌다면 그리 크지 않지만, 작은 아이의 몸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물건.

그렇지만, 아이들은 그것이 자신의 몸에 삽입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꿈을 불태울 뿐.

콜로서스. 힘의 상징.

인간 형상의 거인을 다루는 명예로운 증거.

“물론, 이게 없어도 조종 장치를 통해 콜로서스를 다루는 것은 가능하다. 늦게나마 재능을 인정받아 파일럿이 된 이들은 기계 심장이 없더라도 매우 정교하게 콜로서스를 다루지.”

그 말에, 아이들은 여러 콜로서스를 떠올렸다.

행성함에는 군용 콜로서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산업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업용 콜로서스가 있으며, 군용이긴 하지만 몇몇 뛰어난 병사나 부사관이 타는 양산형 콜로서스 또한 존재한다.

그들은 분명 저런 기계 심장 없이도 콜로서스를 조종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조종 장치는 제어에 한계가 있다. 설령 신경 임플란트로 온몸을 도배하여 콜로서스와 직접 연결을 한다 한들, 결국 자신의 몸이 아니기에 행동 오차와 반응속도 차이가 생기게 된다.”

핑.

말이 끝남과 동시에, 휴는 자신의 기계 심장에 약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 충격에 반응하듯, 기계 심장이 약하게 울었고.

“하지만, 기계 심장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너희 몸과 일체화된 기계 심장은 긴 시간에 걸쳐 몸을 콜로서스 조종에 적합하게 바꿔나갈 것이고, 최종적으로 기계 심장의 소유자는 콜로서스를 마치 자신의 몸처럼 다룰 수 있게 되지.”

말을 끝낸 휴가 웃기 시작한다.

여전히 눈은 게슴츠레하고, 행동엔 의욕이 없어 보이지만, 입 주변만큼은 크게 벌린 채.

“이제 좀 싸울 수 있을 것 같지 않냐?”

그렇게 크게 웃는 휴가 학생들에게 되물었지만.

“···.”

학생들은 그저 자신들이 콜로서스에 탈 수 있단 사실에 열의를 불태우며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대답은!”

그렇지만, 그조차도 휴의 예상 범위.

아이들에게는 이런 사소한 것조차 자신이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과거 휴 또한 저 아이들과 똑같은 길을 걸었기에.

“네!”

“목소리가 작다!”

먼 옛날, 휴가 들었던 호통을 그대로 반복하며.

“네!!!”

그렇게 우렁차게 학습실이 울리고.

“그럼, 한 명씩 수술받고 오도록. 얼마 안 걸릴 거다.”

조금 전 호통으로 온 기운을 다 썼는지, 단상과 한 세트인 의자에 몸을 내던진 휴는 또다시 의욕 없는 모습을 보이며 늘어졌다.

학생들은 그 급격한 변화에 조금 당황했지만, 곧 자신들의 소대장이자 담임인 휴는 본래 저런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했고.


“아···. 어디 보자···. 처음은···.”

기력과 함께 의욕이 완전히 증발한 휴는 소대원의 이름을 불렀고, 이름이 불린 소대원은 그대로 학습실을 떠났다.

“기다리는 동안은 자유시간이다. 너무 시끄럽겐 떠들지 말고.”

휴의 그런 선언이 일었지만, 아이들은 소리높여 떠들거나 하지 않았다.

다들 책상 위에 놓인 데이터 플레이트를 만지며 시간을 보내거나, 안절부절못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뿐.

유라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움찔거렸지만.

유라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헬리오가 유라의 데이터 플레이트를 가동한 뒤 데이터 플레이트로 책을 읽는 법을 알려주었기에, 조용히 책을 읽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진짜 구멍이라도···.’

유라는 글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언가는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 빠져들었고.

“···다음. 헬리오 식스.”

익숙한 이름이 귓가에 울린 유라가 잠시 집중력을 풀고 고개를 들자, 헬리오가 손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유라는 그에 맞춰 잠시 손을 흔든 뒤, 데이터 플레이트에 떠오르는 텍스트에 집중했고.

덜컹.

유라의 책에 대한 집중력은 자신의 옆자리에 누군가가 돌아왔을 때 끊어졌다.

“헬리오. 어땠···.”

책에서 시선을 돌린 유라가 돌아온 친구를 향해 건넨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헬리오의 눈 아래에 남은 약간의 물기, 묘하게 젖은듯한 눈.

이것은 헬리오가 눈물을 흘렸단 뜻이며. 그것을 인지한 유라의 말은,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괜찮아?”

유라의 감정이 강하게 담긴 질문이 헬리오에게 향했고.

“···물론! 전 괜찮답니다.”

헬리오는 유라도 알아차리는 어색한 미소와 거짓말을 내보이며 웃었다.

“보세요. 기계 심장도 잘 들어왔었고···.”

이어 헬리오는 옷을 옷깃을 열어 자신의 기계 심장을 보여주었고.

“···.”

유라의 말문이 막혔다.

헬리오의 목 아래에 있는 것은, 흉하게 일그러진 상처와 수많은 핏자국, 그리고 그것을 잡아먹는 것처럼 유리구슬 내부에서 검은 회오리가 맥동치는 기계 심장이었기에.

헬리오는 나름대로 유라를 안심시키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지만, 그것은 완벽한 실패라 부를 수 있는 행동이었고.


“다음. 유라.”

휴가 다음 이름을 불렀다.

그 호출에, 유라는 천천히 일어났다.

창백해진 얼굴로, 조용히.

“···괜찮아요! 저도 견뎠으니까요.”

헬리오는 어떻게든 유라를 격려했지만, 유라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다녀올게.”

그 말을 남기고 유라는 학습실을 떠났다.

문을 닫고 나온 사관학교의 복도. 거기에는 13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흰 가운을 차려입은 이 셋이 유라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유라. 맞지?”

“예.”

“따라와라.”

유라의 이름을 물은 그들은, 그 이상의 것을 묻지 않고 유라를 이끌었다.

2층에 자리한 학습실로부터 두 층 내려간 지하 1층.

해당 층에는 수술실이란 명패가 붙은, 과하게 청결한 문이 있었고.

유라는 그 문 너머에서 풍기는 어떤 냄새를 포착했다.

비린내가 짙은 금속의 냄새.

그렇지만, 그것은 행성함 전체에 깔린 금속과 기름의 끈적한 냄새와는 조금 다르다.

여러 기억을 불러일으켜, 유라가 주변을 경계하게 만드는 비릿한 향.

그 냄새는 문이 열리자 더욱 강해졌다.

방 안에 있는 것은,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수술용 침대와 유라는 용도를 알지 못하는 수많은 기계 장치.

방 내부는 먼지 하나 없이 무척 깔끔했지만, 방 전체에 짙게 새겨진 피비린내를 감출 수는 없었고.

“누워라.”

창백하게 질린 유라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자신에게 직접 비치는 수술 등의 밝은 빛에 눈 부셔하는 유라 주변을 흰 가운의 의사 셋이 둘러쌌고.

“지금부터 수술에 관해 설명하겠다.”

유라의 오른편에 자리한 의사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너에게 이식한 기계 심장은 너의 유전자에 맞춘 특제품이며, 이식과 동시에 너의 몸을 이식 시점에 맞춘 최상의 상태로 육체의 성장과 함께 점차 변화시킬 것이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좌측에 자리한 의사는 말랑말랑한 합성수지를 유라의 입에 억지로 쑤셔 넣었고.

철컥. 철컥. 철컥.

수술 침대에서 수많은 금속 구속구가 튀어나와 유라의 몸을 붙잡았다.

“본래 이러한 임플란트 이식 수술은 감각을 차단하거나 마취한 후 수술을 진행하지만, 이 기계 심장은 신경계와 뇌 일부를 대체하기에 해당 조치를 할 수 없다.”

의사의 입에서 빠르게 문장이 내뱉어지지만, 유라는 그 내용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의사가 자신에게 무엇을 하는 것인지.

그렇지만, 의사는 말을 멈추지 않았으니.

“해당 수술을 거부할 시, 본인의 입으로 수술을 거부한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의사는 그 말과 동시에, 날카로운 메스를 손에 들었다.

“읍···! 읍!”

유라가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유라의 입안에 채워진 합성수지는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았고.

“10초 경과. 상호 동의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수술을 시작하겠다.”

빛을 반사하는 메스가 서서히 유라의 몸을 가르기 시작했다.

목 아래에서부터, 그 안까지.

신경 자체를 헤집는 고통에 유라는 막대한 고통을 입 밖으로 내질러 고통을 가볍게 하려 했으나, 입안에 자리한 고분자 합성수지는 고통의 배출조차 허용하지 않았고.

수술이 진행되어,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을 넘어서기 시작하자, 유라의 몸은 크게 경련을 일으켰다.

뇌가 자신의 몸에 흐르는 전기적인 신호를 통제할 수 없었기에.

그 속에서, 어딘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이성은, 자신의 행동을 둘러보았다.

‘아, 그 말랑말랑한 건 내가 입을 씹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구나.’

미친 듯이 흔들리는 턱도, 이리저리 뒤틀리는 혀도.

모두 입안에 자리한 고분자 합성수지에 막혀,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세상을 향해 내뱉는 고통을 차단한 채, 그 질긴 성질 안에 담아내는 고분자 합성수지와 함께.

수술은 계속된다.


작가의말

로봣(안 나옴)

···아니 진짜 다음 편엔 콜로서스 나옵니다.

열혈 휴 선생님과 헬리오를 쓰다 보니 갑자기 텍스트 숫자가 폭증을!

마법소녀 아저씨 때도 느꼈지만, 캐릭터가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하면 분량이 순식간에 훅훅 늘어나요···.


로아 이야기===

카멘 4관 조지고 올게!

그렇지만 조져지는 건 나였다.

으헝헝 난 쓰레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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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029. 가지 않은 길 +1 23.11.03 20 3 13쪽
28 028. 걸음마 +1 23.10.30 19 3 12쪽
27 027. 동경 +1 23.10.28 28 3 13쪽
26 026. 금속의 대화 +1 23.10.19 27 1 13쪽
25 025. 철의 마음 +1 23.10.18 23 2 13쪽
24 024. 섹터 봉쇄 +1 23.10.16 22 2 13쪽
23 023. 13기업 +1 23.10.12 26 2 12쪽
22 022. 라이터 +1 23.10.11 25 2 14쪽
21 021. 콜로서스 +1 23.10.09 29 2 13쪽
20 020. 코어 +1 23.10.05 27 1 13쪽
» 019. 풀 메탈 하트 +1 23.10.04 31 1 12쪽
18 018. 자유, 평등, 정의 23.10.03 28 1 17쪽
17 017. 우정+ 23.10.01 31 1 12쪽
16 016. 오리엔테이션 23.09.28 35 1 12쪽
15 015. 금빛 태양 +1 23.09.25 47 2 12쪽
14 014. 입학식 23.09.25 39 3 13쪽
13 013. 기숙사 23.09.25 39 2 13쪽
12 012. 승강역 23.09.25 41 2 13쪽
11 011. 다음 장 23.09.25 40 2 13쪽
10 010. 만들어진 무대(2) 23.09.25 41 2 16쪽
9 009. 만들어진 무대(1) 23.09.25 42 2 12쪽
8 008. 거짓 자연 속에서 23.09.25 4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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