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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행성함 M-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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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25 19:26
최근연재일 :
2023.11.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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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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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오리엔테이션

DUMMY

시간이 지나 스피커를 통해 분대원들에게 분대장을 정하라는 명령이 내려왔고, 분대장은 모두의 일치를 통해 헬리오로 정해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물.

헬리오 식스 본인이 그럴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식스라는 가문의 이름은, 비록 지금은 긴 시간이 지나 회사의 주인은 식스가 아닐지라도, 그 가문명은 아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식스, 제타, 에타, 세타, 요타, 카파, 람다, 뮤.

13기업을 만든 창업가문.

현재 CEO의 자리를 유지하는 가문이 있으며, 그렇지 않은 가문도 있지만.

적어도 이사의 자리를 지니고 있는, 행성함의 귀족가문.

다만, 과거의 인류와 달리 가문의 이름만으로 다른 이들의 지지를 모을 수는 없다.

행성함은 기업에서 유래한 철저한 능력사회. 가문을 내보이는 것으로 첫 인상을 강하게 내보일 수는 있지만, 능력이 없으면 곧 성을 빼앗기게 된다.

옛 인류 사회는 그런 능력 없는 존재라도 인맥이나 연줄이라는 이름으로 가문의 가치를 일부 지녔지만, 현재의 행성함에서는 능력이 없다면 자신의 출신조차 빼앗기는 것이 당연한 세계.

그렇지만, 헬리오는 자신의 능력을 분대원에게 선보였다.

시끄럽고 민폐를 끼치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분대원의 마음을 휘어잡았으며, 본인이 모두의 리더가 되고 싶다는 모습도 내비쳤다.

다만, 10명의 분대원 모두가 그에 완벽히 동의한 것은 아니다.

분대장이 되는 것 또한 개인 평가에 영향을 끼친다.

여기 있는 모두는 기업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레이스를 시작한 이들. 자연스레 부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모든 일을 가치판단의 저울에 올리기 마련.

그렇지만, 그런 평가조차 헬리오는 휘어잡았다. 그 불만조차 뛰어넘는 자신감과 능력으로.

그렇게 헬리오가 어깨에 분대장을 상징하는 금속 휘장을 단 순간.

“분대장을 정한 분대는 학습실4로 모이도록.”

곧바로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알림이 날아들었다.

그에, 학생들은 모두 우연의 일치 혹은 감시 당하고 있는가 하는 추측을 품었고.

당연히, 감시 당한다는 추측이 정답이다.

이미 과거에 말했듯, 그들의 모든 행동은 평가되고 있으니까.

누군가는 그에 행동을 가지런히 하였고, 누군가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자리에 남거나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거기! 다시 자리에 앉으세요!”

헬리오는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

“분대장은 저예요! 분대장에게 얼마나 명령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분대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답니다!”

당당하고 납득이 가는 말.

헬리오는 여전히 남들에게 시끄럽고, 당황스럽지만, 자신의 행동의 이유를 내보임으로써 불만 없이 그들을 납득시켰다.

그렇게 한번 의자를 뜬 이들이 다시 자리에 앉고.

“자, 그럼 학습실로 가도록 하죠.”

분대원의 행동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헬리오의 명령에 따라, 다들 다시 의자에서 일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도있게 문을 열고 나가는 헬리오와 그를 뒤따르는 다른 분대원 아홉.

열명의 분대원은 각자의 방식. 줄을 지키거나 박자를 맞춰 움직이며 학습실에 도착했고.

“실례합니다.”

헬리오는 인사와 동시에 문을 열고 진입했다.

그렇지만, 학습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회의실에 있는 것은 커다란 모니터와 명백하게 분대 단위라고 열 자리마다 선이 그어진 삼십 개의 책상과 책상 위에 놓인 데이터 슬레이트.

그 광경에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답을 내기도 전에.

“도착했다면 자리에 앉도록.”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명령과.

“중앙에 앉도록 하죠.

헬리오의 명령.

두 명령에 아이들은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헬리오가 구석부터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닌, 중앙을 선택했기에 6열 5행으로 이루어진 좌석은, 3,4열이 유라 분대의 자리가 되었고.

당연한 듯이 헬리오는 맨 앞자리를 향해.

유라는 뒷자리를 향해.

그리고.

“키가 작으셔서 뒤로 가면 안 보이실 거예요. 유라양.”

유라의 시도는 저지당했다.

유라가 의자 위에 앉으려는 순간 끼어든 헬리오로 인해.

“···어.”

유라가 무슨 변명을 하기도 전에 헬리오는 유라를 가장 앞자리로 끌려갔고.

헬리오의 그런 행동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앞자리를 비웠던 원들은, 헬리오의 손에 끌려나는 유라를 쓴웃음으로 바라보며 길을 내어주었다.

그렇게 강제로 끌려간 앞자리.

이런 상황에 대해, 유라는 불만을 가지진 않았다.

유라의 삶은 거의 상 자신이 선택하지 못하고, 그저 휘둘리기만 하던 삶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불안은 존재했다.

자신이 이렇게 눈에 띄어도 될까,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그렇지만, 곧 그런 불안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슬레이트 성능이 그리 좋지는 않네요.”

“이 보안은 그냥 뚫어달라고 절 유혹하는 건가요?”

자리에 앉자마자 데이터 슬레이트를 장난감 가지고 놀 듯 빠르게 두드리는 헬리오가 있었기에.

‘헬리오가 옆에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태양 앞에서 어중간한 빛은 묻혀버리고 만다.

그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어떤 상황에서든 눈에 띄는 헬리오.

헬리오가 열심히 데이터 슬레이트를 두드리고, 나머지는 그저 멍하니 시간을 때우거나, 헬리오처럼 슬레이트를 두드리던 사이.

조금 시간이 지나 다른 분대도 문을 열고 학습실에 도달했다.

뒤이어 도착한 분대를 향한 명령은 없었지만, 이미 유라의 분대가 앉아있었기에 그들도 움직여 자리를 차지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세 번째 분대가 도착하고 그들 또한 모두 자리에 앉은 후, 2분 정도가 지나자.


드륵.

앞문을 열고, 중성적인 외모의 여성이 나타났다.

연한 녹색의 관리되지 않은 장발, 여기저기 주름이 남은 카키색 군복.

도저히 군인으로 보이지 않는 모습이지만, 엉망인 군복에 달린 두 개의 금빛 네모 마크와 그를 둘러싼 육각 직선이 그녀가 어떠한 존재인지를 증명했다.

제6기업 직속군. 대위.

그것을 파악한 이들 20여명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10여명은 앉아서 상태를 관망한 순간.

“아. 그냥 앉아있어라. 난 그것도 귀찮으니까.”

도저히 군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느긋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모니터 앞에 섰고.

“다른 훈육사관 녀석들은 생각이 다를 테니 일어나고.”

훈육사관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말과 함께,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그 말에, 모두가 의문을 표하면서도 자리에 앉은 순간.

“자. 일단 난 너희 소대를 일년 동안 담당할 휴 대위다. 어쩌면 내년에도 담당할지 모르고.”

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 내용은 일반적인 사관학교 편제와 구성이 다름을 이르는 말.

그것은 이 초등사관학교가 순수한 사관학교가 아닌, 일반적인 기본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

그렇기에 군대의 조직에 맞춰 훈육사관이라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반 교육기관의 담임교사라 보아도 무방.

“요청이 있다면 분대는 분기마다 소대 내에서 바꿀 수 있고, 없으면 그대로 1년간 이어진다.”

느긋하게, 또 느긋하게.

“형태상으로는 내가 너희들 직속 상관이니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관이 아닌 나에게 우선적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최대한 연락할 일을 만들지 않는게 좋겠지만.”

느긋함을 넘어 나태라 느껴질 만큼 의욕 없는 설명.

“자. 그럼, 대충 이해한 것 같으니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마. 시간표는 나중에 너희 인공지능 비서한테 보낼 테니 확인하고, 그 시간 외에는 자유시간이니 마음대로 해도 좋다.”

이제는 엉망 외에는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 말.

그런 말을 들은 유라는 이제 혼란에 빠졌다.

다른 훈련생들 머리에 ‘대체 이게 뭐지.’ 같은 의견이 떠올랐다면, 유라는 아무리 엘리트 사관학교라지만, 자기가 겪은 군대라기에는 너무나도 느긋한 분위기에 놀랐기 때문.

각자가 생각은 다르지만, 모두가 혼란에 빠진 이 상황 속에서.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너희에게 하나 물어보마.”

그렇게 잠시 말을 멈춘 휴 대위는 아이들을 천천히 왕복하며 둘러본 뒤, 한 명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말을 이었다.

“유라 후보생. 너에게 묻도록 하지.”

휴의 말에서 나태의 영역까지 내려왔던 그녀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진다.

휴에게 지목된 유라는 바싹 얼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했고.

천천히 휴의 입이 열렸다.

“우리의 주적은 누구지?”

그 질문에, 유라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분리주의자입니다.”

기업의 찬란한 지배를 거부하고, 인류의 통합을 거부하는 존재들.

그러한 존재들이 자신들의 주적임을, 유라는 훈련소 기간 동안 강하게 주입되었다.

그 완벽한 대답에 학습실에 자리한 몇몇 생도는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이제 알았다는 듯 입을 조금 벌렸으며.

휴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반응에 유라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긴장했던 숨을 내뱉은 순간.

“틀렸다.”

휴는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학습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휴의 유도에 사로잡혀.

“음. 정확히 말하자면, 완벽한 오답은 아니고, 40점 정도라고 할 수 있는 대답이로군. 유라 후보생. 네가 병사라면 그 답이 만점이라고 해줬을 거다.”

휴는 멍청하지 않다.

그녀가 저런 의욕 없는 행동을 보여도 이런 중요한 교육기관의 훈육사관에 보임된 것은, 그만한 능력으로 자신을 증명했기 때문.

행성함은 철저한 실력주의.

설령 군대나 집단에 맞지 않는 행동과 성격을 보이더라도, 그로 인한 감점을 뛰어넘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이 용인된다.

휴는 자신이 맡은 모든 후보생들의 이름과 출신을 알고 있기에, 유라가 그런 답을 하리라 확신하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자 그럼, 눈빛을 보니 답을 알고 있는 녀석도 있는 것 같군.”

휴는 이제 다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제서야 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해한 학생과, 이미 알고 있었던 학생, 그리고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한 학생.

휴는 그 행동을 바라보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학생에 대한 평가를 수정해나갔다.

기업을 위해, 아이들의 재능을 확실하게 개화시키고 보고하기 위해.

“자유, 평등, 정의. 먼 옛날 인류가 외친 구호이자.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3대 세력.”

삑.

휴 등 뒤의 모니터가 켜지고, 3대 세력의 이름이 적혀 나왔다.

각 단어가 상징하는 가치를 절대적 진리로 삼아 행성함과 서로를 공격하는 3대 세력.

“행성함 내부의 적과 싸울 병사가 아닌, 외부의 적과 싸우는 간부가 될 너희의 주적이다.”

유라에게 이 정보는 처음 들은 이야기였다.

자유, 평등, 정의.

그런 이름을 지닌 세력이 있는 것도, 행성함을 공격하던 이들의 정체도.

그러한 단어의 존재와 의미 자체는 유라도 알고 있다.

그에 유라는 의문을 품었다.

세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긍정적 의미에 가까운데, 무슨 이유가 있어서 저들이 주적이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

그렇지만, 유라는 그것을 물어보지 못했다.

그것은 유라가 아직 그런 질문을 할 용기가 없었을 뿐더러.

휴 또한 그것을 길게 언급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갔기 때문.

학생들이 지켜야 할 규칙, 수업 방식, 지원금액, 교육과정.

그러한 중요한 정보를 귀담기 위해 유라는 의문을 머리 한구석으로 밀어내었다.

곧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으며.


작가의말

추석에 안 온다던 작가. 강림.


컴퓨터가 아닌 휴대폰으로 쓰다 보니 평소와 조금 구성이나 교정이 다릅니다....

죄송합니다.  집에 가면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올지도 안 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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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030. 사관학교의 일상 +2 23.11.08 34 2 11쪽
29 029. 가지 않은 길 +1 23.11.03 20 3 13쪽
28 028. 걸음마 +1 23.10.30 19 3 12쪽
27 027. 동경 +1 23.10.28 28 3 13쪽
26 026. 금속의 대화 +1 23.10.19 27 1 13쪽
25 025. 철의 마음 +1 23.10.18 23 2 13쪽
24 024. 섹터 봉쇄 +1 23.10.16 22 2 13쪽
23 023. 13기업 +1 23.10.12 26 2 12쪽
22 022. 라이터 +1 23.10.11 25 2 14쪽
21 021. 콜로서스 +1 23.10.09 29 2 13쪽
20 020. 코어 +1 23.10.05 27 1 13쪽
19 019. 풀 메탈 하트 +1 23.10.04 30 1 12쪽
18 018. 자유, 평등, 정의 23.10.03 28 1 17쪽
17 017. 우정+ 23.10.01 31 1 12쪽
» 016. 오리엔테이션 23.09.28 35 1 12쪽
15 015. 금빛 태양 +1 23.09.25 47 2 12쪽
14 014. 입학식 23.09.25 39 3 13쪽
13 013. 기숙사 23.09.25 39 2 13쪽
12 012. 승강역 23.09.25 41 2 13쪽
11 011. 다음 장 23.09.25 40 2 13쪽
10 010. 만들어진 무대(2) 23.09.25 41 2 16쪽
9 009. 만들어진 무대(1) 23.09.25 42 2 12쪽
8 008. 거짓 자연 속에서 23.09.25 47 2 12쪽
7 007. 훈련의 단면. 23.09.25 53 2 13쪽
6 006. 어른 23.09.25 64 2 14쪽
5 005. 총 23.09.25 7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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