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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행성함 M-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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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25 19:26
최근연재일 :
2023.11.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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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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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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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29. 가지 않은 길

DUMMY

학습실이 자리한 본관 앞 연병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헬리오를 찾아 내려온 유라와 휴 대위뿐만이 아닌, 소란에 이끌린 교사들이나 타 소대의 후보생들.

그들 앞에서 헬리오는 약간 반응속도가 느리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확연하게 뛰어난 조작법을 선보이며 그들을 감탄시켰고.

“어떻게 한 거냐. 헬리오.”

그들 사이에서, 휴 대위는 한 발 앞으로 나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실력이 늘었냐고.

유라에 비해 아직 모자라지만, 아무리 며칠 만에 저렇게 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의 조작법은 제게 어울리지 않아서 새로 만들었죠!”

“···새로?”

“네! 손발의 수치를 직접 받아서 움직이는 방식은 솔직히 조금 어려웠어요! 직관적이라고는 하나, 세세한 조작은 감각과 경험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거든요.”

그리 말하는 헬리오는, 콜로서스의 팔을 흔들며 지금의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었다.

충분히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의사 표현으로서.

“그렇기에 저는 그런 반복 숙달을 통한 이중 운동영역 확립이 아닌, 행동 데이터 일부분을 패턴화해, 제 명령 조합에 따라 그 행동이 재생되도록 한 거랍니다!”

자랑하듯 포효하는 헬리오의 말이 크게 퍼져나가지만.

막상 그 말을 듣는 유라와 다른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즉, 네가 콜로서스 행동 패턴을 직접 일일이 작성한 뒤, 개인 라이브러리리를 제작해 등록했다는 뜻이냐?”

헬리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휴 대위는 헬리오의 말을 듣고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예! 시간이 모자라서 아직 상세한 패턴을 입력하진 못했지만요! 향후 더 많은 패턴을 추가할 기반은 밤을 새워 완성했답니다!”

‘자! 어서 칭찬해 주시죠!’ 그런 말이 귓가에 들렸다고 착각할 만큼 넘쳐흐르는 자신감이 쏟아지는 말.

헬리오에게 그런 말을 건넬 자격이 있는 휴 대위는 잠시 콜로서스를 관찰한 뒤 흥미로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고.

“안타깝지만, 이 방법을 생각한 건 네가 처음이 아니다.”

휴 대위의 입에서 나온 것은 헬리오가 원한 말이 아니었다.

“네?”

“지금 너희가 배우는 방식을 트레이싱 형이라고 하듯, 미리 애니메이션을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재생하는 애니메이팅 프리셋형. 줄여서 프리셋형이라 부르는 방식이지.”

휴 대위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린 학생이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고, 자기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여 코어에 삽입했다는 사실에.

‘전산 쪽 재능은 확실히 뛰어난 것 같지만···. 프리셋형은 한계가 명확하지.’

그렇지만, 그뿐. 미래의 라이터라는 재능을 찾아낸 유라 때와 같은 흥분은 휴 대위의 안에서 피어나지 않는다.

“그럼,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도 미리 알려주셨어야죠!”

자신이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헬리오가 외부 스피커를 통해 그리 고함을 내질렀지만.

“내가 그 방식을 알려주지 않는 건, 프리셋형은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휴 대위는 거대한 소리에도 얼굴 근육 하나 움찔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프리셋형 조작의 장점은 확실하다. 입력 패턴이 극도로 단순하기에 배우는 게 빠르고, 사전에 등록된 효율 높은 움직임을 자동으로 재생하기에 조종자가 숙련자가 아니더라도 균등한 조작을 할 수 있지. 주변 상황에 따른 미세한 행동 변경은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조정해 주기도 하니.”

그것은, 머나먼 과거 시대의 게임 조작 방법과 비슷한 구조.

뇌파를 읽거나, 신경계를 따오지 못했던 옛 시대 게임의 조작 방법. 많아도 20개의 입력키를 사용하여, 키 입력 방식에 따라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미리 입력된 애니메이션을 재생함으로써 행동하는 간접적인 조작 방식.

지금도 뇌파를 사용하기에는 움직임이 단순한 몇몇 기계나 클래식 스타일 게임에 적용되지만, 일부러 찾으려 하지 않는 한 찾기 어려운 방식.

“그럼···. 입문 용도로는 충분히 유효···.”

휴 대위의 말을 들은 헬리오가 그리 항변하지만.

“넌, 콜로서스 조종을 입문 단계에서 끝낼 셈이냐?”

휴 대위는 헬리오의 말을 잘라내며, 다시금 강의를 이어 나갔다.

“프리셋형 조작을 너희에게 알려주지 않은 건, 해당 방식에 큰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무수히 많은 패턴을 입력한다 한들, 결국에는 미리 입력된 동작일 뿐. 실전에선 온갖 상황이 발생하기에, 사전에 입력된 패턴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일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휴 대위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콜로서스 외부 스피커를 통해 더욱 증폭된 본래도 큰 헬리오의 목소리에 묻혔을 것이다.

그렇지만, 휴 대위의 목소리는 구경하러 나온 모든 후보생의 의식을 꿰뚫었다.

휴 대위의 목소리가 작건,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야외건.

주변에 소음을 흩뿌리는 콜로서스가 존재하건.

그런 요소는 휴 대위의 의견이 퍼져나가는 것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예시를 들어보자. 프리셋형 조작에서는 무기가 없어 한쪽 팔을 펴지한 뒤 팔을 무기 삼아 휘두른다거나, 의도적으로 무기에 주먹을 날려 과부하 시킨 뒤 임시 폭발물로 사용한다거나, 즉석에서 근접 격투술과 사격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잠시 휴 대위는 숨을 들이켰고.

“그러한 행동 패턴은 일반적이지 않기에, 만들어 등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그리고 이것이, 콜로서스를 사용한 전투력의 한계를 결정지어 버린다.”

프리셋형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더는 성장하지 못한다.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콜로서스의 행동이, 프리셋이라는 한계에 사로잡혀 버리기에.

“그런 특수한 상황에 맞춰 프리셋을 만들 순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숫자를 늘리면 입력 방식이 극도로 복잡해지고, 배우기 쉽다는 프리셋형의 장점이 퇴색된다.”

수백 개의 행동 패턴이 있다면, 스물 정도의 입력 방식 조합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수가 수천, 수만이라면 어떻게 될까.

사람은 평범하게 할 수 있는 행동 하나가, 버튼 수십 개의 조합을 요구한다면.

“프리셋형을 사용하는 것은 대규모 침략 탓에 어쩔 수 없이 단기간 내에 콜로서스 조종사를 징집해야 하거나, 행동 패턴이 제약되어도 문제없는 산업용의 이야기. 트레이싱 방식에 익숙해질 시간이 충분히 있고, 그 위를 노려야 하는 너희는 배우지 않아도 된다. 이상한 습관이 들어도 곤란하니까.”

휴 대위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지만, 더 높은 경지를 노릴 수 있다.

이 말은 아직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매혹적이었기에.

‘물론, 필요에 따라 섞어서 사용하면 해결되는 문제지.’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누기 시작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휴 대위는 그리 생각했다.

‘라이터 중에서도 사격은 프리셋형을 쓰는 녀석이 많고, 기본적으로는 올 트레이싱인 나만 해도 장시간 운용일 경우에는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프리셋 방식을 키곤 하니까. 뭐, 그래도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지.’

그렇게 휴 대위는 조용히 생각을 끝마쳤다.

프리셋형에 익숙해진 뒤 트레이싱형을 배우는 건 굉장히 어렵지만, 트레이싱형에 숙달된 뒤 프리셋형을 접목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 그럼, 내려와라. 빨리 실력이 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프리셋형은 한계가 명확하니···.”

그리고, 이걸로 헬리오를 설득했으리라 믿으며.

“아뇨! 전 이대로 하겠어요!”

쿵. 쿵.

소음공해를 유발하는 목소리와 함께, 헬리오의 콜로서스가 땅을 격하게 짓밟기 시작했다.

갑자기 콜로서스가 날뛰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빠르게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지만.

“···헬리오. 내 말 못 들었나?”

휴 대위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헬리오의 콜로서스에 가까워졌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 대한 짜증과 귀찮음을 가득 담은 말과 함께.

“전부 들었고! 이해했어요! 그리고 답을 냈죠!”

“···무슨 답 말이지?”

“제 방식은 프리셋형이 아니에요!”

쿵. 쿵.

떼쓰는 아이와 같던 콜로서스의 발구름이 멈추고, 자신을 가리키듯 가슴팍에 손을 올린 콜로서스의 포효가 이어졌다.

“···그게 무슨 헛소···. 아니. 잠깐.”

무언가를 발견한 휴 대위의 눈빛이 달라졌다.

“···헬리오. 너, 그거 어떻게 움직인 거냐.”

콜로서스가 떼쓰듯 발을 구른다.

콜로서스가 당당하게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린다.

저런 행동마저 헬리오가 등록한 패턴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헬리오가 희대의 천재라 가정하더라도 저런 의미 없는 행동 패턴까지 하루 만에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휴 대위는 눈치챘다.

“말했잖아요! 행동 일부분을 미리 패턴화해 뒀다니까요!”

쿠웅.

헬리오의 포효와 동시에 콜로서스의 정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금속음과 진동. 그 뒤를 이어, 헬리오가 탑승한 코어 내부가 보여온다.

무수히 많은 명령어가 입력된 창으로 도배된 GUI 스크린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멈추지 않고 조종간의 버튼을 누르는 헬리오.

“제가 사전 입력한 건 행동 전체가 아니에요! 각 파츠의 입력 데이터 패턴화랍니다!”

헬리오는 둘이 전혀 다르다는 듯, 조종간을 눌러 콜로서스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선언하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휴 대위를 포함해, 그 말뜻을 이해한 이는 없었다.

“그러니까, 운동 트레이싱 방식이라 하더라도 콜로서스와 조종사가 직접 연결된 건 아니잖아요. 중간에 입력 데이터 신호를 받아서 처리하는 과정이 있으니까.”

“···기술적인 부분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아마 그렇겠지.”

“그럼, 꼭 해당 입력을 우리 몸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입력 데이터값을 알고 있다면, 해당 수치를 입력해 주면 되는 거죠. 가령, 팔을 이렇게 들어 올리려면. 0.43281, 0.56522, -0.247···.”

그 말에 맞춰 콜로서스의 팔이 들어 올려지고, 계속해서 헬리오의 손가락은 딸깍거렸다.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을 통해.

“···.”

휴 대위는 침묵에 잠긴 채, 조용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만약, 누군가가 휴 대위를 정면에서 바라보았다면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 전혀 다르단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헬리오 식스.”

“왜 그러시나요. 휴 대위님?”

“그 방법이 더 어려운 것 아닌가? 너무 입력해야 할 데이터가 많을 텐데?”

“음 그렇긴 한데, 저는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게 더 익숙해서요. 실수데이터 몇백 정도야 전산학에서는 일상이랍니다?”

“그렇군, 그럼,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나? 입력 속도나 데이터 정밀도 문제가 있을 텐데?”

“그걸 위한 패턴화 알고리즘이에요. 지금은 거의 모든 데이터를 입력해야 해서 반응속도가 느리지만, 최적화하며 점차 나아질 거랍니다. 이걸 위한 전용 해석기관 임플란트도 제 몸에 새로 박았고요. 아, 제 몸이 움직이는 방법 자체를 실험 삼아 데이터를 뽑은 거예요!”

헬리오는 자랑스럽게 그리 말하며 왼쪽 귀 옆 부분을 두드렸다. 헬리오 본인이 자작한 임플란트를 이식한 장소를.

헬리오 본인의 모든 움직임을 수치화해서 저장하는 장소이자, 점차 최적화시킬 데이터가 쌓이는 기관을.

휴 대위는 지금의 대화로써 헬리오를 이해했다.

저건, 괴물이라고.

휴 대위가 유라의 과거에 대해 일부 알고 있듯, 헬리오의 과거 또한 일부 알고 있다.

태아 시절부터 뇌 발달 장애가 포착된 아이.

해당 장애가 유전적인 문제라면 부모도 포기하겠지만, 그녀의 장애 원인은 우연한 사고.

그렇기에, 그녀의 부모는 뇌를 대체하는 여러 임플란트와 나나이트를 대량으로 삽입하여 그녀의 뇌를 복구했다.

그로 인해 헬리오가 다른 인간과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까진 찾을 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분명히 눈치챌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과 비교해서 연산 능력이 극도로 뛰어나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뇌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 평범한 인간과 다를지도.

그것을 눈치챈 휴 대위는, 웃었다.

또 하나 흥미가 이는 대상이 늘었다고.

“헬리오.”

“네?”

“잘했다.”

그 칭찬은,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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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오리엔테이션 23.09.28 35 1 12쪽
15 015. 금빛 태양 +1 23.09.25 47 2 12쪽
14 014. 입학식 23.09.25 39 3 13쪽
13 013. 기숙사 23.09.25 39 2 13쪽
12 012. 승강역 23.09.25 41 2 13쪽
11 011. 다음 장 23.09.25 4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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