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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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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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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055

작성
21.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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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9화

DUMMY

49.


유리는 어두운 숲속을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말을 타고 2시간 정도 걸릴 거야.’

‘너희들이 따로 사용하는 길은 없는 건가?’

‘어디 영지도 아니고 겨우 변두리 마을의 가난한 경비병이야. 돈 몇 푼 쥐여주면 그만인데 그런 건 만들 필요가 없지. 돈만 아까울 뿐이고.’


말을 타고도 2시간이 넘는 거리인데도 체력은 생각지 않고 달렸다.


‘마을에 마구간은 있겠지?’

‘있지만 질 좋은 놈은 구할 수 없을 거야.’


그를 쫓아가는 마수들이 있었으나 거칠게 살기를 풍기자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갔다.


‘목표한 시간 내에는 도착은 못 할 것 같은데.’


그에게서 흐르던 마나가 더욱 강해졌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야겠지.’


그만큼 발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중간마다 몸에서 이상 신호가 느껴졌으나 꾹 참고 달렸다.


‘이런 건 말 위에서 쉬면 돼.’


***


시간이 지나며 동이 텄고 그 뒤로 한참을 더 달린 뒤에야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장 마구간으로 향해 말을 구하고 마을을 벗어났다.

유리가 고삐를 강하게 흔드는 만큼 말은 빠르게 웨스티안 영지를 향해 달렸다.


‘이제 문제는 신분에 관한 건데.’


로브 안쪽에 손을 넣어 백작에게서 받았던 보증서를 문질렀다.


‘귀에 들어가면 안 되니 능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어.’


손을 다시 고삐로 가져가고 세차게 휘둘렀다.

말은 더 빨리 움직였다.

그렇게 점심때가 조금 지나 말에서 내려와 물과 풀을 먹이고 천천히 고삐를 끌었다.


‘이 속도로 가다가는 모래는 돼서야 숲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했다고 생각해 올라타고 다시 고삐를 흔들었다.


‘가로막은 벽 때문에 바로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도 없으니.’


더 이상 머릿속에 마땅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를 모르니. 나머지는 도착하고 나서 생각하자.’


그래서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말을 타고는 움직이기 힘들 때까지 달렸다.

시간이 지나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구름도 잔뜩 껴 있어 숲은 금방 어두워졌다.


‘오늘은 여기서.’


말에서 내려와 고삐를 묶어두고 배낭을 베개 삼아 바닥에 몸을 뉘었다.


‘시간상 숲에서 볼일을 보고 오면 절름발이랑 만날 수 있겠어.’


그 점에 대해 생각을 하며 배낭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꺼낸 것은 몇몇 조직원들이 쓰고 있던 가면이었다.

유리는 쳐다보기를 잠시 가면을 얼굴에 가져갔다.


‘어떻게 앞을 보나 했는데.’


가면에는 구멍이 없었는데도 앞이 훤히 보였다.

눈이 있는 위치에서 보이는 게 아니라 마치 가면을 쓰지 않은 것처럼 앞이 훤히 보였다.


‘이것도 주술이겠지.’


가면을 벗고 다시 배낭에 넣은 뒤 이번에는 작은 자루를 꺼냈다.

자루의 끈을 풀고 나타난 건 검은색의 보석과 나뭇잎이었다.

유리는 보석을 들어 올려 지그시 바라봤다.


‘동쪽에 있을 때보다 색이 많이 옅어졌어. 숲으로 들어가면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겠는데.’


보석을 다시 집어넣고 이번에는 나뭇잎을 꺼냈다.

유리의 손에 잎자루가 잡힌 나뭇잎은 끝으로 황도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보석이랑 나뭇잎을 봤을 때 서쪽에 뭐가 없는 건 확실해. 게다가 아직 절름발이도 북쪽에 있으니.’


보석과 나뭇잎을 정리하고 배낭에 넣은 뒤 이번엔 황도의 도로 건축도가 그려진 종이를 꺼냈다.

곧바로 들어올려 달빛에 비췄다.

하지만 비추지 않았을 때와의 차이점은 없었다.


‘숨겨 놓은 흔적 같은 건 지금 상황에서는 찾을 수 없는 건가.’


능력의 한계로 찾을 수 있는 게 없어 물건들을 다시 정리하다 붕대가 감긴 왼손으로 시선이 향했다.

피에 적셔진 붕대는 풀어내고 새 붕대로 다시 감았다.


‘소크테라를 만나면 일단 이 손부터 치료해야겠어.’


그 생각과 함께 배낭을 베개 삼아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없는 품속에 손을 집어넣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분명히 신발은 딸의 발에 신겼는데. 이것도 완전히 버릇이 돼버렸군.’


손에 힘을 풀며 품에서 꺼냈다.


‘숲에 도착한다 해도 소크테라가 바로 나타나 줄지가 의문이지만.’


깊게 숨을 들이켜 가슴을 진정시키고 내뱉었다.


‘숲을 시끄럽게 하면 안 나오고는 못 배기겠지.’


이제 잡념을 지우고 동이 트길 기다렸다.


***


‘어수선하군.’


유리는 코로 깊게 숨을 내뱉으며 몸을 뒤척였다.


히이이잉!


말이 크게 울며 거칠게 날뛰었다.


‘말도 느낀 건가.’


유리는 감았던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말에게 다가가 머리를 내리며 부드럽게 목을 쓰다듬었다.

말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숲속으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하필 이 근처에서 싸움이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여러 기척이 모여있는 위치로 이동을 하며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거의 다 왔나.’


달리던 와중 높이 뛰어오르더니 나뭇가지를 붙잡고 위로 올라갔다.

그대로 나뭇가지를 타며 기운이 모여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몇 그루를 타고 이동하자 그의 눈에 오크 다섯과 트롤 둘이 싸우는 상황이 들어왔다.

망설이지 않고 마나를 끌어 올린 뒤 돌멩이를 던졌다.

돌멩이는 오크 한 마리의 머리로 날아갔고.


크워어!


돌멩이와 부딪힌 머리가 터지며 산산이 흩어졌다.

얼굴에 피가 튀며 옆에 있던 동료의 신체가 쓰러지자 오크들이 더욱 흥분했다.

유리는 나무 위에서 안전하게 남은 돌멩이를 마수들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남은 오크와 트롤의 머리가 터져나가며 상황은 빠르게 종료됐다.


‘이제는 좀 조용해지겠지.’


유리는 다시 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멀리 간 건 아니어서 금방 도착했다.


‘이제 이 근처에 있는 거라곤 야생동물밖에 없어.’


마지막까지 주변을 확인한 뒤 다시 몸을 눕히고 휴식을 취했다.


***


어두웠던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졌다.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몸을 가볍게 풀었다.

말에게 다가가 고삐를 풀어주며 물을 먹인 다음 올라탄 뒤 곧바로 출발했다.


‘확실히 질이 안 좋기는 해.’


말은 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예상했던 대로 내일은 돼야 영지로 도착하겠어.’


고삐를 잡아당겨 속도를 줄이고는 말에서 내려와 천천히 끌었다.

한참 걸은 뒤 말에게 물을 먹인 다음 다시 올라타고 고삐를 흔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해는 어느새 중천에 떠올랐다.


‘뭐 하는 거지?’


유리는 앞에서 7명의 인원이 모여있는 것을 느꼈다.


‘일반인 하나, B급 하나에 C급 다섯. 숨은 것도 없지만.’


고삐를 더욱 세게 흔들었다.


‘무시하는 게 편해.’


말은 텅 빈 길을 하염없이 달렸다.

그들과 빠른 속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피 냄새가 나는 걸 보면 전투를 치렀나 본데.’


그래서 더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으나 한 명이 달려오더니 앞길을 막아섰다.

유리는 황급히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춰 세웠다.


“정말 죄송하지만,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앞길을 막은 일반인이 말을 걸었다.


“갈 길이 멉니다. 나와주시죠.”


말을 다시 몰려던 찰나 이번에는 B급 용병이 말을 걸어왔다.


“나도 좀 부탁하네. 상황이 안 좋아서 말일세.”


그의 모습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복부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고 오른쪽 어깨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누구나 머뭇거리며 고민을 해볼 만한 모습이었으나.


“제가 얻는 게 없는데 뭐 하러 그리해야 합니까? 시간만 뺏길 뿐입니다.”


유리는 달랐다.

냉정하게 대답했다.


“저 새끼가!”


B급 용병을 부축하고 있던 용병이 발끈해 달려들려 했으나 오히려 그가 막아 세웠다.

그리고 차분히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모습을 숨기는 이유가 있지 않나? 모습은 변변찮지만, 이래 봬도 B급 용병이라 자네의 정체가 들킬 일은 없네만.”

“상관없습니다. 들어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신이 아니더라도 자력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자네가 원하는 만큼 돈을 줄 수도 있네.”

“돈도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아서 괜찮습니다.”


고개를 돌려 다시 일반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그만 나와주시죠. 시간이 없습니다.”


B급 용병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일반인도 무리일 것 같아 길을 비키려고 했다.


“이 매정한 새끼야!”


그런데 갑자기 B급 용병을 부축하고 있던 용병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네가 그러고도 사람 새끼야!? 너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고 환자인데도 고개를 숙이면서 이렇게 부탁을 하고 있어. 그런데 뭐? 나와주시죠?”


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럼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데 사람이면 꼭 도와줘야 하나?”

“뭐?”

“만약 내가 왕진을 가고 있는 의사라면? 기밀을 전하고 있는 군인이라면? 친구의 장례를 치르러 가는 중이라면? 그때도 그 말을 할 수 있나? 친절을 바랄 수 있나?”


용병은 말없이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넌.”

“난 아니라고? 그래, 난 그런 사람이 아니지. 그래서 내 시간을 너희들을 위해 쓰라고? 아까도 이들에게 말했다시피 나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렇다고 너희들이 날 위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게 있지도 않잖아.”


용병은 입을 열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행동해라.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미안하네. 얘기라도 들어줘서 고마워.”


유리는 용병과 일반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려 했다.


“저기···.”


마차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와 유리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이가 있나?”

“아이는 아닌데 나이가 어리긴 해요.”


그 말과 함께 10살 중반 정도 된 아이가 마차에서 내려왔다.


“저런 아이를 데리고 잘도 서쪽으로 올 생각을 했군.”

“미안하네.”

“저보다는 저 아이한테 하는 게 맞는 거 아닙니까? 오크 같은 것들이 무리를 지어오면 당신 혼자서는 막는 게 불가능할 텐데. 애꿎은 목숨만 죽일 뻔했군요. 아니, 아직 현재진행형인가?”


유리를 제외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이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는 말에서 내리고 마차로 향했다.


“서쪽 영지까지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할 겁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유리는 묵묵히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도 마차로 들어가자 일반인이 서둘러 말을 묶었다.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몰았다.

떨리는 마차 안에서 B급 용병이 유리에게 말을 걸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음을 돌려줘서 고맙네.”


그는 유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B급이면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하셨지 않습니까. 인원을 너무 성급히 뽑으셨습니다.”

“그렇겠지.”


유리는 이번에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소년을 바라봤다.


“네가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굶기 싫거나 돈을 벌고 싶은 거라면 이런 의뢰는 받았으면 안 됐어.”

“네···.”

“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욕심을 부리지 말고 차근히 밑에서 위로 올라오라는 거지. 무기만 든다고 다 똑같이 싸우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다시 B급 용병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길드는 무슨 생각을 하길래 이런 아이를 서쪽으로 보낸 겁니까?”

“서쪽이 안정화 되면서 의뢰의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내려갔네. 그러면서 서쪽으로 가는 의뢰를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정신이 없던 와중에 그런 이들과 섞인 것 같네. 사람이 하는 일이지 않은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인데 그게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일이 끝나면 확실히 길드에 얘기를 하셔야 할 겁니다.”


그는 유리의 설교에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그도 더 할 말이 없기에 입을 닫고 바깥을 바라봤다.


‘아이만 아니었으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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